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홀 백성현 실장

[인벤게임컨퍼런스(IGC) 발표자 소개] 백성현 실장은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게임 기획에 매진해온 사람이다.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와 엑스틸의 기획을 담당했으며, 현재 블루홀에서 TERA의 기획을 맡고 있다.

기획자를 표현하는 단어가 몇 개 있다. 우스갯소리 같지만 사실 너무 현실적이어서 섬뜩할 정도인 말들. 예를 들자면 '기획자는 모든 포지션의 어그로를 모으는 탱커 혹은 싸움꾼'이라든지 '권한 없는 욕받이 책임자'라든지.

기획이라는 단어는 '일을 꾀하여 계획함'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기획자는 개발 방향을 설정하는 키잡이 역할을 한다. 이 과정에서 각 파트와 의사소통 및 설득의 과정을 무한히 반복하며 방향성을 가지고 프로젝트를 이끌어간다. 올바른 방향으로 팀을 이끌면 높은 퀄리티의 결과물을 획득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반대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기획자는 욕을 참 많이 먹는다.

테라를 개발하는 블루홀의 백성현 실장은 테라 개발의 방향을 설정하는 디렉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IGC2016 강단에서 테라처럼 대규모 개발 인력이 들어가는 MMORPG에서 발생하기 쉬운 어려움을 설명하고 이를 테라 환경에서 어떻게 극복했는지 자신의 경험을 공유했다.



■ 강연주제: MMORPG 디렉팅의 어려움과 테라에서의 노력


⊙ 디렉팅의 목표 : 높은 퀄리티의 결과물

디렉터는 전문성을 살리기 위해 철저하게 분업화된 환경에서 많은 인력을 감독하여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전체적인 기획을 하며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즉, 다양한 협업 조직의 결과물을 방향성에 맞게 조직 전체 노력으로 집중시키는 일을 한다.

그러므로 디렉터는 조직 구성원들에게 방향성을 잘 제시하고 공유할 줄 알아야 한다.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해 각 협업 조직의 노력이 제대로 된 결과물로 빛을 볼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재 처해있는 상황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백성현 실장이 디렉팅하고 있는' 테라'는 라이브 중인 MMORPG로서 대단히 다양한 성향을 가진 유저들이 모여 세계를 이루고 있다. 다양한 성향의 유저들은 복잡한 연관성을 지닌 여러 콘텐츠를 플레이하고 있다. 게임 외적으로는 대규모 개발 인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해외 서비스를 다수 진행하고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 디렉팅 업무의 주요 활동

일반적으로 디렉팅은 3가지 단계를 거친다. 우선 디렉터는 근거로 가치판단을 진행한다. 가치 판단을 기반으로 방향성을 결정하고 이를 공유한다. 최종적으로 산출된 결과물의 퀄리티를 점검하는 것도 디렉터의 소임이다.

언뜻 보면 쉬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많은 기법과 판단으로 가득 차 있다. 성향별로 유저를 분석하거나 지표를 통해 콘텐츠를 종합적으로 분석할 줄 알아야 하며 협업을 위한 목표 결정 방식도 고려해야 한다. 큰 규모에서 발생하는 공유 문제를 해결하고 실행력을 갖추기 위해 목표를 공유하는 방식도 고민해야 한다. 디렉터라고 독단적으로 주먹구구식으로 결정하는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 가치 판단의 근거 : 유저 리서치와 지표분석

가치 판단은 디렉터의 주요 활동 중에 하나다. 가치 판단할 때는 근거가 중요하다. 근거가 없는 결정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설득력 부족은 실행력의 부족으로 귀결된다. '무엇'을 하느냐보다 '왜'하는지를 알리는 것이 구성원들의 실행력을 확보하는 데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근거를 찾는 것에 대해 디렉터는 심도 있게 고찰해야 한다.

