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 넘버링의 귀환은 어쩌면 마이크로소프트가 에픽의 '기어즈 오브 워'의 IP를 살 때부터 정해진 일인지 모르겠다. XBOX의 부흥을 위해서라도 WINDOWS10 스토어를 위해서라도 마이크로소프트는 '기어즈 오브 워4'를 반드시 성공 시켜야만 한다. 그들이 밝힌 기조는 '1편으로의 회귀'.

게임스컴에서 체험할 수 있던 버전은 댐을 향해 가는 도중 쏟아지는 벼락을 피해 탑에 들어갔다가 탑이 파괴되는 컷신까지다. 대략 20여 분 정도의 체험 시간이며 체험기기는 PC였다.


존재 의미? 전! 기! 톱! 부아아아앙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외형인 그래픽. 그래픽은 2015 E3 콘퍼런스에서 공개된 것과 비슷하다. 배경과 캐릭터 그래픽은 잘 어울려져 있다. 개인적으로 외계 생명체의 알 주머니같이 생긴 물체가 인상 깊었다. 반투명 막 겉에 흐르는 실핏줄과 막이 맥동하는 모습이 너무나 자연스럽다. 톱으로 잘랐을 때 튀는 수액과 피도 인상적. 주인공 캐릭터와 벽에 튀는 그 순간도 매우 자연스러웠다.

게임 분위기 자체는 전작이라고 표현해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기어즈 오브 워: 저지먼트' 보다 조금 어두워졌다. 무기는 전작과 같은 랜서를 비롯해 그레네이드, 샷건을 기본적으로 장비하고 나온다. O 키를 누르면 랜서 밑에 붙은 톱이 아주 강렬하게 돌아간다. 진동이 아주 끝내준다.

난 '기어즈 오브 워'의 남자다움을 완성하는 방점이 톱이라고 생각한다. 한 방 맞으면 훅 갈 것 같은 녀석들 사이에서 엄폐하고 있다가 갑자기 튀어나와 전기톱으로 긁는 쾌감은 해 본 사람만이 안다. 엄폐물 뒤에 숨어있는 적군의 뒷덜미를 붙잡고 꺼내서 톱으로 긁을 때의 느낌이란!

▲랜서 기관총의 톱은 정말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기어즈 오브 워1'이 그랬듯 '기어즈 오브 워4'도 대단한 수준의 역동적인 연출을 보여준다. 역동적인 연출은 호쾌함과 절묘함이 어우러져 게임에 몰입하게 만든다. 억지 컷신으로 만들어가는 연출이 아니라 실제 플레이에서 묻어나는 연출이다.

시리즈 고유의 육중한 느낌이라고 표현하면 좋을 것 같다. 1편으로의 회귀를 목표로 한 작품답게 1편에서 호평받은 요소들을 살리려 노력한 모습이다. 중량감 넘치는 액션, 육중한 움직임이 시종일관 이어진다. 전작에 비해 어두워진 분위기도 호감을 살만한 요소다.

다만, '기어즈 오브 워4'의 근접 공격 연출진은 몇 가지로 한정되어 있는 것 같다. 시연 버전이기 때문에 확실히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몇 개의 모션이 반복된다. 쾌감의 극치에 도달한 다음에는 그냥 기계적인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다. 극한에 달했다가 '또야?'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현자 타임이 찾아온다. 평온해지고 엄폐물 뒤에만 있고 싶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전기톱의 타격감은 참 괜찮다.

참 AI도 상당히 발전했다. 이젠 그 좁은 전장에서 엄호하며 우회해 들어오는 모습도 보여준다. 자칫 잘못하면 요단강 익스프레스를 타고난 후 동료를 향해 손을 아둥버둥 거리는 자신을 볼 수 있다. 동료들 역시 똑똑해서 내가 누워있으면 바로 달려와서 소생시켜주고 미친척하고 전기톱을 돌리면서 뛰어들어가면 엄호를 해준다.

그래픽 드랍은 신경 쓸 만큼 많이 일어났다. 옆에 서있는 스태프에게 물어보니 980인지 1080인지 잘 모르는 것 같은 눈치였다. 특히 샷건을 사용하여 파편이 튀길 때 일어나곤 했다. 어쨌든 출시까지는 시간이 조금 남았으니 고쳐지리라 생각한다.


네 번째도 역시 그래픽 ∘ 엄폐 ∘ 고어한 파괴

그래픽은 더 설명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기어즈 오브 워 시리즈'를 대표하는 중요 요소다. 에픽게임즈와 언리얼 엔진의 지금이 있게 한 작품이니까. 이런 시리즈의 신작이면서 마이크로소프트가 IP까지 인수해서 절치부심한 작품이다.

'기어스 오브 워4'는 시리즈 특유의 엄폐 시스템과 로디 런이 건재하다. 기존작들에서 보인 엄폐 기능은 매우 간단하면서도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는 형태였고 이는 신작도 마찬가지다.

요즘에야 '디비전' 같은 3인칭 슈팅게임뿐만 아니라 '툼레이더', '언차티드' 같은 어드벤처 중심의 게임도 많이 사용하는 방식이라 크게 다른 점은 느끼기 힘들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기어즈 오브 워'의 느낌만은 확실하다는 점이다. 육중한데 민첩하다. 꽉 찼는데 무겁지 않다는 이상한 말로 밖에 표현하지 못하겠다. 엄폐는 '기어즈 오브 워' 전투의 기본이기 때문에 상당히 자주 접하게 되는 사항이다. 전혀 불편함 없이 직관적이다.


'기어즈 오브 워' 시리즈의 핵심은 파괴다. 앞서 입이 닳도록 칭찬한 전기톱을 비롯해 총을 쏠 때 손맛이 가장 짜릿한 슈팅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슈팅을 한 후에 연결되는 상남자스러운 각종 모션들은 이를 배가 시킨다. '데빌 메이 크라이'의 단테가 화려한 움직임으로 스타일을 완성했다면 '기어즈 오브 워'는 육중함으로 스타일을 완성했다. 둘 다 '엄청나게' 스타일리시 하다는 이야기다.

고어한 효과는 시리즈 중 역대급이 아닐까 싶다. 적을 철저히 파괴했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갈아버리고 찢어버리고 날려버리고 뜯어버리고... 이러한 행위는 단순히 적을 쓰러트린다는 느낌에서 더 나아가 완벽하게 굴복 시켰다는 느낌을 주기 충분하다. 수많은 FPS와 TPS에서 타격감을 내세웠지만 아직까지 '랜서 기관총'을 대신할 손 맛은 못 본 것 같다.

'기어즈 오브 워'를 높게 평가하는 건 피의 향연을 내세우는 스타일과 스토리 연출을 강조하는 스타일 사이의 절충점에 서있기 때문이다. 색을 뺀듯한 색감, 피와 살이 사방 천지로 튀는 고어함, 어디서 뭐가 나올지 모르는 공포감만 봤을 때는 영락없는 퓨어 슈팅게임이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성격이 확실한 캐릭터를 내세워 감성을 자극하는 스토리 구성을 그 위에 입힌다. 아주 간단한 스토리지만 매력 있다. 시연 버전에서도 댐으로 가는 그 짧은 순간에서도 계속 이야기가 나오고 컷신이 있었다.

사실 스토리는 시연 버전만 해봤기 때문에 잘 모른다. 하지만 믿는다. 정식 넘버링이기 때문에. 혹시 모르지 않나. 이번에도 상남자들의 눈물을 쏙 뺄지. 하지만 상남자들은 땀이라고 우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