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가디언. 2009년 6월 첫 공개를 한 이래 7년 6개월, '이코', '완다와 거상' 개발팀 '팀 이코'의 세 번째 작품. 식인 독수리 '토리코'와 소년의 이야기가 마침내 지난 12월 7일 우리 곁으로 찾아왔다. 몇 차례 연기가 아쉽긴 했지만, 이코를 정말 재미있게 플레이했기에 간절히 기대하고 있던 작품이었다.

출시일부터 꾸준히 플레이해 기어이 엔딩까지 다 보고 나서야 리뷰를 쓰게 됐다. 라스트 가디언은 스토리를 직관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플레이어가 상상하게끔 한다. 이코부터 내려온 이 철학은 정말 마음에 든다. 그만큼 플레이어가 게임에 이입해서 플레이하게 되니까. 마치 드라마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

하지만 다소 아쉬운 점이 없진 않았기에, 그리고 그동안 플레이한 게임들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기회가 됐기에 리뷰를 쓰기가 쉽지 않았다. 이 게임이 기자에게 던진 메시지는 오늘날의 게임들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할 정도였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렇다.

"감동적인 결말을 위해 불친절함을 감수할 수 있습니까?"

※ '토리코'는 원문으로 トリコ, 영어로 'Trico'이지만 토리코로 통일하였습니다.


■ 교감, 감동, 성취감


라스트 가디언의 가장 큰 특징은 '교감'이라고 할 수 있다. 토리코는 경계의 대상이었던 소년이 자신의 배고픔을 달래주고, 얻어맞고 기절까지 하면서도 자신의 상처를 돌봐주는 모습을 보고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연다. 그저 소년이 부르는 대로 따라가고, 함께 길을 나가면서 둘은 더욱 가까워진다.

시간이 흐를수록 소년은 토리코에게 많은 의사전달을 할 수 있게 되고, 토리코와 함께 거대한 퍼즐을 하나씩 풀어나갈 때마다 드는 성취감과 감동은 조금씩 커져간다. 마치 처음에는 어색했던 반려동물과 조금씩 친해지면서 또 하나의 소중한 동료, 친구를 얻는 느낌과 비슷하다.

물론 토리코도 독립 개체라서, 가끔은 말을 안 듣고 스스로 좋아하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때로는 마치 '이코'에서 '요르다'가 소리를 지르며 힌트를 준 것처럼, 토리코가 조용히 가야 할 곳을 응시하거나 직접 먼저 나서서 길을 개척하기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토리코가 밀당의 천재다. 사람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한다고 해야되나…. 연출이라면 연출이겠지만 소년을 극적으로 구해주는 장면도 많다. 하지만 토리코를 믿고 뛰었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도 있다. 절로 나오는 소리, "이런 개새가..."

토리코는 위대해서 포스 라이트닝도 쓴다. 언↗리미티드 파와!

토리코는 대사가 없는 만큼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긴 하다. 가끔은 이 녀석이 정말 뭘 원하는지 의문이 들 정도니까. 플레이어는 토리코의 울음소리와 눈빛, 그리고 행동을 보고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플레이어가 이해하기 난해한 만큼, 문제를 풀고 토리코와 함께 어려움을 해결했을 때 드는 성취감이 정말로 높다. 그만큼 더 친해졌다는 기분이 들면서 토리코를 더욱 아끼게 된다. 토리코와 정말 친해졌을 때는 토리코가 자신이 아프고 힘들더라도 와서 소년에게 달려와 도움을 주려고 한다. 그만큼, 애정이 더욱 생기게 되며 토리코는 여행의 훌륭한 '조력자'의 역할을 다하게 된다.

사람 심장을 들었다놨다하는 토리코. 그래도 감동이다.

처음엔 물을 무서워했지만 나중엔 신나게 물장구를 친다.

혼자 급하게 내려가길래 뭔가 했더니...얼씨구?



■ 불친절함, 불편함

대사도 거의 없고, 세이브 기능도 없다. 그리고 퍼즐에 대해 힌트가 정말 최소한으로 주어진다. 가끔 토리코가 직접 나서서 도와주거나, 목적지를 응시한다던가 하는 약간의 안내가 없다면 정말 길을 잃고 헤매는 부분도 부지기수였을 것이다. 그만큼 불친절한 게임이다. 플레이어들에게 친절하게 문제를 제시하는 게 아니라, 약간의 단서만 주고 문제를 찾아 해결하라는 느낌이 강하다.

일단, 불친절한 건 개성으로 봐줄 수 있으나, 불편한 조작과 카메라 워크가 이에 대한 스트레스를 너무 높이고 있어서 안타깝다. 플레이어가 가장 먼저 불편하다고 느끼는 부분이 바로 카메라 조절 감도다. 이 게임 특성상 끊임없이 시점을 유저가 조절하면서 토리코를 보고 주변을 살펴봐야 하는데, 카메라 감도가 역동적이지 못해서 답답한 느낌이 많다. 플레이하면서 카메라 조작 감도를 끊임없이 조절해봐야 어느 순간 또 불편한 구간이 온다. 그렇다고 계속 감도를 조절하기에는 너무나 번거로울 뿐.

끊임없이 토리코를 관찰해야하는데, 카메라 워크가 너무 불편하다.

