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무수한 공격대의 악몽 속에서 다시 도전을 준비할 때 그 출발은 언제나 음식이었다. 전멸 후 주섬주섬 모여든 지친 공격대원들에게 누군가 “잔칫상 깔았어요” 라는 말과 함께 꺼내는 음식은 모두에게 따뜻한 희망과 용기를 주었다. 아, 물론 60분짜리 버프도 함께.

그런 WoW 풍의 요리들은 사실 그동안 무수히 많은 이들에 의해 도전 받아왔다. 이제는 괴기스러운 생물학적 재해를 가리키는 말이 되어버린 어느 WoW 커뮤니티의 요리 시리즈도 그 시작은 WoW의 요리를 현실에 옮겨보자는 지극히 순수한 선망의 행동에서 우러나온 것이었다. 물론 그 결과는 참혹했다. 우리는 보다 확실한 레퍼런스와 가이드를 가질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그런 우리 앞에 한 권의 책이 나타났다. 바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공식 요리책이 출간된 것이다. 이 소중한 비법의 서는 어렵사리…가 아닌, 아마존에서 클릭 단 한 번에 입수할 수 있었다.

한 요리한다는 자부심과 요리 숙련 올리는데나 써먹던 소모품을 비로소 본래 목적대로 섭취할 수 있다는 흥분이 공존하는 용광로 속에서, 어렵사리 선별한 4가지 음식과 2가지 음료를 만들어 먹고, 5인이 함께 평가를 해보기로 했다.
아제로스 대표 요리 6선



죽음을 거부한 언데드 포세이큰은 과연 허기를 느낄까? 블리자드는 그렇다고 생각했나 보다. 티리스팔 숲 초입에서 퀘스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바삭바삭한 박쥐 날개 레시피는 왠지 가고일 날개찜 같은 느낌으로 언데드가 아니면 먹을 수 없다는 분위기를 풍긴다.




사람들은 분노를 가득 끌어 안고 전투에 임하곤 한다. 용숨결 칠리는 그런면에서 호드 전사들에게 최적의 요리가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오크 부족이 즐겨먹곤 했다는, 오크들의 소울푸드인 용숨결 칠리는 그 이름만큼 잔악한 맛으로 모두의 사기를 끌어 올린다.




던 모로 산맥에서 가장 많이 만나는건 다름 아닌 경비병이다. 아이언포지 휴대식량은 이런 경비병들을 위한 간단한 간식이자 전투식량으로서 만들어졌다. 드워프들의 독특한 식성을 반영한 탓인지, 원본 레시피에는 무려 해기스라는 스코틀랜드의 극악무도한 음식이 들어가지만, 그 극악함을 미국인들도 아는지 그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었다.



스톰윈드 근방에서 성장기를 보낸 얼라이언스 유저라면 모두가 알고 있을 이 요리... 잡다한 수집 퀘스트 끝에 집안의 비법이라며 받게 되는 이 레시피는 사실 게임상에선 꽤나 초라하다. 제대로 된 고기 덩어리 없이 각종 동물의 내장, 남는 재료로 끓인 것 같은 뉘앙스의 음식이라 안그래도 이름부터 불쌍한 서부몰락지대를 더욱 을씨년 스럽게 만든다.



수많은 성기사들의 아버지, 티리온 폴드링이 다스렸던 하스글렌은 평화롭고 멋진 도시였다. 비록 언데드 스컬지의 침공을 받았지만, 하스글렌은 자신들을 지켜냈고 서부역병지대의 몇 안되는 안전지역으로 남았다. 어쩌면 그 비결은 술인지도 모른다. 티리온 폴드링이 좋아했다는 이 술, 그의 명복을 빌며 마시자...



아제로스 전역의 여관에서 맛 볼 수 있는 이 술은 용사들에게 아주 대중적인 음료수다. 본래 대양을 항해하는 선원들을 위한 희석주였던 그로그를 맛있게 만들어 모두에게 나누어 준 이 술은 용사들이 세상을 구하여 평화로 가득 채우는데에 분명 일익을 담당했다. 혹은... 채팅창을 딸꾹! 으로 가득 채우거나.




