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적인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방한 (출처 : JBC 블로그)

세계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종목인 축구는 비시즌 기간 많은 친선 경기가 열린다. 최고 인기를 구가하는 축구 클럽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친선 경기를 치르기도 한다. 한국에도 세계적인 축구 클럽이 방한한 적 있다. 2007년, 2009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2010년 F.C 바르셀로나가 초대를 받아 F.C 서울과 친선 경기를 치렀다.

해외 축구 클럽의 방한이 갖는 경제적 파급력은 대단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두 차례 방한 당시, 약 6만 5천 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고 모두 매진됐다. 경기장 1등급 티켓이 10만 원, 2등급 티켓이 8만 원인 것을 고려해 계산하면 최소 약 60억 원의 이익이 발생했다. 이들이 경기장 주변 상권에 사용할 돈까지 포함한다면 더 많은 부대 이익이 생긴다.

친선 경기는 경제적 파급력 외에도 여러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먼저, 축구 자체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다. 새 시즌을 앞두고 관중들의 관심을 끌어올리는 붐업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선수들의 경기 감각을 되살리는 데도 도움이 된다. 팀 리빌딩을 시도한 축구단은 정규 시즌을 앞두고 선수들의 경기력을 점검할 수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도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어 친선 경기가 충분히 가능한 e스포츠 종목이다. 지역팀들간 경기에 관심이 많다는 것은 롤드컵, MSI, IEM 등 다양한 국제 대회를 통해 증명됐다. 지난 2014년 서울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는 4만 명의 유료 관중이 모이기도 했다.

친선 경기의 도입은 세계적으로 인기를 구가하는 팀뿐만 아니라 롤드컵 진출을 목표로 하는 팀에게도 도움이 된다. 경제적 이익만이 아니다. 비시즌 동안 떨어진 경기 감각을 살릴 기회가 된다. 하기 시즌에는 롤드컵, 올스타 등 굵직한 대회만이 있다. 참가하지 못하는 팀은 8월부터 다음 해 1월까지 기약 없는 휴식을 취해야 한다. 비시즌 기간에 치러질 친선 경기는 선수들의 목표의식을 고취할 수 있다.

친선 경기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있었다. 지난해에는 GE 타이거즈(현 락스 타이거즈)가 한 중국팀과 친선전 매치를 시도하다 불발됐다. 한국과 중국의 이벤트 매치 시도는 해마다 있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라이엇 관계자는 올해도 한, 중 친선 경기를 제시한 기업이 세 곳 이상 된다고 말했다.

▲ SKT T1의 중국 팬미팅 현장 (출처 : 롱주tv)

한국 SKT T1의 단장을 맡은 송종호 사무국장은 친선 경기에 대해 "스포츠 팬이라면 누구나 세계적으로 실력 있는 팀 혹은 선수의 경기를 보고 싶은 욕구가 있다. 친선 경기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세계적 인기를 가속할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다. 또한, 이런 이벤트 매치는 게임단/협회 차원의 마케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중국 LPL 리그 연출을 담당하고 있는 원석중PD는 친선 경기 도입에 대해 "스프링, 섬머 시즌과 MSI, 롤드컵, 올스타전 등 스케줄을 조율해야 하는 이슈로 쉽지 않은 일이다. 다만, 이런 점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지속적이고 정기적인 교류전은 팀에게도 팬에게도 새로운 재미를 줄 수 있는 콘텐츠가 될 것이다"고 전했다.

H2K의 오너 리차드는 "세계적인 친선 경기의 활성화는 지역 간 매치업이 보다 더 많은 흥미를 유발할 것이다. 이는 마케팅뿐만 아니라 팬들의 욕구도 충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C9의 오너 잭 에티네, 브라질 INTS의 헤드 코치 알렉산더 하이벨도 이 같은 생각에 동의했다.