고민이 부족한 경우 '무엇'에 집착하여 일을 진행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런 경우 결정자의 의도가 제대로 구성원들에게 공유되지 못하므로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오게 된다. 애초에 확고하게 설정한 방향이 아니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방향 없이 수정하고 새로 만드는 반복 작업을 하다 보면 초기에 목표로 했던 퀄리티나 의도를 얻을 수 없다. 이처럼 가치판단 과정에서 제대로 된 근거를 확보해 확고한 방향을 설정하는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가치 판단할 때는 주관적 요소의 개입을 막을 필요가 있다. 주관적 요소는 대표적으로 개인적 플레이 경험이라든지, 과거 개발 경험을 들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하는 가치 판단은 설득력이 약하고 근거가 객관적이 못하다는 약점을 가진다.

객관적 측면에서 가장 유의미한 것은 유저를 이해하는 것이다. 테라의 경우 유저를 이해하기 위해 '유저 리서치'와 '지표 분석'을 방법론으로 활용하고 있다.


유저 리서치는 일종의 '관찰'이다. 유저의 플레이 행태와 느낌을 관찰한다. 별다른 간섭없이 옆에서 지켜보는 형태로 테스트가 진행된다. 유저가 게임을 할 때 어떤 느낌을 가지고 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이 테스트는 다양한 성향의 유저를 구분해 이해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기본적으로 개발자 역시 개인 성향을 지닌 유저이기 때문에 개인 경험에 비추어 주관적인 판단을 내리곤 한다. 그렇기에 현상을 이해하는 데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MMORPG는 매우 다양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게임을 즐기고 있으므로 이들을 구분하여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유저 성향을 나누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게임 유입 시기에 따른 신규, 복귀, 기존 카테고리와 플레이 시간별로 구분 지을 수 있는 레벨, 그리고 장비 수준으로 성장 구간을 가늠할 수도 있다. 성장구간은 하위, 중위, 상위, 최상위 등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선호 콘텐츠에 따라 PvE/PvP로 나눌 수 있다. 이외에도 파티 플레이를 선호하는지 솔로 플레이를 선호하는지 등으로 다양하게 성향별로 나눌 수 있다. 성향별로 유저들은 다른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이들을 별개로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실제 테라는 유저 리서치를 근거로 초반 구간을 개선한 바 있다. 오픈 직후, 테라는 초반 구간에 대해 많은 불만을 접수했다. 그러나 무엇이 정확히 문제인지는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따랐다. 이때 유저 리서치를 통해 신규 유저들이 초반 구간에서 이탈하는 이유를 확인할 수 있었다.

문제는 스킬과 퀘스트 수행이었다. 스킬 배우는 방법을 모른 유저가 있었고 특정 퀘스트에서 진행이 막혀 게임에서 이탈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어색한 초반 스토리 때문에 몰입도가 떨어져 이탈하는 유저도 있었다. 유저 리서치를 통해 테스트 전에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문제점을 찾을 수 있었다.

개발팀은 문제를 확인하자 먼저 해당 부분들을 개선했다. 개선 후 초반 유저 이탈률이 떨어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후 유저 리서치로 발견된 문제 해결을 목표로 초반 구간을 다시 제작했다. 결과적으로 전투와 퀘스트의 재미, 학습 그리고 세계관의 자연스런 몰입까지 개선할 수 있었다.

▲유저 리서치 효과 사례.

블루홀은 콘텐츠 이용현황, 이탈 구간, 재화공급 및 소비 현황을 분석하기 위해 매주 라이브 지표를 게임 디자이너 전체가 모여 공유하고 리뷰하는 주간 모니터링 시간을 가진다. 주간 모니터링에서는 객관적 가치판단을 위한 지표 분석을 한다.

매주 지표를 통해 문제점을 확인하고 대책을 수립해 라이브에서 수정하는 작업을 한다. 처음에는 지표를 바탕으로 판단을 내리는 과정이 익숙지 않았다. 개발자의 선입견에 지표를 끼어맞추는 경우도 생겼다. 그래서 선입견 없이 지표를 보고 문제의 크기를 판단할 수 있도록 지표 중심의 사고방식 훈련을 계속했다. 덕분에 현재는 지표로 거의 대부분 문제를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지표분석은 문제의 크기를 추적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연관성을 가지는 여러 콘텐츠 간 영향력 크기를 분석할 수 있다. 테라 개발팀은 각각의 과정에서 문제의 핵심 원인에 대해 가설을 설정하고 지표로 검증하는 방법으로 의사결정을 진행하고 있다.

