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게임중독' 이라는 명칭으로 잘못 불리기도 하는 '게임 과몰입'은 최근 몇 년 간 게임계 및 청소년 사회에서 큰 이슈다. 그 실존 여부에서부터 과연 이것이 의학적으로 증명 가능한 부분인지 등등, 수많은 논의가 이어져 왔고 국제적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오늘(2일), 서울 종로구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게임 과몰입과 게임문화 : 게임이용자 패널연구' 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이 열렸다. 본 행사에서는 정의준(건국대), 장예빛(아주대), 유승호(강원대, 개인 사정으로 불참), 한덕현(중앙대), 김붕년(서울대) 교수들이 연구한 결과를 각각 20분간의 발제 시간을 갖고 저마다의 주제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무엇이 우리 아이를 게임 과몰입으로 이끄는가?
건국대학교 정의준 교수


▲ 정의준 교수

미국에서 한국의 게임 중독 캠프에 관련한 기사를 봤었다. 당시 다양한 기사가 나왔는데, 중국, 한국에 관련된 게임 중독 뉴스가 상당히 자주 보도된다. 그중 하나는 ABC 뉴스에서 보도한 것으로, 약 200만 명 이상의 게임 중독자가 있다고 하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이런 논의의 정점은 정신질환에 대한 진료 기준인 ‘DSM-5’에 실린 것인데, 여기서 인터넷 게이밍 디스오더라는 명칭으로 게임 과몰입 사례가 소개됐다. 간단히 말해서, 이런 게임 중독이라는 현상 자체는 존재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약 200개가 넘는 대부분의 사례가 아시아 국가들, 한국과 중국에 몰려있다는 것이다. 또한 현상이 있는 듯하면서도, 그 이유와 현상 자체에 대해서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못 박아두고 있다.

결국 여기서 정의하는 게임 과몰입이란 게임 이용 시간 증가로 인해 다른 행위가 어렵게 되는 중독 증세를 말하고 있고, 게임 중독을 정말 중독으로 여긴다면 가장 큰 문제는 이렇게 시간이 점유당하고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게임 중독이 다른 중독들처럼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공통으로 인정된 진단 척도, 기준, 질환 인정 수치 등이 있어야 하지만 그런 게 전혀 마련되어있지 않다.


더군다나 이런 게임 중독 사례에 대한 보고가 한국과 중국에서만 이루어지고, 비슷한 인프라 수준을 갖춘 북미나 유럽에서는 보고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하는 부분도 있다. 때문에 이것을 질환이라 했을 때, 이를 유발하는 아시아의 환경, 혹은 유전적 요인이 있을 것이라 추정하고 있다.

그만큼 게임 중독에 대해서는 여러 매체에서 다루고 있다. 그리고 아니라는 반박 주장도 많다. 게임 중독을 병리적으로 규정하는 것에 대해 논쟁하는 논문이 많이 있다.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이미 게임 중독, 과몰입이 질병으로 인정되어 있는 게 아니라, 이렇게 많은 관점이 있다는 것이다.


주요한 관점 두 가지는 이렇다. 하나는 병리적 관점이고, 하나는 인지적 관점이다. 병리적 관점이란 앞서 설명했듯 게임 과몰입을 하나의 정신질환으로서 게임 자체가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고, 인지적 관점은 게임 과몰입은 현상이며 그 자체가 원인이 아닌 다른 인지적 문제들, 자기 통제의 문제로 보는 것이다.

여기서 각각의 관점은 그 한계가 명확한데, 병리적 관점은 게임을 직접적인 중독의 원인으로 보기 때문에 이를 증명할 실증적이고 객관적인 연구 자료가 필요하다. 반면 인지적 관점은 이런 게임 과몰입이 현상이기 때문에 자기 통제 부족으로 인한 게임 과몰입이라는 인과관계를 증명해야 한다. 현재까지는 인지적 관점이 발생 원인이 좀 더 명확한 편이다.