▲ (출처 : OGN 방송화면 캡쳐)

대회를 주관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라이엇은 친선 경기 및 각종 이벤트 매치에 대해 다소 폐쇄적인 운영을 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롤드컵, MSI, 올스타전, IEM 대회를 제외하곤 지역 간 친선 경기 혹은 이벤트 매치가 이뤄진 적은 없다. 북미, 유럽 지역 모두 마찬가지다. 중국지역만이 유일하게 국내 게임단 간의 친선 경기가 허용되어 있다. 하지만 중국 지역도 타 지역과의 이벤트 매치를 성사시키진 못했다.

라이엇은 e스포츠 프로팀 간의 친선전 경기 및 이벤트 매치를 금지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대회를 치르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 조건을 부합해야 한다고 전했다.

첫째, 프로선수에게 호혜적인가

두 번째, 국내외 공식 경기(프로 리그, MSI, World Championship, All Star Event 등)와 충돌되는 부분이 없는가

세 번째, 프로팀이 최고의 모습을 선보이고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충실한 기획과 대회 조건 등을 갖췄는가

위에 대한 라이엇의 입장은 다음과 같다.


1. 프로팀 및 프로선수에게 호혜적인가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가 현재 수준까지 성장하는 데 있어 프로팀과 선수들의 헌신과 노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LoL e스포츠의 필수불가결한 존재인 프로팀과 선수의 가치가 어떤 상황에서도 존중되어야 한다. 어느 누군가의 상업적인 목적을 위해, 프로팀 및 선수들이(계약에 명시되지 않는 행사에 한해) 의사에 반하는 무리한 일정으로 동원되거나 그 위상이 훼손되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2. 국내외 공식 경기(프로 리그, MSI, World Championship, All Star Event 등)와 충돌되는 부분이 없는가

LoL 프로 e스포츠는 연중 내내 국내외 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정규 리그 외에 스프링과 서머 시즌 사이 MSI, 롤드컵, 올스타전 등 각기 다른 성격을 가진 대회가 연중에 걸쳐 배치되어 있다. 프로팀과 선수의 우선순위 첫 번째는 바로 자신이 속한 정규 리그 성적이다. LCK 프로팀과 선수들은 리그 구성원이자 주체로서 정규 리그는 물론 공식 대회에서 최상의 경기력을 선보일 의무가 있다.

또한, 공식 대회 위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벤트성 경기는 지양하고 있다. LoL e스포츠 국제대회인 MSI와 롤드컵은 각각 ‘스프링 최강 지역을 가리는 대회’, ‘세계 최강 LoL 클럽을 가리는 대회’로 인식된다. 이벤트성 경기가 이 같은 고유의 성격을 손상하고 결과적으로 해당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팀의 위상에 해를 입힐 가능성이 있다면, 이는 팬, 선수, 팀 관계자, 리그 운영진 그 누구에게도 좋은 이벤트라고 볼 수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SK텔레콤 T1팀 이번 MSI 우승 직후 열린 중국 LPL 프로팀과의 초청전에서 패하거나 지난 롤드컵 우승 직후 오프 시즌 중에 다른 어느 팀에게 패한다고 가정해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해당 대회의 타이틀은 다음에 열리는 같은 대회를 통해서만 지키거나 빼앗을 수 있어야 한다. 이벤트성 경기로 인해 선수들의 업적이 폄하돼서는 안된다.


3. 프로팀이 최고의 모습을 선보이고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충실한 기획과 대회 조건 등을 갖췄는가

이벤트 경기가 프로팀 및 선수들에게도 호혜적이기 위해서는 팀과 선수의 위상과 가치에 상응하는 수준의 경기 기획과 운영이 수반되어야 한다. 초창기에 있었던 이벤트성 경기에서는 주최측이 선수들이 도저히 경기에 집중할 수 없는 수준 이하의 환경을 제공하거나 상금 지급과 같은 사전 계약 내용을 이행하지 않은 사례가 발생한 적이 있다.



라이엇의 답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싶다.

