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리그오브레전드 6.17 패치가 국내 서버에 적용되었다. 업데이트의 주요 내용은 챔피언 밸런스 조정이었는데, 챔피언 대부분은 LCK에서 활약을 펼친 챔피언으로 구성되어있었다. 기존에 사용하던 도주기 탑재형 원딜의 부진으로 등장한 뚜벅이 원딜 3대장과 단숨에 1티어로 뛰어오른 정글러 렉사이와 그라가스 등, 롤챔스 무대에서 활약한 챔피언의 너프가 있었다.

챔피언 너프의 영향은 금세 랭크 게임의 지표로 나타났다. 이번 패치로 너프를 받은 챔피언은 모두, 픽률과 승률에 변화가 생겼다. 이번에는 패치의 영향으로 변화를 겪은 챔피언의 변경 사항과 픽률과 승률의 변화를 짚어보는 시간이다.


▲ 패치 이후 그들에게는 어떤 변화가?


■ 생각보다 크게 한 방 맞은 정글 챔피언, 그라가스와 렉사이!

그라가스
그라가스는 이번 시즌, 뚜벅이 원딜의 등장과 함께 티어가 크게 상승했다. '배치기 - 점멸 - 술통 폭발' 콤보는 도주기가 없는 뚜벅이 원딜에게 큰 압박을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라가스의 점멸을 예측하고 미리 반응하지 않는 이상 적 진영으로 토스 되어 죽는 일은 당연했다.

한타 페이즈에서 원딜의 부재는 상당히 불리하게 작용한다. 따라서 그라가스는 이러한 콤보로 게임에서 큰 '변수'를 만들 수 있는 1티어 정글러로 자리 잡게 된다. 준수한 탱킹력과 CC기, 그리고 궁극기를 활용한 변수 창출 능력은 1티어 정글로 자리매김하기에 충분했다.

이러한 그라가스는 이번 패치에서 두 가지 조정이 있었다. 먼저, 강력한 돌진기이며 탈출기인 E 스킬의 쿨타임 너프가 있었는데, 전 구간 2초의 너프는 꽤 크게 작용했다. E 스킬은 스킬 레벨을 올리는 순서가 나중이기 때문에 유틸성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었다. 하지만, 그라가스는 재사용 대기시간 옵션을 아이템에서 충분히 챙길 수 있기에 후반에는 크게 영향을 받지는 않은 모습이다. 하지만 두 번째 변경 점은 그라가스의 운용에 있어 큰 악재로 작용했다.

바로, 궁극기 '술통 폭발'의 비행시간 추가이다. 거리에 따른 비행시간에서 거리에 상관없는 0.55초라는 고정 비행시간이 추가되었다. 이러한 조정은 그라가스의 콤보에 반응할 수 있는 '여지'를 주기 위함이다. 즉, 궁극기 토스를 통한 변수를 만들어내는 것이 힘들어졌다는 이야기이다. 보통 배치기 - 평타 - 궁극기로 사용하던 그라가스의 콤보는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고, 확실한 토스를 위해서는 배치기 후 바로 궁극기를 사용해야 한다. 이마저도 강인함을 갖췄거나, 타이밍이 맞으면 점멸로 탈출이 가능하다.

또한, 원거리에서 던지는 술통 폭발은 더욱 반응하기 쉬워져서, 궁극기 사용의 폭도 좁아졌다. 이러한 그라가스는 승률과 픽률이 크게 하락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제는 1티어 정글 자리에서는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 패치 후 급격하게 감소한 그라가스의 픽률과 승률 (출처 : champion.gg)



렉사이
선 티아멧 아이템 트리가 유행하면서, 정글링의 속도를 올린 렉사이도 대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렉사이의 장점은 준수한 탱킹력, 운영의 주도권 등이 있다. 이번에 진행된 패치에서는 렉사이가 운영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주요 스킬의 너프가 이루어졌다.

먼저,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한 E 스킬인 땅굴 파기의 재사용 대기시간 너프가 있었다. 초반 6초의 재사용 대기시간 너프는 렉사이에게 크게 다가왔다. 기본적으로 렉사이는 아이템이나 룬, 특성으로 재사용 대기시간 감소 효과를 챙기지 않는다. 따라서 초반 6초의 쿨타임 감소는 6초 그대로 적용되는 셈이고, 맵을 보다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던 렉사이의 장점이 반감되었다.

또한, 운영의 핵심이 되던 궁극기는 전 구간 30초 증가라는 큰 너프를 받았다. 초반에는 무려 180초의 긴 재사용 대기시간이 주어진다. 궁극기 사용으로 빠른 정글 복귀와 합류전에서 이득을 취할 수 있던 렉사이는 이제 조금 더 신중하게 궁극기를 사용해야 한다.

렉사이 또한, 너프의 직격탄은 맞은 것처럼 승률과 픽률에 큰 변동이 있었다. 대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던 반면, 랭크 게임의 승률은 저조했는데 패치의 영향으로 더욱 승률이 낮아진 모습을 보여준다.


▲ 렉사이 역시, 떨어진 승률이 눈에 띈다. (출처 : champion.gg)


■ 전반적으로 영향이 있던 원딜 챔피언, 이제 등장할 원딜 챔피언은?

