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만평은 리그오브레전드의 131번째 신규 챔피언, 탈리야와 게임 내 캐릭터의 외모에 대한 내용입니다.

지난 3일, 리그오브레전드 홈페이지에서는 새로운 챔피언인 탈리야의 티저 영상이 공개되었습니다. 이전에 처음 공개되었던 탈리야의 콘셉트는 상당히 매력적이었습니다. 바위를 부리는 작은 소녀의 이미지, 그리고 리그오브레전드 최고 인기 챔피언인 야스오의 제자라는 콘셉트만 가지고도 탈리야는 신규 챔피언의 소식을 기다리던 많은 팬들의 이목을 한 번에 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윽고 발표된 티저 영상에서의 탈리야는 상당히 애매하고 이색적인 외모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어지간한 남성보다 짙고 두꺼운 갈색 눈썹에 묘한 눈빛과 표정, 그리고 무엇보다 아주 튼튼해보이는(?) 콧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윽고 발표된 공식 아트워크에서는 그나마 각도 덕분인지 조금 나은 모습이지만 말입니다. 바위를 부리지만 외모는 예쁘고 여린 소녀일 것 같다는 '갭모에'에 대한 기대가 와르르 무너진 팬들은 라이엇의 디자인 센스에 대한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미형 외모, 그 중에서도 특히 미녀 챔피언이 등장할 것이라 생각했던 팬들의 기대는 충분히 납득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탈리야 이전의 최근에 발표된 여성 챔피언을 살펴보면, 그나마 멀쩡한(?) 징크스 이후로 칼리스타, 렉사이, 킨드레드의 양(?), 일라오이 등으로, 대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미형이 아닌 모습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들은 미형이 아닌 챔피언으로도 꿋꿋하게 수많은 2차 창작물들을 만들어냈지만, 렉사이와 칼리스타 등 살아있는 사람이 아닌 챔피언을 상대로는 상상력의 한계를 맞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렇게 성능과 포지션 논란을 떠나, 수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실망을 안겨준 탈리야의 외모. 하지만 탈리야가 예쁘고 아니고를 떠나, 과연 미형의 캐릭터만이 게임의 흥행을 좌우하고, 나아가 좋은 게임성을 만드는지에 대한 논란이 덩달아 불거지고 있습니다.

오랜 옛날부터 한국 온라인 게임에서는 다양한 미형 캐릭터 모델링이 등장했습니다. 기본적으로 모든 캐릭터들이 아름다운 얼굴과 멋진 몸매를 가지고 있었고, 특별히 고약한 역할이나 사연 등의 별다른 이유가 없다면 사실 그렇게 멋져 보이게 그리지 않을 이유도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예쁜 캐릭터에 매력을 느끼고, 기왕이면 현실이 아닌 가상에 있는 나의 캐릭터도 멋지게 꾸미는 것이 더 쾌감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아트워크에서의 방향들은 자연히 흥행 여부에 크게 영향을 주었고, 많은 개발사들은 다소 비현실적이더라도 더욱 매력적이고 다양한 '모에' 요소를 지닌 캐릭터들을 생산하는데 주력했습니다.

이쯤에서 흔히 '북미 캐릭터 스타일'이라고 하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도타2, 스카이림 등의 캐릭터를 떠올려보면, 미형과는 거리가 멀고 상당히 현실적인 모델링이 연상됩니다. 둔한 비율과 어쩐지 우울한 얼굴, 가끔은 정말로 괴물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이러한 모습을 선호하는 층 역시 세계적으로 두텁습니다. 각목도 못 들 것 같은 가녀린 손목으로 대검을 휘두르거나, 비키니 수영복같은 철 갑옷에는 전혀 고증과 설득력이 없다고 주장하기도 하죠. 현실적이며 둔하고 무섭게 생겼지만 그 자체로 현실성과 파괴력, 확실한 고증을 보여주는 것에 주력한 것입니다. 그렇게 '북미 스타일' 게임들의 캐릭터는 그 나름의 명분과 디자인적 완성도를 지니게 되었습니다.

탈리야에게도 대략 두 가지 선택이 있었을 겁니다. 많은 아시아권 유저들의 희망을 반영한 미소녀 탈리야가 등장하거나, 혹은 바위를 다루는 투박하지만 강인한 마법사 탈리야가 나오거나 말입니다. 전자의 경우에는 높은 만족도의 아트워크와 스킨들이 불티나게 팔릴 것이고, 후자의 경우에는 인기는 없더라도 멋진 고증과 콘셉트로 남을지 모를 일이었습니다. 일라오이는 강한 여전사이기에 남성의 그것을 능가하는 강하고 든든한 모습으로, 칼리스타는 복수의 원혼으로서 살벌하기 그지없는 외모로 멋지게 그려졌듯 말입니다. 하지만 스토리가 외모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 콘셉트의 탈리야에게는 '굳이 예쁘지 않을' 충분한 명분이 없다는 것도 아쉬운 점 중의 하나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기왕이면 예뻤으면 좋지 않나' 라는 말 외엔 콘셉트 상 굳이 탈리야가 예쁜 얼굴을 지닐 명분이 크게 없기도 합니다.

이 쯤에서 야스오의 제자, 마법 소녀 탈리야의 얼굴을 다시 한 번 봅니다. 도타2의 (여자)괴물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나타난 무서운 얼굴 옆에 서면 분명히 예쁜 얼굴이지만, 그렇다고 그다지 예쁘지는 않은 얼굴. 하지만 흔한 온라인 게임의 미소녀들보다는 개성 넘치는 얼굴이기도 합니다. 팬들의 다양한 취향이 엇갈리며 발생하는 수많은 논란 속에, 과연 여러분은 탈리야의 다양한 얼굴 중 어떤 얼굴을 보고 계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