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게임쇼, E3 2016이 마무리됐다. 수많은 게임사가 새로운 게임을 내놨고, 관련 정보들은 넘쳐났다. 게임들을 홍보하는 가장 효과적이고 유용한 수단, 영상 예고편-트레일러들도 속속들이 공개됐다. 물론 그중에서 반지를 닦아주는 이도 있었지만, 압도적이란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엄청난 영상을 보여주는 곳도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과연 어느 트레일러들이 이번 E3 2016의 지존 자리를 차지했는지 가려보기로 했다. 사실 하나만을 뽑기는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간략하게' 8개 정도만을 추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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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탄폴2 - 익숙한 그 이름, 조태훈



⊙개발사 : 리스폰 엔터테인먼트 ⊙장르 : FPS
⊙플랫폼 : PC, PS4, Xbox One ⊙발매일 : 2016년 10월 28일


사실 이번 E3 2016 '타이탄폴2' 트레일러에는 사연이 있다. 본래 EA가 E3 행사에 앞서 진행하는 별도의 EA 월드 프리미어 행사에서 공개할 예정이었는데, 하필이면 해당 트레일러가 리허설 도중 인터넷 생중계를 통해 유출된 것. 결국 EA에서는 에라 모르겠다는 식으로 정식 유투브에 해당 영상만을 먼저 올려버렸다. 결과는? "사야겠다."

재미있게도 이번 '타이탄폴2' 트레일러에서 가장 화제가 된 것은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난, 인공지능 탑재 'THE 알파고' 타이탄도 아니고, 콜린 파렐 닮아서 폭발하는 간지를 자랑하는 주인공도 아니었다. 다름 아닌 주인공이 들고 있는 총에 새겨진 한글 이름, '조태훈'이 한국 한정으로는 가장 뜨거운 감자였다. 대체 그는 어떤 사람인가? 왜 그 이름 석자가 이렇게 대문짝만 하게 나왔는가? 그 사연은 올 10월에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프레이 - 우주적 공포



⊙개발사 : 아케인 스튜디오 ⊙장르 : FPS
⊙플랫폼 : PC, PS4, Xbox One ⊙발매일 : 2017년


이 이름을 기억하는 이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과거 3D 렐름이 출시했던 이 게임, 어딘가 마이너하지만 그만큼 신비롭고 묘한 매력이 있었던 네이티브 아메리칸(인디언)의 우주정복 이야기, '프레이' 말이다. 후속작이 개발 취소된 이후 영 소식이 없던 이 프랜차이즈가, 베데스다가 IP를 취득한지 9년이 지나서야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여전하다. 여전히 끝내주게 암울하고 어둡다.

이 짧은 트레일러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SOMA' 같은 미스터리 호러의 느낌을 담아내고 있고, 주인공 '모건'이 어떤 테스트에 선발되어, 우주의 괴생명체들과 사투를 벌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검은 연기 같은 표현은 정말로 음산하기 짝이 없다. 물론 전작에 있던 중력 조작이나 포탈 등의 요소는 보이지 않지만, 아직 얼마나 더 많은 게 베일에 가려져 있는지는 모를 일이다. 아무래도 시리즈 전체의 리부트로 보이는 이번 '프레이'는 2017년을 목표로 '디스아너드'로 일약 스타가 된 아케인 스튜디오에서 가열차게 개발되고 있다.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 인간과 기계의 경계



⊙개발사 : 퀀틱드림 ⊙장르 : 어드벤처 ⊙플랫폼 : PS4 ⊙발매일 : 미정


개인적으로 그렇다. 본 기자는 SF라면 환장을 한다. 특히나 사이보그, 기계, 디스토피아 같은 것이라면 더더욱. 때문에 이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의 트레일러는 첫 장면부터 입을 떡 벌리게 만들었다. 인공지능 안드로이드가 벌이고 있는 인질극에 협상가로 안드로이드를 보냈다고? 좋아, 일단 팝콘부터 가져와!

퀀틱드림은 '헤비레인', '비욘드 투 소울즈' 등으로 이미 널리 명성을 얻은 인터렉티브 게임의 명가다. 사실 이 친구들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 스토리를 짜는 게 아니라 스토리를 보여주기 위해 게임을 만드는 느낌이다. 영화가 아니라 게임을 선택해줘서 참 다행이다.

영상에서 게임 플레이 방식이 아주 극명하게 드러난다. 협상에 실패하니 바로 인질이 죽는다. 오 세상에. 안드로이드를 진정시키려면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같은 사람의 비위도 맞추기 어려운데 안드로이드라니 알 턱이 없다. 그러니 일단 자료를 모아야 한다. 주인공인 협상가 안드로이드 코너는 범죄 현장에서 증거를 모으고, 인질범과 수 싸움을 벌인다. 선택지에 따라 협상 자체가 실패할 수도, 인질은 살리지만 주인공이 죽을 수도 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결국 인질범을 설득하는데 성공하지만, 곧 날아오는 총알에 인질범은 죽는다. "거짓말을 하다니..." 라는 말을 남기고.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은 인공지능 안드로이드가 현실이 된 사회에서 그 안드로이드의 비참한 '삶'을 보여주는 게임이다. 주인공은 한 명이 아니고, 여러 인물들을 통해 게임 속 이야기들을 풀어나갈 예정이다. 이런 맛깔나는 드라마는 흔치 않다. 과연 어떤 인물들과 어떤 이야기가 기다릴지, 벌써부터 설렌다.








