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사 : 343인더스트리 ⊙장르 : FPS ⊙플랫폼 : XBOX ONE ⊙발매일 : 2015년 10월 27일


본격적인 리뷰에 앞서, 한가지 던지고 싶은 질문이 있습니다. 과연 여러분은 스스로 어떤 시리즈의 '팬'이라고 할만한 것이 있습니까? 그게 영화여도 좋고, 애니메이션이어도 좋고, 소설이어도 좋고, 게임이어도 좋습니다. 무엇이든 어느 이상 시간이 흐르며 오랜 흐름이 된 '시리즈'라면, 그 어떤 것도 좋아요. 중요한 것은 하나의 이름으로 이어진 무엇인가를 쭈욱 좋아해왔는가 하는 문제니까요.

아마 이 글을 읽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하나쯤 그런 것이 있을 겁니다. 사실 좋아하는 시리즈 하나 없는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려운 시대이기도 하죠. 그럼 그런 분들에게 한가지의 질문을 더 던지겠습니다. 그 질문은 바로 바로 '시리즈의 모든 작품을 좋아하는가?' 입니다.

네. 결국 이 리뷰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헤일로: 전쟁의 서막' 부터 지금까지 모든 시리즈 게임을 즐겨왔고, 또 소설도 몇권 읽은, '헤일로 시리즈'의 맹렬한 팬인 제가 어떻게 '헤일로5' 라는 작품에 실망을 하게 되었는가 하는 것이죠.



커진 덩치, 하지만 둔해진 스토리텔링



'헤일로5: 가디언즈'는 이름에서 보이듯 시리즈 정식 넘버링 5번째 작품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헤일로' 라는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 5번째 게임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헤일로'는 21세기 들어 북미에서 가장 크게 성공한 SF 프랜차이즈이고, 그만큼 어마어마한 양의 스핀오프 게임, 영상물, 소설 등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게임만 하더라도 외전격인 '헤일로3: ODST', '헤일로: 리치', '헤일로 워즈' 등의 콘솔 작품과 '헤일로: 스파르탄' 시리즈의 모바일, PC 작품들이 있습니다. 이 중 '헤일로 워즈'는 지난 게임스컴 2015에서 후속작 '헤일로 워즈2' 를 공개하기도 했죠. 소설로 넘어가면 더욱 많습니다. 최초의 헤일로 소설인 '헤일로: 리치 행성의 함락'부터 시작해서 10개가 넘는 소설이 이미 해외에 발간되었고, 국내에도 한 유명 블로거 겸 번역가의 알찬 번역 하에 많은 소설들이 출간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보듯, 이미 '헤일로 시리즈'는 이미 그 규모가 지나치게 방대해서, 단 하나의 작품으로는 시리즈 전체를 이해할 수 없는 콘텐츠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이들이 꼭 그 모든 것을 보고 즐기는 것은 아니죠. 특히나 게임 이외의 매체를 모든 이들이 섭렵하고 있을 것이라 상정하고 게임의 스토리텔링을 구성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입니다.

