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주관하고 서울산업진흥원, 한국게임개발자협회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2016 서울 e스포츠 포럼’에서 윤형섭 상명대학교 교수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 완화 방향과 생활 e스포츠 확산 방향'에 대한 주제로 청중들에게 강연을 진행했다.

이 강연은 e스포츠의 성장과 국내 현황을 소개하고 나아가 e스포츠가 건전한 생활 스포츠로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전망하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 윤형섭 상명대학교 교수


1. e스포츠는 미래에도 영향력이 있을까?

독일 베를린 메르세데스 벤츠 아레나에서 열린 ‘리그 오브 레전드’ 결승전에서는 1만 2,000석의 좌석이 매진됐다. 당시 티켓 가격은 최고 59.55유로(한화 약 7만 5천 원)로 판매됐다. 파리에서 열린 ESWC 2015에는 35만 명의 오프라인 관객이 참여했다.

e스포츠 시장은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 업체 슈퍼데이터 리서치(Superdata Research)의 2015년도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e스포츠 시장의 전체 규모는 약 $613M(한화 약 6,672억 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그중 가장 큰 아시아 시장은 $374M(한화 약 4,070억 원)로 전체 시장 대비 60%가 넘는 규모를 기록했다. 북미($143M, 한화 약 1,556억 원), 유럽, 남미가 뒤를 잇고 있다.

영향력이 있는지 판단하는 데 중요한 것이 티켓 가격과 상금 규모다. 다행히도 한국을 포함한 국가에서 티켓 가격은 점차 상승하고 있으며 상금 규모도 커지고 있다. 중국의 도타2 프로게이머 '하오(Hao)'의 경우 백만 달러(한화 약 11억 원)를 상금으로 거둬들이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e스포츠의 영향력은 점차 향상되고 있다.

더 눈여겨봐야 할 점은 시청자 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시청자 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광고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과 연결된다. 이는 메스미디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윤 교수는 "일본 같은 경우 TV를 통한 게임 광고가 많아 방송이 게임에 우호적이다."라고 말하며 "새로운 추세로서 e스포츠는 성장하고 있으며 분명 어떤 형태로든 미래에도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2015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이스포츠 실태조사 및 경제효과분석'에 따르면 e스포츠가 미치는 직접적인 경제효과는 1,562억 원에 달하고 간접효과는 5,456억 원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2. 한편 한국과 중국은?

세계적으로 e스포츠가 성장하고 거대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e스포츠 프로선수들의 해외 유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스타크래프트’와 ‘리그 오브 레전드’의 유명 프로선수들은 프랑스와 중국 그리고 미국 등으로 떠나고 있다.

윤 교수는 이러한 상황을 두고 "연봉과 처우가 나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e스포츠를 전통 스포츠와 비견될 정도로 위상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이며 프로게이머들에게 P-1A 비자를 발급하고 있다. P-1A 비자는 국내외에서 '인정받은' 스포츠 선수나 예술인에게만 발급하는 비자다.

또한, 미국의 로버트 모리스 대학과 파이크빌 대학은 '리그 오브 레전드'를 대학 공식 스포츠로 선정, 선발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불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도 서브컬처 '게임'으로만 인식되고 있다.

윤 교수는 한국 e스포츠에 이어 중국 e스포츠로 시선을 돌렸다. 중국은 세계 최대 e스포츠 시장으로, 중국 게임 기업 텐센트의 매출은 10조 원 정도다. 단일 기업의 매출이 한국 게임 시장 전체 매출보다 규모가 크다. 텐센트의 가장 큰 매출원은 '크로스파이어'와 '리그 오브 레전드'로 '크로스파이어'는 한국, '리그 오브 레전드'는 미국 게임이다. 둘 다 자국 게임이 아니다.

윤형섭 교수는 "올해, 중국은 한국과 미국 시장을 합친 것보다 더 큰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해외 유명 게임 개발사를 인수·합병하거나 한국 게임을 e스포츠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성장하는 중국 시장을 보고 우리는 어떤 것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라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3. 일본의 성공 사례

일본은 건전한 교육용 게임 대회와 노인용 기능성 게임 개발해 노인 복지에 활용하는 방법으로 게임의 부정적 사회 인식을 완화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세가의 '갑충왕자 무시킹(mushiking)'은 사회에 많은 메시지를 줬다. 무시킹은 세가에서 개발한 트레이닝 카드 게임 방식의 아케이드 게임으로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게임이다.

무시킹은 동네 기반의 e스포츠를 진행했다. 연간 2천 개 이상의 대회를 지역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진행했다. 덕분에 생활 e스포츠로 자리 잡았고 이를 통해 건전한 게임 문화를 사회에 인식시킬 수 있었다. 또한, 아이들이 참여하다 보니 가족 간의 소통이 증가했고, 지역 부모들 간의 소통량 증가로 지역 커뮤니티를 활성화할 수 있었다. 지역 커뮤니티 활성화는 범죄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무엇보다 지역 기반 e스포츠는 어린이들이 자신의 성과에 대해 뿌듯해하며 자존감을 향상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또한, 곤충에 대한 지식이 증가해 게임을 활용한 교육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윤형섭 교수는 "이러한 변화는 단기간에 일어나기는 어렵다"며 "대중문화로서 게임이 나아갈 길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게임에 사용하는 시간이 TV에 사용하는 시간보다 많음에도 불구하고 대중문화로서 지위를 획득하지 못했기 때문에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러한 교육용 게임 말고도 노인과 장애우를 위한 게임도 게임의 부정적 인식을 완화하는 데 일조한다고 했다. 미국의 경우 재활훈련에 게임을 이용하고 있다. 한국 역시 장애우 e스포츠 대회나 어린이 온라인 수학대회가 열리고 있으나 단발성 이벤트에 머무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4. 게임의 부정적 인식 해소 노력

윤 교수는 게임의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게임을 생활화하고 게임을 교육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소리가 나는 쓰레기통과 춤추는 신호등을 예로 들었다.

스웨덴은 쓰레기를 넣으면 재미있는 소리가 나는 쓰레기통을 개발했다. 사람들은 소리가 나자 재미를 느꼈고 자신의 쓰레기뿐만 아니라 주위의 쓰레기까지 쓰레기통에 넣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와 같은 '재미'의 맥락에서 무단횡단을 막기 위해 개발한 '춤추는 신호등'도 예시로 들었다. 춤추는 신호등은 빨간색 신호가 춤을 추는 신호등으로 사람들이 신호를 기다리는 시간을 지루하게 느끼지 않게 하려고 개발됐다. 사람들은 춤추는 신호등에 재미를 느꼈고 이는 무단횡단의 감소로 이어졌다.

윤형섭 교수는 "생활 속에서 게임을 일상화하면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해소될 것"이라며 "체육수업, 영어공부, 인지능력 개발, 쓰레기통, 신호등, 분리수거 등 다양한 분야에 게임을 교육적으로 또는 생활화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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