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사: 너티독 ⊙장르: 3인칭 액션 어드벤처 ⊙플랫폼: PS4 ⊙출시: 2016년 5월 10일


전 국민이 산으로 강으로 해외로 떠났던 지난 연휴, 나는 소개팅의 유혹에도 굴하지 않고 게임을 했다. 무슨 게임이었냐고? '언차티드4: 해적왕과 최후의 보물(이하 언차티드4)’다.

시리즈의 오랜 팬으로서 라라 만큼이나 사랑해 마지 않는 네이트를 좀 더 일찍 만날 수 있다는 점은 매우 흥미로웠다. '언차티드4'와 함께할 연휴에 소개팅이 들어올 자리따위는 없었다. 구동 버튼을 누르는 순간의 달콤함은 훈련소에서 받아든 맛스타보다 달았다.

4년 6개월만의 신작, 그리고 시리즈의 마침표를 찍는 '언차티드4'. 소개팅녀가 왜 나를 소개해달라고 했는지보다, 네이트가 이번에는 어떤 유적을 휘젓고 다닐지가 더 궁금했고, 엘레나와 네이트의 알콩달콩함이 어차피 나에게는 오지 않을 알콩달콩함 보다 더 기대됐다. 그렇게 금요일 오후 3시에 시작한 '언차티드4'. 좀 지친다 싶어 시계를 보니 아침 7시였다. 뭐지. 내 하루, 어디로 갔나.



너티독의 장인정신은 흠잡을 곳이 없다.
놀랍다, 경이롭다, 대단하다, 굉장하다, 선겁다. 너티독의 그래픽에 대한 집착은 도자기를 깨던지는 도공의 마음과 비슷하다.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라는 구태의연한 문구가 이렇게 잘 어울리는 게임, 또 없다.


나는 그래픽에 그다지 신경을 쓰는 타입이 아니다. 좋으면 좋은가보다, 안 좋으면 그냥 그런가 보다 하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언차티드4'의 그래픽은 그냥 지나가기에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국내 게이머가 선호하는 '쨍한' 그래픽은 아니지만, 정말 분위기에 맞는 담담한 그래픽과 섬세한 디테일로 가득 차 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볼 수 없는 곳까지 섬세하게 신경을 썼다.

▲ 자세히 보면 똑같은 꽃들이 몇 개 없다.

전작보다 더욱 아름다워지고 더욱 섬세해졌다. 게임 도중 아무 곳에서 멈춰서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어느 곳에 시선을 두어도 그 디테일이 너무 아깝고 아름다워서 그냥 지나가기 아쉽다. 사진모드로 구도를 잡다 보면 시간은 훌쩍 지나간다. 내셔널지오그래픽에 사진작가의 작품처럼 정성이 들어가 있다.

풍성한 광원효과와 얼굴의 표정까지 생동감 있게 살렸으며 캐릭터 움직임 등에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 전작에 비해 모션이 더욱 자연스러워지고 다양해졌다. 엘레나는 예뻐졌고 네이트는 전현무를 벗어났다.

붕괴된 유적과 정글, 바다, 심지어는 일상적이어서 뭔가 다를 게 있느냐는 의문이 드는 집까지 섬세한 관심으로 재현했다. 차량 타이어의 진흙 질감, 예측할 수 없는 물 흐름, 뒹구는 나뭇잎 하나까지 '네이트가 서 있는 그곳'의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네이트가 매달린 봉에 가해지는 압력까지 표현했다.


전작까지 인물 모델링은 범접할 회사가 없다고 평가받던 너티독이었지만, 오브젝트 텍스쳐는 조금 아쉬웠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에는 작정했는지 한포기 풀만 보고도 '저거 고사리인가?'라는 소리가 바로 나올 정도로 발전했다. 지척에 널려있는 풀들 하나하나가 허투루 만들어진 게 없다.

디테일도 디테일이지만, 프리렌더링 영상이 없는 컷신도 놀라움을 자아낸다. '이거 프리렌더링 영상이아냐?'라는 의문이 생길 정도. 인게임과 컷신의 차이가 없다 보니 몰입감은 그만큼 상승한다. 컷신이 이어지는 줄 알고 조작을 하지 않는 일도 부지기수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전작의 주변 사물들은 그냥 사물이었으나 '언차티드4'의 주변 사물들은 상호작용을 한다. 네이트가 시장에서 집어 드는 작은 사과하나부터 각종 소품은 모두 상호작용을 하며 벽에 손을 대거나 코너를 급히 돌 때, 혹은 주위 사람과 부딪힐 때의 움직임은 게임의 생동감을 더 해준다.

