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리얼 엔진 관련 기술 공유의 장, '언리얼 서밋 2016 서울'이 세종대학교에서 진행됐다.

이번 행사에서는 에픽게임스의 CEO 팀 스위니의 기조연설은 물론, 언리얼엔진으로 게임을 개발해 온 다양한 개발자들의 강연을 들을 수 있었다. 강단에 선 개발자 중에는 격투게임 '스트리트 파이터 5'의 카메이 도시유키 아트 디렉터도 포함되어 있었다.

도시유키 아트 디렉터는 '언리얼 서밋 2016'의 강단에 올라, 언리얼 엔진4로 '스트리트파이터 5'를 개발하면서 아트 디렉터로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과, 격투 게임을 개발하는 데 있어서 필요한 노하우를 공유했다. '프레임의 싸움'이라고도 표현하는 격투 게임에서 과연 아트는 어떤 부분을 담당하고 있을까? 지금부터 그의 강연을 살펴보자.

▲ 카메이 도시유키 아트디렉터


■ 프레임의 싸움 대전 격투, '알기 쉬움' 을 위한 아트 디렉션

▲ 스트리트 파이터5는 애초 e스포츠를 염두에 두고 제작됐다

먼저, 그는 스트리트 파이터 5를 기획할 당시의 시대적인 분위기에 대해 설명을 시작했다. 스트리트 파이터 4와 궤를 같이 하며 e스포츠가 인기를 얻기 시작할 무렵, 동영상 스트리밍이 보급되면서 선수들의 대결을 시청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이러한 시대에 발맞춰 나가고자 등장했던 게임들이 '슈퍼 스트리트 파이터4'와 '울트라 스트리트 파이터4'등이었다. '스트리트 파이터5'부터는 e스포츠를 더욱 부흥시키기 위한 방향으로 제작 방향을 정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e스포츠의 부흥을 위해 필요한 요소들이 있다. 유명한 선수가 게임에 참가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그보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결투를 보는 시청자의 입장에서 '알기 쉬워야' 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난생처음 '스트리트 파이터5'의 경기를 보는 사람도 보기 쉽고, 경기의 내용을 알기 쉽도록 하기 위해서 그는 몇가지 노하우가 필요했다고 언급했다. "플레이어와 시청자 모두가 게임 내 상황을 수 초 안에 받아들이고, 다시 피드백 할 수 있는 방법은 아트밖에 없다"고.


1. 과장된 실루엣이 '시인성'을 높인다

스트리트 파이터 5 캐릭터들의 과장된 실루엣은 모두 이러한 의도에서 탄생했다. 경기 상황을 알기 쉽다는 것은 곧 격투 중 어떤 포즈를 취하고 있는지를 보고 있는 사람이 바로 알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그것을 최대로 표현해 내기 위해서는 실루엣이 과장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도시유기 디렉터의 설명이다.

이러한 과장된 실루엣의 역사는 이전 도트 그래픽 시절로 돌아간다. 도트 그림체인 과거 작품에서도 이미 과장된 실루엣을 사용해 왔던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근육이 실제보다 크거나 하는 식으로 실루엣이 부각될 경우, 어떤 동작을 취하고 있는지에 대한 '시인성'이 상당히 높아진다.

그는 캡콤 내에 '바이블'처럼 전해져 내려오는 책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수상한 미술해부도'라는 이름의 이 책은 캡콤에서 일해 온 선배들에 의해 집필되어 내려오는 것으로, 해부도의 자료가 베이스가 되어 육체 정보를 도트 그림으로 제작할 때의 요령들이 망라되어 있다. 가령, 어떤 근육을 생략하고 어떤 근육을 부각되게 그리는 것이 시인성을 높이기에 유용한지에 대한 정보들이 담겨있다고 보면 된다. 약 20년 전부터 내려오는 자료이지만, 지금에도 꽤 중요한 정보라고 도시유키 프로듀서는 설명했다.


