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출시된 작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라면 개인적으로 '둠 리부트'(이하 둠)를 꼽겠다. 원작의 팬이기도 했거니와 '둠'이라는 이름이 갖는 상징성은 이미 설명이 필요없는 수준 아닌가. 특유의 호르몬을 그대로 유지한 채 현대적 감성을 입힌 '둠'은 FPS 애호가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고, 23일 현재 GOTY(올해의 게임)를 5개나 수상하며 검증을 마쳤다.

아마도 이드 소프트웨어가 직접 리부트 버전을 개발했기 때문은 아닐까. 원작의 개발진은 아니었지만, 하드코어 전문이라는 회사 특유의 분위기가 '둠'의 부활에 큰 역할을 했을 게 분명하다.

갑자기 둠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가 뭐냐고? 이드 소프트웨어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아티스트 때문이다. 그는 '둠'의 배경 아티스트로 참여했고 일부 오브젝트 디자인을 맡기도 했다. 이공계 특수라는 분위기가 깔린 이드 소프트웨어지만, 이 역시 아티스트의 도움 없이는 완성 불가능한 미션. 어느 한 쪽도 실력이 부족해서는 안 된다. '둠'은 그런 게임이니까.

휴가차 한국을 방문한 최섭 아티스트를 어렵게 만났다. 게임에 대한 설명 이런 건 다 뺐다. 이미 나온지 한참 된 게임인데다, 전문가의 평가는 차고 넘칠 만큼 쏟아져나왔다. 내가 궁금한 것은 이드 소프트웨어, 그리고 거기서 일하는 사람이었다. 대화하듯 풀어 썼다. 시간이 금방 갔다.

▲ 이드 소프트웨어 최섭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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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학 - 인벤 유저들에게 먼저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한다.

최섭 - 이드 소프트웨어에서 3D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최섭이라고 한다.

박태학 - 이전에 어떤 회사에서 근무했는지 궁금하다. 한국 게임회사 다니다가 외국 나가는 경우도 있고, 아니면 처음부터 북미권 게임회사에 취직하는 경우도 있는데.

최섭 - 첫 회사는 엔씨소프트였는데... 한국에 있는 본사가 아니라 엔씨소프트 북미지사였다. 그냥 처음부터 외국 게임사에서 근무했다고 보는 게 맞겠다. 그러다가 일렉트로닉 아츠(EA)도 다녔고... 몇몇 작은 게임사들 거치다가 이드 소프트웨어에 오게 됐다.

박태학 - '둠' 말고 다른 대표작이 있다면?

최섭 - 아마 한국 게이머들은 잘 모를텐데... 엔씨소프트 다닐 때 '시티 오브 히어로' 개발에 참여했다.

박태학 - 오, 그 게임 알고 있다. '스크래퍼'랑 '블래스터'였나... 막 슈퍼 점프도 하고. 내가 대학교 1학년 때 나온 게임이었는데... 커스터마이징이 엄청 골때렸던 기억이 난다.

최섭 - ...의외다. 그 게임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을 줄 알았다. 너무 옛날 게임이라.

▲ 최섭 아티스트가 개발에 참여한 '시티 오브 히어로'


박태학 - 이드 소프트웨어는 회사 인지도에 비해 사내 문화라던가 분위기 같은 건 잘 알려지지 않았다. 간단한 설명 좀 부탁한다.

최섭 - 규모는 별로 안 크다. 200명도 안 되는 거 같은데... 대신 각자 실력이 뛰어나서 소수 정예라고 보면 된다. 회사 생긴 것도 되게 단순하다. 그냥 평범한 건물 두 층을 쓰는데, 일반 사무실 같은 분위기다. 아티스트들이 쓰는 공간은 아예 조명을 꺼 놔서 엄청 어둡다. 다른 게임회사들처럼 밝고 신나는 분위기는 아니고... 좀 음침하다.(웃음) 물론, 사무실만 그렇다는 거지, 근무하는 직원들은 다들 쾌활하다.

확실한 건, 게임에 대한 열정은 다른 어떤 게임회사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다. 개발에도 관심이 많지만, 그 못지 않게 게임플레이 자체를 즐긴다. 한 마디로 덕후들이 많다. 또, 유럽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개발자들이 한데 모여 있어 다문화 회사라는 느낌이 강하다.


