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퍼는 매우 빠르게 진화했다. 기계적인 움직임을 최대한 숨기고 사람처럼 보이게 하는 스크립트나 헬퍼 프로그램을 다른 일반 프로그램으로 둔갑시키는 기술적인 진화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이것을 판매하기 위한 사이트, 대행 결제 등 판매적인 진화도 동반되었다. 그들은 헬퍼를 제작하고 판매해도 큰 벌칙을 받지 않는다는 안도감을 바탕으로 리그 오브 레전드를 빠르게 좀먹었다.

최근 라이엇의 대응이 적극적으로 변했다. 2015년에 4만여 개의 계정을 적발한 데 반해, 2016년에는 4월까지 6만여 개의 계정을 영구 정지 조치를 취했다. 더불어 지금까지 한 번도 하지 않은 헬퍼 유포자에 대해 손해배상을 포함한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라이엇은 이를 실행하기 위한 정보를 수집 중이며, 법적 대응을 통해 그 책임을 엄중히 묻겠다고 했다.

라이엇의 태세가 적극적으로 돌아서자, 인벤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우리나라에서 헬퍼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볼 스튜디오' 한국 커뮤니티의 운영자라고 얘기했다. 헬퍼 제작자와 헬퍼 사용자들에 대한 정보와 홈페이지, 서버 일체를 공개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인벤팀은 즉각 취재팀을 구성해, 제보자를 직접 만나 얘기를 들었다. 아래는 제보자의 인터뷰 내용이다. 문답의 내용은 제보자의 주장으로, 명확한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




■ '볼 스튜디오' 한국 공식 커뮤니티 운영자를 만나다.

Q. 본인 소개를 해달라.

나는 볼 스튜디오 한국 공식 커뮤니티 운영자 A다. 이 사이트 운영이 본업은 아니고, 웹 에이전시와 보안 관련 프리 랜서로 일하고 있다.


Q. 현재는 사이트가 폐쇄된 것으로 확인된다. 맞나?

기존 도메인으로는 접속되진 않는데, 아직 데이터를 가지고는 있다. 다른 주소로 접속도 가능한 상태다.


Q. 사이트는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인가?

이제 그만하려고 한다. 여기서는 손을 뗄 생각이다.


Q. 어떻게 이런 사이트를 만들게 되었나.

나도 헬퍼 사용 유저였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헬퍼를 구매하거나 정보를 얻기 너무 불편했다. 그래서 내가 만들어볼까? 이런 생각으로 시작하게 됐다.

당시 헬퍼는 네이버 카페를 통해 판매됐다. 1세대 헬퍼 판매자이자 네이버 헬퍼 카페 운영자였던 B라고, 헬퍼 대행 판매로 수입을 올린 사람이 있다. B는 볼 스튜디오에 존재하는 수 십명의 운영자 중 한 명이다. B가 볼 스튜디오 본사에 승인을 받고, 한국 공식 커뮤니티를 나와 같이 만들게 됐다.


Q. 사이트 운영은 얼마나 했나?

2년이 넘었다. 국내에서 서버를 운영하다 문제가 돼서 해외로 한 번 옮긴 적이 있다. 2년 동안 나에게 한 번도 법적 제재가 오지 않고, 해외 서버는 너무 느리기도 해서 국내로 돌아왔다. 고소에 대한 대비는 항상 해두고 있었다. 그나마 가끔 경고가 왔는데, 사이트에 문제되는 내용을 삭제하는 식으로 위험을 피해왔다. 그러나 이번에 헬퍼가 시끄러워지자 강제로 사이트를 폐쇄당했다.


Q. 볼 스튜디오 코리아 커뮤니티에 자체적인 결제모듈이 있는가?

아니다. 우리 커뮤니티는 한국 지사 개념이다. 커뮤니티에서는 스크립트 기능의 홍보만 이뤄지고, 스크립터들이 여기에서 개인 쪽지를 통해 페이팔 결제 등으로 판매했다.


Q. 본인은 이 사이트를 통해 어떤 금전적 이득을 취했나?

금전적 이득은 거의 취하지 못했다. 오히려 서버를 관리하는 것에 지출이 꽤 있었다. 우리 커뮤니티의 경우 다운로드 서비스도 지원했기에 서버비가 꽤 컸다. 광고를 통해 수입을 올렸던 적도 있지만, 정말 적은 돈이다. 하지만 계속 사이트를 유지했던 이유는 사이트를 운영하는데 재미를 붙였고, 어느새 취미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조금 비싼 취미다.





■ 제보자 "헬퍼는 눈치채기 힘들다"

Q.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사이트를 이용했는지 궁금한데?

최근에는 회원이 1만8천 명이었다. 제일 많을 때는 수만 명 정도 됐다. 보통 한 번 가입해서 사용하고 나면 탈퇴를 해버리기 때문에 회원 수는 그렇게 많진 않다.


Q. 한국 유저들 중 얼마 정도가 헬퍼를 사용하거나 사용했다고 생각하는가?

굉장히 많다고 생각한다. 랭크 게임 상위권에선 한 게임에 한 명 정도 꼴?


Q. 볼 스튜디오 전용 프로그램을 사용할 때, 일반 유저가 그걸 감지하는 것이 어렵나?

설정을 잘하면 티가 안 난다. 헬퍼 사용자들은 설정이 영어로 되어있고 복잡하니까 대충 설정하게 되고, 그러면 상대방이 눈치를 쉽게 챈다. 진짜 고티어 유저들 중에는 티 안나게 쓰는 사람이 많다.

