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매우 인상적인 광고를 하나 봤다. 좋아하는 여자가 생각하는 남성상에 맞는 남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다가 노력으로 넘을 수 없는 한계를 맞이하고는 '남자는 자신감이지!'라고 외치는 광고였다.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제품이 가진 철학을 잘 전달하는 광고였다.

대중은 이러한 광고를 제작하는 회사를 떠올릴 때 '창의, 센스, 인간미, 친화력' 등을 떠올린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 광고업무를 하던 '그랑몬스터'가 모바일 개발 본부를 설립해 만든 게임은 얼마나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무장했을까 기대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사자들이 말하듯 신기한 시스템이나 대단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게임은 아니었다. 대신 자신들만의 확고한 철학을 게임에 투영했다. "한 사람이 몇천만 원씩 결제하게 할 생각 없다" 라든지 "우리 게임은 메인 게임이 아니라 서브 게임", "고객 관리 서비스를 직접 하겠다"라는 데서 쉽게 유추할 수 있었다. 사용자 중심에 서서 개발한 게임, '우리가 정말 몬스터라니'를 소개한다.

* 하기에 사용한 게임 이미지는 개발 중인 화면으로 향후 변경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정말 몬스터라니

[그랑몬스터의 첫 게임] - 2010년 광고분야로 시작해 마케팅, 투자, 개발까지 진행하는 회사로 게임 분야 광고제작 및 오프라인 행사 등을 맡아왔다.

['우리가 정말 몬스터라니'는 '아둥가' IP를 활용한 게임] - 아둥가는 부즈클럽에서 제작하고 제일기획에서 마케팅과 라이선싱을 담당하고 있는 IP(특허뿐만 아니라 상표, 디자인을 포함한 산업재산권과 저작권을 포함한다). 뮤직비디오, 게임 등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노출되고 있다.

[게임 방식] - 기존의 퍼즐 혹은 퍼즐 RPG와 달리 한 조각이 아닌 횡과 열 전체를 움직여 퍼즐을 맞추는 3매치 방식. 게임을 진행하며 조각을 모아 캐릭터를 육성하는 RPG이기도 하다. 실시간으로 진행되며 퍼즐을 통해 모험을 수행한다.

▲ 게임 내 주요 캐릭터들. 그랑E는 개발사 그랑몬스터에서 키우는 '김그랑'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콘텐츠 구성] - 영웅, 성장 콘텐츠, 경제 콘텐츠를 준비했다. 영웅은 수집하고 육성할 수 있으며 각자 직업, 스킬, 속성을 가지고 있다. 시나리오 던전, 영웅 던전, 요일 던전, PvP, 우주선 등 다양한 성장 콘텐츠와 암시장, 뽑기 상점, 프렌즈 상점 등의 경제 콘텐츠로 구성되어 있다.

[플레이 방식 변경] - '모험하기'와 '전투하기' 모드가 지원된다. 모드 변형으로 다양한 미션을 제공해 흥미를 유발한다. 모험하기 모드는 영웅이 이동 중 퍼즐판을 이용해 미션을 해결하는 것으로 5개의 블록으로 구성된다. 이동 도중 몬스터와 충돌하면 전투모드로 바뀌고 모험하기와 다른 블록으로 퍼즐을 수행할 수 있다.

[우주선] - 플레이에 필요한 기능을 다양하게 제공하는 콘텐츠. 플레이에 필요한 기능은 총 11개로 팀 레벨 성장 시 점차 해금된다. 스타게이트 등의 상단 공간과 5가지 컨테이너 공간으로 구성된다.


▲ 그랑몬스터의 포트폴리오

광고회사인데, 모바일 게임 개발 본부를 두고 게임을 개발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동기가 있을까요?

박민천= 경력의 시작은 게임회사였어요. 그러다가 광고 대행업무를 하게 됐습니다. 이곳에서도 게임 관련 업무를 했습니다. 게임 분야에서만 10년 넘게 있다 보니 어느 정도 노하우가 쌓이지 않았느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게임산업에 대기업만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큰 자본이 필요한 게임은 대기업이 하고 우리는 작은 규모의 게임 위주로 게임 사업을 해보면 어떠냐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게임 쪽으로 사업을 다각화해보자고 판단했어요. 태생이 광고 대행사라 독특한 아이디어 수급이 용이하기에 개발 시너지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 점도 있습니다.


