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개발이라 하면 언뜻 낭만스럽게 들리기 마련입니다. 돈에 좌우되지 않고, 오직 게임을 만들겠다는 꿈을 좇아 고독한 그 길에 투신한 느낌 말이죠. 그렇다면 실제론 어떨까요.

안타깝게도 현실은 이상과는 다릅니다. 고독하고 힘든 길로 애초에 대박은 언감생심이고 끼니나 걱정하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할 정도죠. 거기에 더해 혼자이기 때문에 각종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낭만에 가려진 1인 개발의 약점이 드러나기 시작하는 거죠.

그렇다면 어떡해야 할까요. 유니티 에반젤리스트이자 1인 개발사 문틈의 지국환 대표는 '카툰999'를 개발하면서 있었던, 1인 개발의 약점을 보완해준 피드백의 힘에 대해서 설명했습니다. 지금도 1인 개발을 목표로하는 개발자가 있다면 이 강연을 주목하길 바랍니다.



■ 문틈의 지국환 대표, 그는 누구인가?



저는 유니티 에반젤리스트이자 문틈의 대표인 지국환이라고 합니다. 낮에는 유니티에서 근무하면서 데모 프리젠테이션을 담당하기도 하고, 샘플 데모를 만들거나 유니티 책도 쓰곤 합니다. 밤에는 문틈의 대표로 게임을 만들고 있는데요. 대부분 망했습니다.

원래는 네이버 디자이너 출신이었는데요. 너무 게임을 만들고 싶은 마음에 나와서 창업을 했는데, 말했죠? 시원하게 망했습니다. 그나마 작년에 출시한 '던전999'는 나름 선방했는데요. 잠깐이지만 구글 스토어 인기 유료 1위가 되기도 했습니다. 비록 이틀이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어쨌든 좋은 경험을 얻었습니다.

자, 그럼 본격적인 오늘의 주제에 대해 얘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바로 '카툰999'와 피드백 대한 얘기입니다.



■ 1인 개발 '카툰999', 왜 피드백이 필요했을까?



'카툰999'의 경우 초기 버전과 현재 런칭된 게임을 보면 큰 프레임에선 비슷하지만, 게임 방식은 여러모로 개선됐습니다. 원래는 제목도 '카툰 팩토리'로 정했는데, 여러 사람과 얘기를 하면서 '던전999'의 후속작이란 걸 어필하면 어떻냐는 말에 지금의 제목으로 정했습니다. 아마 '카툰 팩토리'로 정했다면 망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사실 피드백이라고 말했지만, 거창한 것도 아닙니다. 남들에게 게임을 하게 시킨 다음에 의견을 들어보는 거죠. 근데 그런 의견도 있습니다. 왜 피드백이 필요하냐는 거죠. 왜냐하면, 1인 개발을 하는데 귀찮기도 하고, 욕먹어서 멘탈 깨질까 봐 걱정되기도 하거든요. 이런 물음에 대해 말하자면, 혼자서만 할 게임이라면 상관없다는 겁니다. 하지만 아니잖아요? 출시하고 남들에게 판매할 게임인데, 내 게임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출시 전에 최소한의 의견은 들어봐야 합니다.



그런데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피드백은 제가 하는 게 아니죠. 다른 사람이 하는 겁니다. 그런데 만약 프로토 타입이 재미없으면 누가 하고 싶을까요. 즉, 피드백을 요구하는 입장에서도 그 게임에 최소한의 구색을 갖춰야 합니다. 저는 게임에 대한 최소한의 디자인 콘셉트가 느껴 져야 하고, 적어도 5분 이상은 즐길 수 있는 분량간단한 수익모델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정도는 돼야 테스트를 하는 입장에서도 최소한의 피드백을 해줄 수 있는 거죠.

이게 왜 중요하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좋은 질문을 준비해야 좋은 답변이 나오는 것처럼 피드백을 해주는 대상에게 게임에 대해서 어떤 게임인지 알려줘야 그에 대한 온전한 피드백이 나올 수 있는 거죠.



■ 그렇다면 피드백은 누구에게 부탁받아야 할까?


그렇다면 피드백에 최적화된 인원은 누구일까요? 결혼한 사람이라면 저는 와이프가 제격이라고 말하겠습니다. 보통 사회생활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이러니저러니 해도 입에 발린 말을 해줄 수 있지만, 부부는 솔직한 의견을 제시해주기 때문이죠. 물론 그 외에도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데요. 저는 이렇게 피드백을 해주는 사람들을 6개의 유형으로 나눠봤습니다.




▶ 잠수함타입

잠수함타입의 경우 게임은 잘 해주지만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보면 재밌었다고 말하고 끝나는 타입입니다. 피드백을 해주는 사람들의 절반은 이런 유형이었습니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그저 어떠냐는 물음보다는 아주 세세하게 질문하는 게 좋습니다. 저의 경우는 아예 게임 내에 설문지 링크를 심기도 했습니다. 이래도 응답률이 60%가 안 됐지만, 이마저도 소중한 피드백입니다.


