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4일 스타크래프트2(이하 스타2)의 대격변 패치가 진행됐습니다. 저그가 크게 버프를 받았고, 프로토스는 핵심 유닛 사도가 너프 되는 등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테란은 여러 가지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지만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탱료선'의 삭제와 사이클론의 리빌딩이었습니다.

대격변 패치가 적용되자 많은 스타2 유저들이 기다리던 패치가 적용돼서 반가워했지만, 동시에 급격한 변화로 혼란스러움을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인벤은 스타2를 누구보다 잘 알고 사랑하는 '스타2 지킴이' 고인규 해설과 만나 대격변 패치에 대해 솔직 담백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본격적으로 스타2 대격변 패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기 전, 궁금했던 고인규 해설의 근황과 그가 요즘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먼저 질문했습니다. 스타2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고인규 해설은 프로리그가 폐지된 지금 이 시점에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요?



Q. 고인규 해설의 최근 근황이 궁금합니다.

G스타 이후로 많이 쉬고 있어요. 겨울은 항상 e스포츠인들에게 추운 법이잖아요. 그래도 스타2는 해설 중에서 가장 열심히 하고 있다고 자부할 만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스타2뿐만 아니라 다른 게임들도 조금씩 관심을 두고 있고, 최근에는 운전에 눈을 떠서 면허도 따고 작은 차까지 한 대 장만했어요.


Q. 프로리그가 폐지돼서 누구보다 많이 아쉬울 것 같습니다.

프로리그 결승전이 끝났을 때 중계진들의 표정을 보면 알 겁니다. 얼마나 프로리그에 애정이 많았는지. 팬 여러분들의 사랑 덕분에 프로리그가 존재할 수 있었지만, 중계진 역시 프로리그를 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던 만큼 아쉬움이 컸어요. 사실 오래전부터 프로리그가 언젠가 끝날 것이라고 예상했어요. 그날이 공허의 유산 첫해만 아니길 바랐죠. 내년이나 내 후년쯤 문을 닫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그날이 일찍 찾아오더라고요. 프로리그가 폐지돼서 많이 아쉽지만 최선을 다했던 만큼 후회는 없어요.


Q. '고방천(고인규 방송 천재)'라는 말이 나올 만큼 방송에 대한 재능이 뛰어나신데, 다른 종목 해설을 생각해본 적은 없나요?

사실 다른 종목 해설에 대한 제의가 들어온 적이 있어요. 하지만 스타2는 절대 놓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서 거절했었죠. 스타2를 놓지 않는 한도 내에서 다른 종목을 도전할 수 있지만, 만약 스타2를 포기하고 다른 종목을 준비해야 한다면 정말 깊이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아요.



Q. 본격적으로 스타2에 대한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이번 대격변 패치로 테란에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바뀐 테란을 평가하자면?

지금 양상을 보면 밸런스가 잘 맞는 느낌은 아니에요. 지금 개인 방송을 할 때 시청자들에게 "지금 저그가 가장 좋은 것 같다"고 말해요. 지금 테란이 메카닉을 하던 바이오닉을 하던 저그를 이기기 어려워요. 특히 장기전을 갔을 때 저그의 고 테크 병력을 테란이 상대하기 어려워요. 살모사를 끊기도 어렵고 해방선이 약해지면서 뮤탈리스크를 상대하기도 어려워졌어요. 사이클론이 리빌딩됐는데 저는 이전 사이클론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사이클론은 초중반에 강력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힘을 못 써요. 사거리가 짧고 목표물 고정에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손에 잘 맞지 않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어요.


Q. 저그는 대체로 좋아졌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저그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박령우 선수의 개인 방송을 봤는데, 감염충이 테란의 병력 뒤에서 잠복하고 기다렸다가 교전이 벌어졌을 때 진균으로 묶는 것을 보고 '저그가 저렇게 하면 테란이 절대 이길 수 없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감염충이 잠복 상태로 모든 스킬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테란이 감염충을 상대하려면 밤까마귀가 필수적으로 필요하게 됐어요. 하지만 테란이 밤까마귀를 확보하면 그만큼 의료선이 늦어지기 때문에 공격 타이밍이 밀려 수비적인 위치에 설 수밖에 없어요. 그 점이 테란의 가장 큰 딜레마인 것 같아요. 히드라와 맹독충까지 좋아지면서 저그가 테란과 프로토스를 상대로 모두 할 만해진 상황이에요.


