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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08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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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종병기' 이영호가 전하는 마지막 이야기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

김홍제 기자 (koer@inven.co.kr)
한 소년이 있다. 소년은 축구 신동으로 불리며 어린 나이에 프로 무대에 데뷔했다. 그는 팀이 위기에 빠져있을 때도 항상 승리로 이끌었다. 많은 축구 팬들은 그의 경기에 점점 매료됐고, 급기야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라섰으며, 한동안 거기서 내려올 줄 몰랐다.

그가 출전하는 경기에서 팀이 질 거라는 생각을 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전성기는 영원할 것만 같았다. 너무 잘해서 였을까? 항상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지만, 그의 전성기 시절만을 떠올리며 그를 질타하는 안티팬들이 늘어났다. 그리고 그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타이밍에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에 가장 어울렸던 선수, '최종병기' 이영호. 그런 그가 은퇴를 선언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이지만, 이영호의 은퇴 소식은 아직도 실감이 나질 않는다. 스타1 시절만큼의 절대적인 포스를 발휘하고 있진 않지만 스타2에서도 꾸준히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었는데 말이다.

어린 나이에 무려 9년이란 시간 동안 최고의 위치에서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끝이 없는 싸움을 계속해온 이영호. 그가 은퇴를 선택한 진짜 이유가 듣고 싶었다.



12월 1일 이영호의 은퇴 소식이 전해졌다. 비시즌 기간 동안 은퇴하거나 이적하는 일이 비일비재 하지만, 이영호의 은퇴라니. 처음 얘기를 들었을 땐 동료 기자의 장난인 줄 알았다. 그러나 은퇴 소식을 전하는 보도자료를 본 뒤 가슴이 먹먹해졌다.

예상컨대, 아마도 이날 이영호의 핸드폰은 쉴 틈이 없었을 거다. 인터뷰 시도를 위해 이영호에게 연락을 취할 때도 기분이 묘했다. 하지만 이영호는 평소 시즌 중 인사를 나눌 때보다 훨씬 더 활기차게 기자를 맞이해줬고 흔쾌히 인터뷰에 응했다.

"시원섭섭하단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게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일 듯하다. 후련하긴 하지만, 한편으론 슬프기도 하고, 9년 동안 나의 안식처가 되어준 kt 롤스터의 생활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래도 후회는 없다.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으로 이룰 수 있는 것들은 대부분 이뤄봤다고 생각하고, 훗날에 돌이켜봐도 내가 그래도 한 획은 긋지 않았나 싶다(웃음)."

"가장 먼저 은퇴를 하겠다고 결심할 걸 털어놓은 것도 프로리그 2라운드가 끝날 즈음인가. 내가 어릴 때부터 오랜 시간을 함께 해온 (김)윤환 코치님에게 털어놨다. 그리고 가족들과 프로게이머 친구 중 가장 믿을만한 (정)윤종이에게 은퇴 소식을 전했다. 이번 시즌만큼은 꼭 팀을 우승시키고 은퇴하고 싶다고. 뭐, 결과적으로 우승은 못 했지만. 얼마 전 중국에서 만난 (이)제동이 형한테도 말했는데, 처음에는 '더 해야지~'하다가 은퇴 이유를 말하자 수긍하면서 수고했다고 해주더라"

"9년 동안 쉼 없이 달려왔다. 몸도 마음도 지쳐있었다는 게 정확할 거다. 팔도 많이 아팠고, 그러다 보니 연습 자체도 정말 힘들더라. 심적으로도 많이 지쳐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 아니면 이도 저도 아니게 될 것 같다는 느낌. 이제는 새로운 것을 도전해보고 싶기도 했고, 지금이 딱 마지노선이라고 생각했다."




'이영호라면' 이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어렵고 불가능에 가까워 보이는 상황에서도 '이영호라면' 이라는 문구가 앞에 붙으면 왠지 모르게 극적인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오죽하면 추후에는 이영호가 패배하는 경기를 가장 재밌어하는 팬들이 생겨날 정도니 말이다. 기자 역시 그랬다. 그런데, 그 반대 입장에서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당연히 이길 거라고 기대하는 팬들을 충족시켜야하는 당사자의 어깨는 얼마나 무거웠을까?

"사실 스타1 시절에는 그런 부담감을 느낄 틈도 없었다. 팬들도 그렇고, 나도 내 전성기를 2009~2011년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데, 그때는 내가 우승을 많이 했다는 사실도 몰랐다. 그냥 하루하루 주어진 경기에 몰두하다 보니 어느 순간 뒤를 돌아볼 때 높이 올라와 있더라.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다시는 못 이룰 업적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봐도 신기하다.

그런데 스타2 막바지에는 부담이 심했다. 뭔가 명확한 이유가 있던 건 아니지만, 다른 스포츠를 봐도 잘하는 선수들이 이상할 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것처럼 또 하나의 성장통이라고 생각하지만, 게임이 잘 풀리지 않는 느낌을 받아서 몸과 마음이 지친 것도 없지 않아 있다."


