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마이크로소프트의 최신 운영체제인 Windows 10이 출시됐다. 이 새로운 운영체제는 그동안 Windows 8, 8.1 버전의 부진을 의식한듯 많은 걱정의 눈빛을 받았지만, 1년간 무료 업그레이드라는 강력한 혜택과 함께 높은 완성도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오는 7월 29일, Windows 10 으로의 무료 업그레이드가 끝난다. 그 대상인 Windows 7 이상 버전을 사용하는 이들에게는 절호의 기회이지만, 아직까지도 많은 이들이 망설이는 것이 사실이다. 과연 게임은 잘 호환될지, 혹여나 업그레이드를 하고나서 불만스러운 점이 있어도 되돌리지 못하는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 특히나 게이머라면 걱정할 수 밖에.

그런 분들을 위해서, 출시 직후부터 지금까지 Windows 10을 직접 구입해 사용해 온 기자가 게이머로서 왜 Windows 10으로 업그레이드를 해야 하는지 설명하고자 한다. 무수히 많은 자잘한 장단점이 존재하지만, 게이머에게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크게 두가지다. 바로 다이렉트X(DirectX)와 Windows 스토어다.





GPU+CPU의 찰떡궁합, 다이렉트X 12가 책임진다



'다이렉트X'는 Windows를 위해 만들어진 게임용 라이브러리다. 쉽게 말해서, 게임을 구동하는데 필요한 각종 세부 프로그램을 모아놓아 구동을 원활히 해주는 역할을 맡는다.

때문에 게임이 어느 버전의 다이렉트X를 지원하는가에 따라서 사용할 수 있는 기술들이 달라지고, 그만큼 그래픽 효과에 현격한 차이를 불러온다고 볼 수 있다. 특히 8.0 버전에서의 셰이더 도입이나 11버전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된 테셀레이션 같은 신규 기술들의 지원은 그 때마다 게임 그래픽에서 혁신적인 발전을 불러왔다.

다이렉트X 12를 지원하는 대표적인 게임, '라이즈 오브 더 툼레이더'

그만큼 시간이 갈수록 다이렉트X 지원 버전에 따라서 그래픽 품질의 출발선이 달라지는 시대이다보니, 최신 버전 다이렉트X 지원 여부는 게임의 그래픽을 중요시하는 유저들에게 필수적으로 확인해야 할 사항이다.

그리고 현재 다이렉트X 최신 버전인 12는 Windows 10 이상의 버전에서만 지원되어, 결과적으로 운영체제의 차이가 그래픽의 차이로 연결되는 결과를 낳았다.

물론 과거에도 운영체제에 따라 다이렉트X 지원 여부가 갈리기는 했지만, 다이렉트X 10 이전까지의 다이렉트X는 셰이더 등의 사례를 제외하면 신기술로 인한 엄청난 차이가 잦았던 것은 아니었고, 또 신기술이 도입되어도 개발의 어려움으로 인해서 그것이 바로 게임에 도입되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필요했다. 하지만 다이렉트X 10 이후부터 그 속도가 무척이나 빨라졌고, 여러개의 다이렉트X 버전을 지원하는 게임 클라이언트를 만들 수 있게 되면서 변화했다.

10 버전과 11 버전의 사례처럼
다이렉트X 의 변화만으로도 큰 성능 차이를 부를 수 있다.

다이렉트X 12는 특히나 그래픽 처리 성능 향상이 대단하다는 평가를 받는데, 그 이유는 처음으로 본격적으로 하드웨어에 직접 접근하는 다이렉트X 라이브러리이기 때문이다. 이 덕분에 서로 다른 제조사의 GPU를 동시에 활용할 수 있어서, 인텔의 CPU 내장 GPU를 양대 그래픽카드 제조사인 AMD와 Nvidia의 GPU와 마구 섞어서 꽂아놓더라도 이를 다 활용할 수 있다. 현재 대부분의 CPU들이 내장 GPU 기능을 가지고 출시되는 것을 고려할 때, 이는 단순히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만으로도 상당한 성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다이렉트X 12의 진가는 보통의 게이머들이 활용하기 마련인 보급-하이엔드 라인의 컴퓨터에서 발휘된다. 절대적인 품질을 올리는 것보다는 하드웨어의 성능을 최대한 활용해 원활한 플레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프레임레이트 부분에서 특히 효과를 보인다. 아래의 영상을 보면, 평균적으로 5~10 가량 FPS 에서 이득을 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이렉트X 11 과 12의 프레임 차이를 보여주는 테크데모 영상(출처 : emboar9889)


결과적으로 다이렉트X 12의 CPU 멀티코어 지원 확대, 이종 GPU 활용 등은 i5 이상의, 멀티코어이자GPU를 내장하고 있는 CPU과 각종 미들급 이상 GPU를 사용하는 게이머들의 PC에서 최대한 효과를 볼 수 있게 해준다.

더불어 VR을 본격적으로 지원하고, 셰이더 모델 6.0을 지원할 예정인 이후의 다이렉트X 역시 당연히 Windows 10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향후 게이밍 환경을 고려할 때 Windows 10 은 필수적인 선택이다.




XBOX ONE이 없어도 Windows 스토어로 만나는 독점 게임



지난 E3 2016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한가지 중대한 사실을 발표했다. 자사의 게이밍 콘솔인 XBOX ONE으로 출시될 게임 대다수를 Windows 10로도 동시 출시하겠다는 새로운 전략이었다. 이번 발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XBOX ONE/Windows 병행 체계를 본격적으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물론 이전에도 이런 사례는 있었다. '오리와 눈먼 숲' 이나 '라이즈 오브 툼레이더' 등도 그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들은 Windows 스토어가 아니라 스팀 등 다른 유통체계를 통해서도 출시되었고, Windows 스토어의 중요성이 부각되지는 않았다.