솔직한 이야기로 콘솔이 PC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제약이 크니 그래픽적으로 기대를 크게 하지 않았다. 다만 '너티독 이니까...'라는 막연한 생각만 했을 뿐, 이렇게 디테일과 생동감, 현실감 넘치는 게임을 만들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아마 그들이 고수한 장인정신으로 가득 찬 그래픽에 조금 관대했다면, 작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네이트를 만날 수 있었을 거다. 그만큼 게임은 섬세한 디테일로 가득 차 있다.

▲ 누가 봐도 주상절리, 실제로 스코틀랜드는 장대한 주상절리로 유명하다.

[▲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널브러진 책의 물리 효과를 보라!]



소설 같은 선형 구조만이 가질 수 있는 몰입여운의 집합체.
개인적인 성향이다. 나는 선형(Linear) 구조를 사랑하고 좋아한다. 직선 구조는 게임에 완전히 몰입되어서 이야기에 완전히 매몰되게 하기 때문이다. 비선형적(Non-Linear) 세계에 살고있는 우리에게 이런 훌륭한 일탈이 있을까?


너티독의 닐 드럭만은 '라스트 오브 어스' 시나리오 작업을 하면서 '무성의한 스토리텔링'에 대해 이야기 한 바 있다. 당시 게임들이 전반적으로 무성의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는 지적이었는데, 건방지다는 비난을 많이 들어야만 했다. 그러나 그는 '라스트 오브 어스'로 감수성 풍부한 인벤의 여기자를 단 5분 만에 울려버렸고(그것도 게임쇼에서!) 2014 미국작가협회상 게임부문을 수상하게 된다.

이러한 기조는 '언차티드4'에서도 이어진다. 아주 당연하게도 시리즈의 정체성인 모험과 사랑을 아주 자연스럽게 게임에 녹여냈다. 출시 전 우려와 달리 변함없는 밝은 분위기의 활극도 여전하다.

'언차티드4'는 전작에서 아틀란티스를 탈출한 이후 엘레나와 결혼해 덜 위험하지만, 덜 재미있는 삶을 사는 네이트가 갑자기 돌아온 형 '샘'의 부탁에 엘레나에게 거짓말을 하고 보물 사냥에 나선다는 아주 간단한 이야기다. 늘 그랬듯이 그 와중에 유머가 있고, 위기가 있고, 갈등이 있고, 감동이 있고, 여운이 있다.

▲ 인양업을 하며 평범한 삶을 사는 네이트


나는 오픈 월드에 스트레스를 느끼는 타입인지라 고정된 이야기 줄기를 따라가는 선형구조에 재미를 느끼는 편이다. 최근 추세가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오픈 월드라고 하지만, 인간의 사고 구조는 기본적으로 선형적이다. 원인과 결과의 집합 틀을 가지고 추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인간의 추론 능력은 비선형적 구조를 잘 다루지 못한다. 그런데 현실은 매우 확고하게도 비선형적 구조다. 나비효과라는 말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과정이 극도로 복잡하고 결과가 다시 원인에 영향을 미친다. 대부분의 일이 이러한 구조로 되어 있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선형 구조가 드라마틱하게 다가온다. 적당히 예상되고 적당히 몰입되며 적당히 반전 있는. 선형적 사고는 비선형적 현실에서 의미를 잃지만, 게임에서는 감정 이입을 통해 대리 만족을 제공하는 일탈을 만들어 낸다.

다만, 너티독에서 이야기를 너무 강제하는 것을 경계했는지 각종 메모를 통해 곁다리 이야기를 알 수 있게 했다. 이는 일종의 스키마로 게임의 커다란 줄거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야기의 조각을 맞춰 나갈 수 있는 형태는 단순히 이야기를 전달받던 형태에서 능동적으로 이야기를 이해하는 형태로 변화를 꾀했다.

▲ 네이트도 놀라게 만드는 이야기

궁극적으로 네이트는 그가 사랑하는 것들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희생할 수 있는지를 시험한다. 절대 악도 절대 선도 존재하지 않는다. 적당히 기대 가능한 반전을 밟아 나간다. 전형적인 악과 윤리적인 이상이 부딪히지 않으며 적당한 가벼움과 적당한 묵직함이 공존한다.

전작에서 지적받은 용두사미식 진행도 개선됐다. 스케일 불려 영화를 보듯 주제를 전달하기 위해 억지로 인과관계를 규정해 오히려 명확하지 않았던 전작들과 달리 간결하고 이해하기 쉽다.

