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OVE의 유카 코지마 CEO

게임 산업의 변화를 주제로 매년 정보를 공유해온 '2016 한국국제게임컨퍼런스(KGC2016)'가 8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행사 2일 차를 맞이했다.

이날 키노트에는 아이트래킹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 'FOVE'를 준비 중인 유카 코지마(Yuka Kojima) 대표가 자리해, '세계 최초의 아이트래킹 VR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 FOVE (Fove, the world’s first eye-tracking vr Hmd )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여성 CEO이자 한 명의 개발자로서 VR 콘텐츠에 아이트래킹이라는 기술을 접목시킨 그녀는, 지금까지 FOVE가 걸어온 길을 회상하며 자신들의 비전을 설명했다.



■ 왜 '아이트래킹' 인가? - 눈을 쫓아가며 얻을 수 있는 것들

소니에서 게임 프로듀서로 재직했으며, 현재 여성 CEO이자 코스튬 플레이어, 만화 원작자이기도 한 그녀는 FOVE가 걸어온 길을 되짚기 전에 자신들의 기술을 먼저 설명했다. '눈으로 VR을 조작한다.'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조작 방법을 적용한 이유와 장점에 대한 것들이었다.

강연자가 아이트래킹을 선택한 것은 VR에서 좌안과 우안이 보는 것이 다르다는 문제 때문이었다. 현재의 HMD들은 눈마다 보이는 것이 미묘하게 다르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현재의 기기들을 이용해 VR FPS를 플레이하게 되면, 총알이 생각한 것과는 다르게 적중한다는 문제가 있다.

허나 이와 같은 문제들은 FOVE의 아이트래킹 기술을 사용하면 큰 불편함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향상된다. 유저의 안구가 움직이는 동작을 게임에 반영하는 FOVE에서는 유저의 시선이 집중되는 부분을 고해상도로, 이외의 부분을 거리에 맞는 해상도로 변화하여 보여주고 있다.


별도의 조작 체계가 사라졌기에, 눈을 사용하여 조작할 방법과 UI도 고민했다. 예를 들어, 이성과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VR 콘텐츠에서는 캐릭터와 시선을 통해 교감할 수 있게 된다. 무의식적으로 발생하는 눈의 깜박임과 움직임 등을 캐치하여, 캐릭터에게 감정을 전달한다.

이는 지금까지의 VR 기기와 게임들에서 찾아볼 수 없던 새로운 방식이다. FOVE는 자신들의 트래킹 기술을 활용하여 게임 외적인 부분에서도 하드웨어를 활용할 예정이다. 시선만을 이용하여 피아노를 연주하는 등 복지와 교육 등 다방면에서 기기가 활용될 수 있음을 증명하기도 했다.




■ 자연스로운 스토리텔링을 위해 - 'FOVE'가 걸어온 길들

다방면으로 활용될 수 있는 기술을 정립하고, 실제 제품으로 만들어지기까지 FOVE가 걸어온 길은 어땠을까? 유카 코지마 대표는 대기업을 나와 스타트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스토리텔링'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기 때문이라 밝혔다.

TV, 영화와 같은 미디어는 일방통행으로 스토리텔링이 진행된다. 작가와 감독이 높은 완성도로 치밀하게 만들어둔 이야기들을 청중이 받아들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게임의 스토리텔링은 다르다. 유저들은 개발사가 적어둔 한정적인 선택지를 거치며 자신들이 이야기를 만들어 나간다.


유저들이 선택한 결과는 이야기 진행에 반영되어, 등장인물의 성격 변화를 이끌어내거나, 결론이 달라지는 등 게임 내에 영향을 미친다. 유저의 선택권이 있는 만큼 이를 개발자가 완벽하게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게임은 이렇듯 서로 영향을 미치는 매체였고, 지금까지 그래왔다.

하지만 '현실에 가까운 몰입감'을 주고자 하는 VR에서는 이러한 스토리텔링이 문제가 된다. 현실에 가까운, 어쩌면 현실보다 더 뛰어난 몰입감을 제공하는 VR 콘텐츠에서 '텍스트를 이용한 선택지'가 등장하는 것은 어색한 측면이 있다. 현실에서는 눈앞에 선택지가 뜨는 것이 아니니 말이다.


