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의 땅: 듀랑고의 리미티드 베타 테스트가 지난 21일 끝났습니다. 시간이 조금 지난 지금도 인벤 모바일팀에는 듀랑고의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한 기자들이 여럿 있습니다. 저도 그중 하나고요. 게임 자체의 완성도나 재미를 논하기 이전에,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모바일게임이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모바일팀 내에서 처음 듀랑고 플레이를 원하는 사람을 모집했을 때 전례없는 지원율을 보였습니다. 각자의 게임 취향이 극명하게 갈리는데도 말이지요. 테스트 종료의 시원섭섭한 심정으로 여운이 가시기 전에 게임을 플레이한 기자들이 모여 듀랑고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인벤 모바일팀원들의 솔직한 심정, 한번 들어보시지요!



■ 등장인물 소개 - "이런 사람들이 참여했습니다"



엘시(Elcie) 기자 자타공인 모바일팀 최고의 덕력을 자랑하고, 강남 오피스 피규어 지분의 80%는 자신이 가지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자부심 넘치는 덕후. 미소녀와 메카가 등장하는 게임이라면 사족을 못 쓰고, 그만큼 게임 취향도 그쪽(?)으로 기울어 있다. 듀랑고에서의 직업은 사냥꾼.



피노(Piino) 기자 뽑기운 없기로는 팀 뿐 아니라 인벤 내에서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박복함. 자신은 뽑기 따위 필요없다 컨트롤로 승부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그의 컨트롤을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저건 손가락이 아니라 발가락이 분명하다고 역설한다. 충분히 생각하고 진행하는 전략이나 퍼즐게임을 선호. 듀랑고에서의 직업은 정착자.



타우(Tauu) 기자 게임을 고를 때 호불호가 강하게 갈리는 까탈스러운 성격. 과거 리니지1에서 조금 날렸다는 소문도. 전략이나 퍼즐보다는 단순한 액션RPG가 좋다고 말하면서도, 막상 게임을 즐길 때는 뭔가 숨겨진 요소를 뒤지고 다니는걸 좋아하는 이중인격. 듀랑고에서의 직업은 모험가.



라우(Lau) 기자 게임 소화력은 팀 내 최고. 어떤 게임을 줘도 와구와구 씹어 먹는 괴수. 컨트롤이 굉장히 뛰어나고 특히 러닝게임에 강해 모 게임에서는 세계랭킹 1위에 올랐을 정도. 직접 손으로 컨트롤하는 게임을 좋아하지만, 딱히 장르를 가리지는 않는다. 듀랑고에서의 직업은 사냥꾼.



로카(Rokah) 기자 발군의 분석력과 자료 해석 능력을 가지고 있는 학자 스타일의 기자. 가끔 지나가다 보면 무슨 기사를 쓰는 건지 엑셀에 이상한 숫자들을 나열하곤 혼자 매직아이를 하는 모습도. 깊이 생각하고 한 수를 두는 전략 게임을 좋아한다. 듀랑고에서의 직업은 모험가.




■ 듀랑고, 어땠나요? - "정~말 피곤한, 그런데 계속 하게 되는"



피노 시작해볼까요. 이번에 LBT가 5일정도 진행됐는데, 다들 몇 시간이나 했어요?

타우 하루에 4~5시간 자면서 했으니 못해도 90시간 정도는 한 것 같네요.

라우 저도 주말에 잠깐 기절한 것 빼면 계속 했으니 7~80시간정도는 한 것 같아요.

로카 저는 수요일은 전혀 못해서... 고작 50시간 정도일까요.

엘시 저도 한 60시간? 접속은 계속 했는데 켜놓고 멍때린 시간이 있어서 실제 플레이 시간이 그렇게 길지는 않아요.

피노 다들 많이 했구나... 해보니까 어때요? 재밌어요?

타우 한 마디로 말하자면, 정말 피곤한 게임이었어요. 살려달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으니까요.

(일동 웃음)

엘시 근데 이게 재밌는 점이, 피곤한데도 계속 하고 있어요. 퇴근해서 음 이제 공룡 좀 잡아볼까 하고 정신 차리면 새벽 세시야.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이런게 있어요.

사실 저는 듀랑고가 처음 나올 때부터 한국 모바일게임 시장에 큰 반향을 불러올 것이라 예상했어요. 모바일에는 CCG나 ARPG가 많았지 이런 게임이 없었잖아요. 요즘 다른 장르가 나오고는 있어도 모바일시장에 타협한 느낌이고. 그런데 듀랑고는 타협이라는게 전혀 없어요. 그나마 인터페이스 정도? 이건 모바일게임이 아니라 모바일을 가장한 온라인이라고 해도 믿겠어요.

라우 플랫폼이 모바일일 뿐 스팀에서 팔아도 될 만한 게임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게, 진짜 다른 게임을 허용하질 않아요. 이거 할 거면 이거 하나만 해야지, 다른 게임을 할 짬이 없더라고요.

엘시 다른 모바일게임은 스태미너라는 개념이 있어서 하나의 게임만 하기는 힘들잖아요. 스태미너를 전부 소비하고 나면 다른 게임도 잠깐 하는게 일반적인데, 그런 통념을 뒤엎고 듀랑고 하나에만 집중하게 만들겠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으니, 정말 대단하지요.

라우 맞아. 브레이크가 없었어요.

