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걸어온 분이 있습니다. 주변에서 뭐라고 하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온 웹툰 작가 겸 스트리머. 요즘에는 '이말년'보다 '침착맨'이란 호칭이 더 익숙한 분이죠.

처음에 그가 서 있는 길은 홀로 '무언가' 한참 동안 기다려야 했던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좋아서 시작한 그의 행보를 따르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났고, 어느새 가장 앞에서 걷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답니다. 단지 좋아서 시작한 일이지만, 그가 가는 길은 '대세'가 돼가고 있습니다. 어느덧 '수장'으로 불릴 정도의 위치에 서서 히어로즈와 개인 방송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하는 단계까지 다다랐죠.

처음엔 성급하게 뛰어가기도 했지만, 이젠 보다 '고급' 스러운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의 길을 만들어나가려고 하는 '침착맨'. 그가 바라본 히어로즈와 앞으로 가야 할 길은 어떤 모습일까요.


Q. 이제 '이말년'보다 '침착맨'이라는 호칭이 더 익숙하네요. 독자 여러분에게 인사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요즘 트위치tv에서 개인 방송을 하고 있는 ‘침착맨’입니다.


Q. 작년 '이말년'씨와 인터뷰에서 새로운 게임을 배우기 싫다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히어로즈는 어떻게 접하게 됐나요?

인벤에서 히어로즈 오픈 베타 정식 출시 기념행사를 했어요. '히린이'로 불리는 히어로즈 초심자들과 ‘크레이지무빙' 한기수 선수와 같이 히어로즈를 하는 이벤트가 있었어요. 그때 히어로즈를 처음 접하게 됐죠. 당시 히어로즈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이었어요. 베타키가 없어서 해볼 기회도 없었고, 그냥 여론이 조금 안 좋다는 소문만 들어봤던 게임이었어요. 인벤 측에서 제가 하스스톤을 하고 있으니까 익숙한 스랄, 말퓨리온, 제이나와 같은 영웅으로 히어로즈를 해보라고 해서 시작했고, 조금씩 계속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된 거죠.


Q. 히어로즈는 '게이머 수가 적어서 대기 시간이 너무 길다'는 말들이 많았어요. '고오급레스토랑'과 같은 조롱 섞인 말들도 있었는데, 게임을 시작하는데 망설여지지 않았나요?

히어로즈의 ‘암흑기’ 시절에 해온 줄 아시는 분들이 있는데, 저도 히어로즈가 재미없을 시기에 잘 안 했어요. 당시 히어로즈를 하면서 말을 안 하게 되니 방송이 너무 조용해지고 시청자들도 싫어하더라고요. 저도 피지컬이 안되다 보니 다른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는 거에요. 히어로즈 자체가 재미없다기보다 방송의 재미가 떨어질 때도 있었죠. 가장 큰 이유는 당시 히어로즈를 같이할 분들이 없다 보니 게임 수가 줄더라고요. 같이할 분들이 늘어나서 요즘 더 많이 하게 됐고요.




Q. 초창기에 히어로즈로 방송할 때 시청자 수가 반으로 줄었다는 말을 들었어요. 스트리머라면 시청자가 줄어드는 것을 걱정 안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제가 시청자 수를 크게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개인 방송이 부업이었기 때문이에요. 당시 웹툰 작업이 주 업무였으니까요. 사실상 방송은 노는 것과 다름이 없는데, 놀다 보니까 돈이 들어오는 것이었죠. 시청자 수가 줄긴 하더라도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해보고 싶었어요. 저는 특수한 경우였고, 주업이 스트리머인 분들은 시청자 수 변동에 민감할 수밖에 없죠.


Q. 방송의 '재미요소'가 중요하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히어로즈 방송의 재미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게임 자체의 재미요소가 생겼어요. 예전에는 밴픽 시스템부터 많은 게 완성이 안 된 상태였죠. 그런데 미완성된 상태가 너무 길어서 게이머들한테 인식이 그렇게 박혀버린 거예요. 물론, 아직 완성된 단계는 아니지만, 새로운 영웅이 추가되고 밸런스 패치가 거듭되면서 어느 정도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유저 수 역시 늘다 보니 게임도 예전보다 잘 잡히는 편이 됐어요.

히어로즈 방송의 재미요소는 하스스톤 방송과 비교해서 말해볼게요. 하스스톤은 혼자 방송하는 게임이지만, 히어로즈는 다른 스트리머와 함께 할 수 있잖아요. 하스스톤 스트리머들은 외롭게 혼자 하니까 같이 방송하는 것에 목말라 있었어요. 그래서 하스스톤 스트리머 사이에서도 잠깐 LoL이 유행하기도 했죠. 그런데 요즘 이벤트 때문인지 많이들 히어로즈로 넘어오더라고요. 오버워치도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데, 제 생각에는 진입 장벽이 있어요. 그래서 히어로즈의 장점은 진입 장벽이 낮고 같이할 수 있다는 점인 것 같아요.



