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는 것은 정말 기쁜 일입니다. 많은 사람이 나의 행동 하나하나에 관심을 보인다면 그보다 기쁜 일이 또 있을까요? 연예인이나 정치인, 운동선수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물론, 프로게이머도 그중에 하나죠.

여기 한국 리그 오브 레전드 씬을 뒤흔들었던 프로게이머가 있습니다. 뛰어난 경기력에 잘 생긴 외모까지. '플레임' 이호종은 데뷔와 동시에 수많은 팬을 거느린 대스타가 됐습니다. 지난 2014년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시즌4 결승전 도중 이호종의 환한 미소가 잠깐 방송을 탔을 때, 각종 포털 사이트에서 실시간 검색어 1위를 기록하기도 했을 정도죠.

그랬던 그가 중국 LPL로 진출한다고 했을 때 많은 팬이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새로운 소속팀인 LGD에서 주전 탑 라이너 자리를 꿰차지 못하자 팬들의 마음은 조금씩 이호종의 곁을 떠나고 말았죠. 힘겨운 시기를 겪었던 이호종은 1년이 흐른 뒤 팬들 앞에서 멋진 경기력을 선보이며 다시 한 번 날아오를 준비를 마쳤습니다.


이호종과 오랜만에 만나 다양한 주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지금부터 이호종의 매력 속으로 빠져보시죠.


Q. 정말 오랜만입니다. 팬들에게 인사 부탁해요.

안녕하세요. 저는 LGD에서 탑 라이너를 맡고 있는 '플레임' 이호종입니다. 반갑습니다(웃음).


Q. 중국 진출 이후 이번 롤드컵 직전까지 이호종의 근황에 대해 궁금해 하는 팬들이 많았어요. 어떻게 지냈나요?

중국에 처음 갔을 때는 많이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에요. 그 이후에도 계속 힘들었어요. 지금은 모두 지나간 일이고 좋게 풀렸죠. 우리 팀이 롤드컵에서 아쉽게 탈락했는데, 유럽에서의 마지막 날에 휴식을 취했는데도 감기에 걸렸어요. 이번에 얻은 휴가 동안 고향에 가서 가족들과 친구들을 만나면서 피로를 풀었어요. 이제는 다시 중국에 복귀할 준비를 하고 있죠.


Q. 올해 중국 활동 중에 몸이 안 좋았던 적도 있었던 걸로 기억해요.

사실 몸이 자주 안 좋았어요. 처음에는 피부병도 걸렸었고 잠도 잘 못 자서 스트레스가 계속 쌓이기도 했어요. 몸이 점점 회복되는 과정에서도 잠이 부족했던 것이 가장 컸어요. 아무래도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컨디션 관리가 잘 안 되었어요.


Q. 다행히 중국에 함께 진출했던 한국 선수들이 많았죠. 다 같이 모여서 회포를 풀 때도 있었나요?

초창기에는 다른 팀으로 향한 한국 선수들과 만나서 어울리기도 했어요. 그런데 중국 활동 기간이 길어지면서 점점 팀원들과 친분을 쌓게 됐죠. 자연스럽게 팀원들과 지내는 시간이 점점 많아졌어요. 그래도 여전히 LPL 경기장이나 대기실에서는 한국 선수들과 함께 어울리고 대화도 나누고 있어요. 타 팀 숙소와의 거리 문제도 있지만, 이제는 딱히 자주 만나진 않아요. 남자들끼리 자주 만나면 재미없잖아요(웃음).


Q. LGD 팀원들과 지낸 지 약 1년이 되어가네요.

처음 팀에 합류했을 때에는 팀원들과 같이 지내는 것 자체가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에요. 서로 성격도 달랐고 제가 팀원들과의 관계 형성에 소홀했던 것도 있었고요. 언어의 장벽도 컸어요. 그러다 보니 팀원들과 어울리기 쉽지 않았죠. 지금은 저도 그렇고 팀원들도 그렇고 더욱 친하게 지내려고 노력하고 있고, 실제로 정말 친하게 지내고 있어요.


