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들어서, 게임과 실제 여행이 밀접하게 연결되는건 이제 그렇게 희귀한 일은 아닙니다. '어쌔신크리드' 시리즈는 사실상 유럽의 유명 도시들의 관광 가이드 역할을 하고 있고, 미국의 메트로폴리스들은 'GTA' 라는 멋진 시리즈가 있습니다. 만약 런던 여행을 생각하고 있다면 '어쌔신크리드 : 신디케이트'는 좋은 예행연습이 될거고, 미국이라면 'GTA' 시리즈로 미리 답사를 하면 됩니다. 실제로 지난해 출장으로 방문한 로스 엔젤레스 곳곳에서 로스 산토스의 정취를 느낄 수 있었어요.

나날이 그런 게임 속 명승지가 늘어나는 지금, 게이머들이 만들어 나가는 최고의 게임쇼 PAX EAST 2016가 열리는 보스턴 역시 그런 장소 들 중 하나입니다. 베데스다 게임 스튜디오가 제작한 '폴아웃4'는 '커먼웰스'라는 이름으로 보스턴 일대를 그대로 재현해내었죠. 자랑스런 커먼웰스 민병대의 일원으로서 제 손으로 가꾸고 개척한 이 지역을 방문하게 된다니 그야말로 감개무량했습니다.


PAX EAST 2016 취재를 얼추 마무리한 출장의 마지막 날, 카메라와 물 한 병을 들고 기자는 숙소를 나섰습니다. 행선지는 바로 시내 한복판, 그리운 '커먼웰스'의 심장이었습니다.




커먼웰스의 중심을 잇다, 프리덤 트레일


'폴아웃4'의 메인 퀘스트 상, 한 번 쯤 거쳐가는 명승지가 있죠. 바로 '올드 노스 교회' 입니다. 그리고 이 위치를 찾아내기 위해 플레이어는 프리덤 트레일을 따라 걸으며 각종 유적들을 추적하게 되는데요. 이 '올드 노스 교회'나 '프리덤 트레일'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들입니다.

특히 프리덤 트레일은 미국의 건국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관광 루트로, 미국인들에게도 한 번 쯤 둘러봐야 하는 자국에서 가장 유명한 역사 유적들이 모두 모인 곳입니다. 이 붉은 벽돌의 길을 따라 걸으면, 건국기 미국 역사의 흔적들을 줄줄이 파악해내갈 수 있죠.

따라서 저도 이번 답사의 시작을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프리덤 트레일을 따라가다 보면 '레일로드'를 만날지도 모르는 일이잖아요?

오늘은 이 프리덤 트레일을 따라가 볼 겁니다.


사자상도 인정하는 참 좋은 날씨


그나저나 이 건물 좀 익숙하죠?


바로 행콕이 있는 굿네이버스 입니다.


세세한 디테일 몇개를 제외하면 완전 판박이


현실의 장소는 미국의 독립 선언문이 최초로 낭독된 '올드 스테이트 하우스' 입니다.
역사적으로 매우 유서 깊은 곳이며, 프리덤 트레일 유적 중 하나죠.


비슷한 구도에서 찰칵


놀랍게도 지금은 일부가 지하철 역으로 쓰이는 것 같더군요.


그 앞에는 보스턴 대학살이 벌어졌던 장소도 이렇게 보존.


프리덤 트레일 여행을 시작해 봅시다.
게임에서 해보셨듯이, 이 빨간 선을 따라가면 됩니다.




게임에서도 한 번 따라가봅시다.


흔한 관광버스 디자인


횡단보도를 거쳐서도 이어져 있어요.


실제 지형과는 좀 다르지만, 이걸 넘어가면


또 다른 건물, '피누이 홀'이 보입니다.


게임 속에선 왠 슈퍼 뮤턴트 하나가 반겨주는군요.


자연스럽게 처치해주고


게임 속 건물의 모습. 비슷한가요?


동상이 너무 처참하게 부서져있긴 합니다만...


날씨도 좋고 마냥 좋기만 한 현실


이건 '피누이 홀' 건너편의 보스턴 공공 도서관 중 하나인데, 폴아웃에 나올 법한 생김새군요.


건물 뒤편에는 오래된 시장이 있습니다.


주말이라고 이런저런 구경거리가 많군요!


비록 같은 시각 커먼웰스에선 핵폭발이 일어나고 있지만 말입니다.


