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아직 대학생이던 기자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 빠져 지옥 수호병이 박살 내는 마나수정마냥 학점을 야금야금 까먹고 있던 시절의 이야기다.

지금은 버튼 몇 개만 누르면 역할군에 맞춰서 자동으로 던전으로 배달까지 해주지만, 그 당시만 하더라도 레이드는 하루의 시간 절반 이상을 게임에 투자할 수 있거나 시간을 현금으로 지불할 수 있거나, 버프 귀족인 드워프 사제 혹은 드루이드를 하는 경우에만 가능한 콘텐츠였다. 기자가 플레이하던 와일드해머 서버는 한창 때의 동시 접속 만레벨이 300명이 채 되지 않아 유독 심하긴 했지만, 인구가 많은 아즈샤라 서버 같은 경우에도 레이드는 많은 것들 희생해야 할 수 있는 콘텐츠였음은 분명하다.

힘들었던 만큼 강력한 우두머리를 쓰러트릴 때의 쾌감은 컸고, 수많은 도전을 통해 획득한 아이템에 대한 애착은 크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당시 준세계구급으로 잘 나가던 국내 공격대가 아이템 분배 문제로 박살나기도 하는 등, 하드코어하게 레이드를 즐기는 플레이어들에게 레이드의 경험과 그를 통해 얻은 아이템은 일종의 자부심 같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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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치왕의 분노에서 리메이크 되었지만, 오리 낙스는 "생활이 없는 자"만 가능했다.


그리고 첫 확장팩인 "불타는 성전"이 공개되고 베타 서버 소식이 공개되면서 기존 하드코어 레이더들은 머리에 냉기충격이라도 맞은 것과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된다. 확장팩의 초기 지역인 지옥불 반도에서 퀘스트 보상으로 주는 희귀 아이템이 40명의 공격대원으로 몇 주~몇 달에 걸쳐 공략해서 먹은 영웅 아이템보다 성능이 더 좋았던 것이다.

당연하지만 오리지널을 오래 즐긴 유저들은 "블리자드가 기존 유저를 대놓고 버렸다", "신규 유저 끌어들이려고 안퀴, 낙스급 아이템을 막 퀘템으로 푸는구나" 식으로 반발했고, 그 외의 유저들도 "기존에 던전에 갈 수 있는 직업 밸런스도 안잡았으면서 무슨 확장팩이냐", "얼라 성기사와 호드 주술사의 밸런스 못잡으니 설정 죄다 뒤집어서 블러드 엘프와 드레나이 내는 상술을 부린다" 식으로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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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엘프가 호드라니! 이게 무슨 소리야!" 하던 시절


그리고 10년의 세월이 지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같은 세계관을 기반으로 하는 하스스톤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바로 다음 확장팩부터 적용되는 "정규전" 시스템이 바로 그것이다.


▲ 최근 하스스톤 커뮤니티에서 최고로 뜨거운 감자




■ 이미 선도자에 의해 입증된 시스템, 하지만...


이미 여러 기사와 포스트를 통해 공개되었지만, 정규전 시스템의 골자는 오프라인 TCG에서 적용 중인 "블록 로테이션"을 하스스톤에도 도입한다는 것이다.

블록 로테이션은 기존에 단종되어 획득하기 어려운 카드가 많거나 새롭게 발매하는 카드가 발매한지 오래된 카드들과 시너지를 일으켜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밸런스 붕괴를 일으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최근에 발매된 카드 세트 묶음만을 이용해 경기를 벌이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특정 카드나 세트의 파워 인플레를 억제하는 등의 밸런스 조정의 용이와 몇몇 카드로 인해 정체되는 게임 환경을 주기적으로 물갈이해주는 식의 장점이 있으며, 새롭게 게임을 시작하는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필요한 세트의 부스터만 사도 되어 진입 장벽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물론 이 방식은 게임을 오래 즐기건 새롭게 시작하건 간에 새로운 카드 세트가 발매되면 "정식적인 방법으로 게임을 즐기기 위해" 카드를 계속 구입해야 한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이 계열의 선도자인 위저드 오브 더 코스트(Wizards of the Coast)를 비꼬는 표현인 돈법사(Wizards of the Cost)라거나 주력 상품인 매직 더 개더링(Magic : the gathering)을 가리켜 매직 더 거덜링이라고 불리는 이유를 놓고보면 올드비가 꾸준하게 지갑을 열게 유도하는 이러한 정책의 영향이기도 하다.


▲ MTG도 MTG지만 D&D판본 바뀔 때마다 돈 나간 걸 생각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MTG가 전세계적으로 가장 성공적인 TCG로 흥행하는 것은 블록 로테이션을 통해 게임의 양상을 주기적으로 물갈이하면서 밸런스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조율하는 한편, 기존에 구매한 카드들을 이용해서도 빈티지/레거시/모던/그 외 다양한 하우스 룰 식으로 얼마든지 놀 수 있는 여건을 잘 갖춰두었기 때문일것이다.

