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5월 말인데도 벌써 햇빛이 뜨겁다. '이제 여름이구나' 라는 생각이 머릿 속을 스치는 이 때. 어김없이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롤챔스) 섬머 시즌이 시작된다. OGN와 SPOTV GAMES에서 중계되는 이번 롤챔스는 시작부터 ESC 에버와 MVP라는 반가운 손님을 맞이한 채 막을 열게 됐다.

총 10개 팀이 벌일 여름 전쟁에 팬들의 관심도 뜨겁다. 이번에도 SKT T1의 우승으로 끝날 것인지, 새로운 강자가 등장해 판을 완전 뒤엎을 것인지, 승격한 두 팀은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중상위권 경쟁은 여전히 치열한 것인지. 관전 포인트가 정말 많다. 이를 예상하려면, 섬머 시즌에 출격하는 10개 팀의 과거와 현재를 살짝 훑어볼 필요가 있다.



■ 봄이 지나도 '맹호'는 건재 이번에야말로 우승을! 락스 타이거즈


2015년 봄을 수놓았던 ROX 타이거즈의 경기력에 팬들은 '봄의 맹호'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그들은 맹렬한 호랑이의 기운으로 2015년 스프링 시즌에 부동의 1위를 기록했다. 이번 2016년 스프링 시즌에도 비슷했다. 정규 시즌 11연승 행진, 부동의 1위. 하지만 ROX 타이거즈 입장에서는 아쉽게도, 또 다시 SKT T1에게 무릎을 꿇고 말았다.

ROX 타이거즈 선수들이 항상 말했던 '작년과 같은 결과'가 올해에도 일어났다. 물론, SKT T1과 ROX 타이거즈의 결승전은 '역대급'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그런 칭찬에도 ROX 타이거즈는 크게 기뻐하지 못했다. 이번에야말로 우승을 차지하겠다는 집념이 이번에도 아쉽게 빗나갔기 때문. 준우승 이후에 선수들과 코치진 모두 환한 웃음을 잃지 않았지만, 마음 속에는 참 많은 것이 스쳐 지나갔으리라.

다가올 여름을 앞두고 팬들의 걱정이 이어지고 있다. 2015년 섬머 시즌에서 이전 포스를 이어가지 못했던 경험에서 나오는 걱정이다. 작년 스프링 시즌과 올해 스프링 시즌이 비슷했던 만큼, 섬머 시즌도 그러지 말라는 법이 없다.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고 있는 ROX 타이거즈. 이번에야말로 '봄의 맹호'에서 벗어나 '2016년의 맹호'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 우리의 계절이 도래했다! 섬머 시즌 열풍의 주역 kt 롤스터



여름은 'kt 롤스터의 계절'이란 말은 이제 익숙하다. 여름만 되면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깨고 롤챔스 결승 으로 향하며 기대이상의 모습으로 많은 팬들의 가슴을 뜨겁게 했다. 흔들리지 않을 것 같았던 삼성 블루를 꺾고 2014년 섬머 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이어진 2015년 롤챔스 섬머 시즌 2위에 롤드컵 진출까지 스프링 하위권에 있는 kt 롤스터의 성적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놀라운 행보였다.

그리고 다시 한 번 kt 롤스터의 여름이 점점 다가온다. 2016 롤챔스 스프링 정규 시즌에서 SKT T1-락스 타이거즈-kt 롤스터 3강임을 증명했고, 무적의 락스 타이거즈를 꺾는 대이변을 일으키기도 했다. '플라이' 송용준이 당시 잘 등장하지 않던 말자하와 같은 픽으로 승부수를 띄우는 과감한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송용준이 숨겨둔 잠재력을 발휘함과 동시에 살아난 kt 롤스터의 저력을 보여준 경기였다.

삼성 왕조가 지배하던 2014년, 국내에서 그들을 무너뜨릴 수 있었던 팀은 kt 롤스터 뿐이었다. SKT T1이 2015에 이어 2016까지 지배하고 있는 상황. kt 롤스터가 다시 한 번 모두의 예상을 뒤엎는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여름이라면 왠지 모를 기대감이 생기는 kt 롤스터이기에 섬머 시즌에서 어떤 활약을 할지 지켜보도록 하자.