홀을 지나서 한동안 걷습니다. 미처 사진에 담지 못한 오래된 펍, 철길 등이 가는 길에 가득해요.


이 건물도 게임 속에 나온다고 하는데, 찾아내진 못했습니다.


고된 여행길...


게임 속의 지하철 역과


현실의 지하철 역. 많이 다르네요.




게임 속 길과 현실의 길은 어딘가 비슷한 느낌이 납니다.


그다음 도착한 곳은 미국의 영웅 중 하나인 '폴 리비어'의 생가 입니다.


게임 속에서는 이렇게 생겼는데요.


인증 현판도 있죠.


별로 닮지 않아서 의아했는데, 알고보니 제가 왼쪽 건물만 찍었더군요.
오른쪽 건물은 똑같이 생겼습니다.


입장은 다음 기회에...


그리고 게임 상에서는 바로 집을 돌아서면 '폴 리비어'의 동상과 함께 '올드 노스 교회'가 보입니다.


현실의 '폴 리비어' 동상 광장은 이렇게 제법 크기가 있습니다.
과거엔 시장으로 쓰였다고 하네요.


게임 속에도 '폴 리비어' 라는 이름이 선명합니다.


자태가 매우 늠름하네요.


그리고 동상 뒤편으로 바로 '올드 노스 교회'로 통하게 되어있습니다.


저 첨탑을 보니 바로 알아보겠더군요.


게임 속의 교회는 약간 더 볼품없게 생겼습니다.


그럼 들어가보죠.


실제 교회보다 게임 속 교회가 조금 더 넓습니다.


저 부서진 오르간은


사실 2층에 있는게 떨어진 거에요.


이런 예배를 위한 공간도


게임 속에 구현되어 있고요.


이제 정문으로 나와 프리덤 트레일을 계속 따라가봅니다.


교회 정면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이거 정말 똑같이 생겼네요.


이쪽 방향으로 프리덤 트레일을 따라가다 보면, 공동묘지가 하나 나오는데


이것도 게임에 구현되어 있군요.


...무덤 아니랄까봐 구울이 튀어나와서 빠르게 제압


침착하게 여행 속행!


저 빌딩, 마치 폴아웃에 나올 것 같이 생겼네요.





찰스 타운의 명승지 '벙커힐', 그리고 '컨스티튜션'


'올드 노스 교회'까지 보았으니, 이제 다음 행선지는 지협 건너의 찰스 타운입니다. 찰스 타운은 초창기 보스턴을 이루는 여러 지역 중, '올드 노스 교회' 등 현재의 구시가지가 있는 노스 엔드 지역의 바다 건너에 있던 지역으로, 원래는 배를 통해 왕래해야 했던 지역이었죠.

그럼에도 미국 독립 전쟁 당시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벙커힐 기념탑' 과 미 해군 최고령 군함인 '컨스티튜션 호' 등이 있는 미국 역사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지역 중 하나입니다. 지금은 수없이 많은 다리로 이어져 프리덤 트레일의 북쪽 끝을 맡고 있는 찰스 타운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이 표지판을 봤다면, 이제 바다를 건너갈 때가 되었다는 겁니다.


저 멀리 보이는 벙커힐과 컨스티튜션 호를 보기 위해선
다리를 건너 찰스 타운이라는 지역으로 가야하죠.


컨스티튜션이 보이네요.
그런데 게임 상에서는 이렇게 시냇가처럼 표현한 곳이 어떤 규모인가 하면...


이렇게 급작스럽게 게임을 GTA5 로 바꿔버릴 만큼 넓은 지협입니다.


다리도 무진장 크고 낡았죠.


금방이라도 레이더가 튀어나올 것 같은 다리 모습


다리를 건너면, 찰스 타운 공원이 나옵니다.


게임에서는 이렇게 바로 앞에 있지만, 실제로는 느긋하게 걸어서 20분 정도 더 가야합니다.


왠지 소방서가 귀엽게 생겨서 찰칵.




그리고 언덕길 주택가 사이로 드러나는 '벙커힐 기념탑'!


정말 보기 좋은 풍경입니다.


여기가 프리덤 트레일의 북쪽 끝이자 시작점이기도 합니다.


게임 속에선 밤에 방문했는데, 이쪽도 장관이군요.


아주 멋집니다.


온가족이 뛰어노는 동네 잔디공원 같은 느낌?




