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분야, 세계에서 가장 큰 기업이 되는 게 목표."

큰 꿈을 가지는 것만이 세상을 살아가는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다. 각자의 크기와 삶이 있기에, 꿈이 작은 소박한 삶 또한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오늘은 꿈이 커다란 사람의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2002년에 프로게이머로 시작해 콩두 컴퍼니를 경영하는 지금까지, e스포츠 일을 하고 있습니다. e스포츠라는 단어가 생소했던 초등학교 시절부터 게임을 워낙 좋아했어요. 스타크래프트 선수 생활도 오래 했고요. 그만큼 애착이 강해요. 프로선수 때도 '나는 여기서 뼈를 묻어야겠다'는 마음으로 했었어요."

스타크래프트1 프로게이머였던 서경종은 현재 e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하는 콩두 컴퍼니의 대표다. 스타1 때부터 e스포츠에 몸담았으니 10년이 훌쩍 넘는 세월을 이곳에서 보냈다.

콩두 컴퍼니는 생명력이 다한 前(전) 프로게이머에게 다시 생명을 불어넣으려는 회사로 출발했다. 방법은 개인 방송이었다. 프로게이머를 매니징해서 시청자들이 원하는 개인 방송을 만들어내려고 했다. 대표적인 송출 플랫폼은 아프리카tv였다. 콩두에 소속된 전 프로들은 아프리카 tv를 통해 별풍선을 받아 수익을 만들었다. 쉽게 말해 콩두는 SM엔터테인먼트와 흡사한 개념의 회사다.


그러나, 야심 차게 출발한 콩두는 빠르게 위기를 맞았다. "2014년도 회사를 만들고, 곧바로 같은 해 12월에 회사 문을 닫으려고 했어요. 회사가 10만 원짜리 법인이었어요. 그렇게 작게 시작한 회사였던 만큼 자본이 많지 않았죠. 12월쯤에 바닥이 나더라고요. 아직도 기억이 나요. 저, (홍)진호형, (이)두희씨가 카페에 모여서 그만하기로 합의를 했었어요. 더는 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었고요."

당시는 생계조차 어려웠다고. 그렇게 동업자였던 홍진호는 방송인으로 완전히 전향했고, 이두희도 회사를 떠났다. 하지만, 서경종은 포기하기 싫었다. 두 사람은 떠났지만, 혼자서라도 콩두라는 이름을 지키고 다시 해보고 싶었다. 떠난 두 사람의 주식을 받은 서경종은 다시 이를 악물고 개인 방송 쪽에 힘을 쏟았다. 수입이 생기는 대로 직원 2명에게 월급을 줬을 정도로 악착같이 했다.

그에게 힘든 상황들이 있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연예인들과 친하고 귀공자스러운 외모 때문인지 당연히 금수저가 아니겠냐는 편견이 있었다. 콩두는 쉽게 만들어진 회사로만 보였다.

"처음 하는 얘기인데, 아버지가 예전에는 사업을 하셨어요. 그러다 IMF 때 완전히 무너졌죠. 단칸방에서 생활하기도 했어요. 집이 절대 넉넉하지는 않았어요. 당시 아버지의 사업을 보고 느낀 점이 많아요. 아버지의 실패가 지금의 저에게는 많은 도움이 됐어요. 곱씹어 보게 되더라고요. 연예인과 친한 건 정말 우연한 기회를 통해서였어요."

"열심히 하다 보니 기회가 왔어요. 중국에서 스타리그를 하고 싶다고 제의가 와서 꽤 돈을 벌었죠.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회사의 생명을 이어나갔어요. 그러던 중에, 드라마처럼 투자자들에게 연락이 왔어요. 투자를 받고 나서부터는 LoL, 오버워치 등 현재형 게임들에 관심을 둘 수 있었어요."


중국과의 관계를 통해 회사는 조금씩 자리를 잡았다. 그러다 회사의 정체성과 전혀 상반되는 일을 해야만 하는 때가 왔다. 중국과의 미팅에서 그는 을이 됐다.

"중국 온라인 방송 플랫폼과 미팅을 하는데, '페이커' 이상혁을 나오게 해달라는 등 당시에는 너무 어려운 조건을 제시했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중에 그들이 당장 관심 있어 하는 것은 여성 엔터테인먼트였죠. 저로써는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어요. 중국 쪽에 맞춰서 해줬어요."

콩두의 모든 인력은 e스포츠인이다. 그렇기에 직원들은 자괴감에 빠졌었다고. 좋아하는 것을 하려고 온 회사에서 좋아하는 것을 하지 못하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는 설득해야만 했고, 다행히 직원들이 따라줬다. 투자자들도 그의 말을 들어줬다. 그리고 결국 그들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됐다. 자신들의 정체성인 e스포츠.