피노 집에서는 온라인게임 하면서 모바일은 자동만 돌리는 편인데, 이번에는 듀랑고 때문에 트리오브세이비어 OBT를 못했어요. 계속 붙잡고 무언가를 할 수 있잖아요. 놓고 있으면 뭔가 아쉽고, 찜찜하고.

로카 저는 그걸 조금 다르게 생각해요. 모바일 게임이라는게 지하철에서 잠깐, 회사에서 잠깐 한다는 인식이 강한데 이건 게임을 계속 붙잡아야 하니 오히려 피로도가 높아져서 접는 사람도 많아질 수 있지 않을까요.

타우 쭉 이어지는게 재미있을 수도 있지만 자동이 없고 하나만 반복하는게 지루해질 수도 있고요.

라우 생존게임 좋아하는 사람들은 많이 하지 않을까요. 비슷한 점이 많은 느낌인데.

피노 저는 이걸 생존게임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엘시 이거 그냥 헌팅게임 아니었나요.

피노 그건 엘시님 직업이 사냥꾼이었으니.... ‘굶지마’처럼 생존 자체가 어렵지는 않아요. 그냥 주변 열매 따서 먹으면 어떻게든 살아지잖아요. 그것보다는 뭔가 만들어나가는 것에 더 포커스를 둬야 한다고 생각해요. 살아남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은데, ‘잘 살기 위해’ 무언가를 계속 하는 느낌으로요.

로카 살아남는 것 자체는 혼자해도 할 수 있어요. 근데 하다보니 ‘누구 집이 더 멋진가’를 보게 되더라고요. 생존에 포커스를 두면 게임이 좀 루즈해질 수 있는데, 더 멋진, 더 화려한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나중에는 마을 단위로 싸움이 붙을 것 같으니 그쪽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 이렇게 사는 것도 목표가 될 수 있습니다.




■ 완성도는 디테일이다. -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있으면 좋은"


피노 게임을 하면서 많이 느낀건데, 정말 디테일이 잘 살아있더라고요. 굳이 안 만들어도 되는 것까지 세세하게 표현을 하니까 몰입도도 높아지고.

로카 맞아요. 일반적으로 채집 모션을 하나로 통일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근데 이건 풀을 벨 때는 진짜 풀을 베고, 나뭇가지를 자를 땐 실제로 나뭇가지를 자르고 있고, 모션 하나하나가 진짜 살아있어요.

엘시 너무 생생하게 잡았다는 느낌도 들기도 했어요. 농사지으려면 밭 만들고 물주고... 옥수수 하나 캐는데 3분 동안 아무것도 못하고 계속 붙어있어야 되니까요.

피노 농사를 지으면 다른 일을 못해요. 귀농 이런거 다 뻥이야.

라우 발동 조건은 잘 모르겠는데 화살 쏘다가 공룡을 놓쳤거든요. 근데 쫓아가보니 아직도 화살이 박혀있고 절뚝거리더라고요. 다시 쏘니까 느리게 오고.

피노 완성도는 디테일이라는걸 새삼 깨달았어요. 화살이 계속 박혀있거나, 맞아서 절뚝거린다던지 하는 표현은 사실 아무것도 아닌, 안 만들어도 되는 거잖아요? 그냥 체력바만 나와도 되는데 그런게 잘 살아있더라고요.

엘시 랩터한테 죽었더니 날 뜯어먹으면서 냠냠 냠냠 하더라고요. 야생에서 당연한거긴 한데 기분이 영...

▲ 화면을 터치하는 순간 높은 확률로 죽을 겁니다.


라우 사람만 그런 게 아니에요. 다이어울프를 잡고 고기를 캐야 되는데 오비랍토르들이 모여서 냠냠 하던데요. 가까이가면 노려보고. 대치상태가 되고. 멀리서 불 피워서 간신히 쫓아냈어요.

엘시 목마름이라는 개념도 놀랐어요. 사람도 목이 마르면 물을 찾잖아요. 동물들은 근처에 있는 호수를 향해 뛰어가서 물을 마시더라고요. 그럼 목마름이 해소되고. 그렇게 호수로 달려가는 애들 중에 하나를 풀링하는 식으로 쉽게 잡았지요.

타우 하나 확인해보고 싶은게 있어서 목마름이 뜨는 공룡들을 찾아다니고 있는데 비가 내리니까 하늘을 보면서 쩝쩝거리더라고요. 그러면 목마름이 사라지고.

엘시 전 지금도 동물들을 물속에 빠뜨려보고 싶은데 왜 안 따라왔는지가 의문이에요.

라우 차라리 그게 더 맞지요. 원래 동물들은 물에서 사는 애들이 아닌 이상 물까지 쫓아오진 않잖아요. 물 근처에 있으면 빨리 살 수 있어요. 일종의 생존 방법이죠.

엘시 또 하나, 불을 무서워하는 것도 있어요. 모닥불을 잘 지으면 주변에서 뜨겁다고 난리는 쳐도 접근을 못하게 할 수 있어요. 다른 게임 같으면 모닥불을 지펴놔도 들어와서 때리는데.

피노 불을 무서워하는게 가끔 짜증날 때도.... 쉴라고 모닥불 폈는데 갑자기 뜨거워! 하면서 꼬리에 맞아 죽기도 하고.

엘시 죽었을 때 나오는 멘트도 엄청 다양해요. 송곳니에 물려죽거나 꼬리에 맞아 죽거나, 랩터가 잠시 앉았는데 거기 깔려죽기도 하고. 밟혀죽기도 하고. 공룡들의 실제 크기도 사람에 비례해서 만들어진 것 같아요. ‘쥬라기 공원’이랑 비슷하게?