박태학 - 한 외국 SNS를 통해 이드 소프트웨어의 사무실이 공개된 건 알고 있나.

최섭 - 처음 들었다.

박태학 - 얼마 전이다. 그 사진을 보니, 일반 사무실 치고는 꽤 하드코어한 분위기던데.(웃음)

최섭 - 아... 하드코어한 피규어가 좀 많기는 하다. 만드는 게임들이 그런 쪽이다보니 뭐... 포스터같은 걸 붙이더라도 좀 묵직하지. 몬스터도 그렇고.

박태학 - 워낙 기술력이 출중한 회사다 보니 뭔가 '이공계 집단' 이미지가 있다. 설립자 '존 카멕', '존 로메로'도 딱 그런 느낌이었고.

최섭 - 나도 이드 소프트웨어 오고 나서 같은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프로그래머들 못지 않게 아티스트의 자부심도 강한 회사다. 앞서 말했듯 이드 소프트웨어는 소수 정예로 구성되었는데, 그중 아티스트의 비율은 더 적다. 그럼에도 트리플 A급 게임 개발에 참여한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고, 각자 실력 면에서도 자신감이 넘친다. 이드 소프트웨어 사무실이 어디 있는지 혹시 아나?

박태학 - 어디에 있나?

최섭 - 텍사스 주 안에 댈러스라는 도시에 있다. 여기가 사실 게임 개발하는 사람들에겐 불모지에 가깝다. 좀 알려진 게임회사로는 우리와 기어박스(보더랜드 시리즈, 배틀본 개발사)밖에 없다. 그럼에도 '둠'의 가치만을 보고 외부에서 인력이 유입되는 거다. 자랑스럽지. 회사 직원 입장에선.

▲ 이드 소프트웨어가 있는 '댈러스'. 게임 개발자에겐 불모지와 같은 곳이라고.


박태학 - 이드소프트웨어에서는 얼마나 근무했나.

최섭 - 2년 6개월 쯤.

박태학 - 이번 '둠'은 개발기간이 꽤 길었던 것으로 안다. 그렇다면 개발 중간부터 투입된건가.

최섭 - 그건 아니다. '둠'이 개발에 착수한지는 꽤 됐는데, 중간에 몇 번 뒤엎으면서 완전히 게임이 변했다. 난 그 변화된 '둠'의 초기 시점에 입사했다. 나도 거의 개발 초기부터 관여한 셈이다.

박태학 - 이드 소프트웨어에 입사한 계기가 있다면?

최섭 - 이드 소프트웨어에서 출시한 모든 게임의 팬이었다. 그리고 워낙 존재감 강한 IP들이 많다 보니 게임 개발자로써 꼭 와보고 싶은 회사였다.

박태학 - 멋있는 회사 같다. 상남자 냄새 나는 게임만 만드니까.

최섭 - 게임 만큼이나 작업도 하드코어하게 한다. 여자 개발자들은 이걸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는데... 난 재미있다.(웃음)

박태학 - 여직원들이 많나.

최섭 - 거의 없다. 전체 직원 비율에서 보면 한 5% 정도 될까? 7명인가 8명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확실히 이드 소프트웨어가 여성 취향의 개발사는 아닌 것 같다.(웃음) 예전 게임사들은 그래도 여직원들이 종종 보였는데, 여기는 그런거 없다.

▲ 만드는 게임의 분위기 때문일까, 여직원은 얼마 없다고.


박태학 - 이드 소프트웨어는 인력을 뽑을 때 주로 어떤 면을 보나.

최섭 - 내 기억으로는 일단 전화로 인터뷰를 한다. 그 다음에 실제로 만나서 이런 저런 테스트를 한다. 말 그대로 실력을 보는 거지. 그런데 이드 소프트웨어가 좀 특이한 게, 테스트 통과하고 나서 실무자들 만나 대화 나누는 게 일반적인데 그렇게 안 하더라. 테스트 결과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실무자와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박태학 - 테스트를 하기 전에 이미 합격 여부를 결정했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최섭 - 그 말이 맞을 거다. 테스트의 결과에 그다지 연연하지 않는 것 같았다. 이례적이긴 한데, 사실 전화로 얘기할 때 나도 어느 정도 짐작은 했다. 이드 쪽 AD가 '어떤 비자 필요하냐'고 묻더라. 뭐, 그 말뜻을 그대로 받아들이자면 '일단 너 뽑을거고 한 번 만나서 얘기나 해보자' 정도 아니겠나.