Q. 아무래도 중국 팀 소속이다 보니 중국어 실력도 중요하죠. 중국어는 얼만큼 구사할 수 있나요?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역시 게임 내에서 팀원들과 소통할 수 있느냐에 대한 것이죠. 그 부분에서는 팀원들에게 원하는 것을 말하고 팀원들이 원하는 것을 알아듣고 할 수 있어요. 처음에는 이런 식으로 일과 관련된 부분을 위해 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했죠. 하지만 중국 생활을 계속 이어가다 보니 중국이 마음에 들더라고요. 중국어 실력을 더욱 키우고 싶은 욕심도 생겨요. 인터뷰가 끝나면 근처 서점에 가서 중국어 관련 책을 사려고 계획했어요.


Q. 롤드컵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죠. 이번 롤드컵에서 중국 대표 팀들의 부진이 이어졌는데요?

정말 아쉬웠던 롤드컵이었어요. 우리가 더 잘했으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긴 했지만, '확실히 한국 팀은 한국 팀'이라는 것이 느껴졌어요. 한국 선수들로만 구성되어 있다 보니 당연히 소통도 잘 되고, 최근 유행하는 탑 라인 위주의 운영을 잘 풀어낼 줄 알더라고요. 우리 팀은 소통에서도 부족하고 메타에 잘 따라가지도 못했어요.

항상 나오는 말처럼 중국 팀들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한국 팀보다 열심히 하지 않는 것도 있어요. 1등을 하면 좋지만, 반드시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선수들이 받는 높은 연봉도 이런 생각과 연관이 있는 것 같고요. 물론, 중국을 깎아내리는 것은 절대 아니에요. 아무래도 비교 대상이 한국 팀이다 보니 중국이 부족해 보이는 거죠.


Q. 중국 팀들의 부진이 곧 다가올 또 다른 국제무대에 약이 될 것 같나요?

그냥 선수들이 하기 나름 아닐까요? 한국 사람들과 중국 사람들은 다른 지역에 비해 자존심이 강해요. 그러므로 이번 실패를 교훈 삼아 더욱 노력할 것 같아요. 그러다 보면 다음 국제무대에서는 중국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도 모르죠.


Q. 분위기를 조금 바꿔보죠. 중국 팀 소속으로 활동하면서 겪었던 에피소드는 없었나요?

제가 스트리밍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잠깐 그 사실을 잊어버린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평소처럼 속옷만 입고 컴퓨터 앞을 왔다 갔다 했죠. 당연히 그 장면이 방송으로 송출됐고요. 채팅창에 난리가 났던 기억이 나네요(웃음). 그리고 중국 생활 초창기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숙소 근처를 산책하면서 노래도 듣고 한국에 있는 가족들이나 친구들한테 전화를 많이 걸었던 것 같아요. 나중에 따져 보니 중국에서 1년 동안 통화한 시간이 제가 평생 통화했던 시간보다 더 많더라고요. 정말 깜짝 놀랐어요.

같은 팀에 소속된 '임프' 구승빈이랑 정말 많이 친해졌어요. 지금도 맨날 (구)승빈이가 술 마시면 저한테 그래요. "예전에는 내가 진짜 이 형 싫어했었는데~ 진짜 싫었는데~" 이렇게요. 하도 많이 들어서 이제 살짝 지겨워요(웃음).

한 번은 큰 맘 먹고 정말 비싼 시계를 구매했던 적이 있었어요. 경기장에 차고 가서 팬들과 사진을 찍을 때만 해도 있었는데, 경기를 끝내고 대기실에 돌아왔더니 시계가 없어져 있더라고요. 정말 아쉽긴 했는데, 제가 원체 물건을 잘 잃어버리는 편이라 무덤덤했던 것 같아요.



