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 콘텐츠 기획 및 기술, 게임 디자인, 사운드, 비즈니스 분야의 전문가들이 무대에 올라 강연을 진행하는 'CEDEC2016(이하 세덱)' 행사에서는 게임 개발과 관련된 전문 지식을 공유하는 형태의 강연 이외에도 게임 업계에 종사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자리가 함께 마련됐습니다.

그중 세덱 행사의 첫째 날인 24일(수)에는 현재 일본 게임 업계에서 근무하고 있는 외국인 크리에이터 4인을 초빙, 일본의 게임 개발 환경에 대해서 들을 수 있는 패널 토론도 진행됐는데요. 다양한 국가에서 온 외국인들이 한자리에 모인 만큼, 다양한 시선에서 일본 게임 산업의 실제 모습에 대해 들어볼 수 있었던 이 날의 토론을 정리해봤습니다.



Q. 일본의 게임 산업은 비교적 '닫혀있다'는 느낌이 강한데, 그러한 일본의 게임 업계에서 '외국인' 종사자의 한사람으로서 특별히 느낀 점이 있다면?

▲ 워게이밍 재팬 '코쵸르 오잔' 퍼블리싱 담당

코쵸르 오잔(이하 '오잔') : 회사의 방침에 따라 다른 부분이겠지만, 확실히 최근의 일본 게임 업계는 세계를 바라보기보단 일본 내수 시장에 맞춘 디자인으로 먼저 개발하기 때문에 외국인 종사자의 가치는 기존보다 많이 낮아진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보다 해외 진출을 고려하거나, 국제적인 회사라면 외국인 개발자도 다양한 방면에서 일할 수 있습니다.

헨살리 기욤(이하 '기욤'): 일본에서 개발하고 있는 게임들은 갈수록 더욱 '코어화'되고 있습니다. 10년 전에는 해외 개발자의 발상을 얻어 신선한 의견을 얻고 싶어 하는 회사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하나의 게임을 만든다고 해도 어떤 '틀'이 굳어져 버렸다고 생각합니다. 이 '틀'에서 벗어나면 프로모션도 힘들고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게 되죠. 외국인 개발자가 진입하기에 일본 게임 시장은 더욱 힘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 Wizcorp '헨살리 기옴' 대표


Q. 일본의 게임이 90년대, 2000년대에 비해 '확립'됐다는 느낌을 받습니까?

기욤: 그렇습니다. 이전에는 일본이라는 시장 자체가 그렇게 넓은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해외 시장을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게임이 많았죠. 이때 찬스를 잘 잡고 해외에까지 이름을 떨친 회사가 세가, 닌텐도와 같은 회사입니다.

또한, 처음에는 '직업'으로서 게임을 만드는 것이 아닌, '아티스트'의 한사람으로 게임을 만드는 사람이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 게임을 개발하는 사람들은 어린 시절에 게임을 즐기고, 그러한 기억을 가지고 게임 개발을 하게 된 사람들이 많죠. 게임에 대한 개념이 확실히 세워져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창조성을 살리기보다 정해져 있는 것을 실행하는 패턴이 강해졌다고 봅니다.

제임스 랙(이하 '랙'): 90년대의 이전의 일본 게임 업계는 '장인'의 문화가 강했다고 생각합니다. 적은 인원으로도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에서 파급력있는 작품을 만들어냈고, 이러한 컨텐츠는 해외로 쉽게 퍼져나갔습니다. 최근에는 당시에 비해 이러한 영향력을 가진 컨텐츠가 많이 줄었고, 이러한 원인 때문에 일본 내부에서 통용되는 모바일 소셜게임이 계속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윌리엄슨 제임스(이하 '제임스'): 가장 먼저 일본에 '드래곤퀘스트'가 나왔을 때, 당시에는 어떤 특별한 IP가 존재하지 않는 상태였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새로운 IP를 창조하는 것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인기 IP라는 것이 굳어져서 새롭게 개발하는 것들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집객하기 편한 기존의 IP를 사용하는 것이 정설이 됐죠.

▲ 주식회사 데지카 '제임스 랙' 프로덕트 매니저

▲ 주식회사 아카츠키 '윌리엄슨 제임스' 3D디렉터


Q. 최근에는 '현재의 일본 게임에 과거와 같은 명성은 없다'라는 말을 하는 사람도 생겨났는데, 해외의 시선에서 봤을 때 현재 일본의 게임 시장은 어떤지 듣고 싶습니다.

오잔 : 개인적으로는 지금의 일본 게임이 안 된다기보다, 최근의 미국, 유럽 게임 시장이 한창 강세를 보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낮아보이는 것뿐이라고 생각합니다.


Q. 외국인의 시점에서 보기에, 일본 자체의 '고유성'은 어떤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오잔 : 저는 워게이밍 재팬에서 최근에 기획했던 발상이 굉장히 재밌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월드오브탱크'와 일본의 애니메이션 '걸즈&판처'의 콜라보레이션에 관련된 내용이었죠. 전차는 전쟁을 상징하는데, 여고생이 섞이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반응이 많았는데, 실제로 적용된 콜라보는 예상보다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이런 발상이 가능한 것은 일본인뿐이라고 생각합니다.

▲ 여고생이 탱크를 타고 싸운다는 설정의 애니메이션 '걸즈&판처'

기욤: 해외의 문화라든지, 다양한 문화를 미화하거나, 새롭게 만드는 것에 대한 저항감이 적은 것이 일본의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특히 인상 깊게 봤던 것은 일본의 헤비메탈 그룹 '베이비메탈'인데요. 이러한 발상은 역시 일본인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요? 미국, 유럽에서는 나타날 수 없는 '오리지널리티'죠. 문화, 종교에 대한 무거움을 가볍게 해석하는 것, 이것은 좋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일본의 헤비메탈 걸그룹 '베이비메탈'(이미지 출처: babymetal.net)


Q. 고향을 떠나 일본 게임 업계에서 종사하고 있는데, 이후의 비전이나 목표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기욤: 'Wizcorp'는 게임 회사이지만, 개발이나 아트워크가 아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입니다. 일본에서는 크게 다뤄지지 않는 부분인데, 일본에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의 개념을 더욱 알리고, 넓히고 싶습니다.

오잔 : 최근에는 VR과 같은 최신 기술이 계속해서 새롭게 등장하고 있습니다. 워게이밍도 이러한 시대의 변화에 발걸음을 맞춰나가면서 회사의 이념을 지키고, 나아가 유저의 마음을 울리는 좋은 게임을 만들고 싶습니다.

: 현재 일본 슈팅게임의 해외 퍼블리싱을 담당하고 있는데, 이러한 흐름을 계속 이어나가면서 일본과 해외를 잇는 가교 역할을 담당하고 싶습니다.

제임스: 일단은 좋은 게임을 계속 만들고 싶습니다. 게임을 만드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 폭넓은 재미를 줄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 다양한 사람들에게 좋은 경험을 선사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