데이어스 엑스: 맨카인드 디바이디드 - 사이보그



⊙개발사 : 에이도스 몬트리올 ⊙장르 : 액션
⊙플랫폼 :
PC, PS4, Xbox One ⊙발매일 : 2016년 8월 23일


'데이어스 엑스: 맨카인드 디바이디드'는 그 이름만큼이나 긴 분량의 트레일러를 공개했다. 그리고 이 8개의 트레일러들 중에 유일하게 실사 트레일러다. 제목도 비범하다. '메카니컬 아파르트헤이트', 과거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실시되었던 흑백 인종 차별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를 모티브로 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이 4분 분량의 실사 트레일러는 어느 화목한 연인의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발전된 과학으로 인해 기계 의수와 의족의 사용이 대중화된 근미래. 하지만,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신체 증강 시술(AUG)을 받은 사람들의 갑작스러운 폭주-전작의 판체아 사건-로 인해 사회 전반에 걸쳐서 각종 사건이 일어나고, 사회는 점차 시술자들을 차갑게 대하기 시작한다. 결국 일반인과 이러한 사이보그들을 차별, 격리하는 정책까지 나오게 되고, 이러한 차별 정책에 맞서 시술자들을 각종 테러를 일으키며 인류는 두 개의 부류로 분열된다. 그렇다. 게임의 제목 대로다.

사실 게임 자체는 주인공 아담 젠슨의 불살 혹은 몰살로 진행되지만, 이런 드라마틱한 방식으로 게임의 사전 배경을 소개해주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기 그지없다. 그만큼 제작사가 이 게임의 스토리, 설정에 자부심이 있고 자신감이 있다는 이야기니까.








헤일로 워즈2 - 우주 스케일 지략 대결



⊙개발사 : 크리에이티브 어셈블리 ⊙장르 : RTS
⊙플랫폼 :
PC, Xbox One ⊙발매일 : 2017년 2월 21일


소름 돋게 멋진 저음의 목소리가 배경에 깔리고, 저힐라네에게 무참히 썰려나가는 UNSC 대원들 사이로 어떤 나이 든 장교가 걸어 나온다. 그때 그 뒤에서 성난 워트호그가 돌진해오고, 내달리는 속도만큼 아드레날린이 솟구치기 시작한다. 미사일을 쓰다듬는 저힐라네 지휘관은 "저힐라네가 머리도 써?" 라는 충격을 받게 만든다. 곳곳에 ODST의 강철 비가 내리고, 양쪽의 전력이 충돌할 때쯤 두 지휘관이 마주 선다.

사실 '헤일로 워즈' 시리즈는 '헤일로' 라는 거대한 프랜차이즈에서 변방에 있던 게임이었다. 시리즈 자체가 본래 FPS에서 출발한 탓이지만, 그럼에도 콘솔에서 생소한 RTS 임에도 멋진 퀄리티로 '헤일로'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게 빛을 내주었던 게임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블리자드&웨스트우드 이후로 가장 HOT한 전략 시뮬레이션의 명가로 떠오르고 있는 크리에이티브 어셈블리와 '헤일로 워즈'의 결합은 그 발표부터 엄청난 기대를 받았다.

이번 트레일러는 그런 양 진영의 대립을 적절히 보여준다. 특히나 비장미 넘치고 오버테크놀러지 SF의 느낌과 육탄전을 적절히 조화한 모습은 연출에서도 결코 손색이 없다. 개인적으로 엘리트-상헬리의 팬이지만, 저힐라네를 상대로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이제 우리는 스파르탄에서, 지략가가 된다.








와치독2 - 무대는 샌프란시스코로



⊙개발사: 유비소프트 ⊙장르: 액션 어드벤처
⊙플랫폼: PC, PS4, Xbox One ⊙발매일: 2016년 11월 15일 예정

'유비소프트의 게임은 2편부터' 라는 말이 있다. 사실 이게 그리 전통이 깊은 이야기는 아니다. 그 기원은 '파크라이2'와 '어쌔신크리드2'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유비소프트 몬트리올은 최초에 크라이텍에서 만든 기술 데모 수준에 그쳤던 게임 '파크라이'를 2편을 통해 완전히 정립해버린 전적이 있다. 더불어 기발한 소재와 암살, 잠입이라는 플레이로 큰 기대를 받았지만 가능성만 보여주는 데에 그쳤던 '어쌔신크리드' 1편을 기반으로 '어쌔신크리드2' 라는 전무후무한, 한 시대 최고의 게임을 만들어내기 했다.

