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X 타이거즈(이하 락스 타이거즈)만큼 롤러코스터를 탔던 팀은 많지 않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롤챔스) 시드 결정전을 통해 팬들 앞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락스 타이거즈는 곧바로 이어진 스프링 시즌 정규 시즌에 '무적 포스'를 뽐냈습니다. 하지만 IEM 월드 챔피언십에서 보여줬던 아쉬운 모습에 팬들의 날 선 비판을 받기도 했죠.

시간은 흘러, 섬머 시즌이 끝나고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기간이 찾아왔습니다. TOP 20에서도, 팀별 티어 분류에서도 외면받았던 락스 타이거즈는 보란 듯이 준우승의 쾌거를 이뤄냈습니다. 이후, 팀이 위기에 빠졌던 적도 있었지만, 선수 중심 운영으로 변신해 신바람 나는 행보를 이어가는 중입니다.


1년 사이에 많은 일을 겪으며 한층 성숙한 모습으로 돌아온 락스 타이거즈. 이 모든 과정을 겪었던 '스멥' 송경호와 새롭게 태어난 락스 타이거즈의 새 식구가 된 '피넛' 윤왕호를 만나봤습니다. 락스 타이거즈 특유의 유쾌함과 프로다운 진지한 모습을 동시에 엿볼 수 있었던, 아주 즐거웠던 시간이었습니다.


Q. 독자 여러분께 인사 부탁해요.

'스멥' 송경호 : 안녕하세요. 락스 타이거즈 탑 라이너 '스멥' 송경호입니다.

'피넛' 윤왕호 : 락스 타이거즈 정글러로 활동 중인 '피넛' 윤왕호입니다. 안녕하세요.


Q. (송경호에게) 최근 기량이 더욱 좋아졌다는 평가가 있는데요?

'스멥' 송경호 : 작년에는 제가 밑에서 위로 치고 올라가는 느낌이었죠. 올해는 그걸 유지하면서 한층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다 보니 스스로 더욱 노련해지는 느낌을 받고 있어요.

'피넛' 윤왕호 : 처음 팀에 합류했을 때 (송)경호 형이 생각보다 못했거든요(웃음). 그래도 시즌이 시작되고 대회에 출전하다 보니 다시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아요.

'스멥' 송경호 : (윤)왕호가 처음 팀에 들어왔을 때 제가 엄청나게 놀러 다녔어요. 롤드컵이 끝나고 한참 쉬고 있을 때였거든요. 그러다 보니 손이 엄청나게 굳어서 연습 때마다 진짜 못했어요(웃음).



Q. '스오라'로 유명하잖아요. 피오라 첫 연습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스멥' 송경호 : 처음에는 조금 힘들었어요. 피오라가 리메이크되고 정말 플레이하기 어려워졌잖아요? 대회에서는 그런 종류의 챔피언을 활용하기 까다롭기도 하고요. 탑 라인 챔피언인데도 피지컬을 많이 요구한다는 점에 부담감도 심했어요. 다행히 연습 때도 잘 되고 대회에서도 잘 풀리다 보니 계속 활용하게 된 것 같아요.


Q. '내 피오라는 이렇게 다르다!' 라고 어필할 시간을 드릴게요.

'스멥' 송경호 : 딱히 다른 선수들과 크게 다른 점은 없어요. 피오라라는 챔피언이 운영해야 하는 챔피언인데, 그런 운영을 팀원들이 알고 있는지가 정말 중요해요. 제가 스플릿 운영을 할 때 나머지 네 명이 잘 버티는 것이 중요하죠. 간단히 말하면 '스오라'는 팀원들이 잘해준 덕분에 생긴 별명인 것 같아요.


Q. 최고의 탑 라이너 중 한 명으로 불리는 '스멥'을, '피넛'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요?

'피넛' 윤왕호 : 제가 나진 e엠파이어 소속일 때 팀의 탑 라이너가 '듀크' 이호성 형이었죠. (이)호성이 형은 정말 잘하는데 살짝 자신감이 부족했어요. 사실 호성이 형도 자신감이 없진 않았는데, '고통받는 탑 라이너'라는 평가를 받기 시작하면서 부담감을 많이 느끼더라고요. (송)경호 형은 느낌이 조금 달라요. 워낙 락스 타이거즈가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던 팀이다 보니 그런 부담감이 적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간단히 말해서 잘해요(웃음).