PC만 있으셔도 즐기실 수 있습니다 고갱님^^

하지만 '퀀텀 브레이크', '포르자 모터스포츠 6 APEX', '기어즈오브워 울티밋 에디션' 등의 대작 게임들이 XBOX ONE 과 Windows 스토어를 통해서만 출시되면서부터 상황이 조금씩 변했다. 이제 이 정책으로 인해 앞으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손을 거쳐 출시되는 게임들은 XBOX ONE 과 Windows 10 이상에서만 만나볼 수 있다.

당장 '헤일로워즈 2', '기어즈오브워 4', '포르자 호라이즌 3', '데드라이징 4' 등 유구한 전통을 가진 시리즈가 XBOX ONE 과 Windows 스토어 독점 출시를 발표했으며, 이외에도 새롭게 시작하는 IP 인 '스케일바운드', '리코어', '씨 오브 씨프즈' 등도 XBOX ONE 과 Windows 스토어에서만 만나볼 수 있을 예정이다.


사실 독점 게임이란 해당 플랫폼이 없는 이들에겐 그림의 떡이요 슬픔의 존재일 뿐이지만, 이런 Windows 스토어로의 확대는 게이밍 콘솔을 따로 구입하기 어려운 게이머들에게는 매우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Windows 10은 이미 그럴듯한 PC를 가지고 있다는 전제 하에 다른 거치형 콘솔보다 훨씬 적은 기회비용이 든다. 더군다나 무료 업그레이드라면 말할 것도 없다.

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새로운 독점정책은 비단 게임 뿐만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제작해 제공하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엔터테인먼트 전반에 적용된다. 실제로 '헤일로' 시리즈를 기반으로 제작한 드라마 시리즈 '나이트폴'을 Windows 스토어에서 제공하는 헤일로 채널 앱을 통해 시청할 수 있다. 또한 앞으로 Windows 스토어를 통해 출시될 수많은 기능성 앱과 게임, 다른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들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이처럼 단순한 운영체제나 하드웨어를 제작하는 것 뿐만 아니라 이 안에서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제작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새로운 플랫폼으로서, Windows 10은 높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Windows 10, 득과 실의 저울질이 필요하다

물론 아직도 몇가지 호환성 문제와 비용의 문제가 남아있다. 실제로 몇몇 앱들 중 Windows 10 전용 앱들은 아직 기존의 프로그램의 성능을 따라오지 못하거나, 아니면 구형 작업용 프로그램을 구동할 때 자잘한 크래쉬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부분은 스스로 주로 사용하는 업무 프로그램 등을 확인하여 꼭 미리 배려해두어야 할 부분이다.

게임에서 본격적인 64bit 체제를 연 '배틀필드3'

다행히도, 게임 쪽에서는 MS-DOS 나 아예 운영체제의 bit 가 다른 경우(64/32 bit)를 제외하면 호환성 문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게임업계는 대체로 발 빠르게 Windows 10 을 표준으로 삼아 대처해 나가고 있고, 더욱이 게임들은 일반적으로 한 번 플레이 되면 다시 찾는 빈도가 현저히 줄어드는 소모성 콘텐츠인 때문도 있다. 운영체제의 bit 문제는 아직도 32bit 운영체제인 Windows XP 를 이용하는 유저들이 상당수 존재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남아있는 문제지만, XP 버전에 대한 사후 지원마저 끊긴 지금 64bit 로의 이행은 기정 사실이다.

초기 '배틀필드3' 부터 시작된 '64bit 온리' 물결은 당시에는 시기상조처럼 보였지만, 이제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미국의 웹진 Gamingbolt는 밸브의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 이용자들 중 45% 이상이 Windows 10 을 사용한다는 통계를 공개하기도 했다. 그만큼 많은 유저가 64bit 운영체제, 그중에서도 Windows 10 으로 통합되고 있으며, 개발사들 역시 Widows 10 을 새로운 플랫폼으로 빠르게 정착시키는 중이다.


운영체제의 64bit 로의 이행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는 지금, 이외에도 멀티코어 CPU에 대한 지원 강화, XBOX 엘리트 컨트롤러 지원, Windows 8 및 8.1 에서 지적된 낮은 호환성을 개선한 점 등은 Windows 10이 게이머들에게 특별히 더 경쟁력 있는 운영체제라는 것을 보여준다. 보다 세련된 UI 는 덤이다.

Windows 10은 그동안 새로운 OS 들의 늦은 세대교체와 보급률이 발목을 잡아온 현상에 대비해 많은 투자를 했고, 그 덕분인지 현재 출시되고 있거나 출시 예정인 수많은 GPU 들은 Windows 10과 다이렉트X 12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게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품인 GPU가 강화된다는 말은 즉 게임에 최적화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결국 가장 큰 장벽은 비용 뿐인데, 그 비용을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기간이 이제 단 이틀 뿐이다.

사실 가장 큰 이득은 역시 '가격'이다

직접 지난 1년 간 Windows 10으로 게임을 해온 게이머로서, Windows 10은 게이머에게 이왕이면 다홍치마라는 말을 하고 싶다. 특히나 각종 PC 게임들을 즐기는 게이머들이라면 필수적이다. 향후 5년 이상 OS나 호환성 걱정없이 게임을 하고 싶다면, Windows 10은 가장 옳은 선택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