홈페이지를 보니 야근과 철야가 없다는 글이 있었습니다. 정시 출근과 퇴근. 아주 당연한 이야기지만,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박민천= 초기 팀을 세팅할 때 애초에 야근하지 않는 컨셉으로 만들었어요. 광고도 그렇지만, 게임도 굉장히 창조적인 일이잖아요. 그러니까 잘 놀아야 해요. 그래야 경험이 풍부해지니까. 뭐 개발을 불굴의 의지로 한다고 재미있는 게임이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고요.

일할 때는 일 하고, 쉴 때는 쉬어야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는 법이죠. 그렇게 생각하고 달려왔는데…. 출시를 앞두고는…. 출시를 앞두고는…. 그게…. 쉽지 않더군요.





게임 제목이 재미있습니다. 요즘 모바일 게임들 보통 '레전드', '드래곤', '나이츠', '로스트' 등등 멋져 보이려는 단어로 포장한 게임이 많은데 말이죠. '우리가 정말 몬스터라니'로 지은 이유가 있나요?

박민천 = 평범하게 가고 싶지 않았어요. 멋있는 영문도 싫었고. 그래서 마케팅 분야 직원들과 머리를 맞대보았습니다. 일단 '몬스터 처지에서 생각해보자!'에서 시작했어요. 우리 게임에서 몬스터들이 아군이 되기도 하는데 몬스터 처지에서 생각해보면 되게 혼란스러울 거 같단 말이죠. 몬스터였는데 지금은 친구고. 헷갈리죠. 그래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 몬스터들의 마음을 대변해서 '우리가 정말 몬스터라니'로 지었습니다. 사업부에서는 줄여서 '우정몬'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줄인 것도 나름 어감이 좋아요.


게임 제작에 IP를 활용하면 상대적으로 유저 유입이 손쉽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아둥가는 이런 면에서 조금 힘이 약해 보입니다.

박민천 = 아둥가를 제작한 부즈클럽은 메리츠화재의 '걱정인형', 에스오일의 '구도일' 그리고 '뿌까' 등을 보유하고 있는 역량 있는 회사입니다. 지스타에서 부즈클럽 대표를 만난 적이 있는데, 당시 '아둥가를 띄우기 위한 프로젝트가 있다'며 '여러 가지 머천다이징, 뮤직드라마, 웹드라마, 게임 등을 준비하고 있다'라는 말을 했어요. 그때 의견이 맞아 '아둥가'를 활용한 게임을 만들게 됐죠.

IP의 힘이 약한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애초에 IP의 유명세에 기댈 생각은 없었어요. 인지도 등에 기대지 않고 순수하게 내용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 좌측이 모험모드, 우측이 전투모드

게임의 주요 요소를 간략히 소개해 주세요.?

이재민 =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심플함 입니다. RPG인데 어드벤처에 가까운 RPG? 요즘 RPG 무거운 게임들 많잖아요. 엄청나게 다양한 모드와 즐길 거리가 있는 게임들. 그런 게임보다는 누구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자 했어요.

RPG하면 떠오르는 디자인. 엘프, 기사, 전사 같은 것도 없고요. 대신 어디 나사 하나 빠진 애들이 등장해요. 여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디자인이죠.

요즘 액션 RPG의 과격함에 지친 사용자들에게 간단하게 다가갈 수 있게 컨셉을 잡았습니다. 퍼즐과 어드벤처 느낌을 주면서 한국인이 좋아하는 PvP를 결합했어요. 뭔가 특별한 시스템이나 특출 혹은 특이한 시스템이 있다기보다는 간결한 느낌의 퍼즐 RPG입니다. 퍼즐은 게임을 즐기는 수단이고 큰 틀은 RPG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하나의 스테이지에서 모험하기, 전투하기 2가지 모드를 제공하는데, 변화를 줌으로써 얻는 장점은 무엇인가요??