많은 사람이 '언차티드' 시리즈를 두고 '영화' 같다고 표현하곤 한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소설'에 가까운 엔터테인먼트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언차티드'의 이야기 전개 방식은 영화의 그것과 다르다. 영화는 중요한 요소, 이를테면 주인공 캐릭터의 묘사와 환경을 날카롭게 압축하여 전달하는 데 비해 게임은 비교적 시간과 공간에 자유롭다. '언차티드4'는 이러한 장점을 살려 좀 더 깊이 있는 이야기 전달에 충실했다.

▲ 뭐하는 거 같아?

[▲ 나만 알콩달콩해?]



진일보한 게임플레이, 그러나 피할 수 없는 자가 복제 비판.
진일보(進一步): 한 걸음 더 나아간다는 뜻으로, 한 단계 더 높이 발전해 나아감을 이르는 말.
자가 복제(自家 複製): 자기 자체와 똑같은 것을 만듦. 또는 그렇게 만든 것.
2인 진행과 전투의 다양성이 증가했다. 더욱 많은 모션이 가능해졌지만... 같은 디자인이 계속 반복된다.

우선 '언차티드4'의 큰 축인 전투부터 짚고 넘어가야겠다. 전투는 확실히 전작들보다 진일보했다. 전작과 비교하면 잠입 근접전 시스템이 업그레이드됐고 방어하고 피하는 액션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어쌔신크리드에서나 볼 수 있었던 공중 암살도 생겼다. 총격전에서 엄폐 동작의 발전도 눈에 띈다. 보스전이 매우 밋밋하다는 점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만족스럽다.

이것저것 다른 게임의 좋은 것을 섞은 삼류 잡탕찌개 같이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다양한 요소를 완벽하게 1개의 작품에 정리하고 있다.

약간의 팬심을 보태서 잠입은 '메탈기어 솔리드'의 다운그레이드 버전이고, 엄폐는 '기어즈 오브 워'의 다운그레이드 버전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잘 구현했다. 잠입으로 하나씩 적을 제거하다가 들키면 다른 장소로 이동하거나 안 보이는 곳으로 숨어 다시 잠입 플레이도 노려볼 수 있다. 이도 저도 귀찮으면 RPG와 유탄발사기를 들고 싹 다 쓸어버려도 된다. 그렇게 또 네이트는 비밀 유적에서 밝은 파괴 활극을 벌인다. 유네스코에서 통탄할 일이다.

[▲ 원한다면 네이트 스네이크가 될 수도 있다.]

▲ 난간 암살을 할 때는 네이트 아디토레

전작보다 발전한 조작감도 게임의 진일보에 일조한다. 반응이 깔끔하다고 해야 할까? 내가 원하는 조작이 즉발적으로 발생해 몰입감을 끌어 올린다. 특히 조작감은 추격이나 도망 때 진동 같은 물리적 접근이 아닌 심리적 접근의 방아쇠 역할을 한다.

시리즈의 고질적 문제점으로 지적받는 용두사미 이야기를 연출로 무마하기 위해 총격전으로 때웠던 시간도 크게 줄었다. 쓸데없이 블록버스터급 전투 연출을 강요하지 않고 네이트의 이야기, 그를 둘러싼 이야기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개인적으로 매우 좋았다.

진행 플롯은 전작과 똑같다. 퍼즐을 풀고 적들이 공격해오면 총격전을 펼치다 도망치고, 벽을 기어오르다가 벽 혹은 발판이 무너지고 위험에서 벗어난 후에 다시 퍼즐을 푸는 패턴의 반복이다. 시리즈가 4편에 접어든 만큼 누구나 이러한 플롯을 예상했으리라. 신기한 것은 몇 년을 똑같은 디자인을 반복하는 데도 크게 지루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 이러한 진행에 지루함을 느끼는 사람은 존재할 것이다. 새롭지 않으니까.

새로운 동작들은 생겼다. L1을 이용한 새로운 로프 액션이 그것이다. 미끄러지는 순간에 로프를 던져 반대편으로 이동하거나 먼 거리의 절벽을 뛰어넘게 해준다. 이밖에도 소매치기하거나, '툼레이더' 라라의 피켈 액션과 비슷한 동작들이 생겼으나 근본적으로 전작 게임 디자인의 추가요소일 뿐 근본적인 방향은 동일하다.