타우 건조랑 혹서가 혼합된 사막지역을 돌아다니다보니 선인장이 있었어요. 그전까진 사막에서 굉장히 고생했는데 선인장을 먹으면 피로도가 빠르게 줄어들더라고요. 그런 식으로 맵에 힌트를 숨겨논게 대단해요. 어찌보면 사냥꾼 둘에 모험가가 하나 따라가서 채집을 하고 피로도를 줄이는 아이템을 주는, 이게 강제적일 수도 있는데 생각해보면 재밌었어요.

엘시 바닷물을 마시면 걸리는 디버프도 있어요.

라우 날것을 먹으면 배탈나는 것도 그렇고요. 고기도 삼겹살이나 생고기, 등심처럼 종류가 많잖아요. 그중에서 등심이 가장 효과가 좋아요. 에너지가 가장 많이 올라가. 역시 등심이 최고에요.

타우 등심에 마블링 속성도 있더라고요. 그런걸 먹으면 입안에 기름이 요단강을 이루는 것 같다는 멘트도 나오고, 에너지 효과도 더 좋고요. 이렇게 세세한 속성 하나하나를 확인하는 게, 불편할 수도 있는데 찾는 재미가 늘어난 거라고 생각해요.

▲ 플레이어를 분노하게 만드는 디테일 중 하나





■ 야생의 땅, 하나씩 찾아가는 재미 -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


피노 그러고 보면 게임이 너무 불친절해. 할 게 너무 많은데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 게임이에요.

타우 그래도 그런게 재밌잖아요. 하나하나 찾아서 해보고, 이거 해봤을 때 우와 이러고.

라우 처음 농사 성공했을 때도 그랬잖아요. 종자 구하고, 진흙 구하고, 물도 줘야 되는데, 물은? 아 양동이! 이렇게 찾아서 하는 재미가 확실히 있었어요.

피노 먹을거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에너지가 너무 부족하지 않았나요.

라우 확실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로카 16레벨에 잣을 캐면서부터 포만감이 적은데 에너지는 많이 회복시켜주니 좋았어요. 채집하는데 에너지가 얼마 안 들어가서 가성비도 좋고, 먹으면 솜씨도 올라요. 먹는 것도 전략적으로 골라서 먹어야죠.

엘시 음식이 잘 만들어지면 추가 효과가 붙잖아요. 고기는 맷집, 물고기는 민첩. 그런걸 세세하게 분류를 해둔거죠. 맵 구성도 그렇고. 들어가면서 점점 숲이 우거지는걸 보면, 나름 뭔가가 눈에 보여요. 제작할 때도 그렇잖아요. 힘줄에 끈 속성 붙은거 보고 피식 했어요.

로카 묶을 수 있다면 갈대를 써도 좋고 힘줄을 써도, 피아노줄을 써도 되는 것처럼 물건을 만들 때 다양한 재료를 쓸 수 있다는 것도 좋았어요.

▲ 나뭇잎이냐 가죽이냐, 어떤 재료를 쓰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진다.


엘시 무기를 만들다 보면 그런게 참 많더라고요.

피노 그래서 더 잘될 것 같아요. 뭔가 정해져있는게 아니니까. 나뭇가지든 뼈다귀든 결과는 같지만 재료에 따라서 다른 물건이 나오는? 그런 걸 하나씩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는거죠. 그게 듀랑고의 최대의 장점이자 단점이 아닐까.

로카 숨겨진 레시피도 있어서 그걸 발견하는 재미도 있을 것 같아요.

타우 예전에 많이 했던 RPG를 보면 히든요소를 하나씩 찾아가는 재미가 있었는데, 요즘 모바일게임에서는 자동이 많다보니 그런게 없었잖아요. 그러다가 듀랑고를 보니 예전느낌이 확 나요.

엘시 그래도 설명이 조금 부족하다는 느낌은 드네요. 처음 튜토리얼 할 때 대체 따라다니는 개나 오토바이가 어디서 난거야 라는 생각? 이거 다 어디서 온 건지 궁금해지잖아요.

피노 워프타고 넘어왔겠죠.

(웃음)

피노 세계관이 정말 간편해요. 언제 어디서든 현대 아이템을 넣고 싶으면 워프타고 넘어왔다는 설명만 붙이면 되니까. 워프라는 말도 안 되는 개념이 오히려 신의 한수가 된 거지요.

라우 듀랑고 노트에도 있던데, 택배상자에서 고양이를 주웠다고 하니 460km 바깥에서도 보러 왔다는 노트. 진짜 고양이도 나오지 않을까요. 듀랑고 노트만봐도 그렇잖아요. 담배, 마리화나, 술의 대체제가 가장 먼저 발견됐다는거. 그리고 맵에서 택배상자 찾는 것도 탐험하는 재미도 있고.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곳에서 특별한 아이템을 먹는 것. 그런게 재밌지요.

▲ 워프타고 넘어온게 분명한 오토바이


▲ 대체 어떤 기차가 워프를 탄 걸까요.





■ 정말 불친절한 게임입니다. - "그래서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엘시 조금 아쉬웠던게, 인터페이스에서 레벨 경험치를 알 수가 없다는 거. 이게 좀 그랬어요.

피노 전 그건 상관없다고 보는데요.

엘시 사람이 뭔가 목표점이 생겨야 하는 건데, 그게 없어서 채집할 때 좀 아쉬웠어요.