'벙커힐'은 독립전쟁 시기 매우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사적지입니다.
종전 후에는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이 탑을 세웠다고 해요.


올려다 보기도 하고요.


옆에는 조그만 사무실 겸 기념관이 있죠.


폴아웃 세계에선 둘다 철저히 부서졌지만요.


주점이 되었다니...


사람들을 모집하는 커먼웰스 민병대의 모습(?)


얼마 안걸린 것 같지만, 출발 이후 '벙커힐' 까지 약 2시간 반 정도가 걸렸습니다.
좀 쉬어가야죠.


그럼 북쪽 끝에서 다시 출발!


너무 순식간에 왔지만, 어쨌든 '컨스티튜션 호'를 보기 위해 왔습니다.


게임 상에선 이렇게 엉뚱한 곳에 놓여있던 이 친구


해군 부두에 멀쩡히 잘 있습니다.


옆에는 기념 박물관도 있는데, 이에 따르면 '컨스티튜션 호'는 현재 미 해군에 등록된 선박 중 가장 오래된 군함이라고 하네요.


그냥 범선이라 비슷해 보이는걸까, 정말 비슷한걸까









커먼웰스의 빛나는 별, 다이아몬드 시티


마지막 차례는 바로 메사추세츠 커먼웰스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자 그나마 사람 냄새가 나는 곳, 바로 '다이아몬드 시티' 입니다. 이 도시는 사실 야구장 안에 차려진 매우 독특한 곳인데요. 이 야구장은 미국 메이저리그의 유명 야구팀, 보스턴 레드삭스의 홈구장 '펜웨이 파크'라는걸 알고 계실겁니다.

평소에 야구를 좋아하는 팬이기도 하고, 마침 홈경기가 없는 날이어서 구장 투어가 가능했기에 바로 '펜웨이 파크'로 달려가 입장권을 끊었습니다. 15분 단위로 사람들을 모아서 투어를 돌았는데, 매 시간마다 스물에서 서른 남짓한 사람들이 꾸준히 참여할 만큼 인기가 좋았습니다.

막상 도착하니 괜시리 가슴이 뜁니다.




'펜웨이 파크'는 현재 메이저리그 홈구장들 중에서 가장 오래된 구장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어디에서든 '낡았다'는 느낌을 받을 수가 없을만큼 좋은 곳이었어요.


투어를 알리는 안내판


아무래도 정면이 영 딴판으로 생겼습니다.


게임 속 매표소


실제 매표소도 경기가 없는 날이어서 쉽니다.




간단한 안내를 받고 투어 출발!




내부 시설들은 조금 비슷한 것... 같기도?


경기장으로 입장!


그라운드가 아주 가까이, 아주 낮게 펼쳐져 있습니다. 반면 게임 속은...


????


뭔가 잘못된게 틀림없는 느낌


굉장히 탁 트인 시야에 낮고 넓은 구조가 안락함을 줍니다.


건너편 펍 좌석에 씌여있는 맥주 광고는


역시 누카 콜라로 대체. 그래도 결번도 붙어있네요.


전반적으로 몇몇 디테일은 그대로 살아있지만


전체 크기는 게임 쪽이 훨씬 작은 느낌입니다.


시장님의 자리.


락커룸도 구경할 수 있었고요.


그 유명한 그린 몬스터에도 올라가 봅니다.


시장님 사무실을 포함한


3층 이상 자리들도 올라가 봅니다.




시장님 사무실은 사실 프레스석입니다.




이런데서 야구를 볼 수 있다니 좀 부럽습니다.


게임 속 같은 위치에서 내려다 보면 이런 느낌.


투어는 경기장 내 박물관에서 끝납니다.


멀리 보이는 벙커힐 기념탑이 멀쩡하다?


투어는 끝났지만, 이대론 아쉬우니 조금 난동을 부려봅시다!


갑자기 끼어든 형제 팔라딘에 의해 아수라장이 된 '다이아몬드 시티'


이렇게 저의 보스턴, 또 커먼웰스 여행은 끝났습니다. 좋은 구경 되셨나요? 게임 속에서 직접 봤던 것들을 이렇게 실제로 볼 수 있으니 참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부디 앞으로도 이런 현실의 멋진 풍경을 그대로 게임 속으로 옮기는 작업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익숙한 곳이어도 좋고, 이런 새롭고 신비한 곳이어도 좋겠죠. 언젠가는 '서울'을 이렇게 탐방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