나중에 들어보니 담당 아트디렉터가 내 포트폴리오를 굉장히 좋아했다고 하더라. 작품이 마음에 들더라도 두루두루 검증하고 뽑는 게 보통인데... 이드 소프트웨어는 좀 달랐다. 처음 아트디렉터를 만났을 때 그가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네 포트폴리오를 보니 잠재성이 커 보였다. 그래서 뽑았다.'


박태학 - 사람 구하는 방법도 뭔가... 상남자 같다.

최섭 - 이드가 특이한거고, 그 아트디렉터가 특이한거지. 외국 게임사라도 일단 테스트 결과를 보고 결정한다. 이건 한국 게임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여기는 지원자의 잠재성만 보고 뽑았다. 그 아트디렉터는 언제나 그런 스타일이었다. 무슨 일을 하더라도 추진력이 엄청 강했다. 리스크 좀 안고 가더라도 일단 지르는 스타일.



박태학 - 다시 게임 이야기로 들어가보자. '둠'의 아티스트로 참여했다고...

최섭 - 2년 반 동안.

박태학 -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한건가.

최섭 - 정확한 포지션은 3D 아티스트다. 3D에 관련해 이런저런 일을 했는데, 주로 배경 팀에서 작업했다. 캐릭터 쪽도 조금 하고.

박태학 - 그것도 특이하다. 외국 게임 개발사는 직원들이 하는 일을 딱 구분해놓고 그것만 시키는 게 보통이던데.

최섭 - 이드 소프트웨어는 안 그러더라. 이것도 방금 말한 아트디렉터의 영향이다. 대부분의 북미 게임회사는 업무를 엄청나게 쪼개 놓고 인력을 배치하는데, 그 분은 '아티스트가 미적 감각만 있다면, 이것도 할 수 있고 저것도 할 수 있어야 해!'라는 마인드다.

박태학 - 그게 말은 참 쉬운데... 안 힘들었나. 솔직히.

최섭 - 처음엔 당황했지. 근데 개인적으론 재미있었다. 돌이켜 보면 내게 좋은 기회가 되었던 것 같고.

박태학 - 원래 전공이 3D 배경 쪽이었나?

최섭 - 아니, 캐릭터였다.

박태학 - ... 캐릭터 아티스트한테 배경을 시켰다고? 신입사원한테?

최섭 - 그것도 리스크가 있었지.

박태학 - 그 분 정말 독특하신 것 같다.

최섭 - 추진력이 강한 분이다. 내가 입사할 땐 아트 디렉터였는데 이후 성과를 많이 냈고, 지금은 이드 소프트웨어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계신다. 이드라는 회사가 직원 개개인한테 기회를 엄청나게 많이 열어 준다. 한 분야에만 머물러있는 게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본인만 원한다면, 그리고 실력이 있다면 더 높은 위치로 올라갈 수 있다.

박태학 - 캐릭터 아티스트 출신으로 배경을 맡은 건 일종의 도전 아닌가. 그러면서 얻은 것도 많았을 것 같다.

최섭 - 도움이 많이 됐지. 캐릭터 만들 때는 말 그대로 캐릭터만 봤는데, 배경을 하다 보니 게임을 좀 넓게 보는 시야가 생겼다. 기술적으로도 많이 배우게 됐고... 어쨌든, 캐릭터와 배경을 모두 만들 수 있는 개발자가 된 것 아닌가.(웃음)

박태학 - 작업할 때 주로 어떤 프로그램을 사용하나.

최섭 - 기본적으로 지브러쉬(Zbrush). 이게 일반적으로 쓰는 거고... 하나 독특한 게 마야나 맥스 대신 '모도(Modo)'를 쓴다. 처음 다닌 게임사에서는 맥스를 썼고, 두 번째 회사에선 마야를 썼는데, 이번에 모도를 써보고 나니 각자 장단점이 명확하더라. 어느 프로그램이 우수하다고 말하긴 그렇고, 일단 '모도'가 이드 소프트웨어의 개발 환경에 가장 최적화되어 있는 건 사실이다. 편하게 쓰고 있다. 물론, 캐릭터 팀은 아직 마야가 주력인 것으로 알고 있고.