Q. 최근 히어로즈 스트리머 수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방송에서 다른 스트리머, 해설진과 함께하더라고요. 신정민 해설, '단군', '룩삼'까지 어떻게 뭉치게 된 건가요?

신정민 해설 같은 경우는 제가 아프리카tv에서 방송할 때 같이 했었어요. 당시 히어로즈에 빠져있을 때였죠. 아프리카tv에서 '용봉탕', '뱅붕'님을 비롯해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많이 했고, 신정민 해설이 저한테 많이 알려줬어요. '단군'은 나이스게임tv에 있을 때 알게 됐고 계속 연락하면서 지냈어요. '룩삼'님은 하스스톤을 비롯해 다양한 개인 방송을 오가며 함께 해왔던 사이죠.


Q. 하스스톤은 어떤 카드를 낼지에 대해 방송 시청자들과 함께할 여지가 많은데, 실시간 게임인 히어로즈는 게임에 집중하다 보니 대화할 시간은 적을 것 같아요.

제가 히어로즈 방송할 때는…솔직히 말씀드리면 개인적으로 게임을 한다는 생각으로 해요(웃음). 그러니까 시청자들이 많이 빠지기도 했죠. 그 부분은 제가 더 많이 연구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해요. 지금은 안일하게 하고 있어요.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니까 시청자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다음에 하스스톤 하겠다고 말해요. '뱅붕'님 같은 경우는 두 가지를 동시에 잘하던데, 저는 아직은 멀티태스킹, 피지컬에 약해서인지 잘 안되더라고요. 그래서 합방을 자주 하려고 해요. 합방하면 아무래도 말을 많이 하니까요.

"히어로즈 할 거예요? (하고) 말 거예요?" 설치기사로 활동했던 '침착맨'(링크출처 : 얍얍 TV)



Q. 히어로즈의 '정신적 지주'로 불릴 정도로 앞장서서 '고오급 레스토랑'을 홍보했어요. 히어로즈 '설치기사'로 등장하기도 했는데, 홍보 활동을 앞으로도 이어가실 건가요?

요즘에 드는 생각은 최대한 강요하지 않기로 했어요. 제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있어서인지 상대방이 거부할 수가 없더라고요. 다른 방송에 가서 "하세요"라고 말하면 시청자들도 같이 해야 한다고 말해서 안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더라고요. '아니요'하는 순간 나쁜 이미지가 잡히고 '예'라고 답하면 하기 싫은 것을 기존 스트리밍 계획까지 바꿔가며 하게 되는 것이잖아요. 옛날에 알고 있었지만, 제가 심심해서 좀 강요하긴 했어요.

이제는 자제하려고요. 그때 제가 히어로즈를 강요했던 이유는 하스스톤이 좀 침체기였고 스트리머들도 다른 게임을 많이 했던 시기였기 때문이죠. 그런데 요즘에는 하스스톤 확장팩이 새로 나오고 시청자도 많아지고 있더라고요.




Q. 만화를 그릴 때 맞춤법을 틀리지 않으려고 굉장히 신경 쓴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침착맨' 방송만의 수칙이 있을까요?

아직 완벽히 실천은 못 하고 있지만, 저는 스트리밍할 때 최대한 짜증을 안 내려고 해요. 누가 봐도 장난스러운 짜증은 괜찮은데, 속에서 끓어 오르는 짜증은 보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짜증 나잖아요. 개인 방송이라는 게 심심해서 보는 분들이 많은데 같이 안 좋아질 수 없죠. 게임을 하다가 만난 '트롤' 유저에게 제가 짜증을 내면 시청자들이 자신한테 짜증 낸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요. 그렇지만 저도 인간인지라 '남 탓'을 안 하려고 하더라도 새어 나오더라고요.

그리고 같이 게임을 하는 분들이 제 방송에 나오고 싶어서 나오는 게 아니거든요. 커뮤니티에서 많이 회자되기도 했어요. ‘고의트롤’이라도 공개될 이유는 없는데, 실수로 위치 선정을 못 하는 경우도 있잖아요. 그러면 커뮤니티에서 원색적인 비난이 나와요. 그분은 그냥 본인 여가 시간에 게임을 한 것인데, 방송에 잡혀서 안 들어도 될 욕을 듣는 거 잖아요. 하스스톤도 카드를 실수로 잘못내면 상대에게 비난이 쏟아지더라고요.

원천적으로 이런 게 봉쇄되지 않는다면, 저라도 비난은 자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스스톤은 최대한 상대방 아이디를 가리려고 하는데, 히어로즈는 상대방 아이디를 가릴 수가 없더라고요. 보는 분들은 ‘또 만났네’라며 즐길 거리가 더 생길지 몰라도 당사자들은 힘들 수 있거든요.