타우 아 채집레벨이요? 그게 채집하다보면 조금씩 오르던데. 그냥 레벨 높은 채집물 캘 때 좀 더 잘 오르는 것뿐이고.

엘시 게임을 하다보면 분명히 루즈해지잖아요. 그 루즈함을 해결해줄 수 있는 방법이, 속도감도 있고 이벤트도 있고요. 근데 결국 이 게임은 일반적으로 스탯을 올리는게 아니라 레벨이 정말 중요한 게임이잖아요.

예전에 ‘울티마온라인’보면, 거기는 숫자로 표시해서 이만큼 했다는게 보이니까. 근데 이게임의 가장 큰 단점이, 캐릭터 정보에서 볼 수 있는 내용이 레벨만 나오잖아요? 채집이나 채광 레벨 같은게 올라가는 걸 좀 더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싶어요.

이 게임은 중간에 어쩔 수 없이 모여서 시간을 많이 소모해야 하잖아요. 서로 모여서 뭔가를 만들어야 되니까. 그럼 중간에 목표가 있어야 되는데 계속 사냥만하고 캐기만 하고 하는 것보다 이걸 했을 때 이만큼의 능력치가 오르는구나, 경험치가 쌓이는걸 보여주기만 해도 오늘은 이만큼 했구나 내일은 이만큼 더 하면 되겠지 하는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요. 그 부분을 조금만 더 직관적으로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했어요.

피노 굳이 채집레벨을 눈으로 안 보여줘도 더 강력한 동기부여가 있잖아요. 레벨이 오르면 더 높은 애를 캘 수도 있고, 더 좋은 무언가를 만들고, 하다보면 오른다는 것도 알고.

엘시 그냥 오르겠지 하는 막막함보다는 뭔가 눈에 보이는게 더 좋지 않나요.

▲ 레벨 노가다란 이런 것입니다 여러분


로카 스킬 숙련도 이야기를 하면, 같은 채집에도 식물과 금속처럼 스킬이 다르잖아요. 그러다 보니 채집레벨은 16인데 식물은 레벨이 낮아서 자꾸 실패하고, 금속은 레벨이 높아서 성공할 때 뭔가 이상하더라고요. 채집에도 세분화를 뒀다면 직업별로 튜토리얼을 조금만 추가한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해요.

다양한 능력치들이 디테일하게 많이 들어갔는데, 디테일하다는건 그만큼 게임이 어렵고 처음 하는 사람이 알아보기 어렵다는 거잖아요. 그 부분이 설명이 필요한데 그런 기회나 장소가 전혀 없다보니 유저 입장에서 조금 어려웠어요.

피노 한번 언급 정도만 하면 알아서 하겠지요. 듀랑고라는 게임이 원래 알아서 하는 게임이잖아요. 찾아서 하는.

로카 정말 많은게 담겨있고 노력해서 발견하는게 재미고요.



■ 호불호가 갈리는 전투 시스템 - "전투에도 자유도를 허하라"


엘시 개인적으로 전투가 아쉬웠어요. 지나치게 리얼했다? 좀 더 스피디하게 진행할 수도 있었을텐데.

타우 그건 자동으로 돌아가는 게임을 하는 사람한테는 편할지 몰라도 이런 게임을 하고 싶어서 들어온 사람에게는 단점이 될 것 같아요.

엘시 난 솔직히 중간에 너무 힘들어서 다 취소하고 활로 바꿀까도 했는데, 양손무기를 주로 썼어요. 근데 양손무기를 쓰다보니 리얼하게 ‘즉사’ 같은 다른 효과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를테면 활은 박히는 모션으로, 박히면 팔이 흔들거린다거나 박혀있다거나 속도가 느려진다거나 하는 효과요.

라우 있었어요.

엘시 아 그래요?

피노 아까 말했잖아요.

엘시 죄송해요. 근데 양손무기는 안 그래요. 생각해봐요. 머리를 돌맹이로 후려쳤는데 옆구리 때린 거랑 똑같더라고. 옆구리도 80 머리도 80이면 뭐에요. 대체 어딜 때려야 되는 건지 모르겠어요.

라우 그건 아직 밸런싱이 덜 된거 아닐까요.

엘시 막으면 뒤로 튕기는 거, 그런 건 표현을 잘했어요. 다이어울프랑 싸우다보면 얘가 갑자기 달려들면서 강타를 쓰면 맞고 뒤로 튕긴 다음 경직당하면 2초간 아무것도 못하고 맞다가 죽어요. 그건 좋은데, 양손무기를 든 사람은, 양손무기로 머리를 쎄게 때리면 당연히 죽어야 되잖아요. 그런 개념을 도입해서 전투에서 무기별 특성을 더 강조하는게 좋지 않을까 해요. 이번에 듀랑고 팁으로 가장 많이 올라온 것 중에 하나가 ‘활을 들어라’였어요. 물론 원거리무기가 좋긴 하지만, 이건 좀...

타우 그냥 활 대미지만 내리면 밸런스가 자연스럽게 잡히지 않을까요.

라우 그건 그냥 다들 활을 좋아해서 좋은 활을 만들어서 그런거 아녜요? 쇠 활을 만들어서 공격력도 높고 스킬도 두 개씩 달리고 그러던데. 같은 레벨이라도 재질에 따라서 성능이 달라지니까.