첫 번째, 프로팀 및 프로선수에게 호혜적인지 판단하는 것은 주관사인 라이엇의 몫이기 보단 프로팀과 선수에게 직접 맡겨야하는 부분이다. 라이엇은 여러 이벤트 매체 제안 중 괜찮은 것을 골라 선수단에게 의중을 묻는다고 말했다. 1차적인 판단 역시 프로팀과 선수가 해야하지 않을까? kt 롤스터의 이지훈 감독은 "라이엇은 때로는 프로게임단과 선수가 라이엇의 소속인 듯 행동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 국내외 공식 경기와 충돌되는 부분이 없어야 한다는 조건에 대해서는 SKT T1의 송종호 사무국장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축구를 예로 들어, FIFA가 월드컵을 주관하고, 지역별 협회가 EURO, 코파 아메리카 등의 대회를 주관하고 있다. 각종 대회는 축구의 인기를 더욱 확산하고 공고히 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제아무리 EURO 대회가 인기가 있어도, FIFA가 주관하는 월드컵의 명성과 권위를 쫓아가기에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라이엇이 MSI, 롤드컵, 올스타전을 주관하고 지역별 교류는 각 지역에 맡기는 것이 리그 오브 레전드의 인기를 더욱 가속할 것이다. 지역 간 교류전이 라이엇 주관대회의 권위나 명성을 뛰어넘지 못하도록 상금이나 대회 규모 등을 적절히 통제하고 관리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챔피언의 위상과 관련한 라이엇의 염려도 기우인듯 하다. 지난 KeSPA 컵, 당시 2부 리그 챌린저스 소속이던 ESC Ever는 당해 롤드컵 우승팀인 SKT T1을 상대로 승리하고 결승에 올랐다. 언더독의 반란으로 KeSPA컵은 더할 나위없는 흥행에 성공했다. SKT T1의 롤드컵 우승은 빛을 바랬을까? 그렇지 않다. 세계 최강 SKT T1에 대한 평가와 업적은 계속 인정받았다.

세 번째, 프로팀이 걸맞는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충실한 기획과 대회 조건이 있어야한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다만, 충실한 기획과 대회 조건에 대한 기준이 라이엇의 주관적인 판단인 점은 아쉽다. 라이엇은 리그 오브 레전드의 IP를 소유한 주관 운영사이기에 판단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각 지역 리그가 운영될만큼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면, 객관적인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여 지역마다 다른 기준으로 운영되는 것을 막아야한다.

예로 들어, 중국 리그는 국내 게임단간의 이벤트 매치가 수 차례 있어왔다. 특히, 중국 내 최대 게임쇼인 차이나조이에는 텐센트, 도유tv, 잔치tv 등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와 직, 간접적인 관계를 가진 회사들이 경쟁적으로 게임단들의 이벤트 매치를 개최해왔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에 대해 묻자 라이엇은 "라이엇 중국 지사의 주관적인 판단에는 이벤트 매치가 조건에 부합된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국내 프로게임단을 포함한 업계 관계자들은 라이엇이 MSI, 롤드컵, 올스타전 등 자사가 주관하는 대회를 제외한 그 어떤 이벤트 경기도 불허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라이엇은 조건만 부합한다면 언제든 이벤트 매치가 성사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주제를 두고 라이엇과 업계 관계자 사이 온도차가 존재한다. 빠른 시일 내에 해결되어야 할 부분이다.

처음 발자국을 남기는 사람의 어깨는 무겁다. 라이엇은 리그 오브 레전드를 통해 e스포츠를 글로벌 콘텐츠로 키워냈다. 아직 누구도 걸어보지 않은 길이다. 항상 일관되고 바른 길을 가는 모습만 보이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해내야 한다.

라이엇이 고뇌하는 문제는 e스포츠 업계가 함께 고민해야할 문제기도 하다. 라이엇이 게임 IP 및 경기 운영을 주관할 권한을 어떻게 사용하는 지는 후발 e스포츠 종목들에게 이정표로 남는다. 글로벌 e스포츠의 큰 기둥이 된 라이엇. 친선 경기와 관련된 정책과 관련해 업계 사람들의 귀를 기울이고 좀 더 넓은 포용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