이번에 하스스톤에 적용될 예정인 정규전 시스템도 의도 자체는 이러한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
의도는 좋았다. 하지만 그 방법은 세련되지 못했다.




■ 정규전 도입 발표, 우리는 어째서 분노하고 있는가?


일단, 정규전에 대응되는 "야생"이라는 모드에 대한 명명은 뉘앙스적으로 그리 긍정적인 느낌을 주지 못한다.

야생(Wild)이라는 단어 자체에 포함된 제어 불능(Out of control)의 느낌은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개발자들이 기존에 있던 카드들을 골칫거리로 여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했다. 기존 카드를 가지고 있던 플레이어들은 그 카드를 사용하려면 야생 모드를 이용하라는 발표에 대해 마치 관리되지 않은 야생의 황무지로 쫓겨나는 심정일 것이다. 적어도 격투기에서 사용되는 것처럼 무제한(Openweight 혹은 Unlimited)이라는 표현이었다면 적어도 첫인상부터의 기분 나쁨을 덜했을 것이다.

이러한 내놓은 자식 취급은 정규전과 야생 방식의 사소한 배려 부분에서도 드러나는데, 정해진 방식으로 대회를 진행하는 정규전에만 블리즈컨 포인트를 제공하더라도 야생전의 등급, 순위 등이 노출되지 않는다는 것은 아쉬움을 주는 부분이다.


▲ 오죽하면 이런 비교도...(인벤 '공포의붕어빵' 팬아트)


어차피 정규전과 야생 중에서 높은 쪽의 등급에 맞춰 월말 보상을 주는 방식이라면, 노출되는 등급도 둘 중에서 높은 쪽이 나오는 것이 타당하고 투기장 고수처럼 야생전 전문 고수가 되어 "내가 바로 야생의 생태계 최고 포식자다!"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의욕을 줄 수도 있다. 그것은 마치 MTG에서 스탠다드가 존재하더라도 좀 더 확장된 모던 방식이 인기를 끄니 관련된 카드팩을 발매하거나 대회를 열어주는 식의 배려인데, 현재까지 발표된 내용은 이러한 야생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정규전에서 제외되는 카드를 보상해주자니 야생을 하지 말고 다 갈아서 정규전으로 넘어가라는 떠밀기가 될 위험도 있다.


▲ 현재 정규전 제외 세트에 대한 보상 계획은 없다고 알려졌다.


두 번째로 정규전을 도입하기 전에 충분한 수준의 밸런스 조정을 위한 노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타 게임에서의 블록 로테이션은 금지나 제한으로는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카드의 종류가 많아지고, 카드의 효과를 변경하는 에라타(Errata)나 시스템 변경 때문에 명확한 형태로 재정하는 오라클 텍스트(Oracle Text) 등의 시도 끝에 도입된 사항이라는 것이다.

반면, 그동안 하스스톤에서 진행된 밸런스 패치를 보면 조정 대상이 된 카드 대다수가 사용할 수 없어졌다. 하스스톤이 자랑하는 "무작위성"을 대표하는 드로우 카드인 "내트 페이글"은 주둔지에서나 만날 수 있고, 까다로운 죽음의 메아리 하수인을 제압하기 위해 기용되던 "수석땜장이 오버스파크"는 1/1의 스탯의 대가로 변신 광선을 조준할 눈을 잃어버렸다. 장의사는 자기가 수의를 지어서 관짝에 누웠고, 전쟁노래 사령관은 공격대장과 함께 늑대만 못한 오크 병사A로 전락한지 오래다. 심지어 정신지배는 밸런스 문제가 아닌 당하는 사람이 기분 나쁘다는 이유로 너프되기도 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규전의 도입 이후 밸런스를 잘 맞춰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개발자의 호언장담을 믿는 것은 상당히 불안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 패치로 인해 고인이 된 카드들. 사실 개들을 풀어라도 첫 패치에선 고인급이었다.


세 번째로 정규전 도입으로 기존에 문제가 되던 이슈인 "명치천하", "1234 플레이"로 인한 게임의 획일화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비전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정규전에서 사라지지 않을 기본/오리지널 카드 구성을 살펴보면 어그로/템포 플레이를 하기 좋은 직업의 강세가 쉽게 예상되는데, 대 위니 상대의 저 마나 하수인이나 "썩은 위액 누더기골렘", "낡은 치유로봇" 같이 명치를 보호해줄 카드가 대거 빠지는 상황에서 오히려 어그로가 판치고 드루이드가 모두 씹어먹는 상황이 나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각각의 모험 모드와 확장팩이 특정 종족이나 능력을 콘셉트로 발매되었기에 매 년 정규전에서 제외되는 종족이나 능력을 기반으로 하는 덱은 모조리 죽어버린다는 우려와 함께, 최근 추가된 "고릴라로봇 A-3" 같은 발견 카드는 이러한 변화를 적용할 것을 고려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주고 있다.