누군가가 '이 게임의 스토리를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 고 했을 때 '멍청아, 그건 네가 그와 관련된 다른 작품들을 몰라서 그런거야' 라고 말해서는 안됩니다. 왜냐면 모든 작품은 각각 따로 돈을 받고 파는 독립된 상품이니까요. 그건 마치 밥, 국, 갖가지 반찬, 양념, 쌈채소 등을 모두 따로 돈을 받고 팔고, 그렇게 되면 이미 다 합쳐서는 보통의 밥값을 아득히 뛰어넘어버리는 데도 왜 그걸 다 사서 함께 먹지 않느냐는 논리와 비슷합니다. 각각의 작품은 독립된 상품이자 콘텐츠로서 독자적인 완전성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왜 이러한 이야기를 하느냐 하면, 이제 '헤일로' 라는 시리즈 자체는 이윤을 위해 너무나 많이 그 몸집을 키운, 비대해진 프랜차이즈가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헤일로5'의 스토리는, 관련 소설이나 드라마 등이 없으면 100% 이해하는게 불가능합니다. 게임 초반 코타나가 말하는 '도메인이 열렸다' 라는 말을 이해하려면, 최근 출간된 '선조 3부작' 소설들을 읽어 '도메인'이라는 것의 실체를 알아야만 합니다. 더군다나 게임의 타이틀을 차지한 존재이자 세계관의 밸런스를 처참하게 박살낸 '가디언', 수호자라는 존재는 그 설정의 기원도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더해 코타나가 왜 플레이어에게 적대하는지, 그들이 말하는 '수호자의 의무'가 대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는 또 관련 소설과 게임 상에 나타나는 터미널의 모든 내용을 꼼꼼하게 읽어야만 합니다. 관련 소설은 그렇다 치고, 게임 내에 등장하는 터미널로 정보를 전달하는게 무슨 문제냐 할 수 있겠지만, 헤일로 시리즈 게임들은 전통적으로 최고 난이도로 플레이해야만 모든 터미널의 정보를 입수할 수 있습니다. 이 방식이 과연 대중적인 방식일까요?


터미널에는 큰 관심이 없고, 소설 읽는데 취미가 없는 게이머들이 과연 소수일까요? 저는 오히려 이들이 다수일거라 생각합니다. 과연 그런 면에서 이런 다수에게 어필할 수 없는 스토리와 스토리텔링을 선택한 343인더스트리의 판단이 과연 옳은 것이었는지 의문스럽습니다.

이런 큰 그림 외에도, 게임의 전개 내내 아쉬운 점은 계속 드러납니다. 마스터치프와 코타나의 관계가 극후반 이전까지는 '갇혀있는 공주님과 그를 구하려는 기사'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고, 로크를 위시로 한 오시리스 화력팀이 게임 내에서 가지는 비중, 혹은 그들이 꼭 나와야만 했던 필요성도 딱히 느껴지지 않습니다. 스토리는 필연적인 요소가 결여되어 있고, 대부분 우연이거나 설명이 안되는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5시간 속에 담긴 반복과 평범함


▲ 너 보는게 정말 지겹단다

게임 플레이의 경우도 그리 만족스럽지는 않습니다. 일단 게임 내에서 이따끔씩 등장하는 중간보스격 캐릭터가 '와든 이터널' 하나로 통일되는 것은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입니다. 심지어 최종전에서도 숫자가 늘어날 뿐, 패턴은 똑같죠. 이런 방식은 새로운 패턴을 찾아서 공략하는 재미보다는 짜증을 유발하는 면이 더 큽니다. 보통 전작이나 다른 게임에서는 기대하며 마주 할 이런 중간보스가 '헤일로5'에서는 '아, 또 저놈이야?' 하는 말이 튀어나오게 만듭니다. 일반병 적의 패턴도 이제는 너무 익숙하지요.

무장은 다양한데, 각 미션을 시작할 때마다 쥐어주는 UNSC제 총기들은 금방 탄약이 바닥나고, 또 인간형 적이 전혀 없기 때문에 탄 보충이 불가능해서 좋아하는 총기를 계속 쓸 수 없는 것이 상당히 불만스러울 수 있습니다. 또 전체 구성상 플레이어가 원하는 무장을 이용해서 적을 물리치는게 아닌, 그때 그때 주어지는 것들을 어쩔 수 없이 사용해서 적을 물리쳐야 하기 때문에, 취향이 확실하다면 이마저도 스트레스가 될 수 있습니다.