[▲ 전작보다 훨씬 자연스러워진 격투 장면]

[▲ L1을 이용한 로프액션은 다른 액션과 조합되어 다양함을 더했다. ]

결과적으로 점프와 퍼즐, 총격전의 연속이지만, 이를 지겹게 느끼지 않도록 연출로 잘 포장했다. 너티독은 밀당의 고수임이 틀림없다.

긍정적으로 표현하자면 시리즈 10년을 통해 완성한 공고한 정체성과 흥행 방법의 집대성이라고 할 수 있겠으며 부정적으로는 신선함이 부족한 성공 공식 답보라고 할 수 있겠다.

사실, 4편의 퍼즐은 1편, 2편, 3편에서 왠지 한 번씩은 해봤던 것 같은 느낌이다. 아니 해봤다. 시리즈를 꾸준히 해왔다면 일지를 보지 않고도 퍼즐을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정도. 어차피 일지는 '인디아나 존스'의 오마주뿐이지 않는가.

▲ 빛을 이용한 퍼즐은 전작을 해봤다면 매우 익숙할 듯.

전작과 비교해 가장 많이 달라진 점은 2인 플레이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게임 플레이 내내 혼자 다니는 구간은 특정 몇몇 구간으로 국한되어 있다. '라스트 오브 어스' 개발 당시 '언차티드2'의 텐진에 영감을 받아 조엘과 엘리의 2인 플레이를 구상했다는 말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너티독은 이러한 시스템이 흥미롭다고 느꼈는지 '언차티드4'에 적극적으로 반영했고, 덕분에 시시콜콜한 매력적인 농담의 빈도도 늘었다.

2인 플레이가 대부분을 차지함에 따라 당연하게도 파트너 역시 발전했다. 너티독은 네이트 외의 캐릭터가 단순히 네이트를 바라만 보는 짐이 되거나 잡담을 받아주는 존재가 아닌 모험의 동반자가 되길 원했던 것 같다.

총격전에서 뒤를 책임져 준다든지 도망 신에서 사용자의 조작 성공 여부에 따라 전혀 다른 말을 건네는 모습은 AI의 발전인지 아니면 단순히 엄청난 양의 스크립트인지는 모르겠지만, 매우 훌륭했고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진행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 윈치로 한 번에 넘어가면 다른 말이 나온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전작 '엘도라도', '샹그리아', '아틀란티스'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갖가지 소품과 대화들이었다. 영웅전설과 영웅전설2를 플레이할 때처럼 이어진 연결고리를 찾는 맛이 있었다. 노골적으로 강요하거나 반드시 알아야 할 정보는 아니지만, 게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추억'은 상당히 즐거운 경험이었다.

▲ 선택지에 따라 다른 반응이, 물론 결론은 하나로 귀결되는 편이다.

[▲ 시작과 함께 화끈한 수상전]



시리즈 고질적 문제인 보물 수집은 여전하다.
해적왕의 보물을 찾기 위해 속도전을 펼치는 상황에서 진행해야 할 루트가 아닌 다른 엉뚱한 장소가 보인다면 십중팔구 수집할 보물이 숨겨진 곳이다. '저곳에 보물이 있을 거 같은데?'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몰입도는 크게 떨어진다.


항상 언차티드를 하면서 느꼈던 불만 사항이 이번 시리즈에도 재현됐다. '보물 수집'. 선형적 이야기 전개에 어울리지 않는 불편함이다.

이러한 보물 수집은 이야기를 즐기는 데 있어 몰입을 크게 방해한다. 나처럼 멀티플레이는 안중에 없고 네이트의 모험이 궁금하고 다회차는 그저 그런 플레이어들에게는 당위를 입힌 악수이다. '언차티드4'의 스토리모드만을 보고 PS4를 구입하는 층이 비단 나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

보물 수집은 주위를 크게 분산시킨다. 아무리 스토리모드만 즐기기로 마음먹었다고 쳐도 '?????'로 표시된, 그리고 저기에 가면 수집할 보물이 있다는 것을 뻔히 알려주는 맵 디자인을 보고도 수집하지 않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 오른쪽으로 가는 게 뻔한데, 우물로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 우물엔 분명 수집할 보물이 있을 테니까.

보물 수집은 이야기를 따라가며 느끼는 순수한 감정에 방해되며 수집을 위해 모든 곳을 둘러보고 무언가를 시도해봐야 할 것처럼 만든다. '보물이 어디 있지, 여기쯤 있을 텐데?'라는 강박증이 개입하는 순간 이야기는 몰입감을 잃게 되고 게임은 생기를 잃는다.

