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오픈 후 올라가는 매출액을 보며 놀랐다. 그러나 그 놀람이 다른 의미의 놀람으로 바뀌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쏟아지는 불만, 서버 리셋. 그에 따른 그동안의 결제 내역 100% 환불. 그 후 다시 테스트를 진행했다. 게임을 갈고 닦았다. 그렇게 '로그(LOG) : 항해의 시작(이하 로그)'은 새로운 출항을 앞두고 있다.

선박의 항해는 하나의 항구에서 다른 항으로까지의 항간 항행 혹은 수역 간 항행을 뜻한다. 뚜렷한 물표가 있다는 말이다. 해양수산부령으로 정하는 범위의 항해는 조금 다른 의미지만, 일반적으로 배가 항해 중에 멈추는 경우는 피항 혹은 좌초뿐이다.

'로그'는 피항을 택했다. 배를 잠시 멈추고 보강했다. 그들이 원했던 '지금까지 없던 게임으로 재미를 준다'라는 뚜렷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다. 대대적인 내장 공사를 마치고 새 출항을 기다리고 있는 에피드게임즈의 한정현 대표를 만났다.

▲ 에피드게임즈 한정현 대표가 직접 보내온 '유저 앞 석고대죄'


Q. 게임 출시 후 어떻게 지냈나. 출시 후 게임을 다듬어서 다시 출시하는 건 쉽게 접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데 어떻게 그런 결정을 내리게 됐나.

= 우선 출시 후 객단가(UAC가 아닌 일반적인 고객 1인당의 평균 매입액)가 높아서 개인적으로 매우 놀랐다. 전작인 '페인트히어로즈'의 경우 유저들의 칭찬을 많이 받았는데 돈은 많이 벌지 못했것에 비해 '로그'는 매출이 잘 나왔다. 물론 리셋하면서 100% 환불했지만 말이다. 저번 인터뷰할 때는 우리같이 조그마한 회사에서는 시장을 '탐색'한다고 해보고 움직인다고 말했는데 이번 결과를 보고 회사의 사활을 걸고 이 게임으로 승부를 보기로 했다.


Q. 지난 5월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서비스 지연, 튜토리얼 및 설명 부족, 여러 가지 버그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혹독한 시간을 보냈다. 당시 상황을 돌이켜보면 어떤가?

= 기술적으로 설명하자면, 당시 게임은 간헐적 네트워킹 방식이었다. 상시 인터넷 연결이 필요한 게 아니라 중간중간 네트워크에 연결하는 형태였다.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둔 선택으로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저번처럼 데이터를 조작해 부당 이익을 챙기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시간 돌리기 등등에 제대로 대응을 못 했는데 이번 정식 서비스를 앞두고 겉으로 보기에는 변한 게 없어 보이지만, 이러한 기술적 문제를 모두 해결했다.



Q. 내부적으로는 새로운 게임이다? 그렇게 되기 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을 것 같은데.

= 그렇다. 내부적으로 새로운 게임이다. 게임 자체가 전에 없던 게임이다 보니 창작의 고통이라고 해야 할까? 암튼 힘들었다. 차라리 마음 편하게 양산형 게임이나 만들 걸 싶었다. 게임 개발 중에 두 차례 인수 제의도 받았는데 당시 내부에서는 "인수되어 양산형 게임을 만드느니 회사를 나가겠다"라는 이야기까지 나와서 밀어붙였다. 사실 조금 힘들었다.

이번에 정식 서비스를 준비하면서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간 메인 PD를 비롯한 기획자들에게 많은 부하가 걸렸다. 아무래도 기존에 없는 걸 만들다 보니 기획의 비중이 커서 그런 것 같다. 사이좋게 병원도 가고…. 보름 넘게 퇴근도 못 하고….


Q. 인수를 거절했던 이유가 있나?

= 아무래도 어디 밑에 들어가 있으면 이것저것 많이 침해받게 되게 마련인 데 그 꼴을 보기 싫었다. 개발자들도 그랬고. 아마 인수 제의를 받아들였다면 생활은 윤택해졌을 텐데 말이다. 비슷한 시기에 계약을 맺은 회사들을 보면 우리의 선택이 옳지 않았나 생각한다. 전작 '페인트 히어로즈'에서 진행했던 '커플에게 죽창을!'이벤트처럼 약 빠는 게임을 만들어 서비스하고 싶었다.