▲ 캡콤의 20년 노하우를 담고 있는 '수상한 미술해부도'

▲ 한눈에 봐도 실루엣의 과장이 느껴진다


2. 애니메이션에는 '정보'를 담자

실루엣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애니메이션이다. 움직임에는 몇가지 정보를 담아낼 필요성이 있는데, 첫 번째로는 특정 격투기임을 전달할 수 있는 정보를 담아야 한다. 예를 들면 가라테를 사용하는 캐릭터를 보고 '아, 이 캐릭터는 가라테를 사용하는구나!' 하고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밖에 게임 디자이너가 요구한 성능에 부합하는지, 중심과 리듬은 잘 잡혀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격투 게임의 동작은 수 초 내에서 충돌하게 된다. 이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선 다시한번 위에 언급했던 실루엣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한가지 더, 격투게임에서는 '정면 카메라'라는 것이 무의미하다. 그는 격투를 벌이고 있는 두 캐릭터를 보여주는 '배틀 카메라'를 통해 캐릭터의 움직임을 더욱 부각시키기 위해서는 캐릭터를 약간 좌측으로 기울였을 때 그 효과가 커진다고 설명했다.

캐릭터를 약간 좌측으로 틀게 될 경우,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 배틀 카메라를 통해서 볼 때 동작이 더욱 역동적으로 보이게 된다. 격투게임은 캐릭터의 360도를 모두 보여주지 않는 게임이다 보니 이러한 기법을 통해 더욱 효과적으로 시각적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다.

▲ 정면 카메라를 확인해보면 약간 왼쪽으로 틀어진 것을 볼 수 있다


3. 캐릭터 부각을 위해서는 '배경'을 어둡게

배경의 채도 또한 시인성에 대한 구성이 중요하다. 도시유키 디렉터는 이 부분 또한 도트 그래픽 시절의 배경 제작법을 많이 참고했다고 전했다. 스트리트 파이터 제로를 예로 들어 보면, 캐릭터의 색감은 전체적으로 높은 반면, 뒤 배경의 색은 좀 더 어두운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방식의 색 제한은 도트 그래픽의 게임에서는 시인성을 위해 없어서는 안되는 요소였다.

스트리트 파이터5도 마찬가지다. 캐릭터를 좀 더 부각시키기 위해 언리얼 엔진 4의 '멀티 컬러 그레이딩' 기술을 적용했다. 이 긴을 이용하면 배경의 채도를 낮춰 캐릭터의 움직임을 보기 쉽게 할 수 있었다는 것이 도시유키 디렉터의 설명이다.

▲ 스트리트파이터 제로의 모습, 배경이 다소 어둡다


4. 3D 카메라의 '화각', 격투 게임에서는 보정이 필요해

3D 카메라의 화각 특성상, 구석으로 갈수록 형상이 왜곡되는 일이 발생한다. 이는 3D 카메라의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격투게임에서는 플레이에 지장이 생길 수도 있는 중요한 문제였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형상의 왜곡을 보정시켜줄 필요가 있었고, 그때 사용한 기능이 '픽스 프로젝션'이다. 이 기능을 적용할 경우 가장자리의 화각 왜곡을 보정해 줄 수가 있다. 하지만, 너무 과도하게 적용할 경우 입체감이 없어지는 단점이 있기에 주의해야 한다.




■ '개성'을 표현하기 위한 아트디렉션

게임의 시인성을 높이기 위한 노하우에 대한 설명에 이어, 도시유키 디렉터는 '스트리트파이터 5'만의 개성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했던 노하우들을 설명했다. 그는 '스트리트파이터 5' 아트 디렉션 당시 목표에 대해 "누가 봐도 '이것은 스트리트파이터다'라고 느낄 수 있게 만드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를 해내기 위해서는 유화 느낌이 나는 채색에 라이팅을 유지해서 원작의 느낌을 살리는 것이 중요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또한, 스트리트파이터는 사실적이지 않은 렌더링, 즉 NPR(Non-Photorealistic Rendering)을 지향한다. 이를 위해서는 붓터치 효과를 재현해야 했고, 색 경계를 강조해야 했다. 또한, 색과 채동의 컨트롤이 필요했다는 것이 도시유키 디렉터의 설명이었다.