엘시 사람들이 활로 몰릴 수밖에 없던 이유 중 하나도 전투시스템의 문제라고 봐요. 활은 공격할 때 제자리에 있던 거리 유지를 하던 선택지가 있는데 양손무기는 그게 안되니까. 양손무기도 무기막기 스탠스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정면돌파 아니면 후방돌파 두 개밖에 없으니까.

라우 전투 시스템이야 밸런스를 맞추면 되는 문제죠. 저는 지금이 굉장히 좋다고 봤어요. 세가지 다 써봤는데, 양손무기가 혼자 사냥하기가 힘든건 확실하긴 해요.

엘시 전투가 반자동이라는게 정말 답답해요. 활은 제자리에서 쏘고 뒤로 가면서도 쏘잖아요. 양손무기는 내가 달려가서 기술을 써야 하는데, 기술 반응속도가 늦은데다가 다른 행동을 하고 싶어도 기술을 쓰고 있는 상황이라 방향 전환을 못해요. 무기 막기를 해야 되는데 그것도 못해서 맞고. 그게 너무 화가 나는 거야. 차라리 내가 수동으로 컨트롤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듀랑고 그룹에서도 비슷한 얘기가 많이 나왔어요.

타우 수동 전투도 있지 않을까요. 정식 서비스하면 바뀌겠지. 지금은 전투가 어려우니까 자동이랑 묶은 거고요.



■ 무조건 모여 살아야 한다? - "직업은 제약이 아니라 혜택으로 접근했으면"


엘시 그래도 묘하게 보람?이 있어요. 내 입장에서는 생사를 가르는 전투를 할 수밖에 없잖아. 양손이었으니까. 전투가 치열하니까 성취감이 더하더라. 무기도 만들면서 숙련도가 낮으니까 4번 실패하고 성공하니까 기분이 더 좋고.

피노 나한테 얘길하지...

라우 이게 다 같이 해야 하는 이유죠. 우리는 시작할 때부터 모여서 했잖아요?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한 사람들이 부락을 이루기 위해서 협력자를 구하는게 가장 어렵지 않을까요.

타우 그래도 알아서 잘 뭉치더라고요. 사람들도 혼자서는 힘들다는 걸 자연스럽게 느끼는 것 같아요.

엘시 자연스럽게 가더라도 그 부분을 안내 정도는 해주면 어떨까 싶었어요. 뭔가, 정착자는 이런이런 것 때문에 모험가가 필요하다, 모험가는 이런 이유 때문에 사냥꾼이 필요하다, 사냥꾼은 이래서 정착자가 필요하다 정도? 설명이 너무 부족했어요.

피노 그렇게 말해버리면 게임의 자유도가 확 떨어지지 않을까요. 혼자 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는데.

라우 어차피 모여야 되는 거면 설명을 해줘도 좋겠지요. 처음부터 같이 시작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건 게임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모여서 협동합시다 하고 나뉘게 되요. 그게 너무 자연스러워. 처음 섬을 갈 때 자동으로 친구 추가를 하기도 하고. 혼자살기 외로워서 합치는 경우도 많고.

로카 자급자족을 하면서 사는데 불편함 없이 살 수 있었지만, 생각해보면 심심하고 외로우니까, 그래서 같이 하는 사람을 자연스럽게 찾는거고. 그런 걸 해주는 모바일게임은 요즘 드물지 않나 싶어요.

타우 확실히 커뮤니티의 상하관계가 없는 게 좋아요. 어찌되든 사람이 모이면 대표가 나오고 대표가 더 가져간다던지 하는 분위기가 형성이 되기 마련인데, 바구니도 같이 쓰고, 인벤토리도 부족하고, 자기 것을 어쩔 수 없이 넣어야 하니까 자연스럽게 모두가 같이 사용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라우 계급을 만드는 사람이 나오지 않을까요. 듀랑고 노트에서처럼 여기를 현대처럼 만들려는 사람들. 여기 있는 모든 것이 너희들의 부동산이며 저기 있는 관물들은 너희들의 동산이다 뭐 이런거요. 원시시대에서 사는 현대 사람들의 모습이 나타나겠죠.

로카 다양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거죠. 탑을 향해 달리는 길드도 있고 결장 깡패를 원하는 길드도 있고, 자기들끼리 오순도순 사는 걸 원하는 길드도, 조용히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거고. 협력을 하면 다양한 목적으로 협력도 하고. 꾸미는 사람은 꾸미고 싸우는 사람은 싸우고 만드는 사람은 만들고. 집중할 수가 있어요. 다양한 목표를 설정할 수가 있으니까.

피노 저는, 직업이 그래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겠더라고요.

로카 그건 직업이 그래서...

피노 정착자는 혼자서는 레벨 자체를 올리기가 너무 어려웠어요. 너무 공동생활을 강조한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타우 공동생활을 강제했다고 볼 수 있지요. 특히 정착자한테는.

로카 캐릭터를 선택할 때부터 이미. 강제적으로.

피노 그렇다고 해서 다른 직업들도 혼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은 아니지만요.

라우 그에 대해서 듀랑고 그룹에서도 나왔던 이야기가, “직업이 혜택으로 다가와야지 강제가 되고 제한이 되면 안 된다”는 말이 있었어요. 댓글도 있더라고요. 반영해보겠다고.

피노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정착자가 모험가와 똑같은 채집물을 캘 수 있다면 직업의 의미가 없어지는 것 같기도 하네요. 어려웠다 뿐이지 나쁜 건 아닌걸로.

▲ 설명을 좀 더 자세히 읽어봤어야 했다...