"좋은 성과를 내니 중국 플랫폼과 신뢰가 쌓였고, 이제는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게 됐어요. 수익을 통해 그동안 준비해왔던 팀 콩두(콩두 몬스터, 콩두 운시아 등)를 출범할 수 있었고, SKT T1과의 글로벌 컨텐츠 협약에도 성공해서 e스포츠 전문 개인 방송을 할 기회를 잡았어요. 여성 엔터테인먼트 방송을 통해 노하우도 많이 쌓였고요. 2, 3월쯤에는 SKT T1과 콩두 몬스터가 중국 플랫폼으로 개인 방송에 나섭니다. 물론 중국뿐만 아니라 다양한 플랫폼으로 만나게 되실 거에요."


그가 현 프로게이머들의 매니지먼트에 힘을 쏟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 프로들은 전 프로들과 다르게 아직 활활 타오르는 촛불인데.

"예전부터 e스포츠에 엔터 요소가 많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글로벌 시장도 열리면서 엔터테인먼트가 적극적으로 필요한 시기라고 봐요. 그런데도 아직 많은 게임단은 제자리걸음이죠. 대부분 게임단에서 선수를 관리하는 분들은 많으면 세 명이에요. 매니져, 단장 정도죠. 조직 구조상 엔터테인먼트 활동을 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우리와 같은 곳이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선수들의 모든 부분을 매니지먼트해요. 헤어, 의상, 메이크업, SNS소통, 글로벌 스트리밍-VOD-MD상품 사업 등 큰 것은 아니지만, 글로벌 팬들에 멋지게 비쳐서 상승 작용을 만들어 내려고 합니다. 게임단이 이런 부분들을 수행하기에는 힘들다고 10년 넘게 생각해왔어요."

"롤드컵을 보면 너무 흥분이 돼요. 세계인들이 SKT! SKT! 를 연호하는 그 모습에 전율을 느껴요. 스타1때는 없던 장면이에요. 그런 선수들의 모습을 방구석 게이머가 아닌 어엿한 프로게이머로 팬들에게 다시 전달해주고 싶어요."



콩두는 생각보다도 많은 일을 진행하고 있었고, 분명한 가치관이 있는 회사였다.

그리고, 가치관이 공유되고 있기에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중심에 오랜 시간 e스포츠인으로 살아온 서경종의 역할이 분명 있었다. 그는 선수들의 생각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었고, 그렇기에 공감과 공유를 할 수 있었다.

"프로게이머 때 언제나 약자였어요. 재계약 때 항상 벌벌 떠는 '이번에는 혹시나 팀을 나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선수. "

"콩두 몬스터 친구들에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저도 선수들과 같은 입장이었다고 얘기해줬어요. "만약에 너희들이 연봉이 마음에 안 들면 내년에라도 놓아줄 용의가 있고, 나는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말했죠. 또 우리 회사가 너희와 함께 성장한다면 값어치에 맞는 대우를 해주겠다고도요. 절대 악의적인 방법으로 너희들을 잡거나 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했어요. 다행히 지금 단계에서는 선수들이 만족할만한 수준의 연봉을 줄 수 있었어요."

두려움을 모르는 그의 성격도 하나의 추진력이 됐다. 블루오션에 도전하는 회사를 경영하는 게 두렵지 않았냐는 많은 질문을 던졌지만, 전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밝은 모습으로 다른 대답들을 쏟아냈다. 그나마 회사가 문을 닫으려고 했던 시기만 겁이 났다고.

겁이 없어서인지는 몰라도 그의 꿈은 크다. 콩두는 꿈으로 나아가는 회사처럼 보였다.

"e스포츠 엔터테인먼트(e스포테이먼트) 회사로 세계에서 가장 큰 회사가 되는 것이에요. 사업을 하다 보면 많은 유혹이 있다고 들었어요. 매각이라든지. 하지만, 저는 망할 때까지 갔었기 때문에 끝까지 꿈을 펼치고 싶어요."

"우리는 젊고, 비즈니스를 공격적으로 하고 싶은 회사에요. 관심 있게 봐주시고 응원해 주신다면 더욱 힘이 날 것 같아요."


큰 꿈은 자칫 위험하다. 나쁜 생각과 큰 꿈은 최악의 조합이니까. 하지만, 다행히도 그는 건강한 생각을 가진 사람처럼 보였다. 대학 e스포츠 동아리 연합회 ECCA에게 사무실을 지원, (나진과의)계약이 완료되지 않았음에도 콩두 몬스터에게 숙소를 만들어주고, ASL에도 적지 않은 지원금을 통해 도움을 줬다는 미담들도 대화를 통해 알게 됐다.

서경종과 그의 회사가 가지고 있는 꿈의 그릇은 깨끗하고 커 보였다. 건강한 생각과 큰 꿈은 최상의 조합이다. 앞으로도 그릇이 깨지거나 바래지지 않고 많은 내용물을 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