신규 유저 강화 가이드를 예로 들 수 있다. 테라의 '강화' 콘텐츠를 이해하지 못하는 유저는 해당 재화를 소유하고 있음에도 콘텐츠를 이용하지 못한다. 이런 유저들은 스펙을 올리지 못해 파티플레이의 '면접'에서 배제당하며 콘텐츠 이용률이 하락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게임에서 이탈하게 된다. 이러한 일련의 문제 크기를 파악하는 데 지표 분석이 사용된다.

또한 유저 성향별로 구분하여 분석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각기 다른 유저군의 행태를 추적할 수 있다. 유저 리서치가 특정 유저층에 관한 데이터를 획득할 수 있다면 지표는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추적하는데 유리하다.

지표 분석을 할 때 문제의 크기가 여론의 크기와 다르다는 점은 항상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실제로 이런 경우가 있었다. 유저 간담회에서 한 유저가 '장비 강화(명품화)가 어려워요'라고 말하자 주위 유저들이 '각성에 비하면 그게 뭐가 문제냐! 다른 게 문제다!'라고 한 유저의 의견을 묵살한 적이 있다.

개발팀에서도 유저가 제기한 '명품화'에 대한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론의 목소리는 명품화보다는 각성에 집중되어 있었다. 간담회에서도 게시판에서도 각성에 대한 목소리가 더 컸다.

사실 개발팀은 당시 명품화의 어려움 때문에 유저들이 이탈하고 있음을 지표 분석을 통해 확인한 상태였다. 그리고 이를 수정했더니 유저 이탈률이 떨어짐을 확인까지 했다.

이 사례는 어떤 문제가 있을 때 목소리의 크기나 게시판의 점유율보다는 지표를 통해 판단하는 게 옳다는 점을 시사한다. 즉 문제의 경중 판단은 지표 분석으로 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뜻이다.




⊙ 방향성 결정 및 공유 : 전체 방향성 → 공통의 목표 → 협업 유도

방향성 공유 방식은 프로젝트의 실행력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전체 방향성은 곧 공통의 목표를 뜻하며 이는 원활한 협업을 유도한다. 방향성을 충분히 공유하지 못하면 실행력에 한계가 발생하고 이는 결정이 무의미해짐을 뜻한다.

큰 조직일수록 공유의 난이도와 비용이 상승하며 해외 서비스를 하고 있다면 한층 더 공유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딱 테라의 상황이다. 그래서 백성현 실장은 실행력을 고려한 결정 및 공유 방식이 필요함을 느꼈다.

방향성을 결정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여러 콘텐츠를 아울러 전체 방향성을 결정하는 방식과 개별 콘텐츠에 기대하는 효과를 중점으로 추구하는 방식이 있다. 전자는 6개월 마다 이뤄지는 거대 업데이트 등에서 추구하는 종합 방향성이고 후자는 그 외의 콘텐츠가 추구하는 방향성이라 할 수 있다.

전체 방향성은 조직간 협업을 바탕으로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큰 조직일수록 협업 난도는 높아진다. 기본적으로 조직원은 협업 시 증가하는 비용 때문에 협업을 피하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프로젝트가 진행되다 보면 팀마다 다른 목표를 추구하게 될 수밖에 없다. 프로젝트 전체로 봤을 때는 이도 저도 아닌 결과물이 나올 확률이 매우 높다. 그래서 애초에 전체 방향성을 잘 설정하면 일관되게 프로젝트를 끌고 나갈 수 있다.

테라는 전체 방향성을 잘 설정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다. 초창기에는 전체 방향성을 제대로 설정할 수 없어서 팀별로 방향성을 설정하기로 했다. 각 팀이 하고 싶은 일을 제안하는 형식이었다. 실제 실무를 진행하는 팀원 급에서부터 고민해서 나오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실행력은 좋았다. 덕분에 팀별로는 좋은 결과물이 나왔다. 하지만 한 팀의 역량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여러 팀의 협업이 필요한 작업에서는 시너지가 부족했다.