게임플레이 구성도, 유기적인 진행보다는 각 구역의 적을 모두 소탕하고, 다시 몰려드는 적을 막아낸 뒤 다음 지역으로 이동하는 방식이 다수를 차지합니다. 이런 구성을 선호하는 분들도 있겠습니다만, 한가지 방식이 너무 남용되는게 과연 괜찮은지 모르겠습니다. 특히 앞서 말한 '아침 와든 이터널, 점심 와든 이터널, 저녁도 와든 이터널'이 되어버리는 후반부는 그저 스토리의 끝을 봐야겠다는 의무감 말고는 게임을 지속하게 만드는 요소가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343인더스트리가 아주 자신감있게 언급했던 로크와 마스터치프의 대립구도도 없는 것이나 다름 없고(실제로 게임 상에서도 오직 컷씬만을 통해 만날 수 있습니다), 동료들의 AI는 정말 절망적입니다. 과거 '기어즈오브워'에서 유명했던 '뇌미닉' 3명이 나타난듯한 정도입니다. 그들은 대부분의 상황에서 플레이어가 움직이지 않으면 능동적으로 전투를 펼치지 않습니다.

▲ 네가 그립다 미닉아

만약 플레이어 캐릭터가 에너지 소드를 든 엘리트 근처에서 전투불능이 되었다면, 별 기대를 하지 말고 그냥 로딩을 하는게 더 빠릅니다. 안그러면 차례대로 와서 에너지 소드에 한방 한방 죽어줄 뿐이죠. 명령을 할 수 있는 범위도 조작계 탓인지 상당히 제한적이라, 실상 공격 타겟 정도를 지정하거나 부활 셔틀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데 그칩니다. 발매 전 천명한 '분대 전투'는 꿈에 가깝습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캠페인 플레이타임입니다. 캠페인 엔딩을 보고난 후, 콘솔 메뉴를 통해 확인한 플레이 타임이 딱 5시간이었습니다. 물론 '헤일로'는 멀티플레이로도 유명한 타이틀이긴 합니다만, '선택적 콘텐츠'에 가까운 멀티플레이만을 내세워 콘텐츠 부족으로 침몰한 게임들을 우리는 너무나 많이 보아왔습니다. 고작 5시간이라니, 이건 올해 너무 짧은 플레이타임으로 논란을 빚었던 '디오더1886'보다도 더 짧은 분량입니다. 상기시켜드리자면, 이 게임은 60달러 짜리 게임입니다.


5시간의 캠페인의 구성은 15개의 미션으로 나뉘어지는데, 여기에도 꼼수가 숨어있습니다. 바로 전투도 하나 없이 NPC 사이를 오가며 미션을 받는 5분 짜리 구간도 하나의 미션으로 설정한겁니다. 그렇게 3개 미션이 빠지면 실질적으로 12개의 미션만이 존재합니다. 아무리 슈팅 게임들의 캠페인 길이가 짧아지고 밀도가 높아지는 추세에 있다지만, 이건 좀 너무한게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헤일로'는 시리즈 전통적으로 스토리가 중요한 스토리 드리븐 슈터인데, 숙련자라면 4시간 대에도 깰 수 있을 것 같은 분량이라니. 물론 해골이나 터미널, 난이도 등 여러가지 반복 수집 요소가 있긴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요소에 불과합니다. 그런 부차적 요소를 모두 다 깨는게 진짜 플레이 타임이라고 주장한다면, 그건 '스카이림'의 진짜 플레이 타임이 500시간 이라는 것과 같은 논리가 아닐까요?


멀티플레이의 경우, 확실히 뛰어납니다. '헤일로'의 아이덴티티 중 하나이니까요. 하지만 문제는, '헤일로'의 멀티플레이가 주목받던 초기와 달리, 지금은 그를 대체할 게임이 무척이나 많아졌다는 겁니다. 기존에 '헤일로'가 가진 절대 영역이었던 6대6 정도의 소규모 전투는 배다른 형제 '데스티니'가 굉장히 뛰어난 재미를 자랑하고, 또다른 전통의 강자가 된 '콜오브듀티' 시리즈도 있습니다. 이번에 추가된 '워존' 등의 대규모 PVP는 '헤일로' 이전에 '배틀필드'의 영역이었습니다. 그만큼 '헤일로5'의 멀티플레이는 물론 재미있지만, 특출난 새로움도 없고, 다른 게임에 비해 어필할 수 있는 것도 적습니다. 더이상 절대자가 아니란 것이죠.