원딜 3대장으로 자리를 굳혔던, 애쉬와 진 그리고 시비르의 너프도 진행되었다. 먼저, 진은 강력한 공격력의 원천인 공격력 계수의 너프가 이루어졌다. W 스킬인 '살상 연희'는 후반 구간 CC기와 엄청난 딜링을 담당했다. 특히 핵심 특성인 '죽음 불꽃 손길'과 엄청난 시너지를 발휘했는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살상 연희의 공격력 계수를 조정했다. 또한, 강력한 이니시와 딜링 그리고 저격이 가능한 커튼콜 역시 피해량 너프가 있었다. 전반적으로 높은 승률을 유지했던 진은 기세가 한풀 꺾인 모습을 보여준다.

애쉬와 시비르도 피해량 너프가 이루어졌는데, 승률과 픽률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두 챔피언 모두 승률과 픽률이 낮아진 모습을 보인다. 특히 시비르의 경우, 승률이 큰 폭으로 떨어졌고 픽률 역시 많이 낮아진 모습을 보인다.


▲ 승률과 픽률의 하락, 하지만 진은 아직도 준수한 픽률을 기록하고 있다. (출처 : champion.gg)


원딜의 메타는 버프를 통한 밸런스가 아닌, 너프를 통한 밸런스로 방향을 잡고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이번 패치로 상향의 영향을 받은 몇몇 원딜이 높은 승률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드레이븐과 미스 포츈, 징크스 등이 있다. 이번 롤드컵에서는 위와 같은 새로운 원딜 챔피언의 등장을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 현재 원딜 메타는 성능이 좋은 챔피언을 쓴다는 느낌보다, 그나마 괜찮은 챔피언을 찾아 쓰는 느낌이 강하다. 어찌 보면 더 넓은 폭에서 연구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볼 수도 있지만, 마냥 긍정적인 패치 방향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과연 이번에는 어떤 새로운 원딜 챔피언이 경쟁에서 살아남아, 롤드컵에서 활약을 펼칠지 기대된다.


▲ 등장이 기대되는 색다른 원딜 챔피언!


■ 너프와 버프로 진행된 밸런스, 앞으로 등장할 새로운 얼굴은?

대표적인 챔피언 이외에도 많은 챔피언의 밸런스가 조정되었다. 먼저, 정글 라인에서 이블린과 바이의 경우 약간의 상향이 진행되었는데, 그라가스와 렉사이가 물러나면서 승률이 상위권으로 도약한 모습을 보인다. 명실상부 0티어인 니달리의 경우, 지속적인 너프에도 불구하고 높은 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그 뒤를 이어, 천둥 군주의 호령과 고정 방어구 관통 아이템 트리가 연구된 그레이브즈가 높은 승률을 달성했다. 다시 캐리형 정글의 독주 무대가 펼쳐진 듯 보인다.

'사기'적인 모습을 보여주던 갱플랭크도, 궁극기 재사용 대기시간 너프로 승률이 크게 하락한 모습을 보인다. 이번 패치로 높은 평가를 받던 챔피언들의 힘이 빠졌다. 앞으로 남은 일정인 롤드컵에서는 이번 시즌에 보였던 익숙한 조합이 아닌 새로운 조합이 등장할 가능성이 커졌다. 원거리 이니시에이팅이 가능한 애쉬, 진을 필두로 짜였던 조합이 아닌 난전에 강한 조합이 등장하거나, 미드의 아우렐리언 솔과 탈리야 같은 로밍형 챔피언을 중심으로 한 합류 구도에 힘을 실은 조합이 등장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 꾸준히 상승 중인 아우렐리언 솔의 승률! (출처 : champion.gg)


이전에 진행된 포탑 패치로, 이제는 필연히 맞라인전 구도가 형성된다. 운영을 통한 격차보다 라인전 에서의 싸움으로 승부를 보게 되었는데, 라인전이나 합류전에서 이점을 발휘할 수 있는 조합의 선호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봇 라인의 경우 온 신경이 집중된 핫 플레이스인데, 이곳에서 벌어지는 싸움은 게임의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지금부터 자리를 잡는 1티어 챔피언의 구도가 롤드컵에서 등장할 조합의 단서가 될 것이다.

이번에 조정이 이루어진 챔피언은 대회에서의 활약이 뛰어난 챔피언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회 기준으로, 뛰어난 안정감과 파괴력을 갖춘 챔피언들의 조정은 더 다양한 챔피언의 등장과 재미를 위함으로 보인다. 일방적인 이득을 취하는 데 능했던 몇 챔피언의 활용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데, 양궁의 강국답게 정교한 스킬샷으로 명장면을 찍어낸 진의 등장이 많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 4발 모두 명중시키는 '프레이' 김종인의 진
(영상 출처 : OGN)


이번 패치는 새로운 챔피언을 연구하고 다시 적응해야하는 선수 입장에서는 여간 까다로운 패치가 아닐 수 없다. 한 시즌동안 꾸준히 연습하고 활약한 챔피언이 아닌, 새로운 챔피언을 찾아야하기 때문. 물론, 조합과 전략도 새로운 시도가 필요해졌다. 하지만 보는 입장에서는 색다른 챔피언과 조합의 등장과 새로운 전략 등으로 재미가 더해질 것이다.


▲ 양 팀의 치열한 합류전, 봇 라인 교전은 금세 5:5 구도가 된다.
(영상 출처 : OG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