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사: 일렉스 ⊙장르: 모바일 전략 ⊙플랫폼: iOS, 안드로이드


성(城)을 경영하여 키운다는 것은 틀림없이 매력적인 요소다. 영지를 발전시켜서 병사를 키우고 상대 영지를 침략하는 행위는 남성성(性)의 극단적인 표현이자 쾌락을 동반한다.

모바일 전략 게임들은 이런 점을 극대화 시켜 하나의 장르로 우뚝 섰다. 북미 애플앱스토어 기준으로 상위 10위 안에 모바일 전략게임이 5개가 포진되어 있다. '클래시 오브 클랜', '게임 오브 파이어'는 나란히 1, 2위를 달리고 있으며 제50회 슈퍼볼 광고에 등장한 '모바일 스트라이크'는 4위다. 그 뒤를 '붐비치'와 '클래시 오브 킹즈'가 따르고 있다.

그 중 '클래시 오브 킹즈(Clash of kings)'는 소지섭과 손예진을 앞세워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에 투자하고 있다. '클래시 오브 킹즈'. 국내 게이머들에게는 조금 생소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알고 보면 지난 11월, 1주년 기념행사를 열기도 했고 전 세계 서버 1,000개를 돌파했다. 구글플레이 코리아와 페이스북에서 선정한 누적 다운로드 5천만의 전략 게임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실, '클래시 오브 킹즈'가 뇌리에 날카롭게 박히게 된 건 뭐니뭐니해도 EXID 하니의 존재감이었다. 짧은 핫팬츠에 스케일메일을 연상시키는 탱크탑을 입은 하니는 전 세계 게이머들과 대규모 전투를 펼친다는 게임의 핵심조차 잃어버리게 할 만큼 강렬했다. 당시 하니는 연맹을 생성하고 본인의 아이디와 좌표를 공개해 국가전 준비를 하며 많은 남성 사용자들을 게임 내에 끌어들였다.

개발사 일렉스는 그러고도 성에 차지 않았는지 이번에는 홍보모델로 '손예진'과 '소간지 소지섭'을 선정해 남심을 녹일 준비를 하고 있다. 광고 문구도 '플레이 포 코리아(Play for Korea)', 내면의 동질의식과 남성성을 자극하는 날카로운 문구다.




■ 작은 차별화 '월드맵' - "익숙하지만 달라."

손예진이 끌리든 소지섭이 끌리든 어찌 됐건 간에 '클래시 오브 킹즈'를 처음 접하면 강남대로 앞에서 우연히 전 여친의 향수를 마주했을 때와 같은 오묘한 기분이 든다. 나도 그렇고 당신도 그렇고 절대 기분 탓만은 아니다. 게임 화면이 세로 형태인 것을 제외하면 다른 모바일 전략 게임들과 거의 동일한 진행방식을 가진 탓이다.

‘클래시 오브 킹즈’는 사용자가 직접 영주가 되어 도시를 발전시키고 연맹을 결성하여 침략을 통해 타 국가의 사용자와 전쟁을 즐길 수 있는 모바일 전략 게임이다. '건설-채집-병력 육성-침략 혹은 방어'가 무한히 순환하는 구조다. 틈틈이 영지를 운영하고, 동맹을 통해 세력을 확장할 수 있다.

한가지 주목할 점은 '클래시 오브 킹즈'가 동종 장르의 게임들과 다르게 '월드맵'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사용자는 월드맵을 통해 레이드, 채집 등의 활동을 할 수 있어 다른 사용자의 영지만을 공격하는 동종 장르의 천편일률적인 게임구조에 차별화를 꾀했다.

▲ 몬스터와 싸우든지 다른 사용자와 싸우든지

게임은 크게 성을 운영하고 병력을 육성하는 '영지'와 나를 포함한 다양한 세력이 분포한 '월드맵'으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영지'는 지금껏 다른 게임들이 그래 왔듯 자원을 채집하거나 병력을 육성하는 곳이다. 영지는 성벽을 기준으로 안과 밖으로 나뉘며 성벽 안 지역에는 영주의 성이 있고 병력 육성과 관련된 건물을 지을 수 있다. 성벽 바깥 지역은 자원을 채집하거나 병력을 지원하는 건물을 짓는 곳이다.