Q. 요즘 첸-무라딘-아서스 등 전사 영웅을 주로 하더라고요. '침라딘'이라고 불릴 정도로 인정받기도 하던데, 전사를 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저만의 전사론이 있어요. 보통 히어로즈에서 50%는 전사-탱이 한다는 말을 하잖아요. 교전을 열고 과감하게 들어갈 때 진입해줘야 딜러들이 딜을 잘 넣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갓버' 구간에서는 못하는 사람은 단단한 탱커가 좋다고 생각해요. 못 하고 위치 선정마저 안 좋으면, 가만히 서 있어도 딜을 받아내는 탱커가 제 역할을 해낼 수 있죠. 잘못 들어가도 살아나올 가능성이 있잖아요. 제가 위치 선정이 능력이 안 좋은 편이라 그런지 탱커를 주로 하게 됐어요. 실수로 상대 5명 사이로 들어가서 ‘어이쿠 깜짝이야’하고 놀란 채로 살아나올 수 있어요.

반대로 발라와 같은 딜러는 굴러도 얼마 못 가고 기절한 채로 죽어버리잖아요. 제가 딜러를 잡으면, 딜 욕심을 부리기도 전에 죽어버리니까 하기 싫더라고요. 그렇지만 시청자들의 보는 재미를 위해 연습은 해야죠. 맨날 '또라딘-또서스'만 보면 지루하잖아요. 지원가도 많이 했었는데, 요즘 OP로 평가받는 말퓨리온으로 승률 10%를 달성했어요. 지원가는 이동기도 없고 우선 표적이 되니까 위치 선정이 정말 중요하게 느껴지더라고요.




Q. 히어로즈 글로벌 챔피언십에서 객원 해설로 나왔는데, 어떻게 해설로 참가하게 된 건가요?

인벤 방송국 측에서 먼저 연락이 왔어요. 처음에는 게임 볼 줄 모른다고 거절했어요. 프로 경기를 꽤 보는데, 상황이 빠르게 전개되는 급박한 순간에 제가 끼어들 틈이 없었죠. 경기 전에는 시간이 많이 있으니까 제가 헛소리를 하면 받아주고 넘어가고 그러면 되죠. 하지만 경기 중에는 쉴 새 없이 이뤄지는 히어로즈의 한타 상황에서 누가 잘했는지 짚어줘야 해요. 예를 들어, 제가 “카라짐은 원래 대머리인가요?” 이런 헛소리를 하는 순간 중요한 말을 못하게 되잖아요.

그래서인지 저도 모르게 경기 중에는 말을 아끼게 되더라고요. LoL 같은 경우에는 라인전인 길어지면서 소강상태가 지속될 때가 있지만, 히어로즈는 오브젝트 싸움이 끊임없이 펼쳐지니까 캐스터가 설명하면 바로 다음 상황이 이어져요. 중요한 상황이 이어지다 보니 제가 말할 기회를 못 잡았어요. 다음에 또 제의가 온다면, 그때는 저도 좀 공부를 해가려고요.


Q. 최근 '오니겐지'와 '침착맨' 때문인지 히어로즈에 관심이 생기는 유저들이 늘어난 것 같은데, 히어로즈 게이머가 더 많아지기 위해 어떤 점이 개선되어야 할까요?

어떤 게임이든지 진입 장벽은 있어요. 히어로즈는 LoL과 비교해서 못하는 사람이 소위 ‘역캐리’할 가능성이 더 큰 게임이죠. 그래서 처음 할 때 팀원들에게 원망을 많이 들을 수 있어요. 왜냐하면, 최고수도 혼자 캐리하기 힘드니까요. 그래서인지 주변에 비난을 듣고 히어로즈를 그만둔다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처음 시작하는 분들은 그냥 하면 될 것 같고, 기존에 있는 분들이 많이 이해해줬으면 해요. AOS라는 장르 특성상 같이할 수 밖에 없잖아요. 상대방에 대한 배려나 이해가 필요하지 않나. 날선 채로 게임을 하는 건 본인한테도 좋지 않아요. 자신이랑 안 맞는다고 AOS를 그만두는 사람들도 있어요. 너무 예민하게 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팀 게임 자체가 화를 내기 쉬운 구조이긴 해요. 왜 짜증 내는지 이해가 되기도 하죠. 세 판 연속으로 특정 유저 때문에 힘들면 분명 그럴 수 있어요.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서로 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Q. 마지막으로 트위치tv 스트리머로서 팔로워 여러분에게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침착맨’ 많이 사랑해주세요. 다른 방송도 재미있는 게 많더라고요. 제가 어느 날은 히어로즈를 안 하고 있을 수도 있어요. 너무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도 히어로즈만 할 수 없거든요. 그런 날은 가끔 컴퓨터를 끄시고 가족과 함께 보내는 것은 어떨까요(웃음).



이미지=석준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