그리고 진행 구조와 퍼즐의 특성상 토리코에 매달려야 하는 구간이 제법 많은데, 여기도 문제점이 있다. 소년이 점프할 때, 그리고 매달린 위치에서의 시점에 따라 조작이 애매해지는 구간이 있다. 토리코의 등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가슴팍에서 허우적거리는 경우도 부지기수. 처음에는 조작 미숙인 줄 알고 적응해보려고 했으나, 긴 시간 플레이에도 결국 가끔은 토리코의 가슴으로 파고드는 소년을 볼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렇게 불편함에도 퍼즐을 맞추는 데 큰 지장은 없다는 것이다. 속도감과 몰아치는 템포를 중요시하는 플랫포머형 퍼즐이 아니라, 오래 고민하고 조금씩 맞춰 나가도 무리가 없는 형태다. 간혹 빠르게 지나쳐야 하는 구간이 있긴 하지만 많지는 않은 편이다.

다음으로는 모두가 지적한 최적화 문제. PS4 Pro도 살짝 불안한 수준인데, 일반 PS4판은 프레임 변동이 너무 심하다. 몰입한 상황에서도 프레임 드랍이 체감되는 정도라 눈쌀을 찌푸릴 수밖에 없다. 최적화는 좀 더 잘해줬으면 하는 아쉬움은 너무 진하게 남는다. 그나마 PS4 Pro나 일반 PS4나 그래픽의 큰 느낌 차이는 나지 않으니 다행이랄까.

급작스러운 풍경, 화면 전환에서 프레임 드랍이 너무 눈에 띄어서 아쉽다.



■ 감동과 교감, 그리고 불친절함과 불편함 사이에서…

라스트 가디언은 전작인 '완다와 거상'보다는 '이코'를 충실히 계승한 작품이다. 게임의 컨셉과 분위기, 연출로 플레이어가 스토리를 상상하게 하고, 토리코에 대해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그만큼 토리코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두게 되고 애정도 쏟게 된다.

라스트 가디언은 정말 기대하고 있는 작품이었다. TGS에서 시연을 해 봤을 때, 30분 남짓한 시연 시간 동안 정말 거대한 감동과 성취감을 맛봤다. 그래서 더욱 기대감을 커지긴 했는데 오픈크리틱 점수를 보고 처음에는 놀랐지만, 다시 돌아보니 이해가 갔다.

그래도 가끔씩 와서 애교를 부릴땐 정말...뭉클해진다.

일단 이 게임은 시대와 트렌드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형태다. 쉽고 편리한 과제를 제시하는 게 아니라, 애초에 플레이어에게 해야 할 과제를 제시조차 하지 않는 게임.

퍼즐을 좋아하지 않는 플레이어는 과제조차 주어지지 않으니 "대체 뭘 하라는 거야?!"라고 불만을 토로하면서 패드를 집어던지기 쉽다. 익숙해진 플레이어들은 토리코와 주변 지형을 유심히 관찰하며 플레이하겠지만, 토리코는 말 그대로 동료이자 친구. 뜻대로 따라주지 않는 구간이 많으니…

결국 라스트 가디언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으로 갈릴 수밖에 없다. 플레이의 재미(교감, 감성, 성취감)가 게임의 불편함(불친절한 컨셉, 부족한 최적화, 불편한 조작감)을 극복할 수 있을만큼 만족스러운가? 불편한 부분을 감수하고도 플레이할 가치가 있는가? 이에 긍정적인 플레이어는 계속 플레이를 할 것이고, 아닌 플레이어들은 손을 놓을 수밖에 없다. 아무리 인간이 적응의 동물이라고는 하지만, 불편한 것에 적응한다고 해서 그게 편한 것이 되는 건 아니다.

소년은 부상을 입기도 하지만 금방 회복한다. 어이구 아파...해도 토리코는 안온다.

그럼에도 드는 의문은, 이 게임이 이렇게 불친절하지 않다면 이 게임이 정체성이 확립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우리들은 너무나 쉽게, 더 편하게를 추구하는 게임들에 익숙해진 건 아닐까. 토리코와 함께 모험을 하다 보면 "내가 그동안 정말로 편한, 친절한 게임에 익숙해졌구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물론 플레이의 몰입감을 해치는 불편한 점은 개선해야 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주 만족했지만, 섣불리 누군가에게 추천할 수가 없을 것 같다. 이코를 정말 재미있게 했다고 한 사람들에게도 주저할 정도다. 기자도 이코를 정말 재미있게 플레이했지만, 이코보다도 라스트 가디언의 플레이 피로도가 정말 높다고 느꼈다. 한 4~5시간 끈질기게 플레이하고 나면, 마치 말 잘 안듣는 고양이와 한 네다섯 시간 놀아준 기분?

하지만 불편함과 불친절함을 극복하고 느끼게 되는 충격적인 이야기, 감동적인 결말과 교감은 적어도 크게 실망할 수준은 아니다. 이코처럼 아는 사람만 아는 명작이 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누구나 인정하는 수작 정도는 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만일 당신이 반려 동물을 정말로 좋아하는데, 지금은 반려 동물이 없다?? 그럼 라스트 가디언을 한 번 플레이해보시라. 귀엽고 사랑스러우며, 듬직하면서도 우아한 '개새' 토리코의 매력에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정신차려 토리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