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태생 독일인. 크라이텍, 조이온, 엔씨소프트 재직. 모바일 게임 퍼블리셔의 대표. 플레이스낵의 '파하 슐츠' 대표를 수식할 수 있는 단어들은 너무나 많다. 그의 독특한 배경만큼이나 새로운 시도들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모바일 게임의 글로벌 퍼블리싱을 전개하는 한편, 최근 VR 게임 콘텐츠를 개발할 것을 알리며 시장을 선도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였다.

동서양 게임 업계를 연결하는 원대한 포부를 가진 파하 슐츠의 도전은 최근 15억 원을 투자받으며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하고 있다. 지스타 2016이 종료된 지 1주일여. 판교의 업체들을 방문하며 바쁘게 움직이는 파하 슐츠 대표를 만났다.

조용하지만 확신이 담긴 목소리로 VR 시장을 설명하는 파하 슐츠. 그의 눈빛은 VR에 대한 희망과 기대감으로 차 있었다.

▲ 플레이스낵 파하 슐츠 대표


Q. 플레이스낵은 모바일 퍼블리셔다. 퍼블리셔로써 VR 게임 제작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먼저 게임 업계를 살펴보면, 모바일 게임 시장은 성숙기로 접어들었고, VR 시장은 태생기 즈음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VR 게임을 만들겠다고 한 것은 몇 가지 사업적인 의미가 있다. 일단은 VR 제작 쪽도 사업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그렇다고 게임 퍼블리싱을 안 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자체 개발을 한 이유는 VR을 신흥 시장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전부터 관계를 계속해 온 개발자 친구들이 있어서 이를 활용하는 방침으로 사업전략이 바뀌었다 하겠다. 크라이텍에서 근무할 때 사업계약을 담당하고 있었기에, VR 쪽 인력이나 네트워크를 잘 이해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현재 시점에서는 VR 콘텐츠를 제작해서 수익을 내기는 어려운 형태로 본다. 하지만 콘솔 시장처럼 플랫폼 홀더들이 투자를 해주는 상황이다. 시간이 지나면 시장이 성장하고 자리를 잡을 것이다. 그러므로 현시점에서는 퍼블리싱 역량을 키워가고, 2019~2020년 즈음 VR 시장이 자리 잡으면 자체 콘텐츠와 퍼블리싱을 통해 글로벌한 차세대 게임회사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 현시점에서는 판단할 수 없지만, 시기적으로 기회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모바일 게임 퍼블리싱을 계속하며, VR 게임을 통해 차세대 게임 회사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


Q. 얼마 전 15억 원을 투자받았다. 꽤 많은 금액인데, 투자를 받게 된 경위가 궁금하다.

고맙게도 케이큐브벤처스 측에서 인원에 대한 가치를 잘 봐줬다. 보통 신생기업이라 하면 한 가지에만 집중하는 간편한 전략을 사용하는 편이다. 하지만 플레이스낵이 가지고 있는 시장 이해도나 퍼블리싱으로 매출 및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다는 점과 VR 개발 경험이 많은 개발자들을 보유한 것을 높게 평가했다. 이런 부분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투자가 마무리되었다 생각한다.

▲ 플레이스낵은 지난 31일 15억 원을 투자받았다.


Q. VR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한 개발 인력은 얼마나 되나.

현재 기준으로는 4명이고, 일단 7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여러 프로토타입의 게임들을 개발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VR의 재미가 게임 안에 녹아들겠다.' 싶은 프로토타입들을 제작하고 있다. 내년에는 게임을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움직이고 있으며, 투자를 받으면 인원을 늘리려 계획 중이다. 아마도 내년 초까지 15명 정도가 개발 인력에 참여하지 않을까 한다.


Q. 어떤 점에서 VR 시장을 기회가 있는 시장이라 보는가?

게임 제작을 하는 입장에서는 무궁무진한 시장이다. 한국에서는 새로운 플랫폼이 열릴 때, 특정 장르를 VR로 옮기면 괜찮다는 접근이 많은데, 저희가 봤을 때는 2D에서 3D로 넘어가는 시기와 같은... 새로운 차원의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기에 기존의 게임을 벗어나 나올 수 있는 요소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슈팅 게임을 VR로 만들자'라는 단순한 접근보다는 스토리텔링이나 월드빌딩 부분을 유저가 느낄 수 있도록 개발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올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현재로써는 그런 접근이 맞다고 보고, 앞으로 더 경험해야 될 것도 많다고 생각한다.