기본적으로 건물을 짓거나 업그레이드할 때 일꾼이 투입되기에 자원에 여유가 있다고 해도 한 번에 여러 건물을 무한정으로 지을 수 없다. 통상 모바일 전략 게임은 인앱결제를 통해 일꾼을 구입하면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데 반해 '클래시 오브 킹즈'는 기간제다. 집중적으로 내정에 힘을 쏟는 시기를 결정해야 하는 전략적인 면이 필요하다. 물론 프로과금러라면 해당 사항 없겠지만.

건물을 업그레이드하는 동안 해당 건물은 기능을 잠시동안 하지 못하기 때문에 업그레이드 타이밍 역시 사용자의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 시드마이어가 그랬다. 게임은 선택의 연속이라고.


또한, 건설과 병력생산, 업그레이드는 일정한 소요시간을 필요로 하는데 이를 캐시 재화를 통해 단축할 수 있다. 건설시간이 5분 이내인 경우에는 빠르게 건설할 수 있는 옵션도 있다.

영지 경영은 건물을 지어 채집하는 데서 시작한다. 주요 건물로는 영지의 중심 '성'과 식량, 나무를 채집할 수 있는 '농지', '벌목장' 그리고 병력을 생산하는 '병영'과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는 '아카데미'가 존재한다. 그 외에도 '자원보호고', '전쟁 요새', '전쟁의 홀', '방어탑', '감시탑' 등등 다양한 건물들이 존재한다.

아기자기하다기보다는 조금은 거칠게 표현된 인물과 웅장한 성, 성벽은 사용자에게 성의 주인이 된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실제 계절에 맞춰 눈이 쌓인다거나 녹는다거나 하는 효과는 건설, 병력 육성 시간 동안 발생하는 지루함을 조금이나마 덜어준다. 숫자 데이터 집합에 불과한 전투력과 자원이지만, 영지를 구경하고 있노라면 영주라도 된 듯 몰입하게 된다.

▲ 잘 익은 복숭아와 같이 친절한 튜토리얼

월드맵에서는 다른 사용자들의 영지와 자원, 몬스터를 확인할 수 있다. '클래시 오브 킹즈'의 특징인 월드맵에서 사용자는 몬스터를 토벌하거나 자원을 수집할 수 있다. 자신의 영지에서 훈련한 병력을 특정 장소로 보내면 병력은 행군을 시작한다. 스마트폰을 흔들면 사냥 메뉴가 뜨기도 한다. 흔드는 기능은 '클래시 오브 킹즈' 곳곳에 숨겨져 있다. 한 손으로 잡기 쉬운 세로 형태와 이러한 편의기능이 합쳐져 '클래시 오브 킹즈'는 한 손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병력은 행군에 일정한 시간을 소모하며 채집, 사냥하는 데에도 특정한 시간이 소모한다. 특히 '적재량'이란 개념이 있어 출진 병력의 조합을 어떻게 짜느냐의 선택지도 제공한다. 그 동안 병력은 방어를 수행할 수 없으므로 효율적인 병력 배분을 해야만 한다.

'클래시 오브 킹즈'는 이처럼 끊임없이 사용자에게 선택과 고민을 요구한다. 자동전투를 눌러놓는 편안함은 없지만, 생각하는 즐거움이 있다.

▲ 영지에서 갖가지 활동을 할 수 있다.



■ 핵심 콘텐츠 '연맹' - "저 녀석을 굴복시키고 노예로 만들겠어."

영지를 경영하고 월드맵에 익숙해져 사용자 레벨이 올라가면 '연맹'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다. 연맹은 '클래시 오브 킹즈'의 핵심 콘텐츠다. 요즘 송출되고 있는 '플레이 포 코리아'라는 캐치프레이즈만 봐도 알 수 있듯 연맹은 게임 내에서 커다란 의미를 가진다.

대부분의 세력전이 연맹을 기본 단위로 이루어지며 상점이나 창고 등 편의기능도 제공하기 때문이다. 뜻밖에 한국인 혹은 한국어를 사용하는 연맹도 많은데, 나는 스페인어를 주요 언어로 사용하는 연맹에 들어갔다. 스페인어 발음이 섹시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남자일 테지만 어쨌든 상상은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연맹에 들어가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 중 남성성을 제일 자극하는 것은 '연맹전' 및 '왕위 쟁탈전'이다. '클래시 오브 킹즈'의 연맹전은 고대 중국의 봉건제도와 비슷한 느낌이다. 물론 토지를 부여받는다는 개념은 없지만, 연맹의 맹주가 특정 연맹과 전쟁을 선언하고 명령을 내리면 연맹원들은 '월드맵'상에서 병력을 행군시키기 시작한다.