연구 조건은 다음과 같다.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총 2천 명의 실험 대상을 선발했으며, 그 수는 초등생, 중학생, 고등생을 균등하게 배분해 2년에 걸쳐 6개월 단위로 4차 관측을 했다. 동원한 게임들은 마인크래프트, 리그오브레전드 등 현재 청소년들이 널리 플레이하고 있는 게임들이었다.

게임 과몰입 군과 일반 이용군, 그리고 부모와 함께 게임을 하는 등 다양한 실험군을 포함했다. 실험 참여자의 개인적인 내적 특성과 학부모의 양육 방식, 학업 상황 등 다양한 외부 요인도 함께 조사했다. 기본적으로 자기 통제 척도와 실질적 게임 플레이 시간을 기반으로 했다.

여기서 각각 과몰입 군에서 일반군으로, 일반군에서 과몰입군으로 이동한 부류가 있었다.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일반 이용군이 게임 과몰입군이 되더라도, 자기 통제 척도는 변화 폭이 컸지만 절대적인 게임 시간 자체는 변화 폭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즉, 자기 통제와 게임 플레이 시간이 게임 과몰입에 영향을 주는 정도를 조사한 결과, 자기 통제가 게임 과몰입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6개월 단위로 텀을 둔 4차 조사 모두 그런 경향을 보였다.


그리고 다음은 자기 통제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소에 대해서였다. 스트레스와 게임 플레이 시간 중에서 스트레스가 월등히 더 안 좋은 영향을 끼쳤다. 쉽게 말해 스트레스가 자기 통제를 낮추고, 그렇게 자기 통제가 낮아진 청소년이 그다음 조사 시에는 게임 과몰입이 되어있었다.

그럼 게임 플레이 시간에 영향을 주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게임의 사회규범, 그러니까 친구들이 게임을 하기 때문에, 같이 어울려 놀기 위해서 게임을 하여 그 시간이 늘어나는 것이다.


다음은 청소년의 스트레스 요인인데, 상당히 다양한 것들이 있다. 교우 관계, 학교 교사의 지지, 부모님과의 관계 등이 가장 컸다. 게임은 청소년의 스트레스 요인 중 가장 적은 비중을 차지했다. 오히려 부모의 과잉 간섭, 대화 부족, 무관심 등이 청소년에게 더욱 큰, 가장 큰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이었다.

학업 스트레스와 교우관계상에서의 스트레스 중 어느 것이 더 자기 통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가를 비교했을 때에도, 절대적으로 학업 스트레스가 많았다. 이게 자기 통제를 낮추는 결정적 요인이었으며, 전체 흐름을 볼 때 부모와의 갈등이 학업 스트레스로 나타나고, 이게 자기 통제를 낮추며, 그 결과로 게임 과몰입이 나타나는 것이다.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부모다.


나이대로 구분했을 때, 초등학생들에겐 부모의 과잉 간섭이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이고, 중학생이 되면 여전히 부모의 과잉 간섭이 있고 또 큰 것 하나가 부모와의 대화의 부재다. 부모와 진솔하게 대화를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했다. 이제 고등학생이 되면 다른 모든 관계가 낮아지고, 부모의 과잉 간섭이 역시 가장 큰 원인이 됐다.



현재까지 보여진 표본 상으로는 인지적 관점의 게임 과몰입은 부모의 양육 책임이 상당히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본다.




자녀의 게임 과몰입에 미치는 부모의 영향
아주대학교 장예빛 교수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에 있어서 부모의 역할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고자 조사를 실시했다. 게임 과몰입에서 자녀와 부모를 같이 조사하는 건 흔한 경우는 아니다. 과몰입의 요인을 정확히 분석하기 위해서 부모들에게도 개별 조사를 실시했다.


청소년에게는 게임 이용을 어떻게 하는지, 또 개인의 특성, 교우관계, 학교생활 등 다양한 것을 물어보았고, 또 가장 중요한 부모 관련 변인들, 양육 행태나 게임 감독 여부, 게임에 대한 태도, 부모와의 의사소통 여부, 주말 시간은 같이 보내는 등을 모두 확인했다.

종속 변인은 학업 스트레스, 자기 통제, 게임 과몰입 세 가지에 부모들이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 조사했다.


