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 ‘펠레의 저주’가 있다면, e스포츠에는 ‘황신의 가호’가 있다?

축구에서 경기를 앞둔 두 팀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말을 하는 분이 있습니다. 브라질의 유명 축구 스타 펠레가 주인공입니다. 펠레가 특정 팀의 승리를 예측하는 순간 ‘펠레의 저주’로 패배를 불러오는 기이한 현상이 자주 발생했죠. 선수 시절의 뛰어난 실력과 명성보다 승부 예측으로 더 주목 받게 될 정도로 많은 화제를 낳았답니다.

e스포츠에서도 새로운 예측 흐름을 만들어낼 만한 인물 홍진호를 만나봤습니다. 오랫동안 kt에서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면서 이지훈 감독과 남다른 친분을 바탕으로 응원의 메시지를 담았죠. 그런데 ‘2’라는 숫자와 익숙한 그의 응원은 일반적인 응원과 사뭇 느낌이 달랐습니다. 4회 연속 개인리그 준우승에 해탈한 그는 3회 준우승을 차지한 락스 타이거즈에게 의미심장한 위로의 말을 남겼죠. 친정팀이었던 kt 롤스터에게는 팀에 자신이 없으면 우승할 수 있다고 말함과 동시에 ‘2인자’의 기운이 혹여나 전달될까 봐 조심스러워 했습니다.

롤챔스 섬머 4회 연속 결승 진출에 성공한 kt 롤스터지만, 자칫 섬머 2회 연속 준우승이라는 기록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락스 타이거즈는 SKT T1이 없는 최고의 결승전을 맞이한 것이죠. 하지만 스프링 시즌에 이어 섬머까지 2연속 준우승의 위험도 기다리고 있는 만큼 어떤 팀이 준우승 팀이 될지 관심이 쏠리는 상황입니다. 어떤 팀이 홍진호의 뒤를 이어 ‘콩라인’에 확고히 자리 잡을지 살펴보죠.




Q. 대망의 롤챔스 결승 무대에서 맞붙는 락스 타이거즈와 kt 롤스터의 대결에서 어떤 팀이 우승할 것 같은가요? 세트 스코어도 말해주세요.

내가 오랫동안 몸담아왔으니 kt 롤스터가 우승했으면 좋겠네요. 감독인 (이)지훈이 형이 가정이 있는 가장이니 잘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상대 팀이 2위를 자주 했고, 내가 kt에 소속돼 있지 않을 때 항상 잘하더라고요. 냉정하게 보더라도 kt 롤스터가 요즘 분위기가 좋죠. 세트 스코어에 '2'가 들어가면 팬들이 좋아할 수도 있겠지만, 애타지 않게 3:1로 승리하길 바라요(웃음).


Q. 본인이 없을 때 kt 롤스터가 우승한다고 말했는데, 특별한 징크스가 있나요?

예전 게이머 시절에 2등을 자주해서 '2인자'라는 별명이 있었잖아요. 그것까진 감수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kt에서 활동할 당시에 팀전으로 결승에 가면 항상 준우승하더라고요. 그래서 팬들이 "홍진호가 있어서 준우승하는 것이 아니냐"라는 말이 나와서 힘들어했던 기억나네요. 이런 말들을 믿지 않고 있었는데, 내가 군대에 가자마자 kt가 우승을 하는 거예요. 그게 첫 팀전 우승이라니까 군대에서 마음이 굉장히 씁쓸했죠. 말도 안 되는 소문이 당연히 맞는 것처럼 돼버렸으니까요.

제대하고 kt 롤스터에 복귀하자마자 팀이 또다시 결승에 올라와 있었어요. 당시 (이)영호가 팀에 있었는데, "형이 팀에 있어도 내가 우승하는 모습을 보여줄게"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든든했죠. 당시 영호는 최강이었으니까. 그런데 (김)택용이한테 패배하고 또 준우승하더라고요. 당시 영호가 라이벌 관계인 SK 텔레콤에게 패배하고 슬퍼하는 모습을 보니까 내가 미안할 정도였어요.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싶을 정도로...

이후, 반년 정도 지나고 내가 은퇴를 했어요. 그 시즌에 kt가 다시 한 번 결승에 진출해서 우승하더라고요. 이 모든 걸 종합해보니 내가 kt에서 나왔을 때만 우승하는 거예요. 징크스가 될 수밖에 없었죠. 개인적인 입장에서 굉장히 씁쓸하지만, kt 입장에서 지금은 내가 없으니까 충분히 우승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고 생각해요. 나 없이 마음껏 우승하라고 말하고 싶네요.




Q. 2014년에 이어 여름의 kt 롤스터가 우승에 도전하네요. 롤챔스에서 2회 우승을 차지한다면, 기분이 어떨 것 같나요?

'2회' 우승을 차지한다면...뭐라고 설명하기 애매하지만 좋을 것 같네요(웃음).


Q. 스타1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던 시절부터 오랫동안 이지훈 감독님과 함께 해왔어요. 결승을 앞둔 감독님에게 한마디 한다면?

스타크래프트와 관련된 경기라면 내가 많은 말을 해줄 수 있지만, 지훈이 형한테는 특별한 말이 필요 없을 것 같네요. 오래전부터 피파 프로게이머로서 활동해왔던 경험이 있기에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을 거예요. 그렇기에 지금까지 결승에 자주 올라갔겠죠.

내가 괜히 내 '양념'을 뿌렸다가 맛이 없어질 수도 있으니까(준우승의 기운이 나타날 수도) 말을 아끼는 게 지훈이 형 입장에서 좋을 것 같네요. kt 롤스터의 우승에 도움이 되고 싶어요. 그리고 예전부터 지훈이 형이랑 특정 커뮤니티에서 함께 활동하던 사이트가 있죠. 지훈이 형이 장난으로 나를 많이 놀리더라고요. 내가 무슨 말을 하면 또다시 커뮤니티에 올라갈 것이기 때문에 최대한 말을 자제하려고요(웃음).


Q. 준우승을 세 번한 락스 타이거즈가 다시 한 번 우승에 도전합니다. 간절히 우승을 원하는 락스 타이거즈에게 한마디 해준다면?

나는 스타1 시절에 개인전에서 연속 4회 준우승을 기록한 적이 있고, 그게 최다 기록이라고 하더라고요. 정말 짜증나고 '도대체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기는지'라고 생각하게 되죠.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 추억이 된다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3회 준우승이 어떤 팀도 이뤄내기 힘든 일이에요. 그런 업적을 쌓아 올린 최초의 팀이고, 나중에 이런 팀이 있었다며 회자될 수 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죠. 결승에 올라온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잘했다고 말해주고 싶네요.


Q. 콩두 몬스터가 챌린저스에서 우승하고 롤챔스 승강전을 앞두고 있어요. '콩두'라는 이름이 있어서 팀에 대한 애정이 남다를 것 같아요.

처음 롤챔스에서 활동하던 시기에 부진했다고 들었어요. '콩두'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으므로 잘 되길 바라는 팀이죠. 지금 승강전을 앞두고 있는데, 롤챔스에 올라가서 잘했으면 좋겠네요. 현재는 콩두 컴퍼니의 경영자가 아니라 도움을 준 적이 없어서 잘 해야 한다고 부담을 줄 수는 없어요. 그래도 지금과 같은 '살얼음 판'에서 벗어나 롤챔스에 올라가서 최고의 팀들과 멋지게 싸우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네요.



사진 : 남기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