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사 : EA Sports ⊙장르 : 격투 ⊙플랫폼 : PS4, Xbox One ⊙발매일 : 2016년 3월 15일


사람들은 누구나 최고를, 최강을 꿈꾼다. 그리고 그러한 꿈은 투쟁을 통해 실체화했다. 고대 로마에서는 콜로세움의 검투사들이 그러한 투쟁의 화신이었고 중세 유럽에서는 마상창시합으로 투쟁심을 표출했다. 이러한 투쟁심은 사회가 문명화되면서도 절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문명 속 내면으로는 표출하지 못한 투쟁심이 그 속에서 날뛰었다.

▲ 고대 로마의 검투사는 검노로서, 혹은 스포츠 스타로서 활동했다.
※ 출처 : 영화 글래디에이터

그렇게 표출되지 못한 투쟁심은 근대에 와서는 뒷골목 복싱에서부터 체계화된 규칙이 존재하는 현대 복싱으로 배경을 옮겨왔고 이제는 UFC의 팔각형 케이지로 위치를 옮겼다. 본래 무규칙을 골자로 한 UFC는 그야말로 투쟁의 배출구와도 같았다. 온갖 격투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최강이라는 단 하나의 자리를 두고 펼쳐지는 그들의 결투는 지켜보는 사람들에게까지 원초적인 카타르시스를 불러일으켰다.

이런 카타르시스를 'EA 스포츠 UFC 2(이하 UFC 2)'는 훌륭하게 구현했다. 챔피언이란 왕좌를 향해가는 피땀 어린 격전의 현장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UFC 2'. 과연 이 게임이 보여줄 투쟁의 한계는 어디까지인지 베타 플레이를 통해 한번 살펴봤다.



어설픈 격투는 가라! 여기가 바로 UFC다

뭐라 해도 'UFC 2'에서 제일 중요한 건 사실성과 모션일 것이다. 사실 스포츠 게임들은 대부분 그러했다. 그들 선수의 움직임을, 모습을, 경기장을 얼마나 실감 나게 재현했는지에 따라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렸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UFC 2'와의 첫 만남은 훌륭했다.

팔각형의 케이지 속에서 피땀을 흘리는 선수들의 모습은 화면을 뚫고 나올 것처럼 사실감이 넘쳤고, 간간이 들려오는 해설자들의 목소리는 게임 속에서 리얼리티를 가미했다. 거기에 더해 실제 선수별로 맞춤 제작한 듯한 동작들을 보고 있자니 그들의 땀내까지 느껴지는 듯했다. 특히나 강력한 타격기가 내리꽂힐 때의 짜릿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 'UFC 2'에 깜짝 참전한 마이크 타이슨의 어퍼컷. 조심해라, 맞으면 강냉이 날아간다.

이런 리얼한 격투를 싫어하는 유저들도 있을 것이다. 일반적인 대전 격투 게임 처럼 화려하고 눈이 즐거운 게임을 좋아하는 유저도 있겠지만, 'UFC 2'는 실제에 입각한 격투기인 만큼 화려함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UFC 2'의 재미를 깎아내릴 순 없을 것이다. 이러한 사실성은 얼핏 게임을 느리고 답답하게 느껴지게 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플레이어에게 더욱 짜릿한 쾌감을 선사한다.



쉽지만 가까이하기엔 어려운 당신

'UFC 2'의 강점으로는 역시 간단한 조작법일 것이다. 일반적인 격투 게임에서 사용되는 ↙→↘↓↙←↘ + 공격 같은 부류의 커맨드는 필요치 않다. 대신 컨트롤러 4개의 버튼이 각각 왼손, 오른손, 왼발, 오른발에 대응해서 상황에 따라 적절한 공격을 펼치면 된다. 이런 부분은 초심자도 쉽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조작하기 어려운 것도 아니며, 정교한 커맨드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즐기기 쉬운 게임이라고 하긴 힘들다.

스포츠 게임, 레이싱 게임을 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게임이기에 통용되는 법칙이 있기에 게임이 즐거운 거라고. 너무 사실적인 게임성은 자칫 게임 속 즐거움을 주는 걸 방해하기도 한다. 특히 쉬운 조작에 가려진 세밀한 시스템은 게임 초심자에게는 큰 벽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단순히 상대의 체력 게이지를 깎는 게 아닌, 타격마다 머리, 몸통, 다리 부위별로 데미지가 쌓이는 시스템과 스테미나를 관리해야 하는 부분은 극한의 사실성을 표현하기 위한 시스템이지만 게임 속 시원한 경기를 원하는 유저들에겐 불만일 수도 있을 것이다.

▲ 상상 속의 나는 오른쪽인데, 실제로는 왼쪽이 나다.

단순한 스트레이트나 로우킥에서부터 커맨드에 따라서는 플라잉 니킥을 날릴 수도 있고 UFC라는 이름처럼 온갖 격투기들을 경험해볼 수 있는 'UFC 2'이지만, 그것도 전부 게임을 제대로 이해하고 즐길 수 있어야 가능한 문제다. 아마 대부분 초심자는 얼핏 닿을 듯한 거리에 있는 상대에게 헛손질하다가 오히려 카운터를 맞고 바닥을 나뒹구는 자신을 볼 수 있을 것이다.



'UFC 2'의 상대는 대전 격투 게임들이 아니다

격투 게임이지만 'UFC 2'의 라이벌은 결코 대전 격투 게임들이 아니다. 앞서 말했다시피 이 게임은 '철권', '스트리트 파이트', '길티기어' 같은 게임과는 다르다. 1프레임 단위의 정밀한 컨트롤이 요구되지도 않고, 속사포처럼 몰아붙이지도 않는다.

대신 관점을 바꿔서 본다면 그 라이벌들은 명확해진다. 대전 격투가 아닌 스포츠 게임으로 그 관점을 옮긴다면 말이다. 순수 스포츠 게임들이 목표로 하는 지향점은 명확하다. 그것은 바로 게임 속에서 극한의 사실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결코 과장되지 않게, 오직 사실 그대로를 반영해야 하기에 이제는 수십, 수백 명 선수의 얼굴과 몸에 대한 360도 스캐닝 작업도 당연시되기까지 했다.

▲ 360도 스캐닝으로 골격과 체격까지 거의 완벽하게 구현했다

결국 'UFC 2'가 지향하는 부분 역시 여타 스포츠 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이 추구하는 건 호쾌한 대전 격투 게임이 아니라, 현실의 UFC를 그대로 게임 속으로 옮겨오는 것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알고 있다. 이런 사실성은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 이상의 재미를 준다는 것을. 피파 시리즈가 그러했고, NBA 시리즈 역시 그랬다. 얼핏 지루하고 복잡해 보이는 선입견만 극복한다면 결국 이러한 사실성에 끌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현실과 같은 게임이라고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게임이니까 허용하는 재미는 있어야 하지 않겠나. 이미 전작인 'EA 스포츠 UFC'에서는 전설적인 배우이자 격투가인 이소룡(영어명 브루스 리)이 등장해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그리고 이번 'UFC 2'에서는 다름 아닌 복싱계의 살아있는 전설, 마이크 타이슨이 참전한다고 하니 게임 속에서나마 그들, 전설적인 선수들의 실력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 게임으로나마 전성기의 타이슨을 만나 볼 수도 있고

▲ 현재의 타이슨 또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