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 리그를 가리는 MSI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각 지역 리그 1위팀들을 초청해 우승팀을 가리는 Mid Season Invitational(이하 MSI)가 4일부터 15일까지 2주 동안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오리엔탈 스포츠 센터에서 열린다. 총 상금 45만 달러(한화 약 5억 2천만 원), 1위 팀에게는 25만 달러(한화 약 2억 8천만 원이 배정된 이 대회에는 한국의 SK 텔레콤 T1, 중국의 로얄 클럽 네버 기브 업, 대만의 플래쉬 울브즈, 유럽의 G2 e스포츠, 북미의 카운터 로직 게이밍, 마지막 와일드 카드로 슈퍼 매시브 e스포츠가 초청을 받았다.

각 지역 리그 챔피언들의 정보를 안다면 MSI 경기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관전할 수 있다.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는 지역별로 새로운 강팀들이 몇몇 떠오르면서 그들에 대한 정보가 더욱 필요한 상태다. 한국 LCK 리그의 우승 확률이 가장 높아 보이는 상황에서 우리를 위협할만한 강적은 과연 몇 팀 정도가 있을까? MSI 참가팀들의 성적과 스토리 등을 간략하게 담아봤다.


▣ MSI만 우승한다면 그랜드 슬램 달성 - 한국 LCK : SKT T1


'부진은 있어도 몰락은 없다.' 세계 최강 LoL 팀, 한국의 SKT T1에게 MSI는 매우 특별한 대회다. SKT T1은 지난 1회 MSI 결승전에서 중국의 EDG에게 3:2로 패배하며 아쉽게 챔피언이 되지 못했다. LCK, 올스타, 월드 챔피언십, IEM 카토비체 등 참여한 대부분의 국제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지만 아직 MSI 우승 트로피는 보유하지 못했다. SKT T1은 이번 대회 우승을 통해 LoL 프로게임단 최초로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수 있다.

리그 성적 : 18전 12승 6패 - 정규 시즌 3위
게임단 로스터 :
Top : '듀크' 이호성
Jungle : '벵기' 배성웅, '블랭크' 강선구
Mid : '페이커' 이상혁
ADC : '뱅' 배준식
Support : '울프' 이재완

스타일 & 주요 플레이어:


SKT T1의 중심은 두 말할 여지 없이 '페이커' 이상혁이다. 팀은 이상혁을 위해 많은 것을 맞춰주고 있고 이상혁은 성적으로 보답하고 있다. '크라운' 이민호는 인터뷰를 통해 이상혁과 경기를 할 때면 한 사람을 상대한다는 느낌보다 팀을 상대한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SKT T1의 경기를 보면 확실히 팀이 이상혁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첫 번째는 밴픽 전략이다. SKT T1이 레드 진영을 선호한다는 것과 마지막 픽으로 미드 챔피언을 골라, 미드 라인전에서 이상혁이 챔피언 상성의 우위를 점할 수 있게 하는 것은 SKT T1이 2013년도부터 보여줬던 오랜 전략이다. 그리고 대부분 성공했다. 이상혁이 사실상 대부분의 챔피언을 대회에서 꺼낼 수 있을만큼 실력이 좋고 베짱이 크기 때문에 가능하다.

라인전에서 이상혁이 밀릴 경우에는, 다른 라이너들이 미드 라인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단적인 예로 이상혁이 마스터 이를 꺼내들었을 때는 탑 라이너까지 합세한 4인 갱킹으로 이상혁을 밀어줬다. 그가 팀에서 얼마만큼 중요한지 알 수 있는 예시다. 호날두에게 패스를 하면 골로 연결되고 팀이 승리하는 데 이를 망설일 필요가 있을까?

그간 지적받아온 SKT T1의 오더 문제도 말끔히 해결됐다. 이상혁이 팀의 서포팅만을 받는 것이 아니라 변화한 팀에 맞출줄도 안다는 좋은 증거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SKT T1의 고공행진은 계속될 전망이다.


▣ 뛰어난 실력에 홈 어드밴티지까지, 목표는 우승 - 중국 LPL : 로얄클럽 네버 기브업


실력이 검증된 한국 선수들에 뛰어난 중국 선수들이 합쳐지면 강팀이 된다는 공식, EDG에 이어 로얄클럽 네버 기브업(이하 RNG)도 증명했다. '루퍼' 장형석과 '마타' 조세형의 실력은 이미 2014년 롤드컵을 통해 검증되었고, '클리어러브' 밍카이에 이어 또 하나의 중체정으로 손꼽히는 'mlxg' 리우 시 우, 준수한 실력을 보이는 미드 라이너, 원거리 딜러가 함께 있으니 중국 리그 평정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리그 성적 : 16전 13승 3패 - 정규 시즌 1위
게임단 로스터 :
Top : '루퍼' 장형석
Jungle : 'mlxg' 리우 시 우
Mid : 'xiaohu' 리 위안하오
ADC : 'wuxx' 왕 청
Support : '마타' 조세형

스타일 & 주요 플레이어:


롤드컵이 끝나고 새로운 시즌이 시작되면서 정글 포지션에 지각변동이 있었다. 육식형을 넘어선 캐리형 정글러가 판도를 좌우했는데 선수들에게도 그 영향이 직접적으로 미쳤다. 이에 따라 선수의 경기력에도 부침이 있었는데 메타의 변화로 혜택을 가장 많이 본 선수가 한국에는 '피넛' 한왕호였고, 중국에는 'mlxg' 리우 시 우였다.