이제 막 시장이 시작하고 발전하는 단계에서는 계속해서 배워가야 한다. 프로토타입을 만들어서 반응도 보고, 작은 게임들을 제작하면서 데이터를 최대한 많이 측정하려고 한다.

▲ 플레이스낵은 VR이 기회가 무궁무진한 시장이라고 판단한다.

규모가 있는 회사들은 성장하지 않은 작은 시장에 선뜻 다가가기 힘들다. 하지만 작은 회사에서는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해 시장 자체를 배워나갈 수 있다. 그리고 시장이 성숙하여 형성되었을 때, 지금까지의 경험을 가지고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신흥 시장에서 같이 성장하고 배워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다양한 것들을 만들어 가면서 최후에는 시장을 리딩하는 업체로 커질 수 있다는 것. 그렇기에 VR 시장이 아직 성숙하지 못한 지금 시기를 기회로 보고 있다.


Q. 본격적인 VR 시연이 이루어진 이번 지스타 2016을 방문하기도 했다. 느낌은 어땠는가?

사실, 작년까지만 해도 콘텐츠 쏠림 현상이 많았다. 주로 모바일... 거기서도 모바일 ARPG가 주를 이루는 흐름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VR 콘텐츠의 규모가 커졌다. 하드웨어 시장이 열렸다 안열렸다를 떠나서 활기가 불어 넣어진 듯하다. 그런 점에서 긍정적으로 본다.

회사 직원들과 함께 이번 지스타2016을 방문했는데, 국가에 따라 달라지는 콘텐츠 접근 방법을 보면서 배워가는 부분들도 있었다. 앞으로 VR 생태계가 자리 잡는다면, 사업을 유무를 떠나서 도움을 드리고 받으면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려는 생각도 가지게 됐다.

현재 '세계적으로 VR이 차세대 플랫폼이 될 것이다.'라는 믿음이 형성되고 있다. 이를 믿는 사람들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아야만 전체적인 시장이 커진다고 생각한다. 개발자들이 보유한 경험과 제작 환경 등은 PC보다는 콘솔에 조금 더 가깝다. 그렇기에 서로의 생각과 노하우들을 공유하는 일이 많은 것 같다.

국가마다 잘할 수 있는 부분들도 다르다. 이번 지스타의 VR 콘텐츠들을 보면, 연애나 공포 등의 장르가 눈에 띈다. VR이라는 새로운 매체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이렇게 많구나 싶었다. 그래서 희망적이다. 앞으로 시장이 성숙한다면 나라마다 색다른 아이디어가 나올 것이다. 각국의 개발자들이 서로의 경험을 공유한다면 더욱 재미있는 게임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봤다.

▲ 다양한 VR 시연을 할 수 있었던 지스타 2016


Q. 그래... 직접 해보니 VR 공포는 충격적이었다. 그런데 다른 경험이라면 어떤 것들을 생각하는가?

장르를 떠나서 VR이라는 매체는 기존의 게임이나 영화보다는 감정을 느끼기에 적절한 매체다. 게이머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말이다. 지금까지의 콘텐츠들은 게임적인 흥분을 할 수 있는 것들이 위주다. 앞으로는 다른 감정과 경험들을 신경 쓸 필요가 있다. 스토리텔링이라던가 감동을 줄 수 있는 연출이라던가 이런 것들?

직접 체감을 할 수 있는 VR이라는 매체에서는 오히려 차분하게 무엇인가를 만들고, 감동을 받는 게임도 유저들에게 몰입감을 느끼게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만들 수 있고, 스토리텔링 도구로 볼 수도 있겠다. 공포는 물론이고 희노애락 등을 느끼고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 낼 수 있는 것들이 무궁무진하다.


Q. 나라마다 특징이 다르다고 했는데, 시장 부분에서 어떠한 차이가 있는 것인가.

중국은 VR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들이 생기고 성장하는 중이다. 아직 한국은 대중화되지 않았지만 PC방의 사례를 생각해보면, 조만간 VR방이 대중화될 것 같다. 아시아 시장에서는 집에서 설치하는 것보다는 공간을 이용하는 식으로 접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 VR 시장도 시간이 지나면 자신만의 영역을 가질 것 같다. 구글 데이드림도 구매하여 사용해 봤는데, 기존의 모바일 VR보다는 몰입감 뛰어나다. 컨트롤러도 접근성이 좋다. 컨트롤러 하나만으로도 모바일 VR시장에서 시도해볼 수 있는 것이 늘었다. 앞으로는 모바일 VR 시장도 점차 커질 것으로 본다.