■ 시즌 징크스 의미없다? 결국, 우승은 SKT T1이니까


2015년을 재패했던 SKT T1은 2016년 봄에 휘청거렸다. 정규 시즌 중에 7위까지 내려갔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LoL에서 가장 쓸데없는 걱정은 SKT T1 걱정'이라는 팬들의 말은 사실이 됐다. 시즌이 진행될수록 전력을 가다듬은 SKT T1은 IEM 월드 챔피언십 우승과 롤챔스 스프링 시즌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얼마 전에 끝난 MSI에서도 4연패까지 당했지만, 결국 우승을 거머쥐었다.

김정균 코치는 롤챔스 스프링 시즌 우승 확정 직후, 방송 인터뷰에서 "부진은 있어도 몰락은 없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그리고 SKT T1은 그 말을 계속 실천에 옮기고 있다. MSI 우승 이후, 연습 시간이 부족했을 SKT T1이 '대격변' 패치에 빠르게 적응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지난 스프링 시즌과 마찬가지로, 이번 섬머 시즌 초반 역시 SKT T1이 힘겨워할 수도 있다.

그래도 수많은 관계자는 SKT T1의 강력함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부진은 있어도 몰락은 없다"던 김정균 코치의 선언. SKT T1 팬들 입장에서는 그 말이 섬머 시즌에도 현실이 되길 바라고 있을 듯 하다.



■ 상승 기류 타본 진에어 그린윙스 다시 한 번 이륙을 준비한다


진에어 그린윙스는 만년 중위권? 오랫동안 진에어 그린윙스는 상위권과 거리가 먼 것처럼 보였다. 주전 선수인 '갱맘' 이창석과 '체이서' 이상현이 2015년의 진에어 그린윙스를 이끌었지만, 항상 포스트 시즌 문턱에서 좌절하며 중위권에 머물러야만 했다. 주전이었던 이창석과 이상현마저 나가며, 앞으로 진에어 그린윙스의 행보가 걱정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진에어 그린윙스는 위기라고 생각될 만한 상황에서 오히려 기회를 잡았다. 이번 시즌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깨고 가장 오랫동안 롤챔스 2위 자리에서 고공비행을 이어간 것이다. 비록, 시즌 마지막에 두 통신사 팀이 살아나며 2위 자리를 내줬지만, 언제든지 다시 상위권으로 도약할 가능성이 있는 팀으로 확실히 인정받았다.

특히, '트레이스' 여창동이 새 시즌과 메타에 대한 빠른 적응력을 보여줬기에 대규모 패치 후 펼쳐지는 섬머 시즌에는 어떤 플레이를 펼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시즌 중반까지 독특한 챔피언 픽으로 상대의 예측을 뛰어넘으며 MVP 투표를 장악한 바 있다. 최근 패치가 자주 진행되는 만큼 진에어 그린윙스가 섬머 시즌 전반의 메타를 주도할 가능성 역시 무시할 수 없다.



■ 아프리카 싸움닭, 운영으로 날아오르다! 섬머 시즌 '다크호스'로 급부상


개인방송 BJ들이 뭉친 아나키가 세월이 흘러 아프리카 프릭스로 거듭났다. 워낙 화끈한 한타를 자주 보여줘서 팬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아마추어 팀의 한계에 부딪혀 고통받던 그들은 아프리카 TV의 도움으로 프로게임단이 됐다. 그들은 CJ 엔투스에서 코치진으로 활동했던 강현종 감독과 정제승 코치와 함께 프로의 운영에 눈을 떴고, 포스트 시즌 진출의 쾌거를 이뤘다.

기존 싸움닭 같았던 스타일에 유려한 운영이 더해진 아프리카 프릭스의 경기력은 대단했다. 선수들의 발전도 놀라웠다. 잘 다루지 못했던 챔피언으로 놀라운 숙련도를 보였던 '미키' 손영민과 '눈 뜬 리라 모드'로 경기를 캐리했던 '리라' 남태유가 돋보였다.

