이번 만평은 아마추어들의 반란이 꽃을 피웠던 네이버 2015 LoL KeSPA컵(이하 케스파컵)에 대한 내용입니다.

"그래서 제가 이들에게 붙이고 싶은 수식어는 '미래' 입니다." 케스파컵의 중계를 맡았던 '빛돌' 하광석 해설위원이 ESC 에버의 승리에 대해 SNS로 칭송하며 적은 문장 중 일부입니다.

2주 간 숨가쁘게 달려 온 케스파컵. 그리고 불과 4일 전, 전 세계의 한국 LoL 리그 팬들이 깜짝 놀랄만한 결말로 그 끝을 맺었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SKT T1과 CJ 엔투스의 팬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세계 최고를 달리며 역사와 전통이 깊은 프로팀이, 변변한 연습실이나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합숙 훈련조차 하지 못한 세미 프로팀에게 완패를 당했다는 점. 결코 대진 운이나 특이한 전략으로 어쩌다 말려 버린 패배가 아니라, 하나부터 열까지 철저하게 경기력에서 세미 프로팀에게 밀렸다는 점이 충격이었을 것입니다.

이로 인해 국내는 물론, 해외의 LoL 팬들 역시 혼란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롤챔스와 롤드컵의 챔피언을 케스파컵에서 세미 프로인 ESC 에버가 꺾으며, '사실상 1부 리그는 케스파컵이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다만 ESC 에버는 롤챔스 승강전에서조차 탈락했었으니, 보통 사람들이 보기엔 과연 어떤 리그가 최강의 리그라고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는 소감도 들리곤 합니다.

이런 우스갯소리는 점차 진지하고 좋은 현상으로 변화될 수 있습니다. 바로 롤챔스와 챌린져스 코리아 등 1부, 2부 리그로 나뉘며 자연스럽게 편중되던 관심이 이제는 다소 분산될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입니다. 오랜 전통과 멋진 경기들을 보여왔던 프로 팀들이 협곡을 휩쓸고, 신생 팀이나 아마추어 팀들은 예상대로 하위권에 머물던, 그리고 그것이 어느덧 자연스럽게 느껴져왔던 롤챔스. 하지만 이번 케스파컵에서 보여준 ESC 에버의 활약이나 스베누 소닉붐을 비롯한 세미 프로 팀들의 비약적인 발전. 그것은 프로 팀에겐 긴장과 함께, 팬들에게는 약체로 평가받는 팀이라도 노력에 따라 언제든 리그의 흐름이 바뀔 수 있음을 다시금 느끼게 해줬습니다. 또한 이것은, 열악한 상황에서도 열심히 미래를 꿈꾸며 달리고 있는 다른 아마추어 팀들에게도 큰 용기가 되었을 것입니다.

'충격', '반전', '돌풍', '경악'... 이번 ESC 에버의 승리 기사에는 당시의 감정을 요약하는 수많은 수식어들이 붙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당시의 '현재'를 설명하는 단어들에 불과합니다. 하광석 해설위원의 말대로, 어쩌면 이번 케스파컵은 한국 LoL 리그의 '미래'를 점쳐볼 수 있는 흥미로운 결말을 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롤드컵, 롤챔스, 챌린져스 코리아... 크고 작은 다양한 리그들이 모두 흥행할 수 있는 활발한 e스포츠 시장의 시작의 불씨였다고 생각이 든다면... 지나치게 기분 좋은 비약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