또한, 간접광 같은 경우는 게임에 그림 같은 표현을 주는 데 아주 중요한 부분이었다. 통상적으로 간접광은 라이팅 과정의 마지막에 표현되는데, 간접광의 경우도 언리얼 엔진 4에 탑재된 두 종류의 기술을 사용한다.

▲ 스트리트 파이터5의 아트는 '포토리얼리스틱'을 거부한다

▲ 붓 터치 오브젝트 적용 전

▲ 붓 터치 오브젝트 적용 후




■ 기자 인터뷰



언리얼 엔진을 사용해서 게임을 개발할 때, 어떤 메리트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한숨에 리얼하고 풍부한 그림을 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또한, 아티스트만으로 마테리얼 에디터로 편집이 가능하다거나 하는 강점이 있었던 것 같다. 지금까지의 게임 제작은 아티스트가 어떤 구상을 하더라도, 프로그래머를 거쳐 제작해야 했다. 하지만, 그런 과정 없이 아티스트가 제작을 직접 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고 말하고 싶다.


반대로, 언리얼 엔진에서 개선되었으면 하는 점은 없었나?

언리얼 엔진을 사용해 개발하다가 만났던 곤란했던 경험은, 물리적인 거동에 대한 부분이었다. 격투게임은 단숨에 이동하는 등의 움직임이 많이 필요한데, 언리얼에서 지원하는 기술이 크게는 두 가지 밖에 없었다. 이들로 구현할 수 없는 움직임 같은 경우엔 손을 쓸 수 없었다는 단점이 있다.


지금까지 아티스트들은 프로그래머를 거쳐야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고 했는데, 언리얼 엔진의 어떤 기능을 통해 이룰 수 있었는지 사례가 궁금하다.

언리얼 엔진 4에 '마테리얼 에디터'라는 것이 있다. 아티스트가 구상한 것을 가지고 표현을 할 수 있는 강력한 툴이다. 캐릭터의 표현 처리에 관해서라든지, 화면의 표면처리 등 마테리얼 에디터를 사용해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에 아티스트가 담당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졌다고 볼 수 있다.


2D 격투게임에 비해 3D는 타격감을 살리기 쉽지 않았을 텐데, 스트리트파이터 5의 타격감을 살린 노하우가 궁금하다.

주로 2D 게임에서 사용하던 방법론을 분석해서 재현하고 있다. 모델링과 모션 카메라워크 등에서 타격감을 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또, 강연에서 설명한 것처럼 캐릭터 실루엣을 강조하는 것도 원래는 2D 격투게임에서 사용하던 방법들이다.

예를 들어 '히트 스톱'이라는 게 있는데, 이는 '스트리트파이터 2'부터 사용해왔다. 공격을 시작해서 상대에게 맞기까지의 2~6프레임 사이에 카메라를 멈추고, 흔들림 효과를 주는 등의 기술을 채용해왔다. 히트 스톱이 생소한 분들은 '스매시 브라더스'를 떠올리시면 알 수 있을것 같다. 공격을 받아서 날아가기 이전에 다섯 번 정도 움직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바로 그런 개념이다.


캡콤의 도트 그래픽 기술이 집약되었다는 '수상한 미술해부도'는 시중에서 구입할 수 있나?

그 책은 지난 20년간 캡콤의 선배들이 독자적으로 집필한 것이고, 사내 창고에 보관되어 대대로 전해져오는 것이기 때문에, 안타깝게도 시중에서는 구매할 수가 없다.


추후 다른 격투게임을 개발하게 된다면, 다시 언리얼 엔진을 이용해 개발할 의향이 있는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는 언리얼 엔진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고, 다른 격투게임을 개발하게 된다면 다시 사용하고 싶다. 다만, 다른 팀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정확히 답변은 해드릴 수가 없다.


스트리트 파이터 5 개발 당시, 특별히 디자인하기 편한 캐릭터와 어려웠던 캐릭터가 있었나?

모든 캐릭터들에 대한 콘셉트는 ‘전체적으로 새 단장을 하자'는 것이었고, 류나 춘리같이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캐릭터를 디자인할 때는 역시 조금 부담스러웠던 면이 있다. 하지만, 달심같이 개성 있는 캐릭터들은 상대적으로 디자인하기 편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