리우 시 우는 개인기량이 뛰어나 캐리형 정글 챔피언과 잘 어울린다. 조세형이 오더에 집중할 수 있는 중, 후반 전까지는 리우 시 우가 플레이메이커로서 경기를 이끌어갈 수 있어 조세형과 시너지도 좋다는 평가다.

경기가 중반 이후로 넘어가면, '루퍼' 장형석의 스플릿 푸시와 '마타' 조세형의 오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항상 상대 라이너보다 우위를 점하는 장형석의 피지컬과 시야 장악, 운영에 대한 남다른 이해도가 있는 조세형의 시너지가 크기 때문에 가능한 전략이다.

다만, RNG의 승리 공식에는 여러가지 조건이 붙는다. RNG가 경기 초반을 안정적으로 풀어가야하고, 장형석에겐 라인전과 스플릿 푸시가 강력한 챔피언을 쥐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탑에서는 단단한 탱커 챔피언이 각광을 받고 있는데 RNG가 이에 대해 어떠한 해법을 보일지 지켜보는 것도 좋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 한국이 이렇게 하면 기회는 있다? - 북미 LCS : 카운터 로직 게이밍


CLG는 지금 굉장히 자신감에 차 있는 상태다. 그도 그럴 것이 팀의 주전이었던 '더블리프트', '포벨터'를 이적시키고 후보선수였던 '후히' 최재현, '스틱세이'를 각각 미드와 원거리 딜러로 기용했음에도 스프링 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위기를 겪고 나면 팀은 한층 성숙해지고 끈끈해진다. CLG는 이번 MSI에서 의외의 돌풍을 일으킬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지녔다.

리그 성적 : 18전 13승 5패 - 정규 시즌 2위
게임단 로스터 :
Top : 'Darshan' 다르산 우퍼드하야
Jungle : 'Xmithie' 제이크 푸체로
Mid : 'Huhi' 최재현
ADC : 'Stixxay' 트레버 헤이스
Support : 'Aphromoo' 재커리 블랙

스타일 & 주요 플레이어:


로스터가 변경되면서 위기를 겪을 것이라 판단한 이들이 많았음에도 CLG가 이만큼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세 명의 베테랑과 두 명의 신인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다른 북미팀들에 비해 비교적 안정적인 실력을 보여줬고 실수가 나오더라도 운영으로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CLG가 보여준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전략의 다양화이다. '더블리프트'가 있었을 때는 거의 대부분의 경기에서 원거리 딜러 지키기 전략만을 사용했으나, 지금은 '다르샨'의 스플릿 푸시 전략이 더해져 상황에 따라 유동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드, 원거리 딜러의 캐리력이 예전같지 않아 생겨난 고육지책이 오히려 팀에게는 큰 도움이 된 모습이다.

국제 무대에서 CLG는 항상 좋은 경기력을 보이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CLG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2연속 우승을 기록한만큼 의외의 복병이 될수도 있을 것이다. CLG의 선전은 북미잼(?) 수출에 활로를 열어줄 전망이다.


▣ CJ 엔투스의 기운이 느껴진다 - 유럽 LCS : G2 e스포츠


신생팀 G2 e스포츠가 유럽 리그를 평정하고 MSI 참가를 확정했다. 덕분에 오랜만에 아주 반가운 얼굴을 만날 수 있게 됐다. 바로, CJ 엔투스에서 활동했던 '트릭' 김강윤과 '엠페러' 김진현이다. 이 둘은 시대는 달랐지만 모두 CJ 엔투스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다. 국제무대에서 반가운 선수를 다시 만난다는 건 참 흥미진진한 일이다. 이들이 과연 어떤 모습을 보일까?

리그 성적 : 18전 15승 3패 - 정규 시즌 1위
게임단 로스터 :
Top : 'Kikis' Mateusz Szkudlarek
Jungle : '트릭' 김강윤
Mid : 'PerkZ' Luka Perković
ADC : '엠페러' 김진현
Support : 'Hybrid' Glenn Doornenbal

스타일 & 주요 플레이어:


김강윤 역시 변화한 정글 메타의 수혜자 중 한 명이다. 킨드레드와 그레이브즈를 잘 다루면서 초반 갱킹을 시도하는 과감함이 빛난다. 유럽 지역 MVP를 괜히 받은 것이 아닐 것이다. G2는 미드-정글간의 시너지가 좋은 팀으로 인정받고 있는데 김강윤의 갱킹이 신예 'PerkZ'를 풀어주면서 그의 주 챔피언들인 제드, 르블랑, 아리가 날아오른다.

