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스포츠게임은 가히 게임 산업의 첨단에 있다 하겠습니다. 선수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표현하기 위해 그래픽은 항상 당대 최고 수준으로 구현하고 있습니다. 필드 위에서 공과 선수, 혹은 선수들끼리 몸을 부딪치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만들어내기 위해 새로운 물리 엔진 적용하고 있고요.

TV에서만 보던 팀과 선수들을 사각 화면 안으로 옮기는 데에 필요한 라이센스 획득에 소모되는 막대한 비용. 그리고 그것 이상을 벌어들이는 판매량 등 사업적인 부분에서도 여타 장르의 게임을 웃돌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축구 게임계에서 차마 라이벌이라고 치켜세우기엔 혹여 민망해하지는 않을까 망설여질 정도로 'Pro Evolution Soccer', 그러니까 '위닝일레븐' 시리즈의 위세는 많이 꺾여있습니다. 친구들과 대전하는 재미는 꿀맛이니 지금도 '위닝이 최고야'라고 주장하는 팬들이 있겠지만, 라이센스를 획득하지 못해 실제 축구 선수들이 어딘가 뒤틀린 이상한 가명으로 등장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사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몇몇 시스템은 스포츠 게임 역사에 오래고 기억되고 있을 정도죠. 예를 들어 선수의 능력치와 얼굴, 이름을 바꿔 실제 선수와 똑같이 만들거나 팀의 유니폼, 엠블럼을 바꾸는 에디터 기능은 부족한 라이센스를 메꾸는 방법이 됐습니다. 이렇게 수정된 저장 파일을 메모리 카드 안에 넣고 다니며 친구에게 복사해주는 진풍경도 위닝이기에 가능했던 일이고요.

그리고 17년 전 오늘. 실제로는 있을 수 없는, 세계 유명 팀들이 모인 궁극의 리그를 만든 위닝일레븐4의 마스터 리그도 그중 하나입니다.

마스터 리그에서는 팀만 바뀔 뿐 그저 경기만 반복해서 플레이하는 기존의 시즌 모드에서 벗어나 선수를 영입해 나만의 팀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세계 유명 팀들을 한 리그에 넣으니 꿈의 무대라 할 수 있는 챔피언스리그에서나 볼법한 경기들이 시즌 내내 펼쳐졌죠. 그 덕에 '지단을 영입한 맨유로 레알을 박살내고 시즌 우승을 차지했다.'던가 '호나우두와 클린스만이 득점왕 경쟁을 펼쳤다.'라는 식의 게임을 플레이하는 나만의 이야기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한 명의 선수의 성장을 함께하거나 감독, 혹은 구단주가 되어 팀을 운영하는 등 이제는 그 어느 게임보다 다양한 놀 거리로 플레이어 자신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는 스포츠 게임. 이런 게임 속에 담긴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기 시작한 건 20개도 안 되는 클럽팀에 선수 이적은 돈이 아닌 포인트로 해야 했던, '마스터 리그'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