이러한 한계를 벗어나고자 1인 결정 하향식 공유 방식을 시도했다. 한 명이 방향성을 결정해 전체에게 공유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실무 팀원 급까지 공유하는 데 어려움이 발생했다. 높은 수준의 방향성 이해가 이뤄지지 않았다. 방향성 문구를 전달하는 게 어렵다는 뜻이 아니다. 왜 이런 방향으로 결정됐고 그러므로 어떤 것이 중요한지 알아야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데, 이러한 과정을 모르니 실무진은 결정의 의도를 잘 파악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또 다른 방식을 고안했다. 이번에는 전체 게임 디자이너들이 모여 논의 후 결정하는 상향식 방식이었다. 모두 모여 논의를 했기에 시간이 매우 많이 걸렸다. 하지만 그에 비해 의도에 대한 공감이 부족했다. 이해도를 높이기가 힘들었다. 이해가 아닌 타협안으로 결정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방향성 문구를 각자 편한 대로 해석해버렸다. 서로 간의 이해도 향상에 한계를 보인 방식이었다.

상향식 방식이 실효성이 없자 다시 하향식 형식으로 회귀했다. 디렉터와 팀장, 파트장이 논의 후 방향성을 결정했다. 역시 모여서 논의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 그러나 상향식과는 달리 시간이 걸리는 만큼 멤버 간 이해도가 높아졌고 의도에 맞춰 개발을 진행하기에 무리가 없었다.

다만, 디렉터가 관여하지 않는 실행 단계에 있어 한계가 존재하기는 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중간중간 팀원과 팀장 그리고 디렉터가 대화를 하며 방향성을 맞추는 시간을 가졌다. 다른 방식들보다 시간은 많이 걸렸지만, 시간을 들인 만큼 효과가 있었다. 테라 개발팀은 현재 이 방식으로 전체 방향성을 결정하고 공유하고 있다.

▲ 콘텐츠 별 방향성 결정

콘텐츠별 방향성의 핵심은 '명확'이다. 방향성이 명확해야 해온 노력이 일관성 있게 빛을 볼 수 있고 결과적으로 높은 퀄리티를 낼 수 있다. 사실 게임 개발이라는 것이 만들다 보면 의도대로 안 되어 고치거나 새로 만드는 과정을 거친다. 이런 과정에서 방향성이 애매하거나 달라지면 그동안의 노력이 의미 자체를 상실한다. 그래서 초기에 명확한 방향성을 가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제한 된 시간 내에 최대한 퀄리티를 내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사항이다.

테라는 올바른 방향을 가고 있는지 검토하기 위해 일종의 위원회를 설립해 방향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업 파트, 해외 사업파트, QA 파트, 아트 파트, 프로그래밍 파트 등 다양한 포지션 참여해 모든 콘텐츠를 다각도에서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이 과정에서 가치와 경험을 모두 중요하게 여긴다. 정성적 경험 설정과 측정을 위한 정량적 목표 설정으로 바뀌지 않는 목표를 설정하려 한다. 정성적 경험만 설정하면 주관적으로 결과를 해석하는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정량적 목표만 중요시한다면 수치에만 집중해 유저들의 경험이 나빠질 수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콘텐츠별 방향을 잘 설정해야 한다.

이렇게 결정한 방향성을 공유하는 '수단'자체도 중요하다. 테라 개발팀은 '원노트'로 대규모 개발 인원에게 공유할 수 있도록 신경 쓰고 있다. 그들이 신경 쓰는 것 중의 하나가 콘텐츠별 히스토리다. 방향성에 맞게 콘텐츠가 잘 나왔는지 성과 포스트모템을 진행하고 이를 언제라도 다시 열람할 수 있도록 기록하는 것이다. 또한, 향후 비슷한 콘텐츠나 개발 방향을 가졌을 시 유사한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서 더 잘 만들 수 있도록 준비할 수 있게 해준다.

▲ 원노트를 이용해 방향성을 공유하고 있다.



