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8일(금) 저녁, 상암 e스포츠 스타디움에서는 아프리카 프릭스 블루와 유럽의 강호 리유나이티드의 APEX 8강전 매치업이 있었습니다. 양 팀 모두 상당한 강팀으로 이를 응원하러 온 팬들 또한 많았는데요. 재미있었던 것은 해외팀임에도 불구하고 리유나이티드를 응원하는 한국 팬들이 많았다는 것입니다. 인기의 중심에 서 있던 인물은 바로 한국 서버에서 열정적으로 경쟁전을 돌려왔던 리유나이티드의 서포터 '크루즈' Harrison Pond 선수였습니다.

리유나이티드가 APEX 리그에 초청받아 한국에 체재하기 시작하면서 크루즈는 한국 서버 경쟁전을 돌리며 스트리밍을 계속해왔습니다. 팀의 서포터로서 대회에나 스크림에서는 루시우만을 고르던 크루즈였지만 경쟁전에서는 의외로 겐지를 능숙하게 다루는 모습을 보이며 많은 시청자층을 확보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팀 보이스로 간단한 한국어를 배워 사용하는 모습이나, 항상 팀원들에게 'No problem, We can win!(걱정 마, 우린 이길 수 있어!)'를 연호하며 팀을 복돋워 주는 긍정적인 모습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었습니다. 결국 한국에서 스트리밍을 진행한 지 한 달 만에 많은 한국 팬들을 확보하기에 이르렀습니다.

8강 경기에서 3:2까지 가는 풀세트 접전 끝에 아쉽게도 리유나이티드는 아프리카 프릭스 블루에 패배하고 말았습니다. 사실 인터뷰는 바로 그 다음날 진행하기로 되어 있었는데요. 패배를 겪고 난 다음날인지라 매우 상심해 있는 상태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만, 크루즈는 기자들을 만나자마자 밝은 모습으로 '안녕 친구들!'이라 인사하며 연습실로 맞이해 주었습니다.


▲ 뼈아픈 패배를 겪고 난 바로 다음 날이었지만 밝은 분위기로 맞이해준 크루즈


Q.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하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리유나이티드에서 서포터를 맡고 있는 크루즈라고 한다. 오버워치를 플레이한 지는 거의 1년이 돼간다.


Q. 오버워치 프로게이머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는가?

프로게이머의 길을 걷기 전에는 대학에서 회계를 공부했었는데, 꽤 지루했다. 결국 1년째에 그만두고 오버워치를 플레이하기 시작했다. 회계 공부를 도통 즐길 수 없었던 차에 오버워치는 신선한 기회였고, 새로운 게임으로 프로게이머를 시작하는 것 또한 굉장한 도전이라 생각해서 이 길을 걷게 되었다.


Q. 이제 막 출시한 새로운 게임의 프로게이머가 되기로 결정했을 때 가족들의 반응은 어떠했는가?

가족들 모두 이해해줬다. 사실 내가 이 길을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을 때는 '정말로 괜찮겠냐'며 재고를 권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크게 설득이 필요하진 않은 수준이었고, 내가 진정 프로게이머가 되길 원하고 또 그것으로 행복하다면 해도 좋다는 식으로 받아들여 줬다. 매우 기뻤다.

▲ 크루즈는 자신을 '매사에 경쟁적인 사람'이라고 표현했습니다


Q. 한국에 거의 한 달 정도 체류했는데, 그간 어떻게 지냈는가? 한국 생활에서 기억에 남는 것들이 있을까?

일단 팬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한국 팬들은 여태까지 봐 왔던 팬들과 완전 다른 차원이다. 여태까지 많은 일을 겪어왔지만, 이렇게까지 열정적으로 우리들을 신경 써주는 팬들이 있다는 것은 꽤 새로운 경험이었다. 아주 놀라운 일이다.


Q. 유럽에서는 이런 팬 문화를 겪어본 적이 없나?

이 정도로는 거의 없다. 오버워치가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로운 게임이다 보니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만약 한두 해가 더 흘러 오버워치가 자리를 잡는다고 해도 유럽에서 이 정도의 열기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 같다. 한국의 이스포츠 팬 문화는 확실히 한 수 앞서있다.

