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의 민주화를 모토로 다방면에서 활약하고 있는 유니티 엔진이 지난 5월 28일, 국내에서 최초로 유니티 공식 인증 시험(Unity Certification)을 개최했다. 국내에서는 최초, 게임 엔진 개발사로서도 다소 이례적이었던 이번 시험에서는 신청자만 정원의 열 배에 달해, 유니티 엔진에 대한 그 뜨거운 관심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됐다.

40명이 90분에 걸쳐 진행된 시험에서는 총 7명의 최종 합격자가 선정됐고, 그중에서 1등을 기록한 것은 아주대학교 4학년인 주지훈 대학생이었다.

최초로 행해진 인증 시험 1등 수상자, 안 만나볼 수가 없었다. 그와 만나 인증 시험에 대해 묻던 중 놀랍게도 제3회 게임 창조 오디션에서 본선작 10선에 오른 'RUNRPG'를 개발한 크림스(Creams)의 팀원이었단 사실을 알 수가 있었다.

주지훈 대학생은 유니티 엔진과 유니티 인증 시험을 어떻게 생각할까. 그리고 앞으로를 준비하는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 아주대학교 4학년 주지훈 대학생



■ 유니티 인증 시험 "매뉴얼보다는 실전적인 시험으로 개선이 필요"

Q. 만나서 반갑다. 우선은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한다.

아주대학교에 재학 중인 주지훈이라고 한다. 올해 25살이고, 졸업을 앞두고 있다. 유니티 인증 시험에 대해서는 지난 유나이트 서울 2016에서 처음 알게 됐다. 그때 무료로 응모할 기회라고 해서 응모하게 됐고 운 좋게도 시험을 치러서 1등을 하게 됐다.

※ 응시료는 사용자 인증시험 10만 원, 전문가 인증시험 30만 원



Q. 시험이 쉽지는 않았을 텐데, 유니티를 공부한 지 얼마나 됐나?

이제 한 1년 정도 됐다. 따로 뭘 배우진 않았고 학교 수업에서 유니티를 알려줘서 작년 1학기 때 처음 배웠다. 대학에서는 전공이 미디어학부인데 일반적으로 다양한 분야를 배우고 있다. 게임에서부터 영상, 사운드, 3D 애니메이션까지 복합적으로 배운다. 그 중에서 전공으로는 3D 아트를 배웠다.


Q. 3D 아트를 전공했다니 의외다. 그래도 유니티를 파고든 이유가 있을 거 같은데?

물론 3D 아트에 필요한 툴도 익혔지만 뭘 직접 코딩하고 싶어 하는 성향도 있다. 그리고 유니티를 통해서 프로그래밍도 할 줄 알면 더 좋지 않나. 테크니컬 아트가 되고 싶은 부분도 있어서 유니티도 더 파고들게 됐다.


Q. 유니티 엔진을 지금껏 다뤄보니 어떻던가.

아티스트가 배우기에 굉장히 좋은 엔진인 것 같다. 어디에 어떤 기능들이 있는지 눈에 띌뿐더러, 다루는데도 큰 어려움이 없었다. 전체적으로는 1인 개발을 하기에 가장 최적화된 엔진이지 않을까 싶다.


Q. 이번 인증 시험을 대비해서 따로 공부한 부분이 있는지 알고 싶다.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보니까 기초적인 지식은 있었다. 그렇지만 따로 대비해서 공부하거나 하진 않았다. 굳이 말하자면 그 전날에 4시간 정도 막판 정리를 한 수준이었다.


Q. 문제는 어떤 유형들이 나왔나?

이번에 본 인증 시험은 비기너 과정으로 매뉴얼적인 문제가 많았던 듯하다. 덕분에 1등이 됐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다. 좀 더 실전적인 문제가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현재 유형대로라면 고득점을 맞았다고 해서 유니티 엔진을 잘 다루고, 실력이 좋다고 볼 수는 없는 거 같다. 현업에 종사하는 분이라면 신경 쓰지 않을 부분도 꽤 있었다.

※ 유니티 코리아에 따르면 이번 인증 시험은 비기너 과정으로 진행됐으며, 향후 프로페셔널 프로그래머 인증, 프로페셔널 아티스트 인증, 전문가 인증 등 유니티 인증 시험을 더욱 다변화할 예정이라고 한다.

