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4일(수) 오후 4시, 로스트아크의 1차 CBT가 시작되는 시간이었다. 게임 설치는 진작에 완료해둔 상태로 이 시간이 되기만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드디어 약속했던 시간이 다가왔다. 서버 오픈이 늦어지진 않을지, 접속자 폭주로 긴급 점검이 있지는 않을까하는 혹시 모를 불안감은 기우였다. 깔끔하게 접속이 되어 바로 캐릭터 생성이 가능했다.

하지만 접속하자마자 커다란 벽에 막혀버렸다. 여느 RPG가 그렇듯이 캐릭터 선택 혹은 직업 선택이라는 관문이다. 사실 미리 알아뒀던 정보로 바드를 선택하려 굳게 다짐했었지만, 바드는 바로 생성이 불가능한 히든 직업이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0분간의 고민 끝에 거너를 선택했다. 원거리에서 공격하는 직업이라 맞지 않고 싸울 수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바로 이어진 것은 다양한 형태의 얼굴과 머리, 장식으로 이루어진 커스터마이징 화면이었다. 여성 캐릭터를 만들 때는 1시간 넘게 걸리는 것이 일상이었지만, 남성 캐릭터를 만들 때는 1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캐릭터를 생성하고 보니 올백 머리에 선글라스, 흉터가 조합된 강한척하는 느끼한 남성 캐릭터가 생성되어 있었다.

▲ 1분 만에 만들어진 거너 캐릭터, 강한척하는 느끼함이 매력이다


프롤로그가 시작되고 기본적인 이동법과 공격법부터 익히게 됐다. 키보드로 이동하는 게임을 주로 플레이했었기에 초반에는 마우스로만 이동이 가능한 방식이 잘 적응되지 않았다. 특히 우클릭으로 이동하고 좌클릭으로 공격하는 부분은 자꾸 키를 반대로 누르는 등 입력 실수가 잦았다. 하지만 스킬을 하나둘씩 배우고 나니 일반 공격을 거의 사용하지 않게 되면서 키를 잘못 입력하는 실수는 점점 사라지게 됐다.

프롤로그를 진행하면서 느낀 것은 연출이 굉장히 화려하다는 것이었다. 캐릭터의 이동에 따라 맵 구조가 실시간으로 변경되었으며 일부 구간에서는 특수한 방법으로 이동하거나, 장애물을 부수고 이동하는 것이 가능했다. 또한 도중도중의 이벤트 영상이 현재 상황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화려한 연출과 타격 효과에 만족하며 길을 찾아가길 수차례, 경직이 먹히지 않는 몬스터와 조우하게 됐다. 무빙을 이용해 적의 공격을 피해 가면서 공격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하지만 공격과 회피가 마음대로 되지는 않았다. 사용 중인 스킬을 캔슬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스킬은 시전시간이 길어서 공격이 오는 것을 보고도 피하지 못하는 상황이 자주 연출됐다.

▲ 각종 장애물들이 공격에 부서지거나

▲ 지나온 길이 사라지는 등 상당한 연출을 선보였다


다만 익숙해지고 나니 오히려 이 부분이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해줬다. 적의 틈을 찾아내어 필요한만큼의 스킬을 사용하고 빠지는 긴장감이 조성된 것이다. 특히 추후에 회피 스킬을 습득한 뒤에는 적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더욱 과감한 콤보도 사용할 수 있었다.

스스로 화려한 컨트롤이었다고 자부하며 최종보스로 보이는 적을 처치했다. 그리고 드디어 도시에 진입해 다른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하지만 뭔가 조금 이상했다. 주변에는 모두 거너밖에 없었던 것이다. 주변에 물어보니 퀘스트를 더 진행해서 전직을 마쳐야만 다른 직업들을 만날 수 있는 도시로 이동된다고 했다. 사실상 프롤로그는 이제 시작이었다.

▲ 이때까지만 해도 프롤로그가 끝난 줄 알았지만...


사람이 많아 퀘스트 몬스터를 뺏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잠시, 몬스터가 죽기전에 단 한 대만 쳐도 퀘스트가 카운팅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퀘스트와는 달리 경험치 습득은 해당 몬스터에게 입힌 대미지의 비율로 결정되는 방식이며 아이템은 개별적으로 드랍되었다. 즉 스틸의 개념을 대부분 막은 것이다.

스틸 걱정이 없어지니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과 무리를 이뤄 함께 사냥하게 됐다. 다수의 사람이 모여서 몬스터를 빠르게 사냥하는 방식은 기존과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무난하게 퀘스트를 클리어하며 레벨을 올리던 도중 특이한 퀘스트를 하나 받게 됐다. 특정 인물을 추적하는 퀘스트였는데, 마치 영화를 찍듯이 건물의 지붕 사이사이를 뛰어다니면서 추적하는 방식이었다. 특히 장애물을 부셔서 길을 뚫고 적의 이동을 방해하는 등 참신한 방법이 엿보였다. 퀘스트 도중에 선택지를 두어 본인의 선택에 따라 퀘스트의 내용이 달라지는 방식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 건물 사이사이를 이동해가면서 적을 추적하는 방식은 상당히 신선했다

▲ 퀘스트 도중 본인의 선택에 따라 퀘스트 내용이 달라지기도 한다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 프롤로그 퀘스트도 막바지에 온 상황. 생각보다 높은 보스 난이도에 물약까지 상당수 사용해가며 간신히 클리어에 성공했다. 드디어 전직의 때가 온 것이다.

전직을 한 번 선택하면 다시 돌이키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신중이 선택해야만 했다. 다행히 전직 직전 '체험 모드'가 존재해 데빌헌터와 블래스터 두 직업의 스킬들을 미리 사용해보는 것이 가능했다. 데빌헌터는 3가지 무기를 스위칭해가면서 스타일리쉬한 전투를 벌이는 스타일이었으며, 블래스터는 중화기를 이용한 전투를 펼치는데 공격 속도는 느리지만 넓은 범위에 강력한 공격이 가능했다.

▲ 스타일리쉬하고 빠른 공격의 데빌헌터와

▲ 중화기를 이용한 묵직한 공격의 블래스터를 미리 체험해볼 수 있다


많은 고민 끝에 블래스터를 선택했다. 중화기를 이용한 광역 딜링 보다는 원거리 캐릭터 중에서는 방어력이 가장 높다는 것이 매력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윽고 도착하게 된 새로운 도시 '루나패스'. 지금까지가 체험판이었다면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최고의 블래스터 장인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삼고 루나패스에 의미있는 첫 족적을 남겼다.

비록 바드를 선택하지 못해서 시작하게 된 거너였지만, 프롤로그를 지나 전직까지 마치고 나니 느끼한 얼굴에도 애정이 조금씩 생기는 느낌이다. 적의 공격을 정면에서 버텨내며 각종 중화기를 다루는 직업. 멋지지 않은가? 물론 본래의 목적인 바드를 버린 것은 아니다. 괜찮다. 둘 다 키우면 되니까.

☞ [영상] 트레일러 수준의 완성도 보여줄까? 로스트아크, 직접 체험해봤습니다 ◀ 바로가기

▲ 블래스터로 전직 완료!

▲ 바드님 기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