Q. LGD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어떤가요?

전반적인 분위기는 가족 같아요. 물론, 어린 친구들이 많다 보니 사소한 다툼이 있을 때도 있고 종잡을 수 없기도 해요. 그래도 팀원들이 워낙 착해서 좋아요. 팀의 주장인 'PYL'이 중국 선수 중에 가장 성숙해요. 팀의 정신적 지주라는 표현이 가장 적합하겠네요. 팀원들이 모두 'PYL'에게 의지하고 있어요. 그만큼 그 선수가 다른 팀원들을 잘 챙겨주고 있죠. 예전에 '클템' 이현우 형이 CJ 엔투스 소속 선수였던 시절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할까요?


Q. 말이 나온 김에 한국 팀의 분위기와 중국 팀이 분위기를 단순히 비교해보면 어떨까요?

모든 한국 팀이 그렇진 않을 수 있겠지만 제가 느끼기에는 무조건 게임 위주였어요. "우리는 게임밖에 없다"는 분위기가 강했죠. 반면, 중국 팀은 경기 연습도 하지만 거기에 목숨을 걸지는 않고 개인 방송도 정말 재미있게 해요. 프로게이머 생활이 끝난 뒤에도 돈을 벌 수 있는 경로가 다양한 편이죠. 그러다 보니 팀 분위기가 상당히 자유로워요.


Q. 이호종 선수의 개인 방송 평균 시청자 수가 궁금해요.

공식 발표로는 20~30만 명 정도라고 알고 있어요.


Q. 스트리밍 시청자 수에서도 이호종 선수를 응원하는 팬들이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네요.

중국 팬들이 더 열성적인 것 같아요. 우리 팀이 외부에서 진행되는 대회에 출전하면 숙소 근처에 직접 찾아와서 선물도 직접 전해준 적이 많아요. 꼭 특정 선수의 팬이 아니라, 그냥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게이머는 다 좋아해 주시는 분들도 찾아오세요. 그런 분들은 그냥 아무 선수나 보이면 준비해오신 선물을 주시는 분들이죠. 너무 많은 인원이 몰려서 가끔 경찰들이 동원될 정도예요. 그리고 선수들과 팬들이 함께 포함된 단체 채팅방도 있어요. 저 같은 경우에는 그 단체 채팅방에 몇천 명이 소속되어 있죠.


Q. 팬들이 직접 전해준 선물 중에 어떤 것이 가장 기억에 남나요?

제가 데뷔했을 때부터 찍은 사진을 정말 많이 모아서 보내주신 분이 있었어요. 정말 감사했죠. 지금도 가끔 꺼내서 보는 데 정말 재미있고 뿌듯하더라고요. 한 번은 어떤 분이 저한테 팬티를 선물해주신 적도 있어요(웃음). 보통 맛있는 음식을 많이 챙겨주세요. 사실 요즘에는 조금 뜸해졌거든요. 그래서 아까 말씀드렸던 단체 채팅방에 중국 돌아가면 간식을 좀 보내주십사 부탁했어요. 그랬더니 중국으로 돌아오지 말래요(웃음).


Q. LPL과 롤챔스 중에 어떤 시스템이 더 본인에게 잘 맞는지 궁금해요.

저 같은 경우에는 아무래도 긴장감이 넘치는 롤챔스 방식이 더 맞는 것 같아요. 물론, 지금 저는 LPL에서 활동하고 있으니 당연히 LPL의 시스템에 잘 적응해야죠. 한국보다 긴장감이 덜하다는 느낌은 받고 있어요. 그래도 LPL 시스템 역시 장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Q. 연습 환경에도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요?

중국 팀 연습실에는 팀 관계자들 외에도 많은 사람이 꽤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어요. 가끔 선수들의 여자친구들도 방문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연습에만 집중할 수 없었어요. 그런데 그런 쪽으로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정말 끝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요즘에는 그냥 내가 맞춰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Q. 혹시 한국으로의 복귀나 다른 지역 리그에 진출하고 싶지는 않나요?