▲ 유니티 인증 시험 자격 증서


Q. 인증 시험을 보니 향후 취업에 도움이 될 것 같나?

음, 사실 자격증이라는 게 다 그런 거 같다. 뭔가 직접적인 도움이라기 보다는 간접적인 부분에서 영향을 미친달까? 예를 들어 동일한 스펙의 두 사람을 비교한다고 할 때, 뭐라도 하나 더 있으면 더 좋은 것처럼 말이다.



■ 취업보다는 창업을! "최종 목표는 1인 게임 개발자"

Q. 조금 전에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고 했는데 어떤 작품인지 알려달라.

학교에서 팀원들과 VR 전용 게임을 만들고 있다. 기어 VR을 플랫폼으로 하는 3D 플랫포머 퍼즐 게임이다. 아, 그리고 이거 말고도 개발하고 있던 게임이 있다. 'RUNRPG'이라고 하는 게임인데, 작년 12월부터 5월까지 개발하고 있던 게임으로 제3회 게임 창조 오디션 본선에도 올랐던 적이 있었다. 아쉽게도 입상은 못 하고 떨어지고 말았다.

'RUNRPG'의 경우 잠시 개발이 정지된 상태인데 우선은 지금 만들고 있는 VR 게임을 먼저 완성하고 다시 완성할 계획을 갖고 있다. 목표로는 올해 출시할 생각이다.

▲ 크림스 개발, 'RUNRPG'

아, 그리고 아까 말한 VR 게임은 '더 모멘트'라고 한다. 이 게임을 만들게 된 계기는 학교에서 학생들이 도전하고 싶은 게 있으면 계획서를 제출하면 그에 대해서 지원금 측면으로 장학금과 학점으로 인정하는 제도가 있다. 12학점짜리인데, 그 계획서가 통과돼서 본격적인 개발을 하게 된 게임이다. 학교에서도 VR로 만든다는 부분에서 좋게 봐준 것 같다.

▲ VR 플랫포머 퍼즐 게임, '더 모멘트'


Q. 'RUNRPG'도 그렇고 '더 모멘트'도 뭔가 특이한 게임이다. 각 게임의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었나?

'RUNRPG'는 어떤 게임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게임이다. 키를 누르면 뒤를 돌아보면서 좀비들이 달려드는 걸 볼 수 있게 한 게임이었는데, 그걸 보고 뒤를 보면서 좀비를 공격할 수 있으면 재밌겠다 싶어서 게임에 반영한 건다. 실제로도 앞뒤로 번갈아가면서 길을 막거나 쫓아오는 적을 공격할 수 있다.

'더 모멘트'는 순수한 의미에서 도전작이다. VR 게임들이 나오고 있는 지금 딱 만들기 좋은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여기서 우리는 컨트롤에 주목했다. 많은 VR 게임들이 나오고 있는데 아직 패드로 컨트롤하는 게임은 매우 적다. 기어 VR 스토어만 봐도 얼마 안 되는 걸 알 수 있다. '더 모멘트'는 패드로 컨트롤 하는 게임인데, 이 시점에 패드로 컨트롤하는 게임을 내놓는다면 다른 기어 VR 게임들과는 다른 경쟁력을 갖출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기어 VR용 블루투스 컨트롤러


Q. 그렇다면 '더 모멘트'는 졸업 작품용으로 개발하고 있다는 건가?

그렇지는 않다. 우리 학교에서는 졸업 작품이라는 개념이 사라졌다. 그래도 졸업을 하는데 포트폴리오용으로 뭔가를 준비해야 하지 않나 싶은 마음에 개발하게 된 거다.


Q. VR 게임은 아직 여러모로 생소한 부분이 있을 텐데 어떤가?

우선 퍼포먼스가 너무 안 나온다. 덕분에 프레임을 맞추기 위해서 많은 부분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 있다. 맘 같아서는 되게 이쁘게 만들고 싶다. 3D 아트를 전공으로 해서 더욱 그렇기도 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희생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보니 뭔가 헐벗은 느낌이 많이 든다. 퍼포먼스와 퀄리티 둘 다 맞추기엔 너무 어려운 것 같다.