학업 스트레스에서 초등학생의 경우 이를 가장 크게 낮추는 부분은 역시 부모와 관련되어 있었다. 부모 자신의 행복과 부모의 애정, 양육시의 일관된 행동과 말 등이 중요했다. 중학생의 경우는 부모와 자녀 간에 얼마나 터놓고 대화를 하는가가 압도적인 비율로 큰 영향을 끼쳤다. 고등학생의 경우 부모의 합리적인 설명들이 전반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낮출 수 있었다. 부모가 청소년에게 거는 과잉 기대나 과잉 간섭이 대체적으로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

자기 통제는 결국 어떻게 자기 통제를 더 잘 해낼 수 있는 방향으로 자라나는가 하는 부분이었는데, 초등학생들은 애정 표현과 함께 합리적인 설명이 매우 효과적이었다. 앞서의 학업 스트레스 변인과 비슷했다. 중학생은 부모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길수록, 또 주말을 같이 보내고, 부모가 확실한 룰에 의해 일관적인 양육 행태를 보여줄 때 도움이 되었다. 고등학생 때에는 부모가 스스로 자기 통제를 잘 해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고, 부모가 불안해하는 것은 큰 마이너스가 됐다.


게임 과몰입을 보기 앞서, 눈여겨볼 공통된 부분이 있는데, 바로 부모의 감독이다. 이 감독이란 아이가 게임을 하는 걸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학교에서 오늘 어땠는지, 평소에 무얼 하고 있는지, 지금 어떤 감정 상태에 있는지 등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관심을 가지는 그런 애정 어린 감독으로서, 매우 큰 요인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부모의 애정 어린 감독 하에서 부모 자녀 간의 개방적인 의사소통이 매우 큰 비중을 차지했다.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긍정적인 변인으로는 부모의 애정 표현, 감독, 합리적인 설명 등이 꾸준히 등장했다. 부모가 계속해서 애정을 표시해주고, 애정 어린 관찰을 통해 관심을 가지는 것이 효과적이었다. 또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분명한 룰을 가지고 훈육을 하는 것이 중요했다. 더해서, 부모가 스스로 자신의 행복감을 일정 수준 이상 느끼고 있을 때, 부모도 자기 통제를 잘 해낼 때 아이도 그에 좋은 영향을 받았다.


반면 부정적인 요인으로는 부모의 과잉 기대, 즉 아이의 실질적인 능력보다 더 큰 기대를 하고 있을 때 이게 아이에게 많은 심리적 압박이 됐다. 과잉 간섭은 아이가 자기 통제를 낮추는 가장 큰 요인이었다. 아이가 크면서 좀 더 독립적인 개체가 될 필요가 있는데, 과잉 간섭, 부모가 대신 선택하는 등의 과정에서 그런 독립성을 크게 해쳤다. 또한 부모의 꾸준한 고독과 불안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줬다.

종합하면, 물론 게임 과몰입에 미치는 영향이 부모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의 조사는 그중에서 부모가 끼치는 영향을 조사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것에 집중하는 부분이다. 부모는 아이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자녀가 자기 통제를 기르고 독립성을 지녀야만 미디어나 사회의 모든 부분에서 자기 통제를 할 수 있고 독립적으로 행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왜 게임 과몰입에 빠지게 되는지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보고자 하는 노력이고, 그중에서 부모가 자녀와의 관계를 등한시하여서 발생하는 경우에 대한 조사라고 보면 된다. 왜 아이가 게임에 그렇게 몰입하게 되었는지는 다른 이유가, 많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게임이용 시간의 장기적 추이와 영향
강원대학교 유승호 교수



이번 발표는 게임 플레이 시간에 초점을 맞춰볼까 한다. 게임 과몰입이란, 게임에 지나치게 몰입하고, 그 때문에 학업이나 인간관계 등 다른 것들을 등한시해서 생기는 문제들이다. 그래서 이게 어떻게 진행이 되는가를 보고자 했다.

주 표본 대상은 일평균 이용 시간 2시간 이상의 청소년 489명이었다. 비중은 중학생이 약 반 정도였고, 나머지는 비슷비슷했다.