▲ 빼빼로데이였던 11일 경기에 팬들로부터 받았다던 과자 선물들


Q. 프로게이머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어떻게 되나?

나는 매우 경쟁적인 사람이며 그런 게임을 좋아한다. 언제부터 이랬는지는 모르겠는데, 나는 매사에 모든 것들을 경쟁적으로 받아들이고, 경쟁을 통해 이기는 것을 즐긴다. 프로게이머로서 지내며 많이 지기도 했고 분하기도 했지만, 나는 이런 종류의 생활 방식을 즐긴다.

프로게이머가 되기 전에는 서점 같은 곳에서 일해본 적이 있는데, 지금 내 삶의 방식과는 꽤 동떨어져 있었다. 프로게이머로써의 삶이 훨씬 재미있고, 나는 이런 쪽이 더 맞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Q. 자신을 엄청나게 경쟁적인 사람이라고 평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트림에서는 팀원들에게는 '미안, 내가 망쳤어' 라던지, '우리 이길 수 있어!' 라고 말하는 등 매우 긍정적으로 대하는 편이다.

(웃음) 내가 그렇게 해왔던건 경쟁전에서는 누군가에게 못되게 구는 것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아서 그랬던 것이기도 하다. 그렇게 굴어봤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경쟁전에서는 그저 모두와 함께 승리를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팀원들이 서로에게 화나 있으면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는다, 누구도 말을 듣지 않을 것이고, 누구도 이기기 위해 노력하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경쟁적인 사람이라는 것이 꼭 팀원들을 압박하고 닦달하는 사람이란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팀원에 대한 긍정적인 피드백은 곧 팀의 승리를 위한 행동이기 때문에 나는 팀을 이기게 하기 위해서는 얼마든지 그렇게 말할 수 있다.

▲ 크루즈를 대표하는 한 문장, 'No problem, We can win!'
(출처 : 기무띠's 게임븨디오 유튜브 채널)


Q. 그렇다면 '경쟁적인 사람'이라는 핑계로 팀원들에게 못되게 구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일단, 그렇게 굴어봤자 아무것도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모든 사람들은 오버워치에서 경쟁적으로 플레이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경쟁적인 사람'이라고 해도 그렇게 특별할 것도 없다는 걸 이해하는 것이 먼저다.

모두가 팀으로서 함께 움직일수록 승리하기가 더 쉬운 법이다. 때때로 팀 분위기가 과열되면서 사람들이 화를 내게 되는 때가 있는데, 이렇게 되면 팀플레이는 잘 나오지 않게 된다. 가급적 온건해져야만 하며, 이것은 경쟁전에서도 똑같다.


Q. 스트리밍을 할 때 개인적인 마음가짐이나 철학이 있는가?

난 그저 항상 능숙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동시에 재미있게 보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세상에는 여러 능숙한 플레이어들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아무리 능숙해도 난 그들보다 약간 더 나은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심지어 나보다 훨씬 능숙한 플레이어도 많다. 예를 들면 나는 스트리밍에서 겐지를 주로 플레이하는 편이지만, 섀도우번처럼 나보다 훨씬 겐지를 잘 다루는 플레이어도 스트리밍을 한다. 사람들이 내 스트리밍을 본다는 것은 때로 그들이 나보다 실력이 좋은 다른 스트리머들을 제쳐두고 본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나는 항상 내가 잘 다루는 영웅을 플레이하면서도 동시에 재밌게 플레이하려고 노력한다.


Q. 다른 스트리머들이나 이제 막 방송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충고하자면?

가장 중요한 건,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인 것 같다. 나는 내가 아닌 모습이 되려고 애쓰지 않는다. 이것이야말로 더욱 재미를 끌어낼 수 있고, 더욱 독특해지는 방법인 것 같다. 그냥 나 자신이 누구인가를 시청자들에게 보여줘라.