강연자는 이러한 스토리텔링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아이트래킹을 제작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리고 현실감을 지향하는 만큼, 게임에서도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과 스토리텔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를 구현하고자 하는 기업은 없었다. 결국, 스스로 회사를 설립하고 킥스타터를 통해 자금을 모으기 시작했다. VR로 감정을 전달하기 위한 긴 여정이 시작된 것이다.

개발 기간에는 3~4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VITA나 아이패드의 카메라를 이용한 소프트웨어를 고민하기도 했고, 수많은 프로토 타입을 만들었다. 종이, 발포 스티로폼, 3D프린터까지 다양한 재료들을 이용한 프로토타입들이 탄생했다.

하드웨어의 제작에 있어 디자인 측면도 고려했다. 머리에 고정하면서도 사용하기 편하도록, 그리고 디자인이 유려하도록 만들어야 했다. 기존의 커다랗고 무거운 디자인을 벗어나, 자신이 사용하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만들었다고 전했다. 몇 번에 걸친 논의와 시도 끝에, 기능과 디자인을 모두 아우른 현재의 디자인이 적용됐다.




■ 눈과 눈이 마주친 순간 - FOVE가 그리는 미래

FOVE 0의 예약판매를 실시하고 있는 지금, FOVE는 하드웨어를 넘어 소프트웨어 제작까지 발을 넓히려 하고 있다. 애니메이션인 소드아트온라인과 연계하여 히로인인 아스나와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콘텐츠도 제작 중이다. 눈을 계속해서 바라보면 캐릭터가 창피해한다거나 감정적인 소통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강연자는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아이트래킹 기술을 이용해 새로운 UI를 제시하고 더 몰입할 수 있는 계기를 줄 것이라 말했다. 눈의 움직임조차도 UI와 조작으로 포함시킬 수 있고, 이로써 VR 게임에 있어 새로운 장치로 작동할 것이란 예측이다.

아이트래킹을 넘은 '페이스 트레킹' 또한 앞으로의 계획에 들어있음도 공개했다. 아이트래킹과 페이스트래킹을 융합하여, 게임 내 아바타에서 사람의 얼굴과 감정이 느껴지는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싶다는 원대한 포부다. 앞으로 세상이 계속 발전해 나간다면, 게임에 인간의 인생과 삶을 녹여낼 수 있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긍정적인 전망도 내놓았다.


VR을 통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서로의 감정까지 전달하려는 FOVE의 시도는 성공할 수 있을까? 원거리 연애부터 게임 등 다방면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제작한 FOVE의 시도는 이제 첫걸음을 떼었다. 유니티나 언리얼 등 협력사도 구했고, 스팀 VR SDK도 지원한다.

강연의 말미에 그녀는 "VR은 장애가 있다거나 물리적인 제한이 있는 사람들에게 커뮤니케이션 기회를 줄 수 있는 기기입니다. 이 기기을 통해 감정의 커뮤니케이션이 자연스레 이루어 질 수 있죠. 저희는 가상 세계에서도 현실에서처럼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기기를 만들고 싶습니다."라고 자신들의 가치관을 밝히며 강연을 마무리 지었다.



■ KGC2016 기사 모아보기
[KGC2016] 게임의 스토리텔링은 왜 '구린'가?
[KGC2016] 게임, 어떻게 해야 교육용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요?
[KGC2016] "스타1이 스타2보다 재미있다? " 의학으로 풀어본 기능성 게임
[KGC2016] 게임핵은 못 막는다고요? 이렇게 하면 막을 수 있습니다
[KGC2016] 하루 4천 원, 게임사 대표의 생활비였다 - 게임 스타트업 이야기
[KGC2016] "눈은 영혼의 창이다" - 아이트래킹 VR기기를 만들게 된 이유
[KGC2016] 콘텐츠가 왕? "VR, 판타지가 깨져야 업계는 나아갈 수 있다"
[KGC2016] 네이버 이정섭 매니져 "네이버카페 PLUG, 290개 게임 제휴 개발 중"/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