▲해외에서도 이영호는 '갓'으로 통한다


무거운 이야기를 이어가면서도 이영호는 환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 분위기가 숙연해질 것 같을 즈음, 이영호의 아마추어 시절이 궁금해졌다.

"스타가 너무 재밌었다. 내 친구 중 이형연이라는 친구가 있는데, 어느날 스타크래프트로 초등부 전국 2등을 했다고 하더라. 근데 나랑 1:1을 해보니 내가 이겼다. 나는 그때 흔히 말하는 공방만 하고 있던 시절이었는데... 그러다가 형연이의 소개로 길드도 가입하고 자연스럽게 인맥을 쌓아가면서 프로게이머가 된 것 같다. 당시 커리지 매치에서 두 번째 도전만에 결승에 진출했는데 그때 상대가 (허)영무 형이었다(웃음).

이후 팬택 연습생으로 팀에 합류했고, 6개월 정도 연습생 생활을 했다. 들어간 지 두 달 쯤 지나니 이후 네 달 동안은 계속 랭킹전 1위를 유지했다. 문제는 '방송 경기에서도 내 기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인가'였는데, 당시 팀원 형들이 "얘도 다른 선수들처럼 방송에서는 제 실력을 100% 발휘하지 못할거다"라고 했다더라.


이영호의 은퇴 소식을 접한 팬들의 가장 큰 관심은 '최종병기'의 스타1 복귀였다. 내로라하는 위치까지 올랐던 선수들이 많았지만 은퇴 이후 인터넷 개인 방송을 통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선수들도 적지 않아 이영호의 추후 행보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진짜 백지상태다. 아무것도 정해진 건 없다. 여러 가지 일들을 생각하고 있지만, 아직 잘 모르겠다.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나를 적극적으로 원하는 곳이라면 최대한 긍정적으로 볼 생각이다. 가능성은 최대한 크게 열어놓고 있는 상태다.

팬들도 내가 다시 스타1을 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할 거다. 나도 스타1을 다시 해보고 싶은 마음이 없진 않지만,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다. 3~4년 정도 스타1을 안 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부분도 있고,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내가 무엇을 하든 팬들이 걱정하는 그런 모습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도 스타1 방송을 시작하면 팬들의 관심이 얼마나 큰지도 알고 있어서 조심스럽다.

은퇴 후 같은 시대에 활동했던 예전 선수들 생각이 많이 난다. 그래서 얼마 전 예전에 같이 활동하던 형들을 많이 만나고 있는데, 최근에 내가 (염)보성이 형을 만나서 아프리카 진출을 앞두고 있다는 소문이 돌더라(웃음). 전혀 아니다. 그래서 누구를 만나는 것도 조심스럽고 당분간은 조용히 지낼 생각이다."


어느덧 약속한 인터뷰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스타1 초창기 시절부터 e스포츠를 접해서인지 이영호와의 이야기는 마치 오랜만에 초등학교 동창들을 만나 어릴 적 추억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것처럼 하루종일 말해도 모자랄 만큼 신나고 즐거웠다. 그리고 이영호는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최근까지 스타2 성적이 좋지 않아서 팬들에게 죄송하지만, 정말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면서 열심히 했다는 것은 자부할 수 있다. 특히 사생활 측면에서 딱히 구설수도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활동하는 동안 팬들이 건네준 '수고했다'는 한마디가 정말 심금을 울린다. 은퇴 소식을 접한 팬들이 페이스북 메시지나, 팬카페에 수고했다는 글도 많이 남겨주시는 데, 모두 하나하나 정독했다. 그동안 정말 과분한 사랑을 받은 것 같아 그걸 어떤 식으로 돌려드릴 수 있을지 고민이 크다.

9년 동안 활동하면서 정말 많은 팬들을 만났고, 팬들의 얼굴을 다 기억하고 있다. 그동안 팬들에게 인터뷰에서 고맙다고 말하긴 했지만, 내가 받은 사랑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했던 것 같다. 이제 잠시 휴식기를 가지 생각이지만, 어떻게든 e스포츠판에 돌아올 생각이 있으니 앞으로도 많이 응원해주시면 최대한 빨리 팬들 앞에 설 수 있도록 하겠다.

내가 묵묵히 9년 동안 마우스를 잡고 있을 수 있던 원동력은 팬들이다. 그저 게임이 좋았던 소년에서 책임감을 느끼는 프로게이머로 만들어줬다. 다시 한 번 정말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 단연코, 우리의 영원한 MVP는 이영호 선수입니다.


이영호가 뽑은 내 생의 최고의 순간 베스트3

1. 2007.05.18 다음 스타리그 16강 데뷔전 VS 이재호
긴장감 때문에 당일 새벽 5시까지 김윤환 코치와 연습. 데뷔 시절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2. 2009.06.30 신한은행 프로리그 08-09 5R KT 이영호 T vs 삼성 이성은 T 5set 에이스 결정전
이 경기에서 승리 이후 뭔가 깨달음을 얻고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

3. 2011년 abc마트배 MSL 우승을 확정 짓던 순간.
스타리그와 MSL, 총 6회 우승이라는 기록을 달성했던 순간이라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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