이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보통의 편견과 달리 성적의 경우 오히려 중상위권이 가장 많았고 나머지는 고루고루 나타났다. 또한 게임 과몰입 비율도 26% 정도에 불과했다. 그래서 지금의 결과들은 여기서 게임 과몰입으로 나온 26% 와 나머지 일반 74%의 비교를 한 결과들이다.


1년간 이들의 과몰입 지수를 비교했을 때, 게임을 하지 않던 이들은 2, 3차 조사에서 조금씩 과몰입 전수가 올라가나, 4차에서는 다시 크게 감소했다. 또 오히려 중간계층의 과몰입 지수는 꾸준히 감소했다. 과몰입 그룹의 경우도 별다른 조치 없이도 과몰입 지수가 감소했다. 결과적으로 과몰입 군에서도 스스로 게임 시간을 조절하면서 즐기는 부류가 나타났다.

과몰입군과 일반군의 자기 통제 정도는 처음에는 매우 극명한 차이를 보였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변화하여 차이가 줄어들었다. 특히 과몰입 군은 자기 통제가 확연히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스트레스 요인을 추가해서, 이 중에서도 스트레스가 높은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을 대조했다. 스트레스가 높은 집단은 과몰입 지수의 양극화를 보였다. 49점 미만 하위 그룹은 감소했지만, 80점 이상의 상위 그룹은 오히려 더 높아졌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없는 이들은 그런 경향을 보이지 않았다. 같은 표본이라도 스트레스 여부에 따라 다른 경향을 보였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게임 이용 시간에 따른 문제들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장기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하지만 스트레스 등으로 낮아진 자기 통제 등을 비롯, 손상되어 낮아진 자기 통제가 회복되지 않는 취약 그룹도 분명히 존재했다.




게임 이용자의 생물학적 반응에 대한 논의
중앙대학교 한덕현 교수


▲ 한덕현 교수

이번 발표들이 게임에 대한 중립적인 연구에 한 획을 긋는 기회가 아닌가 한다. 다만 여기서 제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들은 게임을 하면 정말로 뇌가 녹는가, 혹은 천재가 되는가 하는 그런 극단적인 이야기들을 하는 게 아니다. 단지 게임 이용자의 생물학적인 반응을 보는 연구가 어떻게 이루어져 왔고 어떤 것이 필요한 가에 대한 이야기를 할 것이다.


처음 정의준 교수의 사회적 연구 팀에 저희가 임상 연구로서 참여를 했다. 사회적 데이터에 생물학적 데이터를 접목해보고자 했고, 어떻게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울 수 있는지 연구를 해보고 싶어서다.

지금까지 게임에 대한 연구는 중립적이라고 할 게 없었고, 다 방향이 있었다,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이거나, 게임이 마냥 좋은 영향을 끼친다던지, 아니면 반대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던지 하는 식으로. 이런 좋고 나쁘고의 도덕관 아래에서 연구가 이뤄져 온 게 사실이고, 의학자, 뇌 과학자로서는 부끄러운 면이 있다.


그래서 정작 게임 자체에 대한, 게임 이용자 자체에 대한 연구를 별로 보지 못한 것 같다. 그냥 게임을 하지 않던 이들에게 게임을 시켜보고, 그 변화를 관찰하는 식이었다. 종속적인 연구보다는 단기적인 관찰에 그쳐왔다. 중립적인 현상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다.

물론 게임 과몰입이 결코 생물학적으로 연구하기 수월한 것은 아니다. 생물학적 연구가 이루어지기 위해선 주변에 영향을 주는 변수가 적어야 하는데, 게임은 종합 예술인 만큼 단순한 자극이 아니라, 스토리텔링도 들어있는 등 종합적인 인지 기능을 자극하기 때문에, 뇌, 인지기능의 연구를 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예를 들어 알코올이 인류에게 작용해온 게 아마도 인류가 생긴 이후로 쭉 그래왔을 것인데, 진지하게 알코올 중독이 논의된 건 1900년대 이후다. 게임은 아무리 길어도 몇 십 년인데, 이걸 아직 건강에 좋다 나쁘다 하기엔 너무 이른 감이 있다. 때문에 장기적인 추적 연구는 단기 단면 연구만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동물을 이용한 연구와 연계가 힘들다. 이러한 문제들 때문에 DSM-5에서도 생물학적 연구의 한계가 있다는 걸 명시한 것이다.