⊙ 퀄리티 체크 : 방향성에 맞는 개발
디렉터의 업무 중 하나인 퀄리티 체크는 단어 그대로 개발과정이나 라이브 상황에서 방향성에 맞는 결과물이 나오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방향성은 퀄리티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음은 상기에서도 몇차례 언급했다. 방향성에 맞는 일관된 노력이 있어야 높은 퀄리티를 낼 수 있음 역시 설명했다. 반복 작업을 하며 개발팀은 시행착오를 겪는데, 목표가 달라지면 또 다른 시행착오를 겪어야만 한다. 그러므로 일관된 노력이 이뤄지고 있는지 디렉터는 항상 체크해야 한다.

테라 개발팀은 제작 플레이 테스트가 퀄리티 상승의 핵심 수단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제작 플레이 테스트는 콘텐츠 개발과 상관없는 인력, 이를테면 사업, QA 파트 등의 인력을 테스터로 섭외해 반복 테스트하는 방식이다. 테라 개발팀은 이 테스트를 매주 2번 이상 진행하고 있다. 물론 사내 인원들이 테스트하는 데 소모하는 시간도 만만치 않지만, 이런 테스트가 활성화 돼야 피드백 수집이 원활히 되고 이를 반영함으로써 퀄리티 상승을 이끌 수 있다.

제작 플레이 테스트의 핵심은 게임 디자이너의 계획 수립 스킬이다. 마냥 테스트를 많이 한다고 중요한 것이 아니기에 효율적으로 테스트하기 위해 판을 짜는 능력이 필요하다.

▲제작 플레이 테스트를 위해 사내에 전파하는 협조문.

이처럼 사전에 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는 영역도 있지만, MMORPG에는 사전 테스트가 불가능한 영역들이 존재한다. 장시간 플레이가 필요한 콘텐츠라든가, 대규모 인원이 필요한 커뮤니티 콘텐츠 같은 경우는 사전에 테스트할 수 없다.

그러므로 업데이트를 라이브 한 후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빠르게 학습하고 개선안을 도출하여 다시 라이브 업데이트에 반영하는 것을 효율적으로 행하는 일련의 과정이 MMORPG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디렉터는 라이브 서비스 상태를 열심히 체크해야만 한다. 그 첫 번째가 게시판 모니터링이다. 이 방법은 실제 플레이보다 여러 성향 유저들의 피드백을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여론의 크기와 실제 문제의 크기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앞서 지표 분석에서 언급했듯 실제 문제의 크기는 여론의 크기와 다른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라이브 퀄리티 체크에서도 지표분석은 유용하다. 객관적 학습이 된다는 장점이 가장 크다. 또한, 콘텐츠가 의도대로 플레이됐을 때 지표를 사전에 모델링해보고 모델링에 따라 실제 지표를 빠르게 비교할 수 있어 효율적이다.

다만, 지표분석은 문제의 규모는 파악하기 쉬우나 구체적으로 무슨 문제가 어느 부분에서 발생하고 있는지는 파악하기 어렵다. 만약 지표 분석을 통해 큰 문제임을 확인했으면 해당 문제를 중심으로 게시판을 보고 게임 내에 들어가 확인을 해야 한다. 더불어 유저 리서치를 통해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행동도 필요하다.




⊙ 3문단 정리 : 방향성의 근거, 노력대비 높은 실행력 확보, 테스트 중심 개발

정리하자면 이렇다. 문제 해결 능력이 있는 실행안을 도출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방향성의 근거'다. 개발을 진행하다 보면 특정 의사 결정권이 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쉽게 결정이 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이러한 경우 테라처럼 조직 규모가 큰 상황에서는 문제 해결 능력을 수반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결과적으로 문제 해결이 가장 핵심이므로 근거를 가지고 시간을 드려 분석하고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큰 조직의 경우 방향성을 결정하고 이를 공유하는 데 있어 만족스러운 프로세스를 갖추기 어렵다. 그래서 노력 대비 높은 실행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꾸준히 프로세스를 개선해야 한다.

방향성에 맞는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테스트 중심의 개발 스킬에 숙련될 필요가 있다. 비단 테라뿐만 아니라 그 어떤 게임도 마찬가지다. 특히 MMORPG의 경우 라이브 학습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