로카 다른 직업의 스킬을 찍는 것에 있어서도 전부는 아니지만 일부라도 개방됐다면 더 다양한 패턴이 나오지 않았을까요.

피노 그렇지. 노가다를 더 많이 해서.

로카 사냥꾼 같은 경우는 더 강한 동물을 잡거나 PvP에서 승리한다거나 하는 목표의식을 세울 수 있는데, 정착자나 모험가는 그걸 세우기가 조금 어려운 것 같아요.

모험가는 채집레벨을 올리면서 좋은 것을 채집하거나 탐험을 통해 더 레벨이 높은 섬을 발견한다 해도, 결과적으로는 채집으로 얻은 재료를 스스로 사용할 수 없고, 정착자의 경우는 자력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없어 자신의 장점을 발휘할 수 없기에 둘을 같이 묶게 되고요. 서로 엮인 것은 맞는데 각자의 직업이 얻을 수 있는 성취감에는 차이가 있다고 봐요.

엘시 모험가는 솔플이 잘되지 않아요?

타우 다른 직업에 비해서는 조금?

피노 솔플이 잘 된다와 솔플을 통해 이룬다는 조금 다른 느낌 아닐까요.

로카 솔플을 해서 대리석을 캐던 구리를 캐던 나한테는 그냥 레벨 높은 돌덩이 이상의 의미가 없어요. 구리광석도 금속이긴 하지만 결국 덩어리 그대로 망치 머리로밖에 못 쓰는게 모험가 솔플의 한계고.

피노 다양한 유저들의 취향을 만족시키려면 혼자서도 어느 정도 무언가를 달성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는데, 이건 그 부분에서 조금 약한게 아닌가... 뭐 장터가 있어서 거기에 팔고 사는 식으로 가면 되겠네요. 이번에는 규모가 작았지만.

타우 장터가 너무 불편했어요. 내가 원하는 걸 구입하고 파는 게 자유로웠어야 하는데 이번에는 규모가 작았다는 느낌?

로카 가판대 자체가 그 섬 안에서만 돌아가기 때문에, 원하는 재료를 팔지 않으면 발품까지 팔아야 하는 상황이 생기고. 섬마다 채집이 다른 경우도 있으니 경제관념도 다를거고. 밸런스를 잡는 것도 어려울 것 같아요.



■ 20레벨, PvP, 한정된 자원 - "스스로 만들어가는 이야기"


타우 듣다 보니 그게 더 재밌을 것 같지 않아요? 우리 섬에는 아마가 하나에 10원인데 저쪽 섬에는 1000원이다. 이러면 무역도 할 수 있고.

피노 에이 그래도 왕래가 어려운게 아닌데 그 정도까지 될까?

엘시 오히려 왕래를 안 하지 않을까요. 거점을 잡게 되면 다른 섬에 가서 물건을 가져오는 게 더 힘드니까요.

피노 근데 가판대가 있어야 물건을 사고 팔 수 있잖아요?

엘시 그치. 생각해봐요. 20레벨 되면 서로 죽이고 하니까 거점을 만들 수밖에 없잖아. 근데 거기 물건이 떨어졌어. 그럼 보부상이 나타나는거지. 거기 사유지를 딱 박아놓고 거래해서 무역이득을 보는 거예요. 원래 20원짜리가 위험수당 붙어서 40원, 이런 식으로.

라우 그럼 불안정섬에서 자기들끼리 사유지를 잡아서 싸우면서, 중간에 보부상 같은 애가 중립지역 정해놓고 여기서는 거래만 하고 싸움은 딴데서 해라 이런 것도 나올 수 있겠네요.

엘시 근데 20레벨 섬에서 다른 사람 사유지를 공격할 수 있어요?

피노 그러게. 근데 난 못 가봤어요. 한번 갔는데 그냥 맞아죽더라고

라우 다른 유저 사유지 안에 있는 물건을 보려다가 실수로 파괴를 눌렀는데, 속도는 굉장히 느려도 파괴가 되더라고요. 파괴하려는 사람은 오래 걸리니까 지키는 자와 파괴하는 자 사이의 싸움이 거기서 나올 것이고, 생존을 위해 부락을 형성하겠지요.

엘시 굳이 그게 아니더라도 20레벨 섬을 탐험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파티플레이가 필수에요. 사냥꾼이 보호를 하고 모험가가 채집을 하는 방식으로.

피노 이번에는 20레벨을 찍은 사람도 많지 않고 섬 자체도 얼마 없어서 입구를 틀어막고 싸우는게 가능했지만, 정식 오픈되고 섬이 많아지면 굳이 거기서 죽을 필요가 없는 거 아니에요?

타우 찾아보니 20레벨 섬이 세 개밖에 없었어요. 다른 섬에서도 20레벨 섬에 오는게 제한적이고. 이번에 특히 섬이 적었던 걸 수도 있는데, 일부러 많은 섬의 사람들이 한군데로 모이도록 설계를 한 것 같아요.

라우 다른 게임에서도 저레벨 구간은 많은데 고레벨 구간은 하나로 모이잖아요. 그거랑 비슷하겠지요. 거기서 싸우라고. 물론 섬 자체가 늘어날 순 있지만 이런 구조는 계속 유지가 될 것 같아요.

로카 그것도 교통이라는 변수로 통제가 가능할 것 같아요. 섬 사이에 항로가 없으면 만날수가 없으니까. 이를테면 A라는 섬과 B라는 섬이 있는데, A섬과 B섬에서 찾는 불안정섬이 다를 수도 있고요. 교통을 얼마나 열고 닫느냐에 따라 그걸 조절할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가 PK가 난무하는 20레벨 섬으로 간 건 그 항로밖에 없어서 그런거 아닐까요. 다른 안정섬에서 찾았을 경우는 전혀 다른 곳으로 갈수도 있었다거나.