결과적으로 그렇습니다. '헤일로'는 이제 자신만의 색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많이 희미해졌습니다. 그 속에서 돌파구로서 '헤일로5' 만의 요소로 '분대 전투', 그리고 '마스터치프의 블루팀'과 '로크의 오시리스 화력팀'로 나뉘어진 플레이를 내세웠지만, 그것이 그렇게 강력하지 못했습니다.


'트릴로지'를 택한 작품이 간과해서는 안되는 것들


'터미네이터2' 라는 영화가 명작인 이유는 뛰어난 전작을 두어서도, 후속작들이 싸그리 망해서도 아닌 그 자체로 대단한 하나의 독립된 작품이었기 때문입니다. 한 작품 내에서 결론 지어지는 주제의식과 전체 시리즈라는 커다란 굴레 안에 있으면서도, 스스로 시작해 완벽히 매듭 지어지는 기승전결을 가지고 있었기에, '터미네이터2'라는 영화는 시리즈 최고의 작품이 될 수 있었습니다.


요약하자면 그렇습니다. 우리가 '헤일로5'에서 원한 것은 시리즈 전체에 대한 설명이나 이해가 아닙니다. 단지 기존의 시리즈의 설정을 배반하지 않고, 그 세계관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한 작품 내에서 멋지게 시작해 완벽히 끝을 맺는 그 작품의 스토리를 원하던 것입니다. 단순히 '헤일로 세계관' 이라는 거대한 기계를 지탱하기 위한 60달러짜리 나사 하나가 아니라 말이죠.

그런 면에서, '헤일로4'부터 시작된 '재생자(혹은 계승자) 연대기' 등 요즘 콘텐츠 시장에서 다시금 대세로 떠오른 '트릴로지' 방식 자체에 대한 고찰이 필요합니다. 사실 3부작이라는게 이전부터 없었던 개념은 아닙니다만, 2000년대에 들어 트릴로지 방식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과거와 또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2000년대 초, '매트릭스' 라는 영화에서부터 유행을 탄 이 방식은, 사실 콘텐츠를 즐기는 유저들보다는 제공자들의 편의와 이익 극대화를 위해 만들어진 방식이었습니다.


본디 모든 후속작들은 전작의 인기와 이익을 이어가기 위해 만들어집니다. 여기서 나아가 현대 헐리우드가 애용한 트릴로지 방식은 먼저 1편을 내 시장의 반응을 보고, 성공적이라면 2, 3편을 동시에 촬영해 촬영 비용은 한 작품 수준으로 최대한 절감하면서, 이득은 2개 영화 만큼 챙기는 것을 정착시켰습니다. 그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매트릭스' 이고, '반지의 제왕' 영화화 경우는 더 나아가 3편을 모두 한 번에 찍은 뒤 추가 촬영을 하는 씩으로 영화를 완성시켰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트릴로지들이 계속되면서 드러난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1편과 3편 사이에 끼인 2편의 존재감이었습니다. 대다수의 트릴로지가 1+2로 제작되는 방식과 더불어 이미 촬영 비용이 투자된 3편의 흥행을 보장해야 하는 리스크가 맞물려, 시리즈 2편은 단지 1편과 3편의 징검다리 내지는 심할 경우 3편의 프롤로그에 지나지 않는 수준의 퀄리티를 보여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이런 과정에서 가장 많이 희생되는 요소는 바로 스토리였습니다. 촬영 기법이나 영상 편집, 배우들의 연기 들은 모두 뛰어난 수준을 유지했지만, '끝은 3편에서 내야 한다' 라는 절대적인 부분 때문에 2편의 스토리들은 상대적으로 부실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이런 '2편의 희생'은, 그냥 한편 한편 후속작이 만들어지는 작품들이 아닌 '트릴로지' 방식을 선택한 시리즈에서 유독 많이 드러나는 문제점이었죠.


지금까지 영화의 이야기를 했지만, 이 문제들은 게임계에서도 동일하게 벌어지는 문제입니다. 시리즈 계획이 너무 창대한 경우 그 속의 개별 게임들의 퀄리티는 처참히 떨어지고 마는 경우를 우리는 많이 보아왔죠.