▲ 꾸밈없는 자기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Q. 기존에는 겐지나 리퍼에 나노강화제를 주고 궁극기로 적을 소탕하는, 이른바 '나노용검' 메타가 유행했다. 이번 밸런스 패치로 나노강화제에서 이동 속도 증가 효과가 삭제되었는데, 이후로도 '나노용검'같은 플레이가 계속되리라 보는가?

아직 하향된 나노강화제를 많이 받아보진 못했지만, 상대 겐지가 나노강화제를 받고 나를 노리러 올 때 떨쳐내기가 약간 쉬워진 느낌이 든다. 이제는 이동속도 증가 버프를 켜고 밀어내는 데 성공하면 쉽게 따라잡히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이전처럼 나노강화제를 받은 겐지가 종횡무진 활약하기가 쉽진 않으리라 생각한다. 예전에는 나노 용검으로 너덧 명 정도를 잡을 수 있었다면, 이제는 잘만 산개한다면 하나 이상 잡아내기도 힘들 정도가 된 듯하다. 때문에 우리는 나노강화제를 겐지에게 주기보다는 윈스턴이나 궁극기가 충전된 솔저에게 주는 방식으로 플레이한다.

▲ 겐지와 리퍼는 다소 활용도가 낮아질지도 모르지만, '뽕(...)'은 건재할 것이라고


Q. 루시우를 '노잼'이라 평하는 편인데, 루시우를 제외한 다른 영웅들은 재미있게 느끼는 편인가? 그렇다면 자신이 느끼는 '꿀잼' 영웅은 어떤 것이 있는가?

(웃음) 루시우는 사실 '꿀잼'인 영웅이다. 다만 힐러 메타가 지금까지 크게 바뀌지 않으면서 루시우는 항상 픽이 되었고, 나는 팀 내에서 루시우만을 거의 1년간 플레이를 해왔다. 그것도 거의 매일! 매일 6시간에서 심하면 8시간까지 루시우만을 해오다 보니 필연적으로 너무 지겹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경쟁전에서는 가급적 다른 영웅들을 플레이하려고 한다. 특히 겐지를 많이 쓰는데, 재미로 따지면 겐지가 나머지 영웅들 중에서는 재미를 느낀 것 같다. 내 나름 팀을 캐리할 수 있는 영웅이 겐지라고 생각한다.


Q. 루시우는 이번 밸런스 패치에서 '볼륨을 높여라!' 스킬 사용 시 회복량 감소 너프를 받았다. 이 패치 후 지원가 메타에서 루시우가 여전히 건재하리라 생각하나?

이동 속도 버프가 있긴 때문에 어찌 됐든 루시우는 계속 쓰이긴 할 것이다. 나는 루시우한테서 힐링 능력을 아예 없애버려도 이동 속도 버프 때문에 결국 쓰이게 될 것이라고도 생각한다. 루시우를 정말로 끌어내리고 싶다면 힐량이 아니라 이동 속도 버프를 손대야 할 것이다. 이동 속도 버프야말로 루시우가 건재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결국 루시우는 항상 인기 있는 픽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새로 등장한 솜브라가 루시우의 궁극기 소리 방벽을 카운터하는 측면이 있긴 하지만, 루시우는 어찌 됐든 건재할 것이다. 반대로 루시우가 계속 나오기 때문에 솜브라 또한 등장하기 시작할 것이다.

▲ 루시우는 사실 '꿀잼'이라고 고백한 크루즈, 그냥 너무 많이 해서 지겨울 뿐이었다고...


Q. 솜브라 말이 나온 김에, 솜브라를 플레이해본 후 인상은 어떠한가?

솜브라는 매우 좋은 영웅이라고 생각한다. 이전에 아나가 처음 나왔을 때도, 나는 팀원들에게 '아나는 정말 강해! 이거 분명 주력 메타가 될 꺼야!'라고 주장했던 적이 있지만, 팀원들은 '글쎄... 별로인데.'라며 내 말을 믿지 않았다! (웃음) 하지만 결국 몇 달 지나니 모두가 아나를 플레이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나는 '솜브라 엄청 강해! 솜브라는 나중에 엄청 쓰일꺼야. 우리 솜브라를 연구해야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팀원들은 또 '글쎄... 별로인데.'라고만 한다. 어떻게 될지 한번 두고 보자. (웃음)

나는 솜브라를 좋아한다. 내 스타일에도 맞고, 언뜻 보면 트레이서같지만 트레이서와는 다르다. 확연히 다른 스타일로 플레이해야 하고, 딜러군에 속해있지만 사실 딜러라고 부를 만한 영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런 플레이스타일을 이해하면 '꿀잼' 영웅이 된다.