플레이 스타일의 변화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기량에도 발전을 이룩한 아프리카 프릭스는 다가올 섬머 시즌 '다크호스'로 손꼽히고 있다. 관계자들은 이번에 바뀐 메타 속에서 아프리카 프릭스가 더욱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만나면 싸우자고 덤비는 아프리카 프릭스가 섬머 시즌에 걸맞은 화끈한 경기를 계속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된다.



■ 봇 라인 변신 꾀한 삼성 왕조 재건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가다


몰락한 왕조, 재건을 꿈꾸다. 2014년 최고의 한 해를 보낸 삼성 블루-화이트의 시절이 끝나고 SKT T1의 독주 체재가 계속 이어졌다. 삼성은 대부분 신예 멤버로만 구성해 2015년을 보냈다. 신예의 열정과 패기만으로는 왕조를 재건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2016년 삼성은 '엠비션' 강찬용을 영입하며 신예의 장점에 경험과 노련미까지 더해진 팀이 됐다. 강찬용은 신예를 상대하는 법을 꿰뚫고 있는 백전노장의 지혜를 선보였다. 락스 타이거즈가 '피넛' 한왕호의 공격적인 움직임으로 승승장구할 때, 강찬용이 '피넛'의 공격성을 역으로 이용해 가장 먼저 락스 타이거즈에게 승리를 거뒀다. 정규 시즌 최강 팀의 전력을 뛰어넘을 수 있는 새로운 삼성의 힘을 선보인 것이다.

비록, 아프리카 프릭스에게 발목이 잡히며 스프링 시즌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했지만, 기회는 이번 섬머 시즌에 다시 찾아왔다. 지난 시즌 원거리 딜러의 캐리력, 봇 라인의 힘이 약점으로 지목받았다. 하지만 원거리 딜러로 새롭게 '룰러' 박재혁을 영입하고 '코어장전' 조용인을 서포터로 포지션을 변경하며 봇 라인을 강화했다. 스프링 시즌 한 단계 발전했고, 섬머 시즌 역시 한 걸음 나아갈 준비를 마치고 섬머 시즌에 나선다.



■ 시험은 봄에서 끝 최종 정예 멤버로 돌아온 롱주 게이밍


대규모 선수 영입. 롱주 게이밍이 2016년 스프링 시즌을 맞이하는 방법이었다. '러스트보이' 함장식의 코치 데뷔뿐만 아니라, 각 팀 에이스라고 손꼽히던 선수들이 롱주 게이밍의 이름 아래 뭉쳤다. 하지만 롱주 게이밍은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을 입증한 팀이 되고 말았다. 선수들도 인정했던 오더 문제, 애매했던 더블 스쿼드. 롱주 게이밍은 7위로 스프링 시즌을 마감했다.

확실히 롱주 게이밍은 스프링 시즌 내내 오더가 갈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전 팀에서 에이스 역할을 했던 선수들은 팀워크에서 아쉬운 모습을 연출했다. 그래도 롱주 게이밍은 저력을 보여줬다. 그들은 1라운드 막판까지 kt 롤스터와 2위 자리를 두고 경쟁했다. 아직도 SKT T1을 상대로 승리한 뒤 '캡틴잭' 강형우가 보여줬던 '누누 세레머니'를 기억하는 팬들도 많다.

그리고 섬머 시즌을 앞둔 현재. 많은 사람이 '롱주 게이밍이 교통정리를 끝냈다'고 말한다. 확실히 섬머 시즌의 롱주 게이밍은 정예 멤버만 데리고 출격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각 팀의 에이스들을 모았고, 내부 경쟁을 통해 1라운드 로스터를 한 번 더 확고히 다진 롱주 게이밍. 이번에야말로 모두의 기대를 충족시키길 바란다.



■ 이제 신생팀이 아니다! 프로 적응마친 CJ 엔투스의 행보는?


