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카멕과 함께 이드 소프트웨어를 설립하며 세계 최고의 레벨 디자이너로 꼽혔던 존 로메로가 독일 쾰른메세에서 개최되는 GDCEU2016에 등장했다.

다이카타나, 멍키 스톤 게임즈와 슬립게이트 아이언웍스의 행보 등 비록 연이은 실패로 화려하던 그의 이름에 금칠이 벗겨진 지 오래된 것은 사실. 하지만 한번 새겨진 이름은 아직 문대지지 않은 듯했다. GDCEU2016이 열리는 콩그레스 센터 이스트에서도 가장 큰 Offenbachsaal이 '이드 소프트웨어 영광된 시절, 그 당시의 프로그래밍 이론'을 설명하는 존 로메로의 강연을 듣기 위해 모인 개발자들로 가득했다.

강연자의 이름값보다는 자신에게 필요한 강연만 골라 듣는 특성 탓에 한 강연에 사람이 많이 몰리지 않는 GDC EU에서 보기 드문 장면을 연출한 존 로메로. 강단에 선 그는 이드 소프트에서 있었던 일화들을 이야기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 로메로 게임즈의 '존 로메로'.



이드 소프트웨어가 설립된 초창기. 그들은 게임 개발에 있어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그중 하나는 '프로토타입을 제작하지 않는 것'이다. 대신 개발자들이 즉시 완성된 게임을 만들도록 주문했다. 이는 게임을 수정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한 번에 완벽한 게임을 만들기보다는 나중에 단점을 보충하는 데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존 로메로는 개발자들이 다른 무언가에 의지하기 시작하면 시간과 돈, 그리고 열정마저 사라질 수 있기에 항상 주의했다고 이야기했다.

다만 이는 게임을 잘못된 채로 두자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항상 완벽한 게임을 내놓는다는 마음가짐을 강조한 결정이었다.

두 번째 원칙은 '항상 간결하게 코드를 만드는 것'이다. 코드를 간결하게 만들어 놓으면 찾고자 하는 기능을 손쉽게 찾을 수 있고 게임에 잘못된 부분을 유지보수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또한, 팀원이 자신이 만든 코드를 수정할 수 있게 하는데 이는 팀의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간단한 코드의 이점이다.

세 번째는 '개발 툴을 만드는 데에 시간을 아끼지 말라'는 점이다. 존 로메로는 헥센, 헤러틱, 스트라이프 등 둠과 퀘이크 엔진으로 만들어진 다양한 게임을 언급하며 훌륭한 툴이 훌륭한 게임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드 소프트웨어가 자신들만의 개발 엔진과 툴을 만든 데에는 이런 이유가 있었다.

▲ 근접 전투의 헥센, RPG 요소를 가미한 스트라이프 등 둠, 퀘이크 엔진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했다.

네 번째는 '자신들의 테스트 팀이 최고라고 자부하는 것'이다. 이드 소프트웨어는 자신이 작업한 코드는 꼭 직접 확인했다. 그들은 유저가 확인하기 전에 팀이, 팀이 확인하기 전에는 개발자 개인이 직접 확인해야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더 빠르고 쉽게 확인할 수 있다고 믿었다.

또한, 자신들이 놓친 버그와 깨짐 현상은 개발자들의 수백, 수천 배를 넘는 게이머들의 시간을 빼앗는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야 한다.

다섯 번째는 '게임 디자인에 일관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는 제작자의 실수를 줄일 수 있고 디자인 개발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여섯 번째는 '동료의 조언을 받길 두려워하지 말 것'이다. 존 로메로는 자신의 코드를 투명한 캡슐과 같다고 생각하고 항상 이견을 조율하길 조언했다. 자신이 만든 게임 코드를 블랙박스처럼 감쳐두기만 한다면 개인의 잘못을 깨닫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이는 곧 프로젝트의 지연을 뜻한다.

마지막은 '남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코드를 이해하는 것'이다. 존 로메로는 프로그래밍이란 논리에 기반을 둔 창작예술이라고 말했다. 그렇기에 같은 코드를 사용하더라고 개발자에 따라 다른 결과를 만들어낸다. 그는 단순히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기술을 습득하기보다는 논리적인 이해의 과정을 함께 연구하길 당부하며 강연을 마쳤다.

▲ 초창기 이드 소프트웨어를 이끈 두 명이 천재 존, 존 카멕(좌)과 존 로메로(우)

한편 로메로 게임즈의 또 다른 멤버이자 존 로메로의 부인인 브랜다 로메로는 같은 날 '소녀, 여성, 어머니: 게임 안의 삶'이라는 강연을 통해 개발자이자 여성, 엄마로서의 삶을 이야기했다.

CRPG의 명작, 위저드리 시리즈의 최고로 꼽히는 '위저드리8'와 재기드 얼라이언스의 개발자로 잘 알려진 그녀는 게임에서의 다양성 재고, 게임 개발자 지원 등 게임 개발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겸하고 있다. 2013년에는 포브스가 뽑은 '게임계가 주목해야 할 12인'에 선정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