한국과 중국 말고도 여기저기 다니다 보니 느낀 점이 있어요. 그런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정말 좋더라고요. 여유도 느껴지고요. 특히, 이번 롤드컵 출전 때문에 프랑스 파리에 갔었는데 이런 점을 많이 느꼈죠. 프로게이머라는 신분으로 다른 지역 리그에 출전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냥 이런 곳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Q. 프로게이머 생활을 한 지 정말 오래됐죠. 프로게이머가 되기 전에 장래희망이 있었나요?

피아노도 5년 정도 했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많은 것을 배웠어요. 그중에서 가장 많이 했던 것이 프로그래밍이었어요. 이것저것 배우다 보니 오히려 특별한 무언가가 되겠다는 꿈은 없었던 것 같아요. 제가 별로 그런 것들에 큰 관심이 없었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하겠네요.


사실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프로게이머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정말 즐거웠어요. 그러던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회의감이 크게 다가오더라고요. 너무 게임만 하는 것 같고 개인 시간도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최근에는 나만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느끼고 있어요. 연애도 하고 싶고요.


Q. 분위기를 조금 바꿔보죠. 연애 이야기를 해볼까요?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면서 제대로 된 연애를 못 해봤어요. 개인 시간도 많고 연애도 할 수 있는 친구들이 부럽죠. 제가 그런 말을 하면 친구들은 배부른 소리 하지 말래요(웃음). 제가 친구들보다 돈을 많이 벌다 보니 그렇게 느껴지나 봐요. 서로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법이죠.


Q. 좋아하는 이상형이 어떻게 되나요?

외모는 조금 마르고 '여리여리'한 분이 마음에 들더라고요. 그리고 외국이나 타지 생활을 해본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리그 오브 레전드나 게임에 대해 잘 아는 분이면 더 좋고요. 아무래도 제가 직업이 프로게이머이기 때문에 남들과 조금 다른 생활 방식 등을 이해해주려면 게임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하거든요. 사실 이상형 자체가 좀 막연해요. 연애 세포가 다 죽은 것 같아요(웃음).


Q. 사실 프로게이머가 수명이 긴 직업은 아니잖아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것 같은데요?

몇 년 전에 그런 생각을 처음 했었어요. 내가 이 직업을 계속하게 된다면 건강도 안 좋아질 것 같고 인간관계에서도 많이 뒤처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러면서 점점 프로게이머 생활에 불만이 생겼죠. 그러다가 작년에 중국에 진출하게 되면서 분위기가 좀 환기된 것 같아요. 이제 그런 부분에 대한 걱정은 없어요. 이제 프로게이머 다음에 무슨 직업을 가질 것인지에 대한 고민 말고, 일 외적으로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 고민 중이에요.


Q.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네요.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세요.

제가 중국에 간 지 벌써 1년이 다 되어 가네요. 살면서 가장 많은 일이 있었던 한 해가 아니었나 싶어요. 경기에 많이 못 나가기도 하고 이런저런 일도 겪으면서 힘들었어요. 그때마다 항상 응원해주시는 팬들 덕분에 다시 일어날 수 있었어요.



인터뷰를 마치려는 순간, 이호종이 다급하게 손을 들었습니다. 마무리 멘트에 추가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고 했죠. 그리고 이호종이 마지막 멘트는 참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줬습니다.


아! 저 한마디만 더 해도 될까요? 꼭 하고 싶은 말이 있거든요. 제가 게임 자체에 재미나 열정을 느끼지 못한지 꽤 됐어요. 하지만 팬들의 응원 덕분에 제가 다시 열심히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이제는 단지 재미로만 경기에 임하는 것이 아니라 책임감도 느끼고 있어요. 지금의 제가 있는 것은 팬들의 응원이나 관심 덕분입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 '플레임' 이호종 인터뷰 간편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