현재도 중립적인 시선의 생물학적 연구들이 아예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단기적인 연구에 그치고 있다. 뇌 스캔을 통해 게임을 하면 뇌에 어떤 자극이 들어오며 변화가 생기는지를 파악하는 등의 연구들도 중요하지만, 원인과 결과가 있는 종적인 연구가 필요하고 중요하다.


과거 2011년 네이처 지에서 게임에 긍정적인 학자들과 부정적인 학자들을 모아서 토론을 시켰다. 하지만 그럼에도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결국 최종적으로 도출된 결론은 중립적으로 진행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중립적으로 이루어져야 게임 과몰입이란 것에 대해서 보다 명확한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다.




ADHD게임 과몰입(IGD)군의 뇌발달 특성
서울대학교 김붕년 교수



제가 진행한 연구는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라는 질병을 가지고 있는 이들과 게임 과몰입이 보이는 유사점을 통해서, 이들을 1년간 추적 관찰하여 데이터로 만든 것이다. 좀 더 시야가 넓은 연구이지만, 한가지 확실히 할 것은 이걸로 결론이 딱 떨어지는 연구는 아니란 것이다. 이런 식의 한 그룹을 꾸준히 추적 관찰하면서 어떻게 변해가는지 파악하는 것, 이것이 보다 신뢰성 있고 타당한 데이터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하고, 본격적인 게임 연구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본다.


왜 하필 ADHD를 연결 지었는가 하면, 사실 지금 DSM-5에 마흔 개가량의 소아정신과 진단이 있는데, 소아 청년기의 게임 과몰입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정신 질환은 1위 ADHD, 2위 사회공포증, 3위 우울증이기 때문이다. 특히 소아 청소년의 경우 압도적으로 ADHD 비중이 높았다.

게임 과몰입의 핵심 문제는 결국 자기 조절이다. 그래서 이 자기 조절에 가장 큰 문제를 가진 질환이 무엇이냐고 하면, 바로 주의력 결핍과 충동성 장애다. 때문에 게임 과몰입을 이해하려면, 이와 가장 비교가 되는 질환을 찾아야 할 것이고, 그게 바로 ADHD라는 결론을 내렸다.


지금까지 게임 과몰입 연구는 지역 사회나 학교에서 실험 대상을 모아 충동 조절도를 체크하고, K 척도와 대조하여 기록하는 좀 간단한 크로스 섹션 연구에 그쳤다. 이것은 보다 종적이고, 국가 지원을 통해 ADHD 관련 연구를 계속 진행 중이다.

ADHD 환자 아동들의 경우,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뇌 조직 상의 문제가 크게 두 가지다. 전두엽 피질의 발달이 크게 떨어지고, 또 뇌 부분 간의 연결이 덜 발달되어 있다. 이 연결을 같은 부분 내에서 연결은 '쇼트 트랙', 전두엽과 측두엽 간의 연결 같은 다른 부분 간의 연결을 '롱 트랙'이라 하는데, ADHD는 롱 트랙의 발달이 매우 더디다.


ADHD는 유전적인 이유와 환경적인 이유 모두로 발생한다. 특정한 유전자가 뇌의 기능적인 문제를 가져올 수 있고, 이런 문제가 ADHD에 더 취약하게 만든다. 양육환경이 어떤가 또한 영향을 미친다. 대략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7대 3 정도의 비율을 이룬다.

지금부터 말씀드릴 자료는 ADHD라는 질환과 게임 과몰입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 어떻게 다르고 어떻게 같은가를 대조한 것이다.