적어도 "앞으로 우리는 기본 카드를 이러한 방향으로 기존의 메타를 조율할 것이다", "새롭게 등장할 카드의 콘셉트는 이런 것인데 기존의 카드와는 이렇게 다르지만 역할적으로는 비슷하다" 식으로 대안을 보여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규전 도입으로 메타가 달라질 것이다"만을 반복하는 중이다.


▲ 당장에 알려주지는 못하지만 일단 믿어보시라...


네번째로 하스스톤이 다른 TCG와 달리 디지털 온라인 게임이라는 장점을 버렸다는 것이다.

TCG 게임에서 카드가 단종되는 것은 수요 공급이나 인쇄 비용 등의 현실적인 문제이지만, 정규전 도입과 함께 "낙스라마스의 저주" 모험 모드와 "고블린 대 노움" 카드팩의 판매 종료는 굳이 필요한 일인가는 의문이다. 물론 해당 세트의 카드를 가루로 제작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가루를 얻기 위해서는 다른 카드 팩을 갈아서 손해를 보며 갈아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정규전 도입되도 야생에서 기계덱으로 놀고 싶은데, 기계 덱을 위한 카드를 더이상 팩으로 못뽑는다"라는 것은 앞서 언급한 야생 모드에 대한 미묘한 차별과 겹치는 부분도 있다.

무엇보다도 하스스톤은 그 기반이 "워크래프트"의 팬 게임이라는 것이다.

블리자드 프랜차이즈의 올스타전인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에서 그 캐릭터에 대한 애정만으로 약캐 소리를 들으면서도 하나의 영웅을 파는 장인이 나오는 것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워크래프트의 등장인물들을 쓰기 위해 독특한 콘셉트 덱을 만드는 플레이어도 상당히 많다. 그리고 이러한 콘셉트 덱을 대회에서 보여주면 엄청난 환호를 받게 된다.

그러나 앞으로의 대회 주류는 정규전이 된다는 것이기에 야생으로 넘어간 워크래프트의 영웅은 대회에서 만날 기회 자체가 사라진다. 아서스의 숙적이던 "말가니스"가, 가로쉬의 폭정을 이겨내고 대족장에 오른 "볼진"이, 죽음의 요새를 몰고 다니며 용사들에게는 차갑지만 내 고양이에겐 따뜻한 남자 "켈투자드"가 더이상 블리즈컨의 무대를 밟을 일이 없는 것이다. 물론 이후 오리지널 낙스라마스와 리치왕의 분노 낙스라마스에서 각각 켈투자드가 등장했던 것처럼 리뉴얼 카드로 재등장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재탕 카드라는 비판을 받을 것이다.


▲ "그래, 지금 대족장이 누구지?"


이러한 요소들이 뒤섞이면서 유저들은 "밸런스 조정은 손 놓았는데, 앞으로 나올 것들이 제대로 밸런스 잡힐지 보장도 없고, 기존 방식으로 놀려고 하면 과금 부담은 더 늘어나는" 상황이 되어 불만으로 터져 나오게 된 것이다. 특히, TCG 계열에 익숙하지 않고, 하스스톤으로 처음 이러한 장르를 접한 한국 플레이어들에게는 "내가 구입한 재화의 가치가 소멸/약화 되는 것 같은" 정규전에 대해 더 많은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



■ 블리자드의 딜레마, "하지만, 이게 최선인가요?"


다만, 블리자드 입장에서도 이러한 불만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예상한 부분이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정규전 도입 이후 과금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은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현 방식으로도 얼마든지 과금 부담을 늘리는 것이 가능하다. 간단한 예로 4마나에 "누군가 타고 있는 벌목기"를 너프하지 않으면서 대체하려면 다음 확장팩에서 "선택된 자들이 타고 있는 벌목기"를 만들어 튀어나오는 2마나 하수인을 "선택"하게 한다면 "파멸의 예언자"나 "전승지기 초"의 위험이 있는 기존 벌목기를 사용할 필요가 없어진다.

이러한 상위호환형 카드로 채워진 모험모드나 확장팩이 나온다면 승리를 추구하는 플레이어라면 당연히 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것은 기존에 자주 언급된 파워크립(Power Creep = 파워 인플레) 문제로 직결되고, 수많은 모바일 게임에서 4성 영웅 가챠 후에 5성 영웅 가챠, 6성 영웅 가챠 식으로 인플레를 거듭하다가 서비스 종료를 하는 것으로 보여주었다.