유니콘스 오브 러브에서 정글러를 담당했던 'Kikis'는 G2에서 탑 라이너로 전향했고 성공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탱커 챔피언을 잘 다루기 때문에 요즘 메타와도 잘 어울리는 등 MSI에서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이 크다. 그의 매력적인 챔피언 선택과 플레이를 기대해본다.

사실 G2 e스포츠가 국제무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생각은 잘 들지 않는다. 대부분 경험이 없는 신예 선수이고 베테랑 선수라 하더라도 국제무대가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첫 단추가 매우 중요하다. 이번 MSI를 통해 자신의 플레이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만 생긴다면 앞으로의 G2 e스포츠를 기대해도 될 것이다.


▣ 스테이크 없어도 FW는 여전한 강팀 - 대만 LMS : 플래쉬 울브즈


지난 월드 챔피언십에서 이 팀을 처음 만났을 때는 그리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저 작고 귀여운 뽀글머리 선수가 한 명 있다는 것이 특징 아닌 특징이었는데, 플래쉬 울브즈는 지난 월드 챔피언십에서 그야말로 돌풍을 일으켰다. 이제는 그 누구도 대만 리그를 무시하지 않는다. 비록 ahq와 플래쉬 울브즈 두 팀이 양분하고 있지만 대만 리그는 가장 한국스러운 스타일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리그 성적 : 14전 9승 2무 3패 - 정규 시즌 2위
게임단 로스터 :
Top : 'MMD' 리홍유
Jungle : 'Karsa' 홍하오샨
Mid : 'Maple' 황이탕
ADC : 'NL' 슝웬안
Support : 'SwordArt' 후 슈오지에

스타일 & 주요 플레이어:


'Karsa-Maple-SwordArt' 이 세명의 움직임이 플래쉬 울브즈를 이끌고 있다. 가장 유동적인 움직임을 보여야 하는 정글, 미드 라이너, 서포터 셋이다. 함께 몰려다니면서 때로는 탑을, 미드를, 봇을 풀어주고 타워 다이브도 서슴없이 한다. 락스 타이거즈의 빠른 템포 운영을 대만에서 가장 잘 살리는 팀이라고 이해하면 쉬울 듯하다.

'스테이크'의 자리를 대신한 'MMD' 리홍유, 원거리딜러 'NL' 슝웬안의 플레이를 지켜보는 것도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MMD'는 최근 팀에 새롭게 합류하며 합격점을 받았지만 아직 '스테이크'보다 부족하다는 이야기도 들리며 평가가 엇갈렸다. 'NL' 슝웬안은 월드 챔피언십에서 펜타킬을 기록하는 등 멋진 활약을 보였는데 최근에는 슬럼프에 빠진 모습이다.

대만이 보여줄 한국스러운 스타일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그리고 대만의 경기력이 다른 지역을 넘어 한국을 상대로도 통할지 기대가 된다. 이미 지난 롤드컵에서 쿠 타이거즈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전력이 있다. 플래쉬 울브즈는 충분히 강팀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 언제나 큰 재미를 선사한 와카팀 - 와일드 카드 IWC : 슈퍼 매시브 e스포츠


큰 국제무대 경기에서 와일드카드 팀을 바라보는 시선은 꽤나 모순적인 면이 있다. 자국의 팀을 상대할때는 꼭 이겨야하는 상대지만, 다른 해외 팀들과 붙을 때는 선전하길 바라는 이중적인 면이 있다. 그런데 재밌는 점은 LoL 와일드카드 팀이 대부분의 국제무대에서 꽤 선전한다는 것이다. 이들에 의해 눈물을 머금고 고국으로 돌아간 명문 게임단이 적지 않다. 이번 MSI에서도 이들의 선전을 기대하고 싶다.

리그 성적 : 14전 8승 6패 - 정규 시즌 3위
게임단 로스터 :
Top : 'Thaldrin' 버크 드미르/ 'fabFabluous' 아슴 지하트 카라카야
Jungle : 'Stomaged' 푸르칸 퀸괴르
Mid : 'Naru' 코라이 브차크
ADC : 'Achuu' 니졸라스 엘레스가아르드
Support : 'Dumbledoge' 무스타파 케말 쾨크셀로을루

스타일 & 주요 플레이어:


브라질 리그 팀을 제치고 터키 팀인 슈퍼 매시브 e스포츠가 올라올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가진 개인기량이 부족하지 않기 때문이다. 슈퍼 매시브 e스포츠 팀원들은 대부분 유럽 서버에서 챌린저 상위권에 올라 있어 '개인기량에서는 부족함이 없다'고 평가할 수 있다. 팀원들은 모두 노틸러스, 에코, 아지르, 등 대세 챔피언을 대부분 다룰 줄 알았다. 운영 및 팀플레이 부분에서 보완이 된다면 의외의 호성적을 낼 수도 있을 것이다.

리그가 성행하고 있는 다른 지역들에 비해 와일드카드 팀이 여러 면에서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와일드카드 팀의 활약은 언제나 대회의 새로운 활력소가 된다. 이미 국제무대의 경험이 적지 않은 선수들로 팀이 구성된만큼 연이은 경기로 지친 팬들에게 큰 재미를 선사해줄 팀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