▶ 열혈개발자

열혈개발자형은 주로 게임업계인에게 피드백을 받다 보면 많이 볼 수 있는 케이스입니다. 단순히 해보라고 줬는데 기획서를 쓰는 수준으로 엄청난 양의 피드백을 제공해줍니다. 귀찮을 때도 있지만, 그들이 주는 의견들을 보면 결국은 꼭 넣을만한 아이디어였던 경우가 많습니다.

일례로 원사운드에 대해 아시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그분이 저한테 준 피드백이 있었는데요. 게임 내 이벤트에 대한 거였습니다. 제가 원래 기획한 이벤트 중에서 광견병에 걸리는 이벤트가 있었는데, 그걸 보고 그러더라고요. 어느 만화가가 광견병에 걸리는 상황에 처하겠냐고 말이죠. 생각해보니 그랬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다 보니 게임 콘셉트가 만화다 보니 마감 독촉이나 악플러 등의 여러 이벤트를 넣게 됐습니다.

▲ 만화가라는 콘셉트에서 다양한 이벤트를 착안

그 외에도 고려하지 않았던 진동알람이나 저사양 모드 등 실제 게임에서 필요한 다양한 요소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런 기능들을 추가하면서 거부감이 들 때도 있습니다. '내 게임인데 왜 다른 사람의 머리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넣어야 해?'하고 말이죠. 하지만 이런 내 게임에 대한 강박관념을 버렸을 때 게임이 더욱 풍성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물어뜯기류

이 유형은 간혹 개발자의 멘탈이 깨질 수도 있지만, 실제 유저에 가장 가까워서 큰 도움이 되는 경우입니다. '뭐가 이렇게 까다로워?'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 유저의 입장에 가깝기 때문이죠. 이 경우 다양한 불만이 나오기도 하는데, 저는 이 중에서도 특히 욕설하는 의견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XX, 광고가 겁나게 많이 나오잖아!!! XX!!"

전 광고에 대해서 크게 의식하지 않았는데 저 말을 듣고 잘못 생각하고 있었구나 하고 깨달았습니다. 물론 단순한 취향에 대해서도 전부 예의주시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취향과는 무관하지만, 욕이 나올 정도로 민감한 피드백이라면 그냥 넘길 순 없죠.


▶ 초긍정

이 경우 개발 중인 프로젝트에 자신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그들의 말을 믿으면 안 됩니다. 아직 개선의 여지가 충분히 있는데도 불구하고 무조건 좋다고 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들의 말에 용기는 얻되, 자신의 게임이 완벽할 리 없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 집요하게 물어보면, 그들도 진짜 피드백을 내놓긴 합니다


▶ 완벽주의자

1인 개발자에 있어서 가장 큰 도움이 되는 유형입니다. 솔직히 시도 때도 없이 버그에 대해 알려주기에 귀찮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90%는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는데요. 이들은 1인 개발이기에 놓치기 쉬운 빈틈을 세세하게 알려주는 유형입니다. 이분들의 피드백은 게임의 완성도를 올리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여담이지만, 사소할 정도로 많은 제보가 올 때도 있으므로 트렐로 같은 걸 이용해서 정리하는 걸 추천합니다.

▲ 이 정도로 자세한 피드백을 보내기도 한다


▶ 스페셜포스

이 유형은 특정 분야에 특출난 사람들입니다. 게임에 대한 여러 팁을 얻을 수도 있으므로 그들의 피드백은 빼놓을 수 없는데요. '카툰999'는 그래픽 디자이너의 피드백으로 게임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 수 있었고, BM설계를 하시는 분에게는 생각치도 못한 아이템에 대한 조언을 받기도 했습니다.



■ 피드백을 통해 수정하기 좋은 요소들은 뭘까?


많은 피드백을 받는다고 해도 수정하기 수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게임성의 경우 피드백을 통해 변경할 순 있지만, 이런 경우 객관적인 것보다 주관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게임성의 경우는 개발자가 목표로 하는 방향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어떤 피드백이 수정하기 수월할까요. UI나 UX, 게임의 진행 속도, 밸런스 같은 요소들은 수정하기 용이할 뿐 아니라, 피드백을 할 때 반드시 체크해야 할 3가지입니다.


하지만 명심할 게 있습니다. 처음에는 피드백을 잘 해주던 테스터들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지치고 무뎌지면서 정확하지 못한 답변을 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새로운 테스터를 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겁니다.



■ 왜 피드백을 받아야 할까?


피드백을 받기 전과 후는 다릅니다. 처음부터 완벽한 게임은 없습니다. 비단 게임뿐만이 아닙니다. 영화계에서는 초고가 완벽할 수는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초고가 완벽하다고 한다면 오히려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거죠. 게임도 마찬가지입니다. 완벽하다고 생각하면 그건 잘못된 생각입니다.

끝으로 공자의 말을 인용하려고 합니다. 공자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세 사람이 길을 가면 그중에는 반드시 내 스승 될 만한 사람이 있다"라고 말이죠. 게임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보다도 게임에 대해 잘 아는 누군가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 남들의 피드백을 두려워하지 말고 그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