이재민: 시작을 누르면 캐릭터가 걸어갑니다. 그리고 캐릭터 앞에 장애물이 등장합니다. 화면은 계속 횡 방향으로 스크롤 되고요. 퍼즐을 이용해 장애물을 해결해야 하죠. 그러다가 장애물 대신 몬스터를 만나면 전투 모드로 바뀝니다.

사실 처음에는 전투도 장애물처럼 간단하게 퍼즐을 이용해 돌파하는 형식으로 생각했는데 그러니까 너무 재미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고전 RPG의 전투 느낌으로 구현했습니다. 파이널 판타지에서 인카운트 하는 느낌 있죠? 그런 느낌이에요. 전투와 모험 느낌을 한 게임에서 모두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 코스튬 화면

수집과 성장 그리고 장비 레벨업 시스템도 존재하는데요. 다양한 성장 요소가 캐주얼을 지향하는 게임에서 과한 스트레스를 유발하지 않을까요?

이재민= 장비를 뽑거나 하지는 않고요. 영웅을 획득할 때 장비를 착용한 상태로 등장합니다. 이를 업그레이드 하는 거고요. 다른 RPG들 보면 영웅을 키우고 그 영웅에게 맞는 옵션에 맞춰 키워야 하잖아요. '우리가 정말 몬스터라니'는 이분화된 성장은 아닙니다. 캐주얼한 느낌에 맞는 성장이죠.


그런 간단한 성장 구조면 수익에 막대한 타격이 있을 거 같은데…. 걱정되지 않아요?

박민천 = 영웅을 수집하고 게임을 진행하면서 전하고 싶은 재미가 성장의 재미보다 커요. 앞서 말했듯이 등장하는 영웅들이 약간 나사가 빠진듯한,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나오는 친구들이거든요. 최대한 다양한 영웅들을 수집해서 보는 재미도 느끼고, 이를 조합해 진행해 나갈 수 있는 재미를 느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재민 = 8명이서 만든 게임으로 우리가 할수 있는 범위에서 최선을 다했어요. 한 사람이 몇천만 원씩 결제하는 게임을 만드는 것은 염두에 두지 않았습니다.

▲ 캐주얼 게임에 알맞는 성장과 비즈니스모델을 구현했다고.

시장에 많은 퍼즐 RPG들이 있고, 인디 장르에서 비슷한 게임들이 최근 많이 출시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정말 몬스터라니'가 동종 장르의 게임과 비교했을 때 비교 우위에 설 만한 요소가 있을까요?

이재민 = 기존 퍼즐 RPG들은 턴제잖아요. 천천히 생각하고 판단해서 움직이죠. 고도의 전략성과 조합을 요구하고요. 그런데 우리 게임은 그러한 전략성과 조합보다는 간단하고 빠르게 즐기는 게임이에요. 퍼즐도 실시간으로 진행돼서 누구나 손 쉽게 할 수 있어요.


실시간 퍼즐이 가장 큰 차이점 이라는 거죠?

이재민: 시스템적인 측면보다 캐릭터 적인 면을 더 부각하고 싶어요. 게임 내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나사 빠진 친구들이 많이 보여요. 보고 있으면 정이 많이 갑니다. 정이 가는 캐릭터들이기 때문에 몬스터들이 사용자들이랑 많이 친해졌으면 좋겠어요.

가장 중점적으로 공들인 부분은 사용자와 밸런스입니다. 우리는 기업이니까 당연하게도 돈을 벌어야 해요.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한번 해봤어요. '엄청나게 많은 시스템을 넣어서 돈을 뽑아내는 게 진짜 맞는 방법일까?', '우리가 준비한 만큼 사용자들은 돈을 사용할까?'라고요. 그 후부터는 사용자 중심에서 생각했어요. 캐주얼 게임이니만큼 편하게 가려고 억지로 매우 다양한 상품을 만들지도 않았어요.

밸런스도 그러한 일환 중에 하나에요. 모바일 게임은 수명이 짧다 보니 밸런스가 과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어요. 허들이 빨리 나타나서 결제를 반강제하는 형태의 게임이 많거든요. 우리는 조금 달리 접근했어요. 메인 게임이 아니라도 편하고 꾸준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만들고자 한 거죠.