총알과 폭탄이 난무하는, 형을 구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잠시 멈춰 수집할 보물이 있나 살핀다고 생각해봐라. 또는 어떤 지역을 떠날 때 보물을 살펴보지 않는 상태라면 개운치 않은 느낌이 든다고 생각해봐라.

수집과 도전과제를 통한 외적 보상은 양날의 검이다.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게임의 수명을 늘릴 수 있고 수집 요소를 좋아하는 플레이어들에게 좋은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수집을 통해 몇 가지 요소를 해금할 수 있으며, 지나치게 단조로워질 수 있는 게임에 변화를 줄 수도 있다. 장르적 특성상 가질 수밖에 없는 짧은 수명을 길게 늘일 수도 있다. 디자인적으로 보자면 흠잡을 데 없는 발상이다.

하지만 모든 플레이어가 다회차 플레이를 즐기지는 않는다. 그래서 이번작 만큼은 뭔가 다른 방법을 시도하기를 기대했으나 그렇지 못해 아쉬웠다. 다회차 요소를 즐기는 플레이어들을 위해 수집이 아닌 특정 행동의 성공에 더 많은 무게를 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혹은 멀티플레이에서.

▲ 있을 거 같은 곳에는 반드시 있다.


똑같은 디자인이라도 실망이란 단어가 들어갈 공간은 없다.
새로울 것 없는 게임 디자인, 적당히 익숙한 이야기의 연속, 똑같은 플롯의 재림. 그러나 이렇게 진부함에도 재미있고 또 재미있다. 간혹 보이는 버그와 오역은 아쉽지만, 타이트하고 이야기가 가득한 일직선형 진행과 캐릭터들의 위트넘치는 대화는 여전히 즐겁다.


솔직히 엄청나게 신선하거나 충격으로 다가올 만한 요소는 전혀 없다. 어디서 한 번쯤 경험해본 것 같은 상황도, 연출이 널려있다. 그러나 지루하지 않게 엄청나게 잘 포장했다.

전작에서 시도하지 않은 연출, 이를테면 효과음을 배제하고 배경음만 넣어 감정을 고조시키는 방법 등은 특별하지는 않지만, '언차티드'란 브랜드와 맞물려 특별하게 느껴지게끔 한다. 잘 기획된 레벨 디자인은 게임에 쉴 새 없이 빠져들게 한다. 물 흐르는 듯한 이야기에 긴박한 속도감, 적절한 난이도는 한번 시작한 게임을 엔딩까지 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시리즈 최고의 작품인 2편과 비교하면 조금은 신선함이 떨어질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전작의 요소들을 업그레이드해 매력적으로 포장해 내놓았다. 비슷한 게임 디자인이 가지는 한계를 너티독도 잘 알았을 테니까.

네이트의 '이제 증명할 건 없어'라는 말처럼 '언차티드4'는 더 이상 증명할 게 없다. PS4에서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퍼포먼스와 한편의 경쾌한 활극을 보는 듯한 이야기 그리고 소소한 농담과 감동까지. 자신이 PS 진영의 킬러 타이틀이자 하드웨어 판매를 견인하고 있음을 몸소 증명한다.

[▲ '언차티드'에는 이런 대화가 빠지지 않는다. ]


누가 1편 출시 당시 언차티드 프랜차이즈가 이리도 매력적인 시리즈로 성공할지 예견이나 했을까? 'Sic parvis magna(위대함은 작은 시작에서부터 이루어진다)'라는 말이 이리도 잘 어울릴 수 없다. 잘 포장한 본편을 즐긴 이후 나오는 에필로그와 엔딩롤을 보고 난 후의 진한 여운이야말로 시리즈를 모두 즐겨온 팬들에게 바치는 '언차티드4'의 진정한 엔딩이 아닐까 싶다.

뒷자리에 앉은 박태학 기자가 리뷰 코드를 받아든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FC 서울의 트레블을 선택할래요? '언차티드4'가 들어있는 PS4를 선택할래요?" 그때 나는 단 한 치의 고민도 없이 우리 팀의 트레블을 선택했지만, 엔딩을 보고 난 지금은 조금 고민이 된다. 그만큼 훌륭한 경험이었다.

▲ 다회차 플레이를 위한 보너스도 여전하다.

'언차티드4'를 네이트와 엘레나식으로 1에서 10까지 쳐서 얼마나 재미있는 작품이냐고 묻는다면, 11 정도라고 대답할 생각이다. 반복되는 디자인에 약간의 지루함과 약간의 아쉬움은 있지만, '실망'이라는 단어가 들어갈 공간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시리즈의 마지막을 책임지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