'헤일로5'의 스토리는, 시리즈 전체를 감안해서도, 또 독립된 작품으로 보아도 대단한 실패에 가깝습니다. 전작과의 이음새는 게임만으로는 너무나 뜬금이 없고, 후속작과의 연계를 너무나 의식한 나머지 '헤일로5' 내에서는 그 어떤 스토리적 귀결도 없습니다. 5시간이라는 짧은 플레이 타임도 문제지만 그 5시간의 영양가가 시리즈 게임 중 최저를 달린다는게 더 큰 문제죠.

'헤일로4'부터 6편까지 계획한 '재생자(혹은 계승자) 연대기'라는 큰 그림을, 343 인더스트리는 너무 크게 의식했습니다. 4편은 비록 몇몇 부분 부족했지만 다이드액트가 풀려나고, 그의 지구 침공을 막는 게임 안에서 완성된 스토리 구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5편은 게임 내에서 주요한 발단이 되는 사건 조차 게임이 아닌 다른 미디어를 통해 시작되었으며, 마무리도 지어지지 않은 채 다음 편을 기약합니다.


저는 그저 스토리적 귀결이 없는 슈팅 게임을 하고자 '헤일로5'를 기다린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런 게임을 원했다면 '시리어스 샘'을 했을 겁니다. 긴 시간을 달려 본 엔딩이 'The End'가 아니라 사실은 'To be continued'였다 한다면, 과연 누가 실망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너무나 잘난 형들을 둔 동생의 앞길




위에 제가 지적한 부분들을 이전의 '헤일로2'와 비교해 대입할 수 있지 않겠냐는 의견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헤일로2'는 시리즈 전체를 보았을 때 가장 파격적인, 그동안의 적대 세력이었던 '엘리트'의 아비터를 직접 조종한다는 게임 구성과, 플레이 메카닉 면에서도 시리즈 최초로 무기의 듀얼 윌드를 가능하게 한, 굉장히 뛰어나고 혁신적인 작품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헤일로5'는 그 작품 하나에 비해 짊어진 짐이 너무나 컸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새로운 '연대기'의 허리이자, 또 Xbox One 이라는 새로운 콘솔로 발매되는 첫 '헤일로' 였으니까요. 그 중압감이 하나의 독립된 작품이 아닌, 시리즈 전체를 고려한 부품으로서 '헤일로5'를 만들어버린게 아닐까 합니다.

이렇게 단점만을 잔뜩 나열했지만, 그것이 '헤일로5는 플레이 할 필요가 없는, 실패한 게임이다' 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굉장히 뛰어난 퀄리티의 한국어화와 더 좋아진 음악들이 건재하거든요. 어쩌면 전작들이 너무 잘나서 생긴 문제일 수도 있지요. 또는 2013년 Xbox One 와 함께 발표된 이후로 2년이 넘는 기다림 동안 증폭된 기대 때문일 수도 있겠죠. 이 때문에 '너무 늦게 나왔다' 라고 생각하실 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역대 시리즈 작품 중 가장 낮은 메타 스코어가 반증하듯, '헤일로 시리즈는 과연 내리막에 있는가?' 라는 의문을 잠식시키기는 커녕 증폭시켜버린 것은 부정하기 힘듭니다. 그런 의미에서 '헤일로6'의 짐이 더 무거워졌죠. 이제 '헤일로 시리즈'는, 다른 게임이 대체 가능한 멀티플레이나 반복을 위한 보조 콘텐츠 등의 요소들보다는, 그야말로 자신이 내세울 수 있는 가장 날카로운 창인 '스토리 캠페인'에 더 무게를 실어야 하지 않나 합니다.

어깨가 무겁습니다. 343인더스트리도, '헤일로' 프랜차이즈도, 마스터치프도요. 예전처럼 완벽했던 모습을 추억하며, 앞으로 더 발전할 모습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