박태학 - 북미 게임 개발사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사용하는 프로그램은 뭔가.

최섭 - '마야'를 많이 쓴다. 한국은 주로 '맥스'를 쓴다고 하더라.


▲ 그는'둠'의 배경을 담당했다. 그는 캐릭터 아티스트 출신이다.
(이미지는 최섭 아티스트가 제작한 배경 스크린샷)


박태학 - 아티스트의 고집이라고 해야 하나... 그래픽, 사운드 아티스트들은 각자 자신만의 스킬이나 습관을 갖고 있더라. 아티스트 최섭의 스킬을 꼽는다면?

최섭 - 음... 글쎄.

박태학 - '이건 내가 남들보다 좀 더 잘 하는 거 같다' 라는 게 있지 않나.

최섭 - 성실함?

박태학 - 엄청나게 성실한가.

최섭 - 아니, 그냥 적당히 성실한데...(웃음) 어렵다고 포기하는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

박태학 - 하긴, 캐릭터 아티스트 데려와서 배경 시키고, 예전에 한 번도 안 써본 프로그램 써보라고 하는데도 묵묵히 일한 거 보면.(웃음)

최섭 - 새로 한다는 거 자체가 도전 아닌가. 이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동료들도 있었다. 쭉 맥스만 써와서 모도 쓰기 싫어하는 사람도 있었고, 프랍 작업하다가 배경 하라고 하니 불만 갖는 친구도 있었다. 난 그냥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편이었다.

귀찮은 거 없고 스트레스 안 받았다면 솔직히 거짓말이지만... 이것도 다 가능한 도전이라고 생각했다. 왜,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지 않나. 난 즐겨야만 하는 입장이기도 했지만.(웃음) 한국사람 특징인 것 같다. 되게 성실하다. 다른 게임사에서 일하는 한국인 개발자들 봐도 그렇고.


박태학 - 작업에 대한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얻나.

최섭 - 좀... 징그러운 사진을 많이 본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이드 소프트웨어 팀원들 다 그렇다. 해부학 자료라던지, 내장 사진 같은 거. 아니면 썩은 시체 이미지라던가... 주로 그런 자료를 봤고 참고도 많이 했지.

박태학 - 워낙 게임이 강렬하다보니...

최섭 - 좋은 이미지 찾으면 팀원들이 '우와! 멋지다!' 라면서 막 칭찬해줬다. 이를 테면, 엄청나게 리얼한 '썩은 해골' 사진이라던가.(웃음)


▲ 썩은 해골 사진은 유용하게(?) 활용됐다.
(이미지는 최섭 아티스트가 작업한 오브젝트 스크린샷)


박태학 - 운영하는 블로그를 보니 강연에 관심이 많아 보이던데.

최섭 - 순수한 정보 공유 차원에서 글을 썼던 것 같다. '게임에 목숨을 건 사람들', 줄여서 '게목사'라는 모임이 있는데, 거기에 썼던 자료를 옮겨온 정도?

박태학 - '게목사'? 처음 들어봤다.

최섭 - 외국 게임사에서 일하는 한국인 아티스트 모임이다.

박태학 - 몇 명 정도인가.

최섭 - 지금은 한 60명 된다. 인원 관리가 엄청 철저하다. 가입 가능한 시기도 1년에 딱 2번 밖에 없고, 규칙도 철저하다. 작품 활동 안 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퇴출당한다. 그렇게 항상 50~60명 정도 멤버를 유지해왔고.

박태학 - 지금 회장이 누군가?

최섭 - 블리자드 시네마틱 팀에서 텍스쳐 슈퍼바이저로 활동하시는 한국인 아티스트다. 실력이 엄청 좋다.

박태학 - '게목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들어보고 싶다. 멤버 구성이라던가.

최섭 - 직장인도 있고 학생도 있다. 당초 '게목사'는 대학교 졸업생 모임에서 시작했다. 이게 점점 커지고 다른 학교의 학생들도 받으면서 지금과 같은 규모가 된거다. 최근에 누구나 볼 수 있는 웹진 1호를 발간했는데 이걸 보면 어떤 모임인지 자세히 알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박태학 - 기사에 그 웹진 링크를 걸어도 되나.