▲ 드디어 받은 와우 공식 요리책의 고귀한 자태


▲ 이 정도 두께로, 상당히 묵직한 편이다.


▲ 백여 가지에 달하는 다양한 요리들을 하다보면,


▲ 요리 숙련도가 쌓여 마스터로 승급하는 시스템이다.


▲ 재료를 사기 위해 미국 대형 마트인 SAFEWAY에 방문!


▲ 뭔가 이상한 것들이 같이 담겨 있는 것 같다.


▲ 갖가지 재료들을 늘어놓고,


▲ 재료다.


▲ 큼직한 세 남자가 요리를 시작한다.


▲ 서부 몰락지대 수프를 유심히 읽고 있는 사월 기자


▲ 라쏘 기자는 티리스팔 숲에서 배운 바삭바삭한 박쥐 날개를 만들기 시작! 왜 레시피에는 닭 날개일까


▲ 그냥 쪼렙 호드 간식으로 보인다.


▲ 이따 보자잉


▲ 사월 기자는 서부 몰락지대 수프를 포기하고 용숨결 칠리를 만든다.


▲ 흥미로운 사용 효과


▲ 먼저 양파를 찹찹


▲ "으아! 눈물!" 용숨결은 커녕 양파한테도 패배하는 사월 기자


▲ 온갖 매운 건 다 넣고 있다. 레시피보다 조금 더 맵게 하겠다고 다짐.


▲ 이제 잠시 시간을 두고 끓인다.


▲ 아까 오븐에 넣은 닭 날개를 꺼내 언더시티 특제 소스를 발라준다.


▲ 그리고 한 번 더 오븐에서 익혀주면...


▲ 바삭바삭한 닭 껍질과 매콤짭짤한 소스가 곁들여진 바삭바삭한박쥐날개가 완성된다.


▲ 오히려 너무 정상적인 느낌이어서 실망...


▲ 시식을 하는 아벨 기자와 사월 기자


▲ 열혈 호드파인 카엔 기자는 역시 박쥐 날개를 먹을 줄 안다.


▲ 한동안 마치 어릴 적 어머니의 마음으로 칠리를 젓고 있던 사월 기자


▲ 어머니는 지옥의 요리를 만들고 계셨다.


▲ 사실 이 쯤에서 모두 굶을까봐 불안하여 황천의 폭풍 피자를 내놓았다.


▲ 점차 졸아드는 칠리. 이제 먹을 준비가 되었다.


▲ 완성된 용숨결 칠리! 쳇, 정상적이야...


▲ 이렇게 빵을 찍어 먹으면 맛있을 것 같다.


▲ 과연 근접 공격을 받으면 화염을 내뿜을까?


▲ 내친김에 용숨결 칠리와 공룡 너겟을 융합했다. 불모의 땅 같은 이미지


▲ 음료도 필요해서, 체리 그로그주를 만들기로 한다. 해적의 맛!


▲ 전직 바텐더의 실력을 살려본다.


▲ "으악! 라임즙!" 해적왕의 길은 험난한 법


▲ 딱히 레시피라 할 것도 없던 체리 그로그주가 완성되었다.


▲ 해적이 좋아하는 술은 무슨 맛일까?


▲ ...


▲ 사용 효과 : 독한 술입니다.


▲ "사랑... 했...다..." 독한 술을 마시니 애틋한 편지를 쓰는 카엔 기자


▲ 중간에 짬이 난 아벨 기자가 하스글렌 불멸주를 만들기로 했다.


▲ 사용 효과가 좀 더 다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모두가 만장일치로 '이것은 수정과'에 동의했다. 평가는 생략.


▲ 다음 날 점심, 라쏘 기자가 아이언포지의 쏘울푸드를 만들기 시작했다.


▲ 양 순대는 없어서, 돼지 내장 소시지와 소고기를 다져 쓰기로 했다.


▲ 샬롯을 썰어 버터에 볶다가, 다진 고기들을 넣어준다.


▲ 밀가루와 맥주를 부어 졸여준다.


▲ 또 맛있는 게 나와버릴 것이라는 불안감에 휩싸인 모습


▲ 아... 정상적이잖아...