투자자나 퍼블리셔에게 '이런 걸 왜 만드냐'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무난한 게임을 만들까도 많이 고민했다. 무난하게 틀에 박힌 게임도 퀄리티 있게 만들어보기로 마음먹고 해봤는데 재미가 없었다. 도의적인 문제를 떠나서 내가 직업을 선택하게 된 이유를 떠올렸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내가 밤새고 요절해도 덜 억울한 직업 없을까?" 결론은 재미있는 게임을, 하고 싶은 게임을 만드는 일이었다.

뭐 뒤 이야기가 어찌 됐건 제품은 제품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페인트 히어로즈'는 구글 기준 별점은 높은데 매출은 안 나왔고 로그는 2.4점까지 내려 갔으나 인당 매출은 10배가 넘었다. 그래서 완전히 일신해서 다시 선보이기로 마음 먹은 거고.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었기에 환불을 결정했던 거다.



Q. 베타버전으로 전환한 후에 다시 인원을 모집해 FGT를 진행했다. 그러나 여전히 불편함을 호소하는 유저들도 존재했다. 특히 튜토리얼과 관련해서 말이다.

= 1,362명의 인원을 모집했다. 대다수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여전히 튜토리얼의 부재를 불편해하는 유저들도 있었다. 왜 이런 반응이 나오는지 안다. 왜냐면 지금까지 없던 게임이기 때문이다.

솔직하게 말하면 의도적으로 튜토리얼을 넣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강제 튜토리얼을 매우 싫어한다. 많은 모바일 RPG 처럼 처음에 이거 터치하고 저거 터치하고 일일이 가르쳐주는 형식의 튜토리얼을 정말 싫어한다. 10분에서 15분 잡아먹는 시간도 문제다. 타협하고 강제 튜토리얼을 집어넣으면 그것도 그거대로 반발이 생긴다. 일단 우리도 문제는 파악하고 있다. 어느 정도 의도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로그'는 매뉴얼로 처음 가이드를 갈음한다. 그래서 이번 정식 서비스를 앞두고 가독성 부분에서 어떤 게 불편했는지, 어떤 부분이 인지가 힘들었는지를 파악하고 이를 수정, 추가했다.


Q. 서버를 리셋하고 굳이 FGT를 다시 시작한 이유가 뭔가.

= 다른 게임 FGT 인원과 비교했을 때 10배 정도의 인원으로 테스트했다. 5월에 호되게 당했으니 돈을 쥐어짜서 제대로 된 테스트를 하고 싶었다. 정말 지금까지 없었던 게임이기에 여러 가지 고려할 사항이 많았다. 그러므로 표절 논란은 없다고 장담할 수 있다. 재미가 없고 게임이 마음에 안 든다면 우리가 게임을 잘 못 만든 거다.



Q. 경매 시스템에 대해 여전히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알기 어려운 느낌이다. 조금 더 자세한 설명 부탁한다.

= 경매 시스템은 일종의 입찰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상위 입찰. 현재 유물을 획득해 등록했을 때 특정 아이템과 돈을 활용해 등록된 유물을 자신의 이름으로 덮어씌우는 방식이다. 유물을 등록하면 각종 이득이 있어 항해의 질이 올라가고 유물을 등록하면 '주인공'이 되어 전 세계에 자신의 이름을 박제할 수 있다.



Q. 모험가의 능력치가 직업에 따라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서 원하는 능력치를 가진 모험가를 모으기가 어렵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의도한 사항이다. '로그'는 뽑기가 어려운 게임이 아니다. 인 게임 내에 확률 공지도 해놨고. 오죽하면 유저들 사이에서 뽑기 난이도가 너무 낮은 거 아니냐는 이야기도 돌았다. 일단 우리의 의도는 5성도 얻기는 쉽게 하고 게임 내 시스템을 통해 새로운 것을 시도할 수 있게 하는 거다. 돈을 적게 들이는 대신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하는 거다.


