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에서 요즘 가장 뜨거운 이슈는 무엇일까? 저마다 생각하는 바가 조금씩 다르겠지만, 공통분모 1순위는 아마 VR일 것이다. 콘솔과 PC, 모바일에 이어 새로운 게임의 플랫폼으로 등장하면서 많은 사람이 주목하고 있다.

여러 개발사에서 VR 콘텐츠를 개발하고는 있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이다. 대다수의 VR 기기가 출시되지 않았으며 한국은 오큘러스 1차 출시국에서 밀리면서 개발자들에게도 보급이 원활하여지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기기 자체가 1세대 모델이기 때문에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

현재 VR 콘텐츠가 다양한 방식을 기반으로 실험 제작되고 있으며,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VR에서 가장 최적의 형태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되고 있다. 현실감을 느끼게 하려면 1인칭 시점이 좋지만, 게이머가 어지러움을 느끼지 않게 하려면 어떤 부분을 신경써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 말이다.

'유나이트 유럽 2016' 에서도 이러한 내용의 강연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유니티 시니어 에반젤리스트 '조쉬 내일러(Josh Naylor)'는 금일(2일) 키노트 강연장에서 'VR에서의 유저 인터페이스와 게임플레이 디자인(User interface and gameplay design in VR)'라는 주제로 VR 콘텐츠 개발에서 유념해야 할 점에 대해 짚었다.

▲ 유니티 시니어 에반젤리스트 '조쉬 내일러(Josh Naylor)'

사람은 기본적으로 시각과 청각, 촉각, 미각, 후각 등 총 5가지의 감각을 지니고 있다. 그 중 VR에서 활용하고 있는 감각은 '시각, 청각, 촉각' 세 가지이다. 시각과 청각, 촉각에서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개발해야 할까?

시각과 관련해 그는 "개발하기 쉬운 부분이지만 가장 강력한 효과를 선사한다."고 전했다. 특정 공간 속의 경험을 하기 위해 플레이어가 움직일 필요가 없으며, HMD(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만 장착하면 어떠한 곳이라도 시각적으로 즉시 경험할 수 있다.

VR 특성상 360도 환경을 구축해야 하며 그 속에서 플레이어들을 즐겁게 하고 주목하게 할 만한 요소(WOW Factor라 표현)를 가미해야 한다. 이러한 시각적인 요소는 모든 VR 플랫폼에서 동일하게 적용된다.

"HMD를 끼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봐라. 다들 고개를 위로 들고 저 멀리 어딘가를 보고 있다. VR이 선사하는 시각적인 리얼리티 때문에 다들 쩍 입을 벌리고 감상한다. 개발자가 아니라 일반 사람들, 할머니에게 기기를 끼워줘도 그 놀라움에는 변함이 없다"


청각적인 부분은 시각적인 요소를 구현하는 것보다는 다소 난이도가 있는 작업이다. 하지만 잘 구현된 청각 요소는 사람들을 더욱 VR 세계 속으로 몰입하게 한다. 거리에 따른 소리의 강약, 사물의 움직임을 기반으로 좌우로 움직이는 소리가 실재감을 더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촉각(Touch)'에 대해 이야기했다. VR 콘텐츠 내에서 실제와 같은 촉각을 구현하고 플레이어에게 전달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를 구현하면 시각, 청각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의 엄청난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

플레이어를 둘러싼 오브젝트와의 상호 작용을 기반으로 촉각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게임 내에서 무언가를 집고 던지고 하는 것뿐만 아니라, 얼마만큼의 공간에서 사람이 움직이면서 게임을 해야 하는가도 고려해야 한다.


문제는 모든 VR 플랫폼이 촉각(터치)를 위해 적용하고 있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이다. 오큘러스와 PS VR은 컨트롤러를 활용해 촉각을 구현하고 있지만, 바이브(VIVE)의 경우 트랙킹 기술을 적용했다. 리프모션(LEAPMotion)은 사람의 몸짓을 인식하며, 모바일 VR에서는 특정 사물 및 장소를 '응시'하는 것으로 이를 대체하고 있다.

그렇다면 각 VR 플랫폼 별로 촉각을 위해 적용하고 있는 방식은 어떠한 특징을 지니고 있을까?

먼저 모바일VR에서 사용하고 있는 '응시(Gaze)'에 대해 살펴보았다. VR에서는 360도로 환경이 구현되며 별도로 자막으로 지시사항을 기재하지 않기 때문에, 게임 속에서 어디를 보아야 할지 난감할 수 있다. 그래서 플레이어들이 응시할 수 있는 요소를 마련해주어야 한다.

가령 원이 하나 있다고 생각해보자. 원만 덩그러니 있다면 둥그런 공간 속 어디를 바라보아야 할지 감이 안 잡힌다. 하지만 원 가운데 빨간 점 하나가 찍혀 있다면 어떨까? 대부분의 사람은 가운데 붉은 점을 응시하게 된다.


또 다른 응시의 방법으로는 오브젝트의 색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360도를 둘러보다가 시야의 중심을 특정 사물에 두었을 때 본래의 색에서 다른 색으로 바뀌는 것이다. 지나치려고 하다가도 반응하는 사물에 플레이어들은 시선이 고정된다.