▲ 다양한 행군선

동종 장르의 게임들이 '길드전'을 함에 있어, 길드전 스테이지가 존재하고 이를 공격하는 것과 다르게 '클래시 오브 킹즈'는 진짜 전장처럼 시간을 들여 행군하고 합동 공격을 하는 등 전쟁의 느낌을 받게 된다. 연맹원들 상호 간에 병력 교체를 비롯한 타이밍을 사전에 약속해야 원하는 전쟁판을 짤 수 있다.

이러한 연맹전이 극단으로 폭발하는 콘텐츠가 '왕위 쟁탈전'이다. 자신이 속한 연맹을 서버 최고로 만드는 콘텐츠로 왕위 쟁탈전에서 승리하면 왕이나 관료가 되어 버프를 얻을 수 있고, 적대 연맹을 노예로 설정해 디버프도 줄 수 있다. '노예'라는 단어에서 풍기는 전투적인 느낌은 테스토스테론을 자극한다. '클래시 오브 킹즈'의 사용자들이 '왕위 쟁탈전'을 목표로 삼는 이유기도 하다.

궁전과 주변의 투석기를 8시간 동안 점거하면 '왕위 쟁탈전'에서 승리하게 된다. 이 8시간을 위해서 사용자들은 상대 연맹을 꾸준히 공격해 전투력을 하락시키는 등 준비작업을 펼치기도 한다. 왕위 쟁탈전 시 최초 점령 사용자의 전쟁의 홀 레벨에 따라 지원 가능한 병력 수준이 정해지기 때문에 연맹 차원의 거시적인 전략 수립이 필수적으로 수반된다.

▲ 알파이자 오메가인 연맹.

또한, 전술적인 차원의 움직임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궁전과 투석기를 점령하면 방어력이 강해지는데, 이를 활용하기 위해 배치 병력을 변경하는 전술이 사용되기도 한다. 이동시간을 예측해 지원병을 보내는 타이밍 그리고 이 틈을 놓치지 않으려는 상대 연맹의 공격 등 다양한 양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예비대가 없는 장군은 전장의 관람자에 지나지 않는다.'라는 말처럼 단순히 병력을 보내 공격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전황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다양한 선택과 전략이 난무하는 왕위 쟁탈전이 끝나면 국왕선정, 관직 부여, 노예지정, 국왕보너스 분배를 할 수 있다. 국왕 선정은 왕위쟁탈전이 끝난 후 1시간 이내에 해당 연맹 맹주가 지정할 수 있으며, 따로 지정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맹주가 국왕이 된다.

관직과 노예 지정도 가능하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든 부분으로 패배한 적군의 도시를 노예로 지정하면 적 사용자에게 디버프가 생성된다. 비릿한 승리감을 느끼게 되는데 아마 중세 시대 전쟁에서도 이러한 감정이 전장을 지배하지 않았을까 한다. 한편 국왕의 군대는 황금 군대로 변한다. 서버 최강자의 징표인 셈이다.

▲ 이 작은 화면에 한국어, 중국어, 러시아어, 영어가...



■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 - "편안함은 없지만, 전략 수립의 재미는 있다."

'클래시 오브 킹즈'는 끊임없이 선택과 전술 타이밍을 요구한다. 전략 게임의 재미라고 할 수 있는 두 요소는 남성적인 느낌의 그래픽과 분위기와 접목되어 마초이즘을 풍긴다. 게다가 광고에서 강조하고 있는 동질의식은 남성 사용자들에게 꽤 매력적인 요소임이 틀림없다.

'클래시 오브 킹즈'를 플레이하며 가장 대단하다고 생각한 점은 리텐션 관련 부분이었다. 항구무역, 채집, 건설, 전쟁 등이 뒤섞인 콘텐츠는 반강제적으로 게임을 다시 찾게 한다. 다만 24시간 실시간으로 전쟁이 벌어지는 게임이기에 피로감은 있는 편이다.

▲ 게이브 뉴웰도 울고 갈 할인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