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만평은 드라마틱한 승리로 2016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에 진출한 삼성에 대한 내용입니다.

지난 2년 간 640일 동안의 패배, 상대 전적 19 : 0이라는 더없이 '완벽한' 패자. 삼성 갤럭시(이하 삼성)가 kt 롤스터를 상대로 써내려갔던 초라한 기록들입니다. 지난 3일, 모두의 예측을 뒤집고 삼성이 마지막 롤드컵 진출 티켓을 따내기 전까지 말입니다. kt 롤스터가 세웠던 삼성에 대한 전략, 상대 전적과 예측을 모두 부숴버린 이 날의 승부는 경기 자체로도 명경기였지만, 팀 게임에서만 보여질 수 있는 본질적인 감동이 여지없이 나타난 날이기도 했습니다. 바로 팀원 간의 끈끈한 신뢰와, 이를 통해 나타난 멋진 성장 말이지요.

삼성은 대대적인 리빌딩 이후, 적응이 채 되지 않은 선수들과 함께 많은 경기들에서 불안한 기복을 보이며 개운치 않은 출발을 했습니다. 그 와중에 쉽게 안정되지 못하는 팀 분위기와 경기의 오더는 자연스럽게(?) 상대적으로 경험이 많은 '앰비션' 강찬용이 책임지게 되었죠. 그렇게 오랜 기간 정신적, 육체적 지주로 자리잡게 된 강찬용의 경기력에 따라 삼성의 승패는 갈리곤 했고, 승부가 거듭될수록 강찬용의 어깨는 점점 무거워져만 갔습니다.

승리의 경험이 많은 kt 롤스터는 이를 잘 파악했고, 강찬용을 확실히 제압하기 위한 전략을 연구했습니다. 상대 전적과 컨디션 등 대부분의 상황이 유리해 보이는 입장에서, 가장 효율적인 승리 방법을 떠올린 것이지요. 하지만 강찬용이 분투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견제를 덜 했던 삼성의 다른 라이너들도 예전과는 다른 존재감을 뽐내며 kt 롤스터를 압박하기 시작했습니다. 예측을 벗어난 상황. 전적으로 보아 금방 끝날 수도 있었을 것 같았던 승부는 기나긴 풀세트로 이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결국 주된 경계 대상이었던 강찬용은 물론, 예상보다 훨씬 성장한 다른 팀원들이 힘을 합쳐 kt 롤스터의 넥서스를 부수게 됩니다.

넥서스가 파괴되는 순간, 강찬용은 카메라 앞에서 쉽사리 보이지 않았던 미소를 얼굴 가득 지어 보입니다. 5년 간 염원했던 롤드컵 진출에 대한 기쁨, 오랜 상성을 깬 통쾌함이 그대로 나타난 환한 미소. 그리고 불안한 기복에서 오는 비난을 감내하며, 숱한 노력 끝에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 팀원들에 대한 감사와 안도가 나타나는 듯한 밝은 미소였습니다. 이제야 완성된 팀워크를 보여준 삼성의 밝은 미래를 본 것일지도 모르겠군요. 메인 카메라도 아닌, 모니터 앞의 작은 카메라로 짧은 시간 보여진 이 모습은 유저들에 의해 작게 캡쳐되며 '염원을 이룬 강찬용 짤방' 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다소 불안했던 시작에도 불구, 인내를 갖고 동생들을 기다렸던 강찬용. 그리고 의심 없는 신뢰를 통해 결국 성장으로 보답할 수 있게 된 팀원들. 후반으로 갈수록 결국에는 강팀 라인과 약팀 라인으로 단순하게 구분되곤 하는 국내 리그 분위기 속에서, 신뢰와 노력을 통해 팀 전체가 멋지게 성장해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시로 기억될 것입니다. SKT T1, 락스 타이거즈에 이어 세 번째로 롤드컵에 이름을 올린 삼성. 더욱 굳어졌을 신뢰를 바탕으로, 멋진 팀워크를 통해 세계 무대에서도 활약하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