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예고 없이 불어온 '포켓몬 GO' 열풍에 전국은 뜨겁게 들썩였다. 이전부터 새로운 게임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사람은 물론, 게임에 대한 별다른 지식이 없는 사람들까지 모두 주목할 정도로, '포켓몬 GO'라는 게임이 가져온 사회적 파장은 거대했다.

이처럼 하나의 게임에 광적으로 열중하는 현상은 비단 '포켓몬 GO'에만 한정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자신이 벌어들이는 급여 대부분을 좋아하는 캐릭터, 혹은 고급 장비를 얻기 위해 투자하는 '헤비 유저'가 존재하고, 남들보다 더 강해지기 위해 사흘 밤낮을 지새우는 것도 마다하지 않을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사람들은 왜 이처럼 게임에 열중하고, 빠져드는 것일까? 단순히 '재미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할 수 있는 이 질문에 세덱(CEDEC) 강연장에서 만난 한 강연자는 '행동 경제학'을 통한 색다른 해석을 제시했다.

▲ ADK 하시모토 유키카츠 플래닝 디렉터

주식회사 ADK의 하시모토 유키카츠(橋本 之克) 디렉터는 '사람이 게임에 빠지는 심리'를 행동경제학과 소셜게임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강연에 앞서 사람이 하루 동안 눈을 깜박이는 횟수가 2만 8천 800번이라면, 판단을 하는 횟수는 3만 5천 번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사람의 판단이라는 것은 모순이 없을 수 없으며, 인간은 결국 바른 판단만을 할 수 없고, 불합리한 판단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행동경제학에서 봤을 때 '불합리한 존재'인 사람이 효율적인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존재하는 모든 상품을 한자리에 전부 모아놓고 그중에서 가장 좋은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이러한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은 손에 들어오는 범위에서 선택을 하게 되고, 이것은 결국 리스크를 동반한 불합리한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인간의 심리는 타겟이 게임에 빠지게 하는 것이 목표인 소셜게임에 그대로 적용된다. 소셜게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레어 아이템과 뽑기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남들보다 더 강해지고 싶다는 마음, 조금만 더하면 모든 아이템을 전부 모을 수 있다는 생각, 다음번에는 꼭 원하는 아이템이 나올 것이라는 생각 등을 이용한 '프레이밍 효과 (Framing effect)'로 해석할 수 있다.

'프레이밍 효과'란 인간이 경험을 바탕으로 인식의 틀을 형성하고, 이러한 틀에 따라서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을 달리한다는 것으로, 이때 긍정적인 틀을 갖느냐, 부정적인 틀을 갖느냐에 따라 의사결정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쉽게 이해하려면 '조삼모사'를 떠올리면 된다.


대입할 수 있는 또 다른 행동경제학 요소로는 시간이나 돈, 노력 등 과거에 잃어버린 것들을 떠올리는 것이 이후의 행동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매몰비용(Sunk cost)효과'가 있다. 유저는 더는 되돌릴 수 없는 매몰비용을 통해 '더 강해져야겠다' 혹은, '꼭 모든 아이템을 다 모아야지', '다음번에는 꼭 원하는 것이 나올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며 게임을 쉽게 포기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효과의 무서운 점은 선택하지 않았을 때의 기회비용을 떠올리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내가 만약 게임을 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만약 거기에 돈을 쓰지 않았으면'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 유저는 더욱 게임을 그만두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게임에 빠지고, 쉽게 그만두지 못하는 두 번째 이유로는 유저 스스로가 '점점 잘하게 된다', '자신에게 맞는 게임'이라고 느끼게 되는 점에 있다. 이것은 행동경제학의 '프로스펙트 이론(Prospect Theory)'에 의한 '보유 효과'로 설명할 수 있다. '프로스펙트 이론'이란, 이득보다 손해에 더 민감하고, 이득과 손해는 준거점을 기준으로 평가되며 이득과 손해 모두 체감적인 관계를 갖는다는 것으로 간단하게 말해 같은 양의 이득과 손실이 있을 때, 사람은 손해에 더 큰 슬픔을 느낀다는 것이다.

▲ 이득과 손해에 따른 인간의 '기쁨'과 '슬픔' 변화를 나타낸 그래프

여기서 위에서 언급한 심리현상인 '보유효과'가 등장한다. 사람은 어떤 것을 소유하고 있을 때 그것을 갖고 있지 않을 때보다 그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소유하고 있는 물건을 내놓는 것을 손실로 여기게 되는데, 게임 속 자신의 기술이 높아지거나 직접 획득한 캐릭터, 혹은 팀을 보유하는 것 자체만으로 가치를 느낀다는 것이다. 이러한 '보유효과'는 유저가 게임을 놓지 못하게 만들고, 더더욱 게임에 빠져들게 한다.

끝으로 사람이 게임에 빠지게 되는 세 번째 이유는 '동조효과'에 있다. '내 친구도 이 게임을 하고 있다' 라던지, '늦은 시간까지 계속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는 유저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게임을 하고 있다'라는 등의 이유들에 유저 스스로가 '동조'함으로써, 게임을 그만두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그는 위에서 살펴본 행동경제학의 요소 하나하나를 전세계 1억 3천만 명의 유저가 다운로드한 나이언틱의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 GO'에 대입해서 설명했다.

포켓몬 GO를 즐기는 유저들이 흔히 생각하는 '레어 포켓몬이 갖고 싶다', '포켓몬 도감을 전부 완성시키고 싶다', '더 걸어가면 희귀한 포켓몬이 나올지도 모른다'라는 생각들은 '매몰비용'을 대입해볼 수 있으며, 힘들게 얻은 자신의 포켓몬을 귀엽다고 느끼고 도감을 채워나가는 것에선 '보유효과'를 대입할 수 있다. 또한, 자신의 주변에서 플레이하는 사람들이 있고, 세계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하나의 게임을 함께 즐긴다는 점에서는 '동조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물론, '포켓몬 GO'에 빠져들게 하는 또 다른 행동경제학 요소도 존재한다. 바로 볼을 던져서 몬스터를 수집하는 것에 대한 모티브인데, 여기엔 '이용가능성 휴리스틱스(heuristics)'를 대입할 수 있다.

'이용 가능성 휴리스틱스'란 의사 결정 시 자신의 기억을 토대로 판단하게 되는 것으로, 볼을 던져서 몬스터를 잡는 행동을 통해 어렸을 적 자주 할 수 있었던 '곤충 채집'의 경험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어린아이라면 곤충 채집을 할 때 느낄 수 있는 즐거운 기억을, 어른이라면 어렸을 적의 추억을 떠올리는 것으로 더욱 즐거운 경험이 가능해진다.


끝으로, 그는 지금부터의 게임 디자인에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의 심리를 공략하는 무기'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빠져들게 하는 게임'을 만들기 위한 이러한 무기를 잘 사용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심리, 비즈니스 운영 계획, 사회공헌을 함께 어우르는 '윈윈(WIN-WIN)'의 구조를 먼저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