이번에 라이엇이 헬퍼를 잡는 방법을 조금 다르게 해서 꽤 걸리는 것으로 아는데, 이건 창과 방패의 싸움이다. 어떻게 숨기느냐, 어떻게 찾느냐 같은. 2년 동안 걸리지 않고 쓰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다른 헬퍼 커뮤니티에서 자기 아이디가 정지됐다고 글이 많이 올라와 헬퍼가 몽땅 잡혔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정지당하지 않은 사람은 글을 안 쓰기 때문에 제재받은 사람이 많이 보이는 것으로 생각한다.




Q. 볼 스튜디오를 제외하고 다른 헬퍼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는가?.

한국에서 흔히 사용하는 건 E헬퍼, L헬퍼, 그리고 볼 스튜디오가 있다. L헬퍼는 적발률이 매우 높아 '영정샵'이라고도 부른다. 그리고 유명 스트리머를 대상으로 판매하는 '특별품'도 있다고 들었다. 이런거는 300만 원 이상의 고가로 판매되는걸로 알고 있다. 1:1 대화로 아주 은밀하게 구매 의사를 물어오기 때문에, 사용자가 전 세계적으로 몇 명 되지 않고, 표본도 적어 적발률이 매우 낮다.



■ 사이트 정보 일체를 제공하겠다고 하는 A, 얻는 건 무엇인가?

Q. 무엇을 얻기 위해 제보를 하는지 궁금하다.

라이엇이 최근 법적인 압박을 계속 가하고 있다. 사이트 관리자인 나는 가장 일차적으로 용의 선상에 오를 사람이다. 자기방어를 위해 제보를 한 거다. 솔직히 말하는 것이다.


Q. 사이트의 모든 정보를 제공할 의사가 있다고 했는데.

필요하다면 모든 것을 공개하겠다. 지금 홈페이지가 닫혀있지만, 백업해둔 것이 있다. 사이트에 가입한 회원의 명단, 스크립트 제작, 판매자의 정보, 그들이 구매자와 나눴던 쪽지 내용도 모두 보유 중이다.

▲ 제보자가 보유한 정보 중 일부


Q. 공개 방법에 대해서 고민은 해봤는지?

처음엔 공개된 인벤 게시판 같은 곳에 내가 가진 정보를 모두 올려버리려 했다. 하지만 개인정보도 있고, 제2의 위험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 된 마당이니, 이쪽 세계를 아예 끝내버리고 싶다. 관련된 사람들이 모두 법적 처벌을 받고 이 생태계가 더 이상 유지되지 않았으면 한다. 라이엇이 나를 고소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수사기관을 통해 이런 자료를 모두 제출할 수 있지 않겠나.


Q. 사이트가 폐쇄된 상태라도, 헬퍼를 팔 사람은 팔 것 같다.

그렇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라이엇이 더 빠른 법적 조치를 취한다면 헬퍼를 근절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증이 부족했다면 내가 물증을 제공하겠다.


Q. 본인이 법적 조치를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나?

나는 사이트 제작만 했다. 스크립트와 관련된 것은 하나도 없다. 대리 결제를 했던 적도 없다. 하지만 볼 스튜디오 코리아 사이트를 만든 건 사실이다. 검찰이 소환한다면 조사를 받겠다. 다만 이런 정보 제공이 어느정도 정상 참작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만약 수사 협조를 바란다면 적극적으로 임하겠다.


Q. 볼 스튜디오 코리아 커뮤니티 같은 사이트가 계속 문을 닫는다면, 헬퍼 유저가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하나?

예전엔 헬퍼 생태계가 크지 않았는데, 이젠 심각하다고 본다. 조치를 취하지 않아서 자연스레 몸집이 비대해졌다. 계정 영구 정지 제재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헬퍼 유저 중 대부분이 정지되더라도 다른 계정으로 또 헬퍼를 사용할 것이라고 본다. 라이엇이 적극적인 액션을 취하지 않으면 계속될 것이다.



■ 라이엇 "해당 사이트 포함, 총체적인 법적 대응 진행 中"

2년 동안 헬퍼 커뮤니티를 운영했던 그에게서 갑작스러우면서도 적극적인 제보의 이유는 확인했지만, 그의 진심은 알 수 없었다. 말마따나 이 분야에 깊은 염증을 느끼고 모든 걸 폭로하겠다는 것이 가장 큰 의도일까. 그는 함께 사이트를 운영했던 스크립트 제작자들과 불편한 관계가 되었다고 고백했다. 분명한 것은, 그가 어떤 목적으로 제보하고 그 결과가 좋게 마무리된다고 한들 지난 2년 동안 국, 해외 서버를 오가며 헬퍼 커뮤니티를 제작, 운영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가 운영하는 사이트가 폐쇄당하고, 주변 사람들에 대한 법적인 움직임을 감지한 것이 제보를 결심하게 된 신호탄이라는 것은 확실해 보였다. 과거라면 상상할 수 없는 현상이 헬퍼와 관련된 어떤 변화의 전초를 읽어봐도 될까.

라이엇 관계자는 본 제보와 관련해 "이미 해당 케이스를 포함해 부정행위 프로그램 유포자에 대한 총체적인 법적 대응을 진행 중"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법적 조치의 내용은 지금 시점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낼 수 없지만, 끝까지 강경한 대처를 이어갈 것"이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