Q. (윤왕호에게) 방금 말한 것처럼 나진 e엠파이어 소속이었죠. 락스 타이거즈에 합류하게 된 배경이 궁금한데요?

'피넛' 윤왕호 : 팀을 나오고 나서 사실 걱정했어요. 다른 팀에 자리가 꽉 찼을 것 같은 불안감이 있었죠. 입단 제의가 오는 팀들과 제가 가고 싶었던 팀들 사이에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제가 나진 e엠파이어 소속이었을 때 죽을 쑤었기 때문에(웃음) 성적을 내고 싶은 생각이 컸거든요. 고민을 거듭한 끝에 락스 타이거즈에 합류하게 됐어요.

입단 테스트를 위해 숙소를 찾았는데, 감독님이 "우린 널 영입할 생각이다. 좋은 결정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어요. 그 말을 듣자마자 정말 감사해서 바로 락스 타이거즈 소속이 되기로 했어요.



Q. 전 소속 팀에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던 것도 팀 합류에 영향을 끼쳤나요?

'피넛' 윤왕호 : 나진 e엠파이어에서도 스프링 시즌까지는 출전 욕심이 있었어요. 그러다가 섬머 시즌부터 조금씩 편해졌던 것 같아요. 그러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출전 욕심이 조금씩 사라졌던 게 사실이에요. 다시 정신을 차리고 자주 출전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죠. 현재 락스 타이거즈 소속으로 계속 출전해서 정말 좋아요.


Q. 최근 경기력이 뛰어나다는 평가가 많죠.

'피넛' 윤왕호 : 기량이 좋다고 하시는데, 저는 아직 대회에서 긴장을 많이 해서 실력을 다 보여드리지 못했어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때도 있지만, 패배한 경기를 보면 상대 정글러보다 못한 경기도 많거든요.


Q. '한국 최고의 정글러'라는 타이틀에 대한 욕심은 없나요?

'피넛' 윤왕호 : 저는 절대 그런 타이틀에 대한 욕심이 없어요. 그냥 많은 경기에 출전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게 목표예요. '커리어', 경력이라고 하죠. 그에 대한 욕심이 강해요. '벵기' 배성웅 선수가 '더 정글'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계시잖아요. 그런데 저에게는 배성웅 선수가 그동안 쌓아 올린 경력만 보여요. 그 부분은 무조건 인정하고 들어가죠. '나도 꼭 저렇게 되어야지.' 하는 부러운 마음이 생겨요.


Q. '스멥'이 보는 '피넛'은 어떤 정글러인가요?

'스멥' 송경호 : 작년의 저를 보는 것 같아요. 점점 성장하는 모습? 그런데 조금 불안한 게 있어요. 계속 이기고 주변 사람들이 잘한다고 해주시는데, 그렇게 갑자기 관심을 받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거만해지거든요. 저도 그랬고요. 그런데 (윤)왕호가 최근 그런 끼가 보여요(웃음). 그것만 조심하면 좋을 것 같아요. 정말 실력도 좋고 팀 호흡도 좋으니까 다른 부분은 괜찮아요.


Q. 기존 정글러였던 '호진' 이호진 선수와 '위즈덤' 김태완 선수의 스타일과 비교해줄 수 있나요?

'스멥' 송경호 : 감독님이 방송에서 "'피넛'은 '호진'과 '위즈덤'을 반반 섞어놨다"고 말씀하셨던 적이 있었죠. 최고라고 표현하기도 하셨고요. 아니, 지금 거만해지면 안 되는데! '왜 저런 말씀을 하시지?'라고 생각했었죠(웃음). 그때 당시에는 이해를 못 했어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감독님 말씀이 맞아요. (이)호진이 형의 커버형 스타일과 (김)태완이의 공격적인 모습을 잘 섞은 것 같아요.

감독님이 정글러 출신이다 보니, 호진이 형이랑 태완이한테는 이것저것 많이 알려주셨거든요. 그런데 (윤)왕호한테는 딱히 조언을 안 해주세요. 그냥 팀원들과의 호흡을 맞추는 것 위주로 알려주고 계세요.