예를 들어 아누비스 신전 같은 경우, B거점 근처의 생명력 팩들은 상당히 가까이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공격 영웅들에게는 특히 중요하다. 힐러가 죽은 상황에서 생명력이 낮아져 잘못하면 죽게 될 경우, 생명력 팩을 찾아가야 하지만 이게 해킹이 되어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면 매우 난처할 것이다.

솜브라는 특히 궁극기가 상당히 좋다. 아직까지는 모두가 솜브라의 궁극기를 사용하는 정확한 방법을 정립하지 못한 상황이지만, 팀 파이트에서 솜브라의 궁극기를 제때 활용할 줄 알게 된다면, 그때부터는 솜브라가 지금보다 더 많이 쓰이게 될 것이다.

▲ 크루즈는 솜브라가 아나의 뒤를 이을 강력한 영웅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Q. 한국 서버 경쟁전에 재미를 붙인 것 같다. 북미나 유럽 등 다른 지역 서버 경쟁전과의 다른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한국 서버에서는 팀원 모두가 엄청나게 이기고 싶어 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 있다. 이렇게 말하면 좀 이상하긴 한데, 유럽이나 특히 북미 서버에서는 경쟁전을 빠른 대전처럼 플레이하는 경향이 있다. 팀 보이스 챗을 사용하는 것도 매우 드물다. 한국에서는 팀 보이스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더 드물다. 그래서 그런지 팀플레이를 할 때 더욱 도움이 된다.

그래서인지 한국 서버 경쟁전은 상당히 상호 협력적인 느낌이 강하다. 처음 한국에 와서 경쟁전 플레이를 했을 때 '와우, 얘네는 게임을 (따로 안 놀고) 같이 하고있네!'라고 놀랐던 기억이 난다. (웃음) 이런 경험은 유럽 서버의 최상위권에서나 겪을 수 있는 것이라 신선했다. 지금은 완전히 적응되어서 그런지 매우 좋다.


Q. 한국 사람들과 게임을 하면서 의사소통하는 것은 어땠나? 커뮤니케이션을 취하기가 매우 힘들었을 것 같은데.

경쟁전을 플레이하다 보니 팀 보이스에서 간혹 영어를 아주 잘하는 유저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 유저들은 종종 내가 전하고픈 말들을 팀원들에게 통역해주거나 팀원들의 말을 나에게 영어로 전달해주기도 했다. "나한테 방벽을 달라고 전해줘' 라던가 "나한테 나노강화제를 써줘!' 같은... (웃음)

그러다가 이런 통역 과정 없이 내가 바로 전달할 수 있는 간단하고도 핵심적인 몇몇 단어들을 배우기 시작했다. 이게 특히 재밌었는데, 한국 유저들은 내가 그런 간단한 단어들을 말만 하기만 해도 모두들 항상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서인지 나도 의욕적으로 다른 여러 단어들을 배우려 노력했고, 나중에는 서로 농담도 주고받을 수 있는 수준이 되기도 했다.