Q. 'RUNRPG'도 그렇고 첫 도전인 VR 게임 '더 모멘트'도 꽤 잘 만든 것 같다. 이전에 다른 다른 엔진을 만든 경험이 있나?

간단하게 프로그래밍을 배운 수준이다. 아까 학과가 다양한 걸 배운다고 했는데, 그 덕분에 유니티 엔진을 조금 할 수 있게 된 정도다. 그리고 3D 아트를 전공했다 보니 아무래도 프로그래머로서는 팀 내에서 서브로 참여하는 수준이다.


그 외에는 별다른 경험은 없는데... 아! 작년 2학기엔 엔씨소프트에서 인턴을 한 적이 있었다. 아트쪽이었는데 그때 맥스나 바디페인트3D 등을 익히는 기회가 됐다.


Q. 엔씨소프트 인턴이라면 좋은 경험이 됐을 듯 하다.

뭐랄까, 수평적인 기업 문화라고 느꼈었다. 아직 인턴이고 해서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서로 간에 존칭을 쓰고, 인턴이었지만 함부로 대하지도 않았다. 당시에는 사내 소규모 팀에 속했었는데 여러 가지를 하면서 배우는 시간이 됐었다.


Q. 이쯤에서 궁금한 게 있는데, 졸업 후에 목표는 뭔가?

좀 고민되는 부분이다. 원래는 취업도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더 모멘트' 덕분에 교수님으로부터 창업에 대한 언질이 들어왔다. 그래서 취업이냐 창업이냐의 갈림길에서 고민 중이다.



Q. 함께하는 팀원이 있다고 했는데 모두의 의견은 어떤가?

창업에 대해서 우호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여러 지원 사업들이 있는 만큼, 이런 것들을 이용하면 리스크가 적다는 얘기들을 하고 있다. 그리고 창업해서 실패한다고 해도 아직은 젊고 이후에 취업에 포트폴리오로 쓰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Q. 취업과 창업 사이에서 고민이 클 듯 한데, 본인의 최종 목표는 뭔지 듣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1인 개발자가 되는 게 목표다. 유니티를 배우는 것도 그 목표를 위한 과정 중에 하나다. 하나에 집중하기보다는 여러 분야에 도전하고 익히려 한다.


Q. 두 개의 게임을 만들고 있는데 팀원 간에 협업에 어려움은 없었나?

팀원 간에 어려움은 없었다. 그보다 유니티 엔진의 고질적인 문제가 발목을 잡은 경우가 더 많았는데, 디버깅이 너무 어려웠다. 버그가 났는데 어디에 어떻게 났는지도 모르겠고, 그냥 껐다가 키면 버그가 사라지는 경우도 많았다. 아트 측면에서 봤을 때는 유니티 라이트맵도 많이 불편했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조금만 건드려도 라이트맵이 깨져서 다시 구워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기능들은 빨리 좀 개선했으면 한다.

▲ 유니티5로 오면서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버그가 많다고…


Q. 팀원 간에 커뮤니케이션이 좋았을 거 같은데, 함께 모여서 개발을 하는 공간이 따로 있나?

초기에는 자취방에 모여서 했었는데, 학기가 시작하고 나서는 각자 집에서 따로 한다. 의견은 스카이프를 통해서 주고받거나 하고 있고, 작업물은 웹하드를 통해 공유한다. 사실 개발 공간이 있으면 좋겠는데 아무래도 서로 거리가 있다 보니 힘들다.


Q. 끝으로 인증 시험과 게임에 대해 한마디 부탁한다.

아직은 인증 시험에 매뉴얼 적인 부분이 많았다. 그런 만큼, 초급을 목표로 한다면 그에 맞춰서 정석대로 공부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본다. 그리고 매뉴얼이라고 해도 우습게 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스스로도 몰랐던 기능에 대해서 다시 알 수 있는 기회가 됐다.

그리고 팀 크림스에서 준비하고 있는 'RUNRPG'은 '더 모멘트' 개발을 완료한 다음에 완성할 예정이다. 두 게임 모두 올해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으니 관심이 간다면 지켜봐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