Q. 피크 타임 때는 전투가 수초 단위로 벌어진다고 들었다.

= 역시 전투민족이라서 그럴까? 전투가 많이 벌어졌다. 정식 서비스가 열리면 오직 전투를 위해 배틀 포인트에 많은 투자를 하고 유물도 베틀 포인트에 투자를 해서 플레이하는 성향도 나타날 것이라 본다. 아마 지금 상태와는 다른 최적화 세팅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로그는 탐험, 무역을 통한 안정적인 골드 수급도 가능한 플레이도 있고 이를 포기하고 약탈을 통해 값진 보물을 얻을 수 있는 플레이 방법도 있다. 또 '어드벤처 모드'를 통해 배팅도 할 수 있도록 했다. '어드벤처 모드'는 전용 아이템을 사용하는 일종의 도박으로 로또를 터트릴 수 있는 모드다.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방향은 이렇게 3가지인데 유저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할지 기대하고 있다.

그러므로 시스템을 악용하는 것이 아니면 제재할 생각이 없다. 자유롭게 열어둘 생각이다. 정식 서비스에서는 실시간으로 모두 관리하므로 비정상 유저는 바로 감지할 수 있다.



Q. 현재 월드 타임라인을 통해 자랑하는 것에 이점이 없어 보인다. 이점이 없다면 유저들의 참여도가 많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되지 않나?

= 일단 참여도가 떨어지는 것은 우려하는 사항이다. 그러나 1,362명이 진행한 테스트에서 20초 단위로 월드 타임라인이 올라왔다. 만 명 정도 받아보고 보상에 관해 결정할 예정이다. 우리도 감당이 안 될 만큼의 트래픽이 발생했다.


Q. 정식 서비스에서는 어떤 점이 가장 많이 달라지는가.

= 유저는 잘 모르겠지만, 간헐적 네트워킹 방식을 서버/클라이언트 방식으로 해결했다. 이렇게 하면서 악용을 할 수 없게 됐다. 데이터 치팅 역시 서버 검증을 통해 밴을 시킬 예정이다. 전에는 프리덤으로 뚫고 들어오는 경우가 있었는데 정식서비스에서 이러한 방법을 사용하면 구글 계정 채로 블록을 먹게 된다.

혹시 여유가 되시면 기사 내용 중 '서브 클라이언트 구조'를 '간헐적 네트워킹 방식' 로 수정 부탁드리며 이러한 기술적 문제를 '서버/클라이언트 방식' 으로 모두 해결했다라고 내용을 추가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야밤에도 속초마을 취재하느라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ㅠㅠ...


우리도 지난 출시에 많이 화가 났다. 이런 결과가 벌어진 우리 자신에게 내는 화였다. 그래서 손해를 보더라도 리셋하고 다시 시작하자고 생각해서 100% 환불을 결정하고 다시 뜯어고친 거다. 우리의 패착은 '로그'에 이렇게 많은 관심을 둘 것이라 예상하지 못한 거다.

유저 입장에서 피부로 다가오는 건 아무래도 전투일 거다. 두 번째는 선박이고. 스토리를 넣어달라는 요청이 많아서 컷신 이벤트도 추가했다.

지난 서비스에서 정말 평생 먹을 욕을 다 먹었는데 피드백도 많았다. 대부분 플레이타임이 평균 10시간이 넘는 유저들이 준 피드백이었다. 게임의 퀄리티가 그랬으니 뭐 드릴 말씀이 없다. 죄송하다는 말밖에 더할 수 있겠나.

계획상으로는 7월에 국내 정식 서비스를 하고 8월에는 일본, 독일, 중국을 제외한 부분 글로벌 서비스에 돌입할 예정이다. 9월에는 iOS 출시도 계획하고 있다. 앞으로 콜로세움이나 랭킹 콘텐츠를 추가할 것이고 전투를 좋아하는 유저, 좋아하지 않는 유저 모두에게 어필 할 수 있도록 하겠다.

그리고 작은 회사이다 보니 운영 안정성에 관련해 걱정하는 분들도 있을 텐데 우리 회사는 '로그'에 사활을 걸었다. 소위 말하는 먹튀는 없을 테니까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