엘시 그럼 조금 걱정이 되는 게, 라이트하게 즐기는 유저와 하드하게 즐기는 유저들이 서로간의 차이를 이해해줄 수 있어야 되는데 그게 안되면 위험하지 않나요. 특히 이 게임 같은 경우는, 알잖아요. 20레벨 섬에서 학살하고 다닌거. 그런 느낌인거죠. 위에 있는 사람과 밑에서 막 시작하는 사람의 격차가 벌어지고 그거에 대해 계급제가 탄생하면, 물론 그것도 듀랑고의 사회라고 생각은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 불만이 생기면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피노 게임은, 특히 MMORPG는 유저들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거잖아요. 만약 누군가가 그런 식으로 횡포를 부리면 제2의 내복단이 나올 수도 있지요. 모든 가능성은 열려있는 거니까.

타우 생각보다 레벨에 따라서 스탯 차이가 크지 않아요. 그렇기에 일찍 시작해서 20을 찍은 사람이나 늦게 시작해서 16정도 찍은 사람이 싸우면, 스탯 싸움이라기 보단 장비싸움이 되는 거고요.

라우 그리고 내복단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는게, 정말 강한사람 세 명이 저렙들을 학살하고 다녀요. 그때 저렙들 한 20명이 뭉쳐가지고 대항하면 그 세명은 회피할 스태미너가 없어서 맞아 죽을거예요. 그 다음에는 분노해서 파괴하러 다니겠지요. 여기저기.

피노 그런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게 너무 기대가 되요.

엘시 가격 폭리도 있지 않을까요?

피노 물건을 캐는 건 결국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가격을 폭리를 취한다거나 독점을 통한 폭리를 취한다거나 하는 건 조금 어려울 것 같아요.

타우 근데 그것도 아닌게, 안정섬 리젠장소에 사유지를 정해놓니까 못 캐더라고요. 그런 식으로 하면?

피노 어차피 불안정섬은 없어지고 다시 생기잖아요.

타우 20레벨 이상 섬은 시간이 8일 9일로 길잖아요. 그동안은 아무도 못 캐는거고. 섬에 빠르게 들어가서 장악을 해버리면...

피노 그럼 전쟁이죠 뭐. 이게 기간이 길잖아요. 그러니까 20레벨 PvP가 되는 지역은 각 섬에서 어느 정도 마을을 갖춰놓은 부족들끼리 싸움을 하겠지. 그래도 불안정섬 자체가 여러 개니 마음에 안 들면 모험가한테 다른 섬을 찾으라고 말해도 되는 부분이라, 회피를 하려면 얼마든지 회피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 듀랑고에 바라는 개선점 - "이 정도는 괜찮다고 봅니다"



피노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지났네요. 빠르게 진행해봅시다. 듀랑고를 하면서 이 부분은 개선됐으면 좋겠다는 점이 있었나요?

라우 저는.... 도감? 이를테면 끈 속성을 누르면 내가 지금까지 사용한 끈 속성의 아이템이 뭐가 있는지 보여주는 거죠. 그런게 있었으면 좋겠어요. 일종의 만들어가는 제작노트? 만약 끈 속성의 어떤 아이템을 발견하면 그게 노트에 들어가서 다음에 끈 속성 뭘 구해야 하나 하고 눌러서 찾을 수 있는. 섬까지 나오면 좋겠지만 이건 너무 디테일하면 다 가르쳐주는 것 같으니까, 얻은 물건에 한해서 볼 수 있는 제작노트 정도는 있었으면 좋겠어요.

타우 그것도 하나하나 채워가는 도감 같은 느낌의 재미가 있겠네요.

라우 이걸 채워서 마을 안에서 공유하면 모험가들이 이런 걸 구해달라 라고 디테일하게 요구할 수 있잖아요.

엘시 이건 너무 당연한 얘기지만.....서버?

(일동 침묵.....)

엘시 어쩔 수 없이 걱정될 수밖에 없어요. 이게 심리스 시스템이니까. 랙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지. 이번에도 문제가 됐고요.

피노 정식 서비스 때 서버문제만 크게 없어도 잘 될 것 같아요.

엘시 지난 NDC 강연에서도 개선프로세스를 확립했고 서버기술이 발전해서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이 있었는데, 사실 리미티드 베타라서 인원수가 많지 않았는데도 이정도로 문제가 된 걸 보면 모바일게임의 특성상 언제 어디서든 계속 접속을 할 수 있으니 그만큼 서버 부하가 더 많이 걸리지 않았을까요. 유동이 많으니까.

라우 그래도 테스트기간이 뒤로 갈수록 서버도 안정적으로 돌아갔어요. 랙도 많이 없어지고. 가끔 모내기랙이 있긴 해도 그 정도는...

타우 저는 최적화가 더 필요할 것 같아요. 제 핸드폰이 노트3인데 꼬치를 20~30개 굽다보면 어느 순간 너무 버벅이더라고요. 최적화나 배터리 문제?

라우 고기 얘기하다 생각난건데, 예약제작정도는 있었으면 좋겠어요...한 번에 20개씩 예약 걸어놓을 수 있는?

