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2에서는 한국 선수들이 독보적이다. 오죽하면 해외 선수가 세계적인 대회에서 한국인을 한 세트만 따내도 현장 분위기는 우승을 차지한 것처럼 떠들썩해 지고 해외 팬들은 엄청난 환호를 보낸다. 그만큼 해외 선수가 한국 선수를 이기는 경우가 흔치 않다.

하지만 이번은 조금 다르다. 2016 스타크래프트2 KeSPA Cup에 참가한 외국인 선수 'Neeb'와 'MarineLorD', 'Nerchio'까지 총 세 선수가 참여하는데, 유럽 최강 저그 중 한 명인 'Nerchio'에게 거는 기대가 꽤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유는 얼마 전 온라인에서 펼쳐진 대회에서 'Nerchio'가 변현우, 조성주, 김명식, 이병렬을 포함, 내로라하는 한국인 선수를 6명이나 제압하고 총 8연승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Nerchio'는 경기 후 한국 선수와도 해볼 만하다며 꽤 강한 자신감마저 표출했다.



Q. 한국 방문은 처음이라고 들었다. 소감과 함께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Nerchio'라는 아이디를 사용하고 있고 스타크래프트2 프로게이머로 활동한 지 6년이 됐다. 처음에는 취미로 시작했는데 실력이 느는 것에 재미를 느끼게 됐고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한국 방문에 대한 소감은 그동안 아시아권 나라로는 중국만 세 번 다녀왔다. 솔직히 좋은 기억은 없다. 특히 음식이 입맛에 너무 맞지 않았다. 한국은 중국에 비해 서양권의 느낌이 많이 나는 것 같아 굉장히 만족스럽다. 한국 음식을 아직 제대로 먹어보지 않았는데 기대하고 있다.


Q. 과거에는 'Stephano', 'Vortix' 등이 강력한 해외 저그로 손꼽혔다. 하지만 현재는 'Scarlett, 'Nerchio', 'Snute' 정도인데, 본인의 생각은?

나도 동의한다. 하지만 그 외에도 폴란드 저그인 'Elazer'라는 선수가 있다. 이친구도 꽤 잘한다. 아무튼, 유럽에서는 나와 'Snute'정도인데, 우리는 경력도 오래 됐고, 연습도 정말 열심히 한다. 간혹 성적을 내지 못할 때가 있지만 기복은 누구나 있다고 생각한다.



Q. 해외 선수들 중 어떤 선수들과 친한가?

같은 나라 출신인 'Elazer'와 같은 저그유저기도 하고 가끔씩 전략적인 이야기도 나눈다. 하지만 사적으로 특별히 친하진 않고, 다른 선수도 마찬가지다. 내 마인드가 프로게이머들은 다 경쟁 상대라고 생각하는 것도 영향이 있는 것 같다.


Q. 평소 한국 개인리그나 프로리그도 즐겨보는지?

저그가 출전하는 경기는 웬만하면 챙겨보는 편이다. 한국 선수들의 경기를 봐야 새로운 트렌드나 빌드를 습득할 수 있기 때문에 배울 점은 다 배우려 하는 편이다.


Q. 최근 온라인 대회에서 변현우, 조성주, 장현우, 김명식, 이병렬 등 강력한 한국 선수들을 내리 꺾으며 8연승에 성공했다. 굉장히 화제였는데?

나도 그렇게 많이 이길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처음에 변현우를 이겼을 때는 한 번은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연승을 거듭하면서 자신감이 생겼고, 한국 선수들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졌다.



Q. 케스파 컵에서 저그가 우승을 차지한다면 본인 외에 떠오르는 선수는 없다고 말했다. 굉장한 자신감인데?

크로스 파이널 경기를 보고 생각을 바꿨다(웃음). 처음에는 강민수가 잘하긴 하지만 이정도 선수인지는 몰랐다. 하지만 크로스 파이널 경기를 보니 정말 잘하더라. 만약 저그가 우승한다면 나보다 강민수이지 않을까?


Q. 한국 저그와 해외 저그의 가장 큰 차이점이 뭐라고 생각하는가?

한국 저그들이 피지컬은 확실히 뛰어나다. 하지만 우리들은 그들보다 조금 더 창의적이라고 생각하고, 공허의 유산 출시 이후에 초창기에는 한국 저그들이 힘들었던 거로 아는데, 특히 테란들에게 똑같은 패턴으로 많이 지더라. 한국 테란들이 워낙 강해서 그런 걸 수도 있지만, 그때부터 한국 저그들을 따라 하기 보다 나만의 스타일을 구축했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 저그들도 엄청 발전한 것 같다.


Q. 종족별로 잘한다고 생각하는 선수를 뽑아보자면?

저그는 박령우다. 테란은 자유의 날개 시절로 보면 정종현처럼 독보적인 원탑이 있다. 하지만 요즘은 실력적으로 조성주가 맞는 것 같은데, 커리어 측면에서 원탑이라고 말하긴 힘들다. 프로토스는 한국 선수들이 모두 잘해서 한 명을 선택하기가 힘들다.



Q. 이번 케스파컵에서 조성주, 조지현, 김도우와 한 조다. 가장 죽음의 조라고 불리는데 누구와 대결이 가장 기대되나?

나는 솔직히 저그를 만나고 싶었다. 해외에서 저그전을 그동안 엄청 많이 해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프로토스가 두 명이라 조금 힘들 것 같다. 그리고 조성주 역시 이겨본 상대긴 하지만 다시 만난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중국에서 대회를 했을 때마다 성적이 매우 좋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에도 못하면 '역시 외국인은 안돼'라는 인식이 강해질 것 같아 부담은 있지만, 이번에 꼭 좋은 성적을 내서 그런 인식을 바꾸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