▲ 과연 아이언포지 경비병은 극한 직업이었을까?


▲ 마지막 요리는 추억의 서부정통 스튜다. 수집 퀘스트의 압박이...


▲ 식인독수리고기, 멀록 눈알, 멧돼지 주둥이, 오크라 같은 건 없다.


▲ 그저 맛있는 고기 스튜...


▲ 대략 피아니스트


▲ 각종 양념된 고기와 채소에 카다멈을 넣고, 육수를 부어 끓이면...


▲ 멋진 서부 몰락지대의 정통 스튜가 만들어진다.


▲ 역시 이렇게 빵에 얹어 먹으면...



과연 그 은?



사실, 처음 시도할 때에는 뒤틀린 황천의 화합물 까지도 각오했건만, 정말 의외이게도 너무나 멀쩡하고 오히려 맛있기까지 한 음식이 나왔다. 결국 이 책이 아무리 WoW라는 이름을 달고 있어도, 요리책이라는 본분에는 충실하다는 반증이리라.

마지막으로 원정대 5인의 평가를 듣는 것으로 이번 요리 탐험의 마무리를 짓고자 한다. 뭣보다도 양질의 저녁식사를 보장받게 되었다는 점에서 원정대의 사기가 크게 진작된 것에 블리자드와 WoW 개발자들, 책의 저자에게 무한한 사랑과 감사를 백골 우편으로 실어 보낸다. "정말 고마워요!"




Vito - 오래 전 WoW 인벤의 지배자, 인벤 글로벌 원정대의 수장

바삭바삭한 박쥐 날개 : 어찌됐던 치킨이다. 세상에 맛이 없는 치킨이 있나? 치킨은 원래 맛있지만, 이건 더 맛있다. 절로 록타르 오가르! 가 나오는 맛 (4.99/5)

용숨결 칠리 : 최고의 메뉴, 절로 전투 함성을 내지르게 한다. 얼큰한 것이 밥이나 난에 찍어먹으면 금상첨화일듯. 고기가 많을 수록 좋다 (5/5)

아이언포지 휴대식량 : 매우 고오급스러운 맛. 스튜의 고기와 소스가 마른 빵에 매우 잘 어울린다. 한개 더 먹고 싶었는데 좀 아이언포지 스타일의 카엔에게 양보했다. (4/5)

서부정통 스튜 : 향이 매우 좋다. 한국 음식 같은 느낌. 따뜻한 흰 쌀밥과 김치가 잘 어울릴듯. (5/5)

체리 그로그주 : 술은 자고로 쓰고 강렬해야 한다. 달달한 술은 사도다. (2/5)

하스글렌 불멸주 : 수정과인듯. (2/5)



KaEnn - 날 때부터 호드 빠이자 뼈덕후. 파란색을 극도로 혐오한다

바삭바삭한 박쥐 날개 : 익숙한듯 최고의 맛, 하지만 너무 딱딱한 박쥐의 날개는 마치 가고일의 그것 같은 느낌... (4.1/5)

용숨결 칠리 : 용의 숨결이 느껴진다! 그 매운맛 속에서 느껴지는 트롤의 서민적인 맛 (4.5/5)

아이언포지 휴대식량 : 모양새는 단순한 간식거리 같지만 빵위에 올려진 고명의 묵직한 맛으로 드워프와 같은 무게감이 느껴졌다. 쳇... (4.2/5)

서부정통 스튜 : 이국적인 향으로 다소 입에 감기지는 않았지만, 스푼으로 크게 떠서 꿀떡꿀떡 먹기에는 좋다. (3.9/5)

체리 그로그주 : 해적들의 천국 무법항의 모래 맛이 난다. 중립적인 맛 -ㅛ-b (4/5)

하스글렌 불멸주 : 수정과(2) (3/5)



Lasso - 붕대만 감아 슬픈 도적. 쌍수 단검의 실력을 살려 각국의 요리를 섭렵한 인벤 글로벌 양식부 주방장

바삭바삭한 박쥐 날개 : 티리스팔에서 교X치킨을 느끼다. 톡 쏘는 매운 맛과 짠 맛, 바삭한 껍질이 인상적이다. 진짜 박쥐 날개가 아니라는 것이 큰 흠. (3.5/5)