Q. 팀의 행보에 대해 이야기해보죠. 2015년은 락스 타이거즈에게 롤러코스터와 같았어요.

'스멥' 송경호 : 작년 스프링 시즌이 딱 지금 같았어요. 뭐든지 재미있었죠. 그러다가 IEM 월드 챔피언십에서 패배했죠. 평소에 응원해주시는 팬들이 그리 많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IEM에서 패배하니까 거의 인생이 사라진 것 같았어요. 아쉽게 패배하긴 했지만, 팀 차원에서는 얻은 것도 많았거든요. 그런데 예상보다 너무 강력한 비판을 받게 되어서 다들 마음 아파했죠. 자신감이 크게 떨어졌어요. 기세를 탈 수 있었던 시기였기에 지금도 많이 아쉬워요.


Q. 그러다가 롤드컵 준우승을 차지했죠.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은데요?

'스멥' 송경호 : 인간 승리 느낌이었어요. 롤드컵 가기 전에 TOP 20을 선정했잖아요. 거기에 저희 팀원이 단 한 명도 없는 거예요! 거기서 한 번 실망했는데, 팀별 티어에서도 저희 팀이 B티어로 분류된 걸 보고 기분이 이상했어요. 그래서 정말 매 경기 이를 악물고 했던 것 같아요. '우리가 뭔가 보여준다'는 생각이 강했죠.

정말 아쉬웠던 점이 있어요. 결승에서 'SKT T1에게 패배해도 괜찮다'는 생각을 저도 모르게 가지고 있었나 봐요. 물론,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지만, 더 마음을 다잡고 경기에 임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매번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 말은 정말 쉽고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지만, 막상 실제로 겪게 되면 정말 어렵거든요. 아쉬움이 정말 커요. 그래서 만약 이번에도 롤드컵에 가게 되면 이런 아쉬움을 털어내고 싶어요.


Q. (윤왕호에게) 당시 제3자 입장에서 락스 타이거즈의 모습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피넛' 윤왕호 : 저는 당시 휴가 중이었어요. 그냥 친구들이랑 놀러 다니면서 롤드컵 경기를 봤던 기억이 나요. 정말 부러웠죠. 당시 팀에는 제가 나진 e엠파이어 시절부터 알고 지냈던 형들이 지금보다 더 많았거든요. '왜 나 빼놓고 갔느냐'고 장난치기도 했을 만큼 부러웠어요.

▲ '피넛'이 막타를 선명하게...


Q. 당시 준우승하고 팀원들끼리 자축하는 장면이 방송을 탔죠. 팬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고요.

'피넛' 윤왕호 : 지금도 잘하지만, 당시 SKT T1은 프로팀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어요. 스크림에서 만났을 때도 정말 잘한다고 느꼈었는데, 대회에서는 더 잘했으니까요. 당시 제3자 입장에서 봤을 때는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였어요.

'스멥' 송경호 :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더 아쉬워요. '왜 웃었지?'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SKT T1을 이길 수 있다고, 이겨야만 한다고 생각했으면 그런 웃음이 나오지 않았을 거예요. 'SKT T1은 정말 최고의 팀이고, 우리가 이기면 기적이야.' 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웃지 않았을까요?

물론, 그런 이유만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당시에는 팀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잖아요. 그게 팀원들과의 마지막 경기가 될 수도 있었죠. 그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고생했다고 서로를 다독여주기도 했어요. 그래도 '차라리 패배하고 엄청나게 아쉬워할걸' 하는 생각에 아주 아쉽죠.


Q. 롤드컵에서 보여줬던 활약과 화기애애한 분위기 덕분에 팬들의 사랑을 더욱 많이 받는 팀이 됐어요.

'스멥' 송경호 : 많은 분이 도와주셔서 정말 재미있었어요. 프나틱전에서 '쿠로' 이서행 형이 "저희도 응원해주세요" 라고 인터뷰하고 나서 팬들도 많이 늘었고요. 롤드컵 기간 내내 소름 돋았던 것 같아요. 그때 기억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 시즌에는 우승해보고 싶어요. 맨날 저희는 주인공을 받쳐주는 역할이었잖아요.



Q. 윤왕호 선수가 처음 팀에 합류했을 때, 솔직한 심정을 듣고 싶어요.

'스멥' 송경호 : 저는 마음에 안 들었어요(웃음). 감독님이 바로 영입을 확정하셨다고 했잖아요. 저는 적어도 제 의견 정도는 물어봐 주실 줄 알았거든요. 제가 "얘는 언제까지 여기 있어요?"라고 여쭤 봤더니, "합격이야" 라고 하시더라고요. 거기서 조금 짜증 났어요. '내가 이런 존재였나…?' 하면서(웃음).