'매드라이프' 홍민기 외 모든 것을 바꾼 CJ 엔투스. 2015년의 CJ 엔투스는 오랫동안 활동했던 멤버들을 그대로 유지하며 한 해를 이어갔다. 각종 리그에서 아쉽게 상위 라운드 진출에 실패했고, 롤드컵에 대한 희망마저 사라지며 아쉬운 한 해를 보냈다. CJ 엔투스에서 지쳤던 팀원들은 각자 새로운 삶을 위해 흩어졌고 CJ 엔투스의 상징과도 같은 홍민기만이 1군 팀에 남아 활동을 이어갔다.

감독님부터 선수까지 모든 것이 바뀐 CJ 엔투스는 의외로 빠른 적응력을 보여줬다. 홍민기를 중심으로 봇 라인전 주도권, 로밍, 운영까지. 새로운 신예 팀과 다름없는 CJ 엔투스의 힘을 키워낸 것이다. 2라운드부터 'BDD" 곽보성이 합류하며 무언가 파란을 일으킬 것만 같은 분위기까지 조성됐다. 하지만 2라운드에서 CJ 엔투스의 기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곽보성이 뛰어난 아지르로 기세를 끌어올렸으나, 다른 프로들 역시 곧 아지르를 완벽히 소화해내며 곽보성에게 밀리지 않았다. 스프링 시즌 후반부 상위권 팀에 기세가 꺾이며 아쉽게 시즌을 마감해야 했던 것이다.

한 시즌을 거친 CJ 엔투스는 이제 신생팀이 아니다. 운영과 개인의 역량을 키울, 프로무대에 적응할 시간 역시 충분히 있었다. 그동안 약점으로 지목되던 정글을 보완하고, 강점인 봇 듀오 라인을 살려내며 매서운 신예들의 반란을 보여줄 수 있길 바란다.



■ 단기 대회 패왕에서 정규 리그 도전까지! 대이변 노리는 ESC 에버


단기 대회 제패, 우연이 아니다. ESC 에버는 2015년 네이버 LoL KeSPA컵을 시작으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주목받지 못했던 세미프로팀이 내로라하는 프로팀들을 차례로 박살내며 우승을 차지한 것. IEM까지 기세가 이어진 ESC 에버는 거침없는 행보를 보여줬다. 많은 팬들이 ESC 에버가 롤챔스에 합류해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매서운 기세를 보여줬다.

그리고 ESC 에버는 프로 무대 진출이 현실로 다가왔다. LoL 챌린저스 코리아를 우승한 뒤, 당당히 승강전까지 돌파해내며 다시 한 번 프로들과 어깨를 견주게 된 것이다. 예전부터 뛰어난 '로컨-키' 봇 라인의 힘에 정글러 '블레스' 최현웅까지 합류해 ESC 에버가 어디까지 오를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단기 대회와 챌린저스 코리아까지 모두 제패한 ESC 에버에게 남은 무대는 롤챔스 뿐이다. 이번 섬머 시즌에서도 2015 LoL KeSPA와 같은 대이변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 왕조의 시작은 바로 여기 최강 군단 키워낸 MVP의 재도전


삼성 왕조. 과거 삼성 화이트와 삼성 블루가 롤챔스를 재패했을 당시를 뜻하는 표현이다. 이러한 왕조의 시작은 MVP였다. MVP 화이트가 롤챔스를 지배했을 때, 그 누구도 그들을 이기는 상상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새롭게 태어난 MVP가 챌린저스 코리아를 거쳐 롤챔스에 합류했다. 콩두 몬스터와의 승강전에서 승리하며 당당히 롤챔스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MVP는 챌린저스 코리아 스프링 시즌 내내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2015년에 파란을 일으켰던 ESC 에버와의 결승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패배했지만, 그들의 경기력을 무시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들은 '2부 리그는 1부 리그 팀에게 이기지 못한다'는 편견을 승강전에서 깨버리기도 했다. 준수한 라인전과 운영, 멋진 한타 집중력 모두 1부 리그 팀에 밀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기세 좋게 롤챔스에 복귀한 MVP. 권재환 감독과 선수들은 겸손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인터뷰 등에서 습관처럼 "우리는 배우는 입장"이라고 말한다. 그래도 가슴 한켠에는 뜨거운 무언가가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좋은 성적에 대한 욕심, 명가 재건을 향한 의지 등. MVP는 오직 2016년 여름만을 기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