100명의 일반 대조군과, 마찬가지로 100명의 임상군을 대상으로 했다. 처음 MRI 촬영을 한 뒤 1년 뒤에 재촬영을 하는 식이었다. 임상군은 4가지 분류를 해서, 각각 ADHD나 게임 과몰입 증상만을 보이는 군, ADHD와 게임 과몰입이 동시에 보이는 군, 그 외에 ADHD와 다른 증상이 함께 있는 군으로 나누었다.


그리고 1년 후, 정상군에서 50명 가량이 재촬영을 거부하였다. 임상군에서도 소수가 거부해 탈락했다. 그래서 실제로 130명 정도가 비교되었고, 최종적인 참여 표본 수는 156명이다.

먼저 뇌의 구조적인 부분을 보면, 게임 과몰입군은 우측 전두엽과 두정엽이 발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현재로서는 게임으로 들어오는 시지각적 자극을 많이 받아 피질이 발달한 것으로 판단한다.

게임 과몰입으로 인해 병원을 찾는 아동의 70%는 ADHD 도 함께 가지고 있다. 결국 가장 많이 보는 케이스인데, 이쪽은 좌우측 전두엽이 다른 부분들과 극명하게 분리되어 있고, 자극을 활용해야 하는데 그게 안되니 특정 자극에만 계속 몰입해있게 된다. 그래서 전두엽의 기능이 저하되는 증상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


뇌의 연결성을 살펴보면, 모든 임상군에서 문제를 보인다. 모두 다 각자의 피질이나 쇼트트랙 발달에는 문제가 크게 없는데, 롱 트랙, 즉 뇌의 다른 부분 간의 연결이 매우 떨어진다. 그래서 전두엽에만 자극이 몰리다 보니 네트워크에 문제가 생긴다. 이런 게임 과몰입 증상의 양상이 ADHD 와 매우 비슷하다.

1년 뒤에 측정을 했을 때, 게임 과몰입 아이들의 경우 1년 정도 지나니 뇌 기능에 기능적 결함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것이 과연 '병리적인 이유에서인가?'는 아무도 확신할 수가 없다. 자연스럽게 피질이 감소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정상적인 가지치기의 결과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이 정말로 해석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실험 결과를 절대로 편의적으로 해석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현상을 현상으로 인정할 뿐이고, 아직은 현상을 단정 짓기엔 이르다.


비슷한 맥락에서 매우 흥미롭고 난해한 결과 중 하나가 뇌의 연결성인데, 바로 ADHD와 게임 과몰입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경우에 한해서다. 보통 ADHD 나 게임 과몰입이 보이는 비슷한 증상이자 ADHD 의 가장 큰 특징이 뇌의 롱 트랙의 감소인데, ADHD와 게임 과몰입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친구들은 롱 트랙과 쇼트트랙이 모두 증가하는 결과를 보였다. 이것은 정말 분석이 안되는 부분이고, 지금도 지켜보고 있는 부분이다.


결국 결론적으로는 아직 할 게 더 많다. 사회적 요인들과도 접목해보아야 하며, 생물학적 실험들과도 아직 더 많은 시도를 해보아야 한다. 이렇듯 현재 게임 과몰입은 당장의 결과로 결론을 내리기에 급급하기보다는, 훨씬 더 많은 중립적 표본을 확보해야 한다.




■ Q&A

▲ 좌로부터 한덕현, 김붕년, 정의준, 장예빛 교수


Q. 실험에서 게임 과몰입에 대한 기준을 어떻게 잡았는지?

정의준 : 이미 학계에서 사용되고 있는 ‘영의 척도’를 활용했다. 영의 척도에서는 80점 이상을 중증 과몰입군, 50점 이상을 과몰입 잠재군, 49점 이하를 정상군으로 보는데, 우리 실험에서는 2개의 큰 군으로 다시 나누어서, 65점을 기준으로 그 이상은 과몰입군, 그 아래는 일반군으로 나누어 적용했다.

한덕현 : 임상 실험의 경우 여기에 더해 보다 복합적인 기준을 활용했다.