▲ 사실 파워 인플레는 수많은 가챠 게임의 본질적인 문제이다.


카드의 수량이 많지도 않은데 이러한 블록 로테이션을 적용해야 하는가라는 문제도, 하스스톤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시스템 한계를 고려해야 한다. 상대의 행동 턴에도 다양한 함정 카드나 마법 카드로 대응할 수 있는 것과 다르게 하스스톤의 카드는 비밀을 제외하면 상대의 행동을 임의로 제한하는 "퍼미션(Permission)" 계통의 카드가 없다. 모든 카드의 텍스트는 간단한 문장 하나로 표현될 정도로 직관적인 룰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워크래프트 TCG가 대중에게 실패하고 하스스톤이 성공한 원인이기도 하다.

문제는 단순한 효과의 카드는 밸런스를 맞추기 어렵고, 지금도 "기계표범곰", "호수의 여신", "콜다라 비룡" 같은 마이너한 카드가 나오면 무슨 효과인지 몰라 한참 텍스트를 읽어야 하는 상황에서 앞으로 카드가 계속 늘어난다면 이러한 밸런스와 캐주얼함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 간단한 효과가 사기가 되기 쉽다를 보여주는 유희왕의 두 금제카드


결국, 어느정도의 범위를 설정하는 블록 로테이션 시스템은 장기적으로 필요성이 언급될 수 밖에 없고, 지금보다 많은 카드 세트가 발매된 상태에서 적용이 발표되었다면 그 여파는 현재보다 더 크다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이번 정규전의 발표는 나중에 이러한 문제를 안을 것인가, 현재의 진통을 겪을 것인가의 저울질을 통해 나온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충격을 충분히 흡수할만한 장치를 마련하지 못한 점은 비판의 요소다. 정규전 적용을 통해 플레이어들이 체감되는 혜택은 결국 덱 슬롯이 2배로 늘어났다는 것뿐이다. 하지만 사용할 수 있는 덱의 숫자는 줄어버렸다. 아니, 사용은 할 수 있지만, 노골적으로 비주류 취급받는 야생 모드에서만 가능하다.

차라리 정규전은 지금처럼 등급을 올려나가는 방식으로 만들고, 야생은 별도의 등급이 없는 일반전이 가능하되 스타크래프트 2의 자동 토너먼트처럼 시스템이 제공하는 인게임 대회를 넣어 소소한 보상을 주는 식으로 완전한 차별화를 이루었다면 나았을 것이다.

혹은 2주나 1달 정도의 주기로 특정한 세트의 카드로만 참가가 가능한 제한적(Limited) 등급전과 야생전처럼 모든 세트를 포함하는 무제한(Unlimited) 식으로 모드를 다양화 하여 인기있는 모드라면 MTG의 모던 방식 대회처럼 밀어주는 방식을 취했다면 "어차피 지금 이 카드 세트나 모험 모드를 사더라도 나중에 쓰레기가 된다"라는 이야기는 없지 않았을까?


▲ 스타2의 자동 토너먼트 시스템. 그냥으로라도 넣어주면 좋겠지만...




■ 결국 본질은 재미의 문제. 변화는 과연 재미를 줄 수 있을까?


다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오리지널 말기에 아이템 옵션 인플레, 설정 갈아먹기 등 발매 전에 우려와 비판이 많았던 불타는 성전 확장팩은 플레이어들이 대중적으로 레이드 콘텐츠와 파티플레이를 즐길 수 있는 안정적인 기반과 악제 파흑, 뻔뻔한 냉기 마법사 등 사기 직업과 징벌 성기사, 고양 주술사 같은 몇몇 직업을 제외하면 나름 괜찮은 직업별 밸런스, 여전히 특유의 카리스마로 인기 있어서 올해 나오는 '군단' 확장팩에서 예토전생하게 되는 일리단이라는 보스를 등장시키며 최고의 확장팩으로 꼽히는 "리치왕의 분노"로 이어지는 기반을 갈고 닦는 데 성공했다. 비록 사골에 망했다는 이야기가 반복되고 있지만,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최고의 MMORPG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에 불타는 성전이 이바지한 부분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 이 때만 해도 이 게임이 10년이나 갈 거라고 생각 못했습니다.


하스스톤의 정규전도 과연 이러한 기반을 다지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인가는 확언을 하기 어렵다. MMORPG가 대대적으로 인기를 끌던 10년 전의 그때와 비교하면 강산이 한번 바뀐 시기이고, 게임에 대한 플레이어들의 소비 풍조도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다만 한 명의 게이머로서는 하스스톤의 정규전으로 찾아오는 변화가 그동안 들인 돈과 시간, 노력을 잊고 새롭게 지갑을 열 만큼의 재미를 줬으면 좋겠다. 우리가 게임을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즐거움"을 얻기 위해서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