사실 팀원들 사이에서 (윤)왕호는 3지망 정도였어요. 그래서 큰 기대는 안 했는데, 정말 잘하더라고요…. 아! 이런 말 하면 또 거만해질 텐데(웃음).

'피넛' 윤왕호 : 출전 욕심이 한창 다시 올라왔을 때라서 주전 자리가 보장된 락스 타이거즈를 선택했어요. 처음 팀에 합류했을 때 부담감이 있었죠. 락스 타이거즈가 워낙 잘하는 팀이었고, 롤드컵 준우승도 차지했잖아요. 그래도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열심히 노력했어요. 다행히 지금까지 그 결과가 좋은 것 같아요.


Q. 팀의 새 식구가 된 입장에서 '우리는 이런 팀'이라고 설명해줄 수 있나요?

'피넛' 윤왕호 : 많은 분이 알고 계신 대로 팀 분위기가 정말 좋아요. 경기 중에도 서로 즐기는 게 느껴져요. '고릴라' 강범현 형이 실수로 '점멸'을 썼을 때, '쿠로' 이서행 형이 막 스킬을 (강)범현이 형한테 쏘고 했던 것처럼 말이죠.

'스멥' 송경호 : 말 그대로 '즐겜'을 하는 것 같아요. 다들 엄청나게 집중하면서도 간혹 재미있는 상황이 벌어지면 농담도 하고 웃으면서 경기에 임할 때가 많죠. 일부러 노력해서 그런 건 아닌 것 같고, 다들 자연스럽게 즐기게 되는 것 같아요.



Q. 부스 안에서 노래를 불러서 화제를 모았죠. kt 롤스터와의 라이벌 의식은 없나요?

'스멥' 송경호 : 노래는 저희가 더 많이 부르는데 방송에 잘 안 나오더라고요. 저희 팀에는 제가 있으므로 kt 롤스터보다 노래에서 앞선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메인 보컬이고, 팀원들이 서브 보컬이라고 할 수 있죠.

'피넛' 윤왕호 : 제가 나진 e엠파이어 소속일 때 들어봤는데, '모쿠자' 김대웅 전 코치님이랑 '카인' 장누리 형이 워낙 노래를 잘하거든요. (송)경호 형은 중간 정도 실력자인 것 같아요. 저는 노래를 못하는데 그냥 재미있어서 따라 부르는 수준이고요.

'스멥' 송경호 : 저도 그냥 재미있어서 따라 부르는 건데…. 잘한다고 하지 않았어요!

'피넛' 윤왕호 : 메인 보컬이라면서요!

'스멥' 송경호 : 아니…. 메인 보컬이…. 노래를 다들 못하니깐 제가 그나마 나으니깐 메인 보컬이라는 거지…. 저만 사람처럼 불러요(웃음). 저도 잘하지 않아요. 그냥 즈…. 즐겨요.


Q. 이제 슬슬 인터뷰를 마무리할게요. 락스 타이거즈가 작년에 '콩라인'으로 불렸어요. 이번 시즌 각오가 남다를 것 같은데요?

'스멥' 송경호 : 지금이 딱 작년 스프링 같다고 했잖아요? 당시에는 방심했던 것 같아요. 이번 시즌에는 다른 팀이 올라올 틈도 만들어주지 않고, 끝까지 1위를 수성해서 우승을 차지하고 싶어요.

'피넛' 윤왕호 : 저는 아까 말했던 것처럼 경력을 쌓는 것이 최우선 목표예요. 팀원 형들이 작년에 준우승을 해서 이번 시즌 목표를 우승으로 잡았더라고요. 저도 우승해서 경력을 쌓아야죠.


Q.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해요.

'스멥' 송경호 : 작년 스프링 시즌에 팬들이 정말 많았어요. 그러다가 IEM 월드 챔피언십 이후로 많이 줄어들었죠. 롤드컵 준우승 이후에 다시 많은 분의 응원을 받게 됐어요. 올해에는 저희가 꾸준하게 잘할 테니까 끝까지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항상 감사드려요.

'피넛' 윤왕호 : 제가 만약 부진한 모습을 보여드리더라도 끝까지 응원 보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