스쳐 지나가면서 인식하지도 못한 사이에 특정 오브젝트가 반응한다면 플레이어는 뭐가 어떻게 작용한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이러한 응시 요소는 일정한 시간 동안 바라본 이후에나 반응이 오도록 디자인해야 한다. 혹은 HMD를 가볍게 두드려서 인식하게끔 하는 방법도 있다.

오큘러스와 PS VR이 채택하고 있는 '컨트롤러'는 게이머들에게 있어 상당히 친숙한 조작 방식이다. 그러나 비게이머들에게는 컨트롤러 내 수 많은 버튼이 불편하게 다가올 수 있다. 그들은 X버튼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그래서 HMD를 쓴 상태로 잘 모르는 컨트롤러를 사용하는 건 오히려 게임의 몰입도를 해치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

리프모션 등에서 활용하고 있는 몸짓(Gesture)은 플레이어들에게 많은 움직임을 요구한다. 실제로 몸으로 움직이면 VR 세상 속에서 상호 작용이 일어나기 때문에 몰입감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트랙킹' 역시 카메라가 인지하는 공간 내에서 움직이는 방식이기에 몰입감이 크다. 플랫폼 별로 룸스케일을 인식하는 정도가 다르며, 개발 초기 단계부터 구체적인 범위를 파악해서 게임을 디자인해야 한다.

다양한 조작 방식의 차이점을 설명하면서 조쉬 내일러는 '단순함'을 강조했다. 개발자들의 과도한 욕심으로 콘텐츠에 군더더기를 붙여 부피를 키울 필요가 없다는 것.

"VR 콘텐츠는 단순해야 한다. 과도한 욕심으로 여러 시스템을 마구잡이로 도입해봤자 게임만 무거워진다. 시간과 비용을 들여 만들어봤자, 정작 플레이어에게는 의미 없는 요소로 다가갈 확률이 높다. 그들로부터 받은 피드백을 토대로 게임을 디자인해야 하며, 직관적이고 간편하게 만들어가는 것이 좋다"


현실 속에서의 실제 움직임과 유사하게 조작하게 한다면 현실감은 배가 된다. 가령 펜싱 게임은 컨트롤러를 하나만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실제 펜싱이 한 손만 사용하니깐 말이다.

또한, 플레이어들의 만족도를 향상시키기 위해 단순히 앞으로 걸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각도의 움직임을 활용할 수 있도록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도 적당한 수준으로 조절할 필요는 있다. 아무리 테니스를 리얼하게 구현하고 다양한 앵글로 즐길 수 있다 하더라도 2시간 동안 플레이를 한다면 팔이 저릴 것이다. 나아가 심리적인 안정감과 환경적인 안정감을 선사하는 것도 유저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요소가 된다.


결론적으로 VR 콘텐츠에 적합한 기본 UI는 게임 내 세계의 규모를 반영해야 하며, 클릭 상호작용 혹은 응시 상호작용 등의 요소를 적용해야 한다. 기존 콘솔이나 PC 게임과는 UI가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처럼 UI가 자기 자신을 360도로 둘러싼 형태로 구현될 수도 있고, 팔 위에서 화면이 펼쳐지는 식으로 도입하는 것도 가능하다. 변하지 않는 핵심은 모든 요소가 플레이어를 중심으로 둘러싼다는 것이다. 물론 게임 내에서 특정 오브젝트를 터치할 때만 UI가 선택적으로 등장하게 할 수도 있다.



그는 롤러코스터 VR 데모를 사례로 들며 "개발자들은 미래를 그려나갈 수 있기 때문에 플레이어에게 관대해져야 한다. 더는 롤러코스터 데모처럼 사람들을 괴롭히는 콘텐츠는 그만 만들어라."라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개발자들은 하루종일 HMD를 쓰고 작업을 하기에 VR이 주는 자극에 다소 무감각해져 있다. 하지만 플레이어들은 그렇지 않다. VR 환경에 자주 노출되지 않은 일반 사람들은 VR을 경험하면서 '실제 상황'이라고 기대한다. 게임을 즐기면서 사람들은 더욱 몰입하기를 원한다. 그런 이들에게 과도한 자극을 주는 건 트라우마를 선사하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고 그는 말했다.

나아가 현재 VR의 경우 기기를 낀 사람만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반대로 말하면 기기를 낀 사람은 현실 속 다른 사람/환경과 차단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PS VR용 '더 룸(The Room)'과 같이 기기 착용자와 미착용자가 함께 즐길 방법을 더욱 고민해가야 한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개발자들이 생각해야 할 5가지 부분을 요약하면서 발표를 마쳤다.

◎ 개발자의 처지에서 생각하기 보다는 플레이어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개발하라.
◎ VR 기기와 컨트롤러, PC 성능 등의 측면에서 어느 정도의 접근성을 원하나?
◎ 당신은 모든 감각을 사용하고 있나?
◎ 콘텐츠 내에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즐거움을 줄 요소(WOW Factor)가 있나?
◎ 게임에 대해 알고 있던 모든 상식을 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