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일 핫한 밸런스 논쟁의 중심은 테란 VS 저그다.

공허의 유산, 아니 군단의 심장 시절 화염 기갑병이 '사기'소리를 들었을 때와 비슷할 정도로 저그의 분위기가 좋지 못하다. 현재 GSL 코드S에서 강민수, 황강호, 어윤수, 신희범이 출전해 전원이 탈락했고, 스포티비 스타2 스타리그에서도 24명을 선발하는 챌린지 리그에 저그는 고작 5명, 그마저도 전원이 스타리그 진출에 실패하며 지난 시즌 시드인 박령우와 강민수만이 16강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리고 SK텔레콤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2016 시즌 3라운드 플레이오프 CJ 엔투스와 진에어 그린윙스의 마지막 3:3 상황에서 펼치는 7세트. 진에어 그린윙스는 이미 통합 포스트 시즌 결승 진출을 확정 지었으나 상해에서 펼쳐지는 3라운드 결승에 가기 위해, CJ 엔투스는 상해행과 통합 포스트 시즌 진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중요한 경기였다.

CJ의 운명을 짊어지고 마지막 대장 카드로 출전한 한지원은 이미 6세트에서 김도욱이라는 테란 카드를 잡아내며 마지막 7세트로 경기를 끌고 온 상황이지만 최종 보스 조성주가 기다리고 있었다.



한지원은 이미 6세트에서 김도욱을 상대로 필살 카드 사용했다. 테란이 의료선이 나오면서 압박을 가하는 타이밍에 엇박자로 숨겨놨던 저글링, 맹독충으로 빈집을 공략하며 이득을 취하며 승리했다. 하지만 전략은 노출됐고, 조성주에게 어떤 전략을 사용할지 의문인 상황이었다.

한지원은 비슷한 운영을 선택했다. 이에 조성주는 빠른 앞마당 이후 2병영에서 의료선을 빨리 생산하는 빌드를 생산했고, 만약 2의료선에 해병을 태워 견제를 떠날 경우 김도욱과 경기처럼 빈집이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조성주에게 김도욱과 한지원의 경기가 큰 약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조성주는 경기가 종료된 뒤 터뷰에서 '만약 내가 먼저 경기를 치렀다면 나도 똑같이 당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주는 의료선이 나오고 견제를 떠날 타이밍이지만, 해병을 태우지 않았다.

병력을 태운 척하며 저그의 시야에 의료선을 계속 노출시켰고, 한지원은 의료선에 해병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공격을 위해 뽑았던 병력 외에 추가적으로 수비에 필요한 병력까지 다수 생산하며 일벌레를 생산할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조성주는 경기를 길게 보지 않았다. 트리플 사령부를 가져가기 보다 병영을 빠르게 늘려 타이밍을 잡았다. 초반 저글링, 맹독충에 힘을 줬던 저그에게 뮤탈리스크를 확보할 시간은 없었고, 조성주는 공성 전차와 의료선 아케이드, 그리고 화려한 해병 컨트롤로 승부를 볼 셈이었다.

▲ 저그에게 탈모를 유발하는 조성주의 교전 능력


조성주의 판단은 정확했다. 지금 저그 대 테란에서 가장 큰 문제는 저그의 공중 유닛에 대한 대처가 사실상 없다는 것에 있다. 이는 교전에서 값이 싸고 회전이 빠른 해병만 소모하고 의료선만 잘 살려도 테란이 어마어마한 이득을 취할 수 있다는 것과 같다.

고인규 해설 역시 "현재 저그의 해법으로 여러 가지가 제시되고 있지만, 정석적인 운영이라기보다 올인에 가까운 것들이고 테란의 견제 수단을 막는 게 어렵다. 의료선을 잡을 수 있는 유닛이 뮤탈리스크를 제외하면 궤멸충과 여왕인데, 기동성도 그렇고 의료선을 잡기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다른 테란도 아닌 컨트롤 부분에서 정점에 올라 있는 조성주와 같은 테란을 상대하는 저그의 입장, 지켜보는 입장에서도 숨이 막힐 지경이다. 역시는 역시였다. 교전 내내 테란이 이득을 보는 구조가 나왔다. 공성 전차를 잡으려 하면 의료선이 얄밉게 태워서 도망가고 저그 입장에선 악순환이 반복됐다.

지켜보는 제3자 입장에서도 이런 상황으로 흘렀을 때 교전에서 저그가 이득 볼 그림은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여왕의 공중 사거리가 늘긴 했지만, 딱히 해법이라고 보이진 않는다고 프로게이머들도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아직, 패치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시기상조일 수 있지만, 분명한 건 지금도 수많은 저그 유저들은 테란에게 래더 점수를 헌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