▲ 한국어로 '안녕 친구들' 표현을 배우는 크루즈
(출처 : 기무띠's 게임븨디오 유튜브 채널)


Q. 한국 오버워치는 PC방의 무료 계정을 이용한 에임 핵 문제가 많은 편이다. 한국 서버 경쟁전에서 에임 핵 플레이어들을 만난 적이 있는가?

꽤 많이 만났다. 처음 에임 핵 플레이어를 만나 양 팀이 합의하여 무승부로 이끌어가는 모습을 봤을때는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과정은 너무 시간이 걸렸고, 이것이 너무 반복되면서 슬슬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종종 '괜찮아. 우리가 이길 수 있어. 우리가 저 해커들을 박살내 버릴거야'라고 말하며 팀원들과 함께 에임 핵을 상대로 맞서 싸우기도 했지만, 이것은 상당히 힘들었기 때문에 꽤 피로했다. 해커도 한두 명이면 모르겠는데, 세 명씩 만나게 되면 정말 답이 없다. 하루 빨리 에임 핵 문제가 해결됐으면 한다.

▲ 에임 핵 유저들 때문에 무승부 처리를 반복하는 것은 정말 지루했다고 합니다


Q. 한국 서버에서 경쟁전을 돌리면서 여러 한국 프로게이머들과 친해진 것으로 안다. 특히 친해진 선수나 인상 깊었던 선수들이 있는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때에는 한국 팀이나 선수들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었다. 당시 유명했던 LW Red 정도만 아는 수준이었다. 이 팀에서는 특히 파인 선수가 꽤 특출나다고 알고 있었다. 언제고 기회가 생겨 LW Red와 실제로 경기를 해보기도 했는데, 나노하나 선수의 실력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내 생각에 나노하나는 한국뿐만 아니라 슈어포나 타이무같은, 세계 레벨의 플레이어라고 칭해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모든 영웅들을 다룰 줄 알았으며, 심지어 미친 듯이 잘하기까지 했다. 나는 그와 만날 수 있어 좋았고, 그와 이야기하는 동안 친구가 될 수 있어서 기뻤다.


Q. 종종 게임을 하면서 팀원들과 '나는 준바야!'라던가, '나는 미로야!', '나는 타이무야!'라는 식으로 얘기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일종의 리스펙트를 담은 표현이라 볼 수 있을까?

(웃음) 그렇다. 가끔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은 그들이 그 영웅에 있어서는 최고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나는 준바야!'라고 얘기한다는 것은 그가 정말로 자리야를 잘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의미하고 나 또한 그렇게 잘하고 싶다는 표현이기도 하다. 심지어 나는 자리야를 픽하고 평범한 플레이를 하고서도 '오! 나는 준바다!'라고 얘기하곤 한다 (웃음)


Q. 한국을 떠나서도 한국 서버 경쟁전을 자주 찾게 될 것이라 생각하는가?

잘은 모르겠다. 우리는 앞으로 있을 큰 경기들을 참여하기 위해서 아마 미국으로 향하게 될 것이다. 아무래도 내가 어디에서 체재하게 되느냐에 따라 한국 서버에 접속할 수도, 혹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할 수만 있다면 한국 서버 플레이를 하고 싶다. 한국 서버에서 플레이하는 것을 좋아한다. 한국을 떠나서도 한국 서버를 꽤 그리워할 것 같다.

▲ 한국을 떠나서도 한국 서버 경쟁전이 그리울 것이라는 크루즈


Q. 8강 1경기에서 아프리카 프릭스 블루를 상대로 접전 끝에 아쉽게 3:2로 패배하였다. 아프리카 프릭스와의 경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리는 자신감이 많이 부족했다. 지난 D조 조별 리그 경기 이후로 재정비할 시간이 하루밖에 없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많이 준비되지 않았다. 그래서였는지 평소보다 자신감이 부족했고 게임 내내 실수가 나왔다. 팀 조합적으로도 확신이 서지 않았다. 잘못된 전략이나 오더를 내렸다가 팀이 지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다. 그래서였는지 영웅 변경이나 오더 하나하나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예를 들어 할리우드에서, 우리는 멀리서 견제하기보다는 윈스턴이나 겐지, 트레이서 같은 영웅들을 위주로 한 돌진 조합으로 상대 진영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플레이를 했어야 했다. 지금 와서는 그때 그런 선택을 하지 못했던 것이 꽤 아쉽다.