Q. 프로토스는 어떻게 변한 것 같나요? 사도와 폭풍함이 너프 됐는데...

패치 전, 테란 vs 프로토스에서 장기전을 가면 폭풍함의 존재 때문에 테란이 프로토스를 이기기 매우 어려웠어요. 하지만 이제 폭풍함의 인구수가 4에서 6으로 오르면서 프로토스가 테란의 해방선을 상대하려면 인구수 200을 조금 더 효율적으로 채워야 해요. 아직 경기 양상을 더 지켜볼 필요가 있지만 이번 패치의 가장 큰 피해자는 프로토스라고 생각합니다. 저그 전에서는 '히링링'을 대처할 중간 테크 유닛이 없어서 중간 과정을 생략하고 바로 우주모함을 준비하는 기형적인 빌드도 나오더라고요.



Q. 스타2는 너무 견제 양상으로 게임이 흘러간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이번 패치로 그런 점이 완화될까요?

그런 점에서 사도의 너프는 정말 적절했다고 생각해요. 패치 전 사도는 성능이 강력한데 견제와 정찰 기능까지 뛰어나서 문제가 많은 유닛이었어요. '탱료선'이 없어지면서 요즘 테란들이 저그전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3병영 사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 같아요. 그만큼 테란이 저그 상대로 어렵기 때문에 꺼낸 카드라고 봅니다. 개인적으로 사신의 지뢰 데미지를 없애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만약 모든 테란들이 변현우 선수처럼 사신을 활용할 수 있다면 3병영 사신만으로 '테저전'이 끝나는 경우가 많을 거예요. 확실히 패치의 영향으로 견제보다 교전 중심의 게임 양상이 만들어졌어요. 개인 방송에서 자주 언급하는데 요즘 스타2의 게임 속도가 조금 느려진 느낌이 들더라고요.


Q. 스타2는 어려운 게임이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블리자드 역시 스타2를 어려운 게임으로 인정하고 개발하고 있죠. 이에 대한 고인규 해설의 생각은 어떤가요?

게임은 접근성이 편해야 사람들이 흥미를 느끼고 많이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e스포츠는 사람들이 많이 해야 인기가 높아질 수밖에 없어요. 블리자드가 어려운 게임을 추구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많이 아쉬워요.


Q. 일각에서는 블리자드가 패치를 너무 자주 한다고 말합니다.

패치를 많이 한다는 것은 블리자드가 그만큼 선수와 유저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패치가 너무 잦으면 우승자를 개발자가 정하는 꼴이 되죠. 예전에 최연성 감독이 "선수가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고 말했던 것처럼 너무 잦은 밸런스 패치는 좋지 않아요.


Q. AOS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RTS의 시대는 끝났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에 대한 고인규 해설의 생각은 어떤가요?

저는 'RTS가 비주류가 됐다'기보다는 'RTS로 할 만큼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20년 가까이 사랑받았던 장르는 RTS가 유일하니까요. 사실 1:1 게임인 스타크래프트로 팀 리그를 한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었어요. 마치 테니스로 팀 리그를 하는 것처럼 말이죠. RTS의 시대가 다시 올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지만 어떤 장르가 대세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남아있는 RTS 게임들을 어떻게 보존해 나갈지 고민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 같아요.



Q. 프로리그 폐지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외국인 선수와 한국인 선수의 격차가 줄어들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인정해요. 프로리그가 사라지면서 선수들의 동기부여가 많이 사라졌고, 외국인 선수들의 기량이 한국 선수만큼 올라왔어요. 지난 KeSPA 컵을 보더라도 격차가 많이 줄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어요. 그래서 이제 지역락을 해제하는 방법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선수들이 해외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모습을 많은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할 거예요. 온라인으로 글로벌 팀 리그를 만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블리자드에서 후원하는 샤우트 크래프트가 그중 하나죠. 글로벌 팀 리그가 생기면 국내 팬들과 해외 팬들이 모두 좋아할 것 같아요.


Q. 요즘 올드 게이머들이 스타1로 복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고인규 해설은 스타1 선수로 복귀할 생각은 안 해보셨나요?

전혀 해본 적 없어요. 아직은 '해설 고인규'가 더 좋아요. 제가 대회에 나가면 웃음거리가 될 거예요. 지금은 스타2에서 '세 종족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은 해설자'라는 타이틀이 더 좋아요. 고인규에 대한 환상을 깨고 싶지 않아요.


Q.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을 해주세요.

저의 개인 방송을 많이 시청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스타2를 좋아하는 분들이 오신다면 정말 친절하게 잘 설명해 드릴 수 있어요. 트위치 검색창에 canatasc2라고 치면 나오거든요.(웃음) 앞으로 다양한 활동으로 여러분과 만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진 = 남기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