최섭 - 물론이다. 재학생과 실무자들이 만든 작품들을 모아서 발간했다. 북미에 거주하는 한국인 아티스트의 실력이라던지, 북미 게임사의 요구 사항을 체감할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될 거라고 본다.

▶ 'G M S : 게임 개발에 목숨건 사람들' 공식 페이스북 바로가기
▶ 게목사의 웹진 'Art of GMS' 바로가기

▲ 게목사에 등록된 작품들. (이미지 출처 - Art of GMS)


박태학 - 휴가를 맞아 모처럼만에 한국에 왔는데, 블로그를 보니 국내 게임사 탐방을 다니고 있더라.

최섭 - 최근에 엔씨소프트를 다녀왔다. 시설이 너무 좋더라. 북미 회사들과 비교해도 엄청 좋은 수준이라 깜짝 놀랐다. 실무자들이 일하는 곳은 못 가봐서 뭐라고 말할 순 없지만, 일단 대략적으로 둘러본 느낌으로는 꽤 좋아보였다.

박태학 - 북미에도 멋진 회사들 많지 않나.

최섭 - 내가 다녔던 곳 중에서는 EA 본사가 가장 좋았던 것 같다. 안에 스타벅스도 있고 여러 편의시설이 다 있다. 공원, 우체국, 농구장, 헬스장... 심지어 축구장도 있었다. 크리스탈 다이나믹스(툼레이드 리부트 개발사)를 비롯해 다양한 트리플 A급 개발사들이 모여 있었는데, 그만큼 직원들도 많았고 복지도 좋았다.

박태학 - 한국 게임사에서 출시한 게임도 해봤을텐데.

최섭 - 옛날 게임은 좀 했지. 주로 엔씨소프트 게임을 많이 했었다. '리니지2', '아이온'... '블레이드 앤 소울'도 좀 해봤고. 그런데 시간 좀 지나니까 한국 게임사들이 대부분 모바일 게임을 만들더라. 난 모바일 게임은 잘 안해서... 최근 한국 게임들이나 트렌드는 잘 모른다.

박태학 - 외국계 게임사에서 일하는 한국인 아티스트라면, 한국에서 강연 요청도 받았을 것 같다.

최섭 - 난 한국에 많이 알려진 개발자는 아니라서 그렇게 많이 오지 않는다. 한국의 대학교를 졸업한 것도 아니니까.

박태학 - 만약 기회가 된다면?

최섭 - 기회가 온다면 해볼 생각은 있다. 아마 조만간 하게 될 것 같은데... 실무자들의 강연을 볼 수 있는 '발차기'라는 사이트가 있다. 거기에서 강연이 예약되어 있다. 사실, 이미 '인프런'이라는 온라인 강의 사이트에 CG와 관련한 강의를 몇 개 올리기도 했다.

박태학 - 기사에 링크를 걸어도 될까.

최섭 - 괜찮다.

▶ 발차기 공식 홈페이지 바로가기
▶ 인프런 공식 홈페이지 바로가기


▲ 최섭 아티스트가 작업한 오브젝트 스크린샷


박태학 - 이제 마지막 질문이다. 이드 소프트웨어를 비롯해 외국 게임사에서 일하는 걸 바라는 학생들이 많다. 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 좀 부탁한다.

최섭 -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좀 뻔한 이야기지만...

희망이나 열정을 잃지 말고, 그리고 포기하지 말고 끈기있게 준비했으면 좋겠다. 지레 겁을 먹고 준비조차 안 하는 친구들을 많이 봤다. 언어 장벽이라던가 뭐 다양한 이유를 대는데, 사실 그런 건 크게 중요한 게 아니다.

영어 잘 해야 한다, 비자는 어떻게 끊어야 한다 이런 이야기는 인터넷 뒤져보면 다 나오는 이야기다. 이걸 굳이 내가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런 것보다는 전반적인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말로 풀면 되게 단순한 건데, 끝까지 지켜나가기 가장 어려운 것도 이거다. 두드리면 열리는 곳이 미국 게임회사라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