용숨결 칠리 : 레시피대로 했으면 별로 맵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인은 역시 강하구나... 알싸하진 않지만 얼큰하게 매운 맛이 밥 말아먹고 싶은 기분. 두 배 더 매워도 될 것 같다. (4.5/5)

아이언포지 휴대식량 : 아이언포지는 지금의 북유럽 같은 식성을 가지고 있었을까? 단순하지만 꽤 괜찮은 맛. 경비병은 아마 근무 시간에 이걸 먹으며 맥주를 참는 것이 더 극한이었을 듯. (3.5/5)

서부정통 스튜 : 물론 인게임과 재료는 크게 다르지만, 서양식 스튜 특유의 풍미가 아주 진하게 느껴진다. 서부 몰락지대의 추억을 가진 와우저라면 한 번은 해봐야 할 요리. (4/5)

체리 그로그주 : 칵테일인 롱 아일랜드 아이스티와 생강차가 합쳐진 느낌. 목이 쉰 채 훈련소에서 마셨던 생강차 생각이 아련하다. 종종 해봄직한 음료. (4/5)

하스글렌 불멸주 : : 수정과(3) (2/5)



Abell - 각종 한식과 자취식을 마스터한 정석 쉐프. 요리의 시작과 끝을 책임지는 남자

바삭바삭한 박쥐 날개 : 미묘하게 식초를 흘려넣은 교X치킨의 맛. 박쥐를 잡아서 직접 해보고 싶다. (3.5/5)

용숨결 칠리 : 미국에서 느낀 급작스런 멕시칸과 혼합된 한국의 맛이다. 밥 비벼먹고 싶다! (4/5)

아이언포지 휴대식량 : 휴대식량이라 적고 사이드 디쉬라 읽는다. 무겁고 깊은 사이드 디쉬 살사소스와 탕수육소스에 신맛 없애서 합친 맛 좋은 안주로도 보이고, 와우 음식에 대해 점점 신뢰가 깊어진다. (3.5/5)

서부정통 스튜 : 고기고기 당근당근, 이 둘의 맛을 최대한 끌어낸 스튜, 당신이 상상하는 그 맛일 것이다. 깊은맛에 신비로운 향까지 더해진, 그렇지만 어색하지 않은 조화로운 맛 (3.141592/5)

체리 그로그주 : 체리콕에 향신료를 섞으면 이런 맛이 날까? 체리콕과 다른 탄산 음료를 섞은 듯한 술 (2/5)

하스글렌 불멸주 : : 수정과(4)



Sawual - 탱커 성애자이자 인벤 글로벌의 부처. 석가모니가 아니라 Butcher 다.

바삭바삭한 박쥐 날개 : 버팔로윙 매니아로서, 당연히 맛없게 먹을 수가 없었다. 의외의 새콤함이 좋은 맛. 단 딱딱한 껍질 때문에 한입에 먹기 스킬이 불가능. (4/5)

용숨결 칠리 : 사실 만들 때는 어느정도 '그래도 이정도는 넣어야지' 하는 마인드에 좀 더 때려넣은 감이 있었는데, 의도 그대로 만들어졌다. 훌륭하다. (5/5)

아이언포지 휴대식량 : 던 모로 산 정상에 오른 드워프가 맥주와 함께 꺼내먹으며 대양의 풍경을 구경할 것 같은 맛. 소박하고 간편하다. (4/5)

서부정통 스튜 : 몇몇 향신료의 생소한 향이 처음엔 조금 힘들지만, 역시 한국인은 국물이 제격인 것. (3.5/5)

체리 그로그주 : 잔달라 주술사가 해변가에서 춤추며 제사를 지내다 지치면 한잔 할 것 같은 술. 잔 달라! (3/5)

하스글렌 불멸주 : : 추운 겨울에 감기기운이 느껴질 때면 땡길 것 같은 맛. 티리온 폴드링이 죽은걸 보니 불멸주라는 이름은 신빙성이 없다. 결론은 수정과 (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