▲ 데이드림을 보면, 모바일 VR 시장도 점차 커질 것이라 봤다.


Q. VR이 게이머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어필할 수 있다고 보는가?

국가마다 시장이 조금씩 다르게 형성되는 중이지만, 아무래도 VR은 일반인들이 체험을 하지 않으면 설명하기 어렵다. 글이나 영상만으로 일반인에게 설명하려 한다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반드시 체험이 필요한 상황에서 우려되는 점은 '퀄리티가 낮아서 첫 경험이 안좋았을 경우, VR 콘텐츠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좋은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좋은 경험을 대중에게 줄 수 있다면, 영화 관람이던 음악 감상을 하던 새로운 매체로서 자리 잡을 것이다. 물론, 한계점은 많다. 본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기는 가격도 비싸고, 모바일 VR은 성능이 낮다. 그래서 시장 전망을 장기적으로 보는 것이다.

이번 지스타에서 놀란 점이, VR 체험존으로 일반인·게이머 너나 할 것 없이 뛰어갈 정도로 관심을 보였다는 점이다. 쉽게 체험할 수 없는 VR이란 콘텐츠에 대한 열망은 마찬가지다 싶었다. 사람들의 관심을 생각한다면, 앞으로 좋은 콘텐츠들을 만들어서 대중화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 쉽게 체험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열망은 마찬가지다 싶었다고...


Q. 멀미같이 부정적인 요소들이 VR의 발목을 잡지 않을까 하는 분석도 있던데?

우리가 VR 게임을 만들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은 '최대한 어지럼증이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가 핵심이다. VR은 뇌를 착각하게 하는 매체다. 화면은 움직이는데 몸은 가만히 있으니, FPS와 같은 게임을 기존과 같은 조작 방식으로 컨버팅하면 어지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뇌의 구조를 이해하면서 만들어야 한다.

FPS에서 시야를 돌리거나 벽을 끼고 살짝 보는 것들이 예가 될 것 같다. VR로는 그냥 움직이거나 고개만 돌리면 되는데, 이러한 움직임을 버튼이나 조작 체계로만 구현하면 멀미가 나오게 된다. 실제 현실에서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에 대해 연구를 하고, 이를 게임에 반영해야 어지럼증이 덜하다.

크라이텍의 '로빈슨 더 저니'는 VR에서 움직일 수 있도록 제작된 게임이다. 여기서는 부자연스러운 행동을 하는 것을 제한하여 어지럼증을 줄였다. 예를 들면 기능적으로 하늘을 볼 때는 걷는 것을 멈추게 한다든가 하는 것들이다. 현실에서는 앞을 보고 걷는 것이 자연스러운 행동이니까. 작은 예들이지만 사람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최대한 현실과 유사하게 행동할 수 있도록 설계한다.

▲ 부자연스러운 운동을 제한하여 어지럼증을 잡은 '로빈슨: 더 저니'

반대로 뇌가 아예 이해를 못 하면 어지럼증은 없다. 텔레포팅으로 이동한다거나 하는 것들이다. 천천히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현실 물리 범주를 벗어났기에 뇌가 어떤 움직임인지 이해할 수 없다. 이해하는 행동이 아니기에 어지럼증이 없는 것이다. 이외에도 3인칭 카메라 사용하는 등 어지럼증을 막기 위한 여러 요소가 있다.

3D 게임이 처음 나오고 나서 시간이 지나서야 정석이라 부를 수 있는 틀이 잡힌 것처럼, VR의 정석을 만들면 더 좋은 게임이 나올 것이다. 어지럼증을 잡지 못한 콘텐츠만 나온다면 우려가 있겠지만, 제대로 된 콘텐츠 위주로 시장이 형성된다면 어지럼증 때문에 VR이 사장되리란 우려는 사라질 것이다.

▲ 시간이 지나 제대로 된 VR이 시장이 형성되면 어지럼증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