사실 지난 세 달 동안 우리는 너무나도 단합되지 않았다. 팀의 상황이 급변하기도 했고, 연습 환경이 정착되지 않아 불편했으며 선수들 모두가 의욕적이지도 않는 등 여러 차원에서 문제가 많았다. 우리는 킵을 떠나보냈고, 새로운 선수를 하루라도 빨리 데려와야만 하는 상황에서 연습해야만 했다. 오니갓이 들어온 후 우리는 팀의 단합을 다시금 새롭게 다지려고 노력했고, 나아지고 있다.



▲ 3:2까지 가는 혈전 끝에 아쉽게 아프리카 프릭스에게 패배한 리유나이티드


Q. 리유나이티드는 APEX 출전에 앞서 라인업이 변경되는 등 리빌딩이 이루어졌다. 리빌딩 이후 팀의 개선은 어떻게 진행됐는가?

처음에는 별로 좋지 않았다. 새로 들어온 오니갓과 플레이하는 것에 익숙해지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 상태로 다른 상위 팀들과 상대하는 데 익숙해지는 것도 또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은 솔직히 별로 좋다고는 할 수 없는 상태였지만, 이제라도 적응이 돼서 매우 기쁘다.

이제 오니갓과 함께하면 자신감을 느낄 수 있다. 그는 훌륭한 선수이며 그에게 시간을 좀 더 준다면 우리는 충분히 예전 수준을 되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는 매일 나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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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버워치 APEX 출전팀 Reunited, 새로운 딜러로 'Onigod' 선수 영입 ] 기사 바로 가기

▲ 새롭게 합류한 오니갓과는 이제 많이 익숙해진 상태라고 합니다


Q. 한국을 떠나게 되면 한국의 어떤 점이 그리우리라 생각하는가?

사람들이다. 다들 대체적으로 엄청나게 친절하다. 경쟁전에서도 북미나 유럽서버에 비하면, 한국 서버 유저들은 거의 다 천사들이다. (웃음) 게임을 떠나서 한국에서는 대개 친절하지 않은 사람을 찾기 어려울 수준이다. 어쩌면 내가 외국인이라서 그저 친절하게 대해주려는 것일 수도 있지만, 어찌 됐든 나는 정말로 한국 사람들이 그리울 것이다.

그리고 음식도 그리울 것 같다. 나는 갈비탕을 굉장히 좋아한다. 그리고 프라이드치킨이 정말 맛있었다.

▲ OGN 통역으로 유명한 '통형' Gclef와 함께한 곰탕 저녁 식사
(출처 : Daniel 'Gclef' NA 트위터)


Q. APEX 이후 앞으로의 리유나이티드의 행보는 어떠한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앞으로 우리는 이 여섯 명의 라인업으로 항상 같이 행동하리라는 것이다. 우리는 계속 연습할 것이고 나아질 것이다. 향후 일정에 대해서는 아직 확답을 내릴 수가 없다. 12월은 아무래도 쭉 쉬게 될 것 같고, 2017년부터는 매우 바빠지게 될 것이다. 새로운 리그도 시작될 것이기 때문에 열심히 연습하고 다시 정상을 되찾기 위해 매진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리유나이티드는 게임을 너무 지루하게 해'라던가, 'Kyb이 떠나고 나서 리유나이티드는 죽은 것 같아'라는 말을 계속 듣는 것은 상당히 분한 일이다. 이제 모두가 '리유나이티드가 돌아왔다!'라고 말하게 만들 것이다. 나는 항상 경쟁적인 사람이고, 우리는 정상으로 돌아가길 간절히 원하고 있다.


Q.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내 방송을 봐주고, 또 우리 팀의 플레이를 봐주고, 함께 해주는 모든 팬들에게 감사하다. 우리들의 팬으로 있어 줘서 감사하다. 사실 이렇게까지 우리들을 신경 써주는 '팬'이 있다는 것이 아직도 실감 나지 않을 정도다. 아무래도 오버워치가 이제 막 출시되고 얼마 되지 않아 익숙하지 않아서인 듯 하다. 그런 만큼 팬들의 모든 성원에 항상 감사하며 계속 응원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팬들이 원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

▲ 2017년에도 리유나이티드와 크루즈의 활약을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