Q. 게임 과몰입 자체에 대한 정립이 충분히 이루어져 있다고 보는가?

김붕년 : 개인 연구자로서, 정신 병리를 연구하는 입장에서 게임 과몰입을 어떻게 볼 것인가는 상당한 논란이 있다. 게임 과몰입이라는 현상이 아주 최근에 이론적으로 정립이 됐고, 하지만 이걸 뒷받침할 근거가 없는 상황이다. 그러니까 누가 이론을 세워서 가설은 만들었으나 그걸 입증할 근거가 없다고 보면 된다. 본디 모든 과학은 가설을 세우고 이를 입증해 나가는 거고, 현재 그 과정에 있는 것이다.

굉장히 극단적인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는데, 게임 과몰입이라는 현상을 겪는 이들은 분명 존재한다. 게임에만 너무 몰두하다가 사망에 이른 사람, 자식을 방치해 죽게 한 사람까지 다양한 사례가 있다. 물론 이들은 극단적인 소수이나, 명확히 존재한다.

우리가 이런 게임 중독, 과몰입이라는 단어를 쓸 때 항상 공존 병리를 생각해야 한다. 그러니까, 그런 중독, 과몰입 증세를 보이는 사람 중에서 정말 그 한가지 병리만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다른 정신 질환이나 증상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공존 병리의 문제인지 아니면 게임 과몰입의 문제인지 명확히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Q. 마지막 발표에서 말씀하신 대로 ADHD와 게임 과몰입을 동시에 겪는 환자의 롱 트랙 증가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석될 수도 있을까?

김붕년 : 그 부분을 굉장히 많이 고민했다. 이 슬라이드를 차라리 뺄까 말까. 명확하지가 않은 부분이다. 한덕현 교수의 추론은, ADHD가 동반된 게임 과몰입 그룹에서 증가가 된 것은, 본래 ADHD가 보이는 롱 트랙 감소 현상에 오히려 게임 이용이 이런 부분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 게 아닌가 하는 가설이다. 굉장히 조심스럽게, 또 명확하게 접근하고 조사를 통해 밝힐 부분이다.


Q. 현재 게임 과몰입 현상에 대해 조사해보면 청소년 자체의 특성이 부모의 역량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이는데, 여기서는 부모 역량이 더 큰 것처럼 보인다. 두 가지를 비교 분석해보셨다면 어떻게 결과가 나왔는지 궁금하다.

장예빛 : 사실 부모와 자녀를 페어로 조사한 게 흔치 않은 케이스다. 부모 부분만을 따로 말씀드렸던 것이 맞으며, 이걸 제대로 설명하기 위해서는 주변 요인이 전부 다 말해야 할 것이고, 그중에서 하나를 확대해서 본 케이스라 볼 수 있다. 본인의 자기 통제, 청소년 개인의 특질이 상대적으로 영향을 더 크게 미치고 있는 게 사실이었고, 게임이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떼놓을 수 없는 또래 문화가 되었기 때문도 있다. 이는 게임의 주관적 특성이다.

제 발표는 부모가 이렇게 해서 무조건 자녀가 과몰입이 생긴다가 아니라, 부모가 자녀의 게임 과몰입에 있어서 어떤 역할을 해줄 수 있을까 하는 부분에 대한 설명이라고 봐주시면 되겠다.


Q. 한국, 중국 등 아시아 국가에서만 보고되는 사례이기도 한 만큼, 그런 우리 사회의 특성이나 아시아의 환경에서 기인한 부분들이 있을 것 같다. 이 부분에 대해서 조사하고, 해외의, 한국과 비슷한 환경의 가정들과 대조 연구를 한다면 보다 명확한 해결책을 밝힐 수 있을 것 같은데.

김붕년 :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정의준 : 우리가 지난 2년간 한 것은 '자기 통제가 게임 과몰입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인과적인 수순을 먼저 보는 게 목표였다. 질문의 양을 많이 넣어서, 깊이를 처음부터 하는 건 한계가 있었다. 질문하신 내용을 포함해 더 많은 연구로 나가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다.

그래서 3년 차부터 인터뷰, 보다 다양한 분류를 통해서 통계적인 연구를 진행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한국적인 특성을 조사할 계획이 있고, 해외의 가정 등과 비교해서 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이다. 다만 예산상의 문제도 있기에 차근차근 해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