그런 면에서 '와치독'는 정말 오묘한 게임이다. 역시 소재 하나는 기가 막히게 선정했고, 트레일러도 끝내줬다. 하지만 게임 자체가 '덜 만들어졌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 게임을 욕하면서도 2편은 기대한다는 이중적인 반응을 보여줬다. 그건 바로 이게 유비소프트 몬트리올이 만들고 있는 게임이기 때문일 거다. 어쨌건 '와치독2'는 무조건 전작보다는 나을 거란 기대를 받고 있고, 트레일러만 보면 정말 그런 것으로 보인다.

샌프란시스코, 딱 한 번 가보았지만 정말 멋지고 평화로운 도시였고, 그 도시에서 어떤 범죄가 벌어진다는 건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그래선지 전작의 어둡고 음산한 분위기의 중년 대신, 마치 힙스터스러운 발랄함을 풍기는 주인공 마커스 할러웨이를 내세웠다. 지금까지 보인 것들을 종합해보면, 역시 탁월하다. 매번 귀 큰 놈에게 다시는 속지 않겠다 소리친다 한들 가끔씩 '어쌔신크리드2' 같은 작품을 하나씩 터트려준다면 어찌 속지 않을 수 있겠는가? '와치독2'가 에치오 트릴로지는 가볍게 발라버릴 퀄리티가 되기만 바랄 뿐이다.








데스 스트랜딩 - 의문의 남자와 아기



⊙개발사 : 코지마 프로덕션 ⊙장르 : 불명 ⊙플랫폼 : PS4 ⊙발매일 : 미정


개인적으로 최고의 트레일러를 하나만 고르라 하면 바로 이 게임을 선택하고 싶다. 사실 이번 E3 2016에 등장한 게임 중 그 어느 것보다도 공개된 정보가 적은 게임이지만, 그 때문인지 더더욱 신비로워 보인다. 그러니까, 코지마 히데오가 독립 후 처음으로 내놓는 게임, '데스 스트랜딩' 의 이야기다. 게임명에 쓰인 스트랜딩(Stranding)은 물고기나 고래 같은 해양생물들이 집단으로 뭍에 올라와 폐사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제목부터 비범하다.

괴기스러운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게와 물고기들이 널브러져 죽어있는 광야에서 한 남자가 발가벗은 채로 눈을 뜬다. 그의 한 손에는 수갑이 채워져 있고, 그 앞에는 그와 연결되어 있는 한 갓난아기가 있다. 그는 곧 갓난아기를 끌어안아 보지만, 곧 아기는 사라진다. 의미를 알 수 없는 손자국을 따라가보니, 주변 곳곳에 무더기로 폐사해 있는 물고기들과 공중에 떠있는 다섯 명의 사람이 보인다. 남자의 배에는 절개 자국이 남아있다. 게임 타이틀이 나오고 영상은 거기서 끝난다.

코지마 히데오는 이 게임이 액션 장르에 가까울 것이라 예고했다. 이런 수많은 추측성 질문에 코지마는 웃음으로 일관하고 있다. 언젠가 그 웃음이 우리에게도 번지길 바랄 뿐. 이 모호하지만 강렬한 트레일러는 무수한 추측과 예언을 낳고 있다. 노먼 리더스의 절절한 표정과 음악, 충격적인 비주얼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마지막 가사도 말이다. "I'll Keep Coming."









배틀필드1 - 올해는 형이 접수했다



⊙개발사: DICE ⊙장르: FPS
⊙플랫폼: PC, PS4, Xbox One ⊙발매일: 2016년 10월 21일

지인들에게 E3 2016 최고의 트레일러를 무엇이라 생각하냐는 질문을 던졌을 때, 90%는 하나의 게임을 말했다. 사실 E3 전에 발표했던 리빌 트레일러에서부터 이런 대박은 예견되어 있었다. 배경에 흐르는 명곡 '칠국군'과 함께 박진감 넘치는 전투씬... 심지어 '배틀필드' 시리즈를 한 번도 접해본 적 없다는 이들도 "이건 사야겠네"를 연발했다.

2분 남짓의 이 트레일러는 모두 인게임 장면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니까, 그래픽의 질감이나 필터 등에서 오는 차이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이 트레일러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모두 실제로 게임 속에서 일어나는 것들이란 이야기다. 무엇부터 이야기를 해야 할까? 불이 붙은 채로 추락해 폭발하는 거대 비행선? 복엽기들 간의 치열한 도그파이팅? 견인포, 전차들이 어우러져 마을의 집이란 집은 다 박살내는 시가전? 모든 것이 잿빛으로 변한 전장에서 벌어지는 생화학전과 백병전? 탱크에 충돌해버리는 사이드카?

보통 '전쟁' 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모든 것이 들어있는 이 트레일러는, 말 그대로 전장 한가운데에 나를 옮겨놓은 것 같다. 안타깝게도 올해에는 다른 FPS들을 위한 자리가 없을 것 같다.'배틀필드1' 안에 모든 게 들어있으니까. 64명이 치를 전쟁을 앞두고, 이제 분대를 이룰 4명의 친구를 구하는 일만 남았다. 분대, 앞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