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의 감흥이 채 가시지 않은 지금, 일백 번째 만평은 롤드컵에서 멋진 활약을 보여줘 감동을 자아낸 삼성 갤럭시에 대한 내용입니다.

롤드컵이라는 기나긴 여정의 끝은, 그 모든 감동을 합친 것에 버금가는 대단한 승부로 끝이 났습니다. 수많은 관객들이 4강에 비해 대단하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던 SKT T1 대 삼성 갤럭시 간의 결승전 대진. 그 동안 가진 명성에 걸맞는 실력을 보여 왔고, 다소 어렵다고 여겨졌던 대진들을 차례로 격파까지. 그런 SKT T1의 압도적 승리라는 결과는 승부를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예상된 듯 했습니다. 반면 대진 운이 다소 좋았다는 평가와 더불어, 물론 멋진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전 세계인들 눈에는 익숙치 않은 신인들에게 많은 것을 걸었던 삼성은 아무래도 SKT T1에 비해 대단한 승리의 확신을 주진 못하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4강전에서 락스 타이거즈와의 더없이 멋진 승부를 치른 SKT T1이었기에,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열릴 결승전이 4강전만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감히 그렇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4강전은 멋진 승부였으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다르게 들으면, 그만한 박빙의 승부를 삼성은 끌어내지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 예측이기도 했죠. 삼성은 그토록 그룹 스테이지에서부터 크게 저평가를 받아온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마치 운명처럼 말입니다. 그것을 의식해서인지, 결승을 앞둔 삼성 최우범 감독의 태도는 다소 초연해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대망의 결승전, 2세트가 끝날 때까지만 해도 '역시는 역시인가?' 하는 기색이 관중석의 팬들의 얼굴에 역력했습니다. 하지만 3세트가 끝나자 사람들은 열광했고, 4세트에 이르러서는 자리의 모든 관중이 핸드폰의 플래쉬를 켜고 삼성을 외치기 시작했습니다. 4세트와 5세트가 끝나자, 자리의 많은 관중들은 앉지 못한 채 서서 기립 박수를 보내 왔습니다. 멋진 경기를 보여준 두 팀에게 보내는 박수이면서도, 멋진 저력을 보여준 삼성에 대한 감사의 박수이기도 했습니다.

결국 승부는 모두 알듯, 삼성의 패배였습니다. 하지만 그 날의 결승전은 전 세계의 수많은 팬들에게 큰 영감을 주기에 충분한 감동이 있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타 국가의 팀에게 무시받기도 하고, '페이커' 이상혁이나 '피넛' 한왕호처럼 변변한 호응도 크게 받아보지 못한 '작은' 삼성. 하지만 묵묵히 수많은 팀들을 깨부수고 올라온 삼성은, 결승전에서 만큼은 그 동안의 '덜 유명한 작은 팀'이 아닌, 세계 최강의 팀 조차도 두려워하게 할 수 있는 저력을 가진 '거대한' 팀으로 평가받게 되었습니다.

홈 팀 하나 없던 스테이플스 센터였지만, 모두를 감동케 하며 e스포츠의 즐거움을 다시금 일깨워 준 이 날의 결승. 리그의 메타가 굳어지고 강팀과 약팀의 예측이 아무리 많이 나온다 해도, 드라마는 언제나 새롭게 쓰여질 수 있음을 보여준 승부였습니다. 최고의 경기력으로 우승을 거머쥔 SKT T1과, 부쩍 성장한 삼성 모두의 다음 활약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