발상이 인상깊네요. 퍼즐 RPG에서 PvP 모드가 있는 게임은 자주 못봤는데, 이 게임에는 있더라고요. 인상 깊은데요?

박민천: 통상 퍼즐 RPG는 없죠. 처음엔 장난삼아 넣어봤어요. 그런데 재미있더라고요. 그래서 열심히 다듬고 있습니다. 캐주얼 게임을 표방하고 있다보니까 상위 랭킹에게만 대단한 보상을 주는 건 아니고요. 자신과 비등비등한 수준의 사람들과 순위 싸움을 하는 맛을 살릴 계획입니다. 비슷한 사람들과 투닥투닥하는 재미요.

▲ PvP 모드





광고회사의 입장에서 규모의 경제가 된 마케팅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요. 또 게임 개발사로서는 어떻게 보고 있나요.

박민천= 리암 리슨이 출연한 그 광고부터 가열됐다고 봅니다. 마케팅에 돈을 쓴다는 것 자체로만 보면 모바일 게임 장르가 대중화됐다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 긍정적인 측면이죠. 저변이 넓어지면서 인디 게임까지 활성화 되는 효과도 분명히 있습니다.

다만, 작은 개발사 입장에서는 자본의 마케팅 시장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제한적이게 됩니다. 우리 같은 경우 내부에 마케팅 조직이 있으니 독특한 아이디어 위주의 마케팅으로 경쟁할 생각입니다. 큰 자본을 투입할 수 없으니까 말이죠.


대행만 하다가 직접 하려니까 느낌이 뭐가 다르던가요?

유은지 = 클라이언트의 게임을 하는 것과 직접 우리가 만든 게임을 하는 것 자체가 느낌이 달라요. 클라이언트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되더라고요. 또 동료로서 같이 일하는 디자이너와 협업을 하는 부분의 느낌도 좀 다르더군요. 배너 디테일이나 소재같이 사소한 부분에도 끝없이 신경쓰이고... 마케팅 방법을 직접 내부에서 소화하니까 그것도 조금 신선했어요.

▲ 그랑몬스터의 마스코트 '김그랑', 게임에도 등장한다.

5월 말 사전예약 프로모션을 시작으로 런칭 준비에 들어갈 텐데, 사용자들이 쉽게 기억할 수 있도록 '우리가 정말 몬스터라니'라는 게임을 한 단어 혹은 한 문장으로 축약할 수 있을까요?

박민천: 음... '병맛'? 캐릭터를 보다 보면 웃음이 나오거든요. 친구들이 약간 나사가 빠진 듯한 모습이라. 광고 방향도 그렇고. 우습게 노는 게임이에요.

유은지: '이상해서 재미있다'라는 느낌이 있어요. 사용자들끼리 재미있게 놀 수 있거든요.


첫 게임인데 퍼블리셔 없이 독자적으로 서비스를 진행합니다. 부담되지 않아요?

박민천 = 부담은 없습니다. 팀원들이 상용 게임을 서비스해본 경험도 있고, 런칭해 본 경험도 있으니까요. 그렇죠?

이재민 = 네... 부담은... 음... 없습니다... 네. 문제없죠.

박민천 = 처음 출시하는 게임이라 부끄럽기도 합니다. 기대도 되고 두근거리고요.

유은지 = 요즘 사용자들의 눈높이가 굉장히 많이 높아졌잖아요. 그래서 우리 게임이 많이 부족해 보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내부 고객센터도 운영해서 직접적으로 대응할 거에요. 첫 출시이니까 고객 관리도 패기 있게 할 생각입니다. 사용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잘 응대하려고 하고 있어요. 분명 전문 업체보다 전문성이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열심히 노력할 테니 노력하는 모습도 많이 봐주시면 좋겠어요.


자…. 그래서 '우리가 정말 몬스터라니'는 언제쯤 만나볼 수 있나요.

유은지 = 5월 말부터 사전 예약 프로모션을 시작할 예정이에요. 6월 중 구글 플레이에 출시하는 걸 목표로 매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