타우 그게 들어가는 재료가 달라서 그런거 아닐까요. 들어가는 재료의 레벨에 따라서 결과물 레벨이 다르니까 실수하지 말라고 일부러 안 넣은 것 같은데.

엘시 자동으로 하면서 받을 수 있는 페널티라고 생각해야지요. 그게 싫으면 수동으로 하고요.

타우 이게 일반 모바일게임이라는 생각이 들질 않아서......



■ 듀랑고, 성공 가능성을 말하다 - 몇 가지 ‘불안요소’는 있지만, 게임성은 모두가 인정


막힘없이 진행되던 대화였지만, “듀랑고, 과연 잘 될까요?” 라는 마지막 질문을 들은 기자들은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아마도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형태이기에 쉽게 판단을 내릴 수 없었던 것이겠지요. 듀랑고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나왔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이정도면 될 것 같다”였습니다. 몇 가지 불안한 요소도 있지만요.

대화 중 나온 듀랑고의 불안요소는 게임의 성향이었습니다. 지나치게 매니악하고 게임 플레이가 피곤하다는 말이지요. 피곤한 게임은 가볍게 즐기는 유저들에게 부담을 줄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유저의 숫자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하나 붙잡고 설명해주는 친절함이 대세가 된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이렇게 복잡함에도 불구하고 이렇게까지 불친절한 게임에 유저들이 적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말이지요.

또한, “이동시간, 혹은 여유시간에 잠깐씩” 이라는 모바일게임에 대한 인식에 반하는 플레이 방식 역시 불안요소로 꼽혔습니다. 한 기자는 “어차피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면 PC나 콘솔게임을 하지 굳이 모바일게임을 할 필요가 있나요”라는 말을 하기도 했으니까요. 물론 듀랑고가 PC게임만큼의 흡입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PC에 비해 작은 화면과 터치 기반의 인터페이스에서 오는 불편함은 분명히 불안요소입니다.

마지막으로, 준 오픈월드의 MMORPG인 만큼 당연히 발생할 유저간의 격차와,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상황들을 어떻게 조절할 것인지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입니다. 특산물 등장 지역에 사유지를 설정하면 다른 유저들이 그것을 가져가지 못하는 구조와 20레벨 이상 불안정섬에서 가능한 유저 간 PvP 때문이지요. 이는 부족 간의 전투를 위해 의도한 기획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특산물 독점이라는 개념이 있는 이상 후발주자나 라이트유저들이 힘들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있었습니다. 불안정섬 특산물 독점은 섬의 개수를 조절함으로써 충분히 극복 가능한 부분이고, 라이트유저는 라이트유저만의 즐길 거리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지요. 한 기자는 하드유저와 라이트유저 모두를 잡을 수 없다면, 일부 유저를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밸런스를 위해 게임의 콘셉트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듀랑고의 흥행은 게임성 보다는 과금모델에 달렸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게임은 굉장히 훌륭하지만 투자한 시간 대비 결과물이 치밀하게 짜여 진 구조이기에, 이런 균형을 흔들 수 있는 품이 등장한다면 흥행은 어렵다는 말이지요. 메인 기획자가 바로 그 ‘파파랑’ 이은석인 만큼 밸런스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상품들이 ‘처음부터’ 나오지는 않겠지만, 수많은 모바일 게임의 매출을 책임졌던 ‘뽑기’ 개념 없이 유지비가 비싼 듀랑고를 정상적으로 운영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라고도 볼 수 있네요.

하지만 이런 우려와 걱정에도 불구하고, 결국 인벤팀의 의견은 ‘듀랑고의 성공’으로 쏠렸습니다. 게임의 ‘재미’에 있어서는 다들 이견이 없었습니다. 위에서 말한 내용, 게임의 성향이나 유저 간 격차, 과금모델은 정식 서비스 이후 충분히 ‘조절할 수 있는’ 내용들이니까요.

한 기자는 협동 플레이를 듀랑고의 흥행요소로 꼽았습니다. 하나보다 둘이, 둘 보다 셋이 모였을 때 할 수 있는 것이 더 많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게임 내 / 외적으로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렇게 모인 유저들은 길드, 혹은 마을을 꾸릴 것이며 서로 강하게 협력해야 무언가를 이룰 수 있는 게임 방식, 그리고 그에서 오는 유대감은 비교적 하드한 성향에도 계속해서 접속하고 플레이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말입니다.

이제 막 CBT를 시작한 게임을 두고 성공이냐 실패냐를 말하는 것에 조금 이른 감이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짧은 기간 진행됐던 테스트였기 때문에 단점으로 지목했던 요소들은 물론 장점이라 생각했던 부분도 크게 바뀔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바꿔 말하면, CBT임에도 이런 깊은 얘기가 가능하다는 점. 이것만으로도 듀랑고의 무게감을 새삼 깨달을 수 있습니다.


듀랑고의 ‘가능성’은 단순한 성공과 실패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더 많은 유저를 잡기 위해 이뤄졌던 ‘편의성’라는 흐름에 정면으로 반하며 등장한 이단아이기 때문이지요. 대다수 모바일게임들이 사용한 ‘편의성’이라는 조미료를 빼고 그 자리에 ‘완성도’라는 주재료를 넣은 듀랑고는, “모바일기기가 PC나 콘솔의 대체재가 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의 답을 내는데 도움을 줄 중요한 실험임에는 분명합니다.

이러한 형태의 게임이 얼마나 유저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지, 또 얼마나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그리고 과연 ‘듀랑고 이후의 모바일게임’은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 것인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