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아르한, 리크라이 등, 아프리카 프릭스 블루 선수들이 APEX 시즌1에서 이름을 알리는 동안 챌린저스에서 인고의 시간을 보낸 또 다른 아프리카 프릭스가 있습니다. 다름 아닌 '레드'팀입니다. 그동안 블루팀의 선전을 응원하면서, 레드는 묵묵히 챌린저스 경기를 치러왔습니다.

그리고 지난 12월, 마침내 시작된 챌린저스 승강전에서 아프리카 프릭스 레드는 눈을 의심케 하는 기량을 보여줬습니다. 최종전에서는 승격 유력 후보였던 LW 레드까지 꺾으며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냈죠.

"이제부턴 원 없이 실력을 보여드리고 싶다."라며 자신들의 포부를 밝힌 아프리카 프릭스 레드! 그들과의 인터뷰를 지금부터 함께 만나보시죠.


▲ 왼쪽부터 남기훈, 송지훈, 정승민, 이호찬, 김남진, 김효진 선수
※ 창문 뒤 김태영 감독 찬조 출연



Q. 대회 준비로 바쁘실 텐데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각자 간단한 소개와 인사 부탁드립니다.

송지훈 : 안녕하세요, "QuarterMain" 송지훈입니다. 팀에서 지원가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정승민 : 안녕하세요. 서브 딜러를 맡고 있는 "Tydolla" 정승민이라고 합니다.
남기훈 : 딜러 역할을 맡고 있는 "Attune" 남기훈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김남진 : 안녕하세요! 팀의 탱커를 맡고 있는 "LagerMan" 김남진이라고 합니다.
김효진 : 지원가를 맡고 있는 "Navi" 김효진입니다. 김남진 선수의 친동생이에요.
이호찬 : "TakeThis" 이호찬입니다. 메인 탱커를 맡고 있습니다.
김태영 : 안녕하세요, 감독 김태영입니다. 게임 내에선 "TaiRong"이라는 닉네임을 쓰고 있습니다.


▲ 친화력이 뛰어난 것이 장점이라는 정승민 선수(좌).


Q. 김남진, 김효진 선수는 친형제인데, 조금 특이한 이력인 거 같아요. 프로 생활을 부모님이 반대하지는 않으셨나요?

김남진 : 진지한 고민과 비전을 가지고 결심한 프로 생활이라 부모님도 흔쾌히 승낙해주셨어요. 요즘엔 정말 열렬하게 응원해주시는 것 같아요. 그만큼 더 열심히 해야죠. 이번 승격 소식을 들으시더니 정말 기뻐하시더라고요.

김효진 : 저희도 어렵게 내린 결정이었어요. 부모님 역시 내심 걱정이 많이 되지만 내색을 안하시는 것 같아요. APEX 시즌2에서도 좋은 성적내서 또 한 번 기쁘게 해드리고 싶네요.


▲ 형제가 함께 프로 생활을 하기 때문에 서로 경기 내용을 피드백한다고..


Q. 프로 생활 전에는 어떤 게임을 즐겼는지 궁금하네요.

송지훈 : 다들 오버워치 이전부터 FPS 게임을 많이 했어요. 주로 팀포트리스2를 했고요, 남기훈 선수는 카운터 스트라이크도 했었죠.

김남진 : 저도 팀포트리스2 정말 열심히 했어요.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도 많이 했었죠. 좋은 게임이라고 생각해요.

김효진 : ???

김태영 : 저 선수는 틈만 나면 팀원들한테 '히오스' 홍보를 해요. 커뮤니티 글을 보면 레스토랑스 어쩌고 하는데 진짜 있는 건가 봐요?


▲ 레스토랑스는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다



Q. 이번 승격을 통해 APEX 시즌2에서 국내 강팀은 물론 해외팀과도 겨루게 됐는데, 소감이 어떤가요?

김남진 : 여태 노력해온 것들이 결실을 맺게 된 것 같아 정말 기쁩니다. 아무래도 챌린저스보다 1부 리그가 더 인기 있으니까요. 프로 선수라면 누구나 더 많은 사람들 앞에서 경기하고 싶거든요. 정말 많이 연습하고 연구했습니다. APEX 시즌2에서는 이전보다 더 강해진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송지훈 : 챌린저스부터 승강전까지 여러 팀들과 겨루면서 나름대로 많은 성장을 했다고 생각해요. 그간 만난 팀들이 각자 플레이 스타일이나 주요 전략이 달랐기 때문에, 지난 경기들을 분석하면서 저희 팀의 취약점을 보강할 수 있었습니다. 승격 당일에는 서로 껴안을 정도로 기뻐했어요. 정말 바라던 일이었거든요. 물론 앞으로도 더욱 발전하는 모습 보여드려야죠.


▲ 바라던 승격을 거뒀지만, 곧 시작되는 APEX 시즌2 준비로 금새 바빠진 레드


Q. 승강전 마지막 경기에서는 승격 유력 후보였던 LW Red를 상대로도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줬습니다. 따로 준비한 공략법이 있었나요?

송지훈 : LW 레드 상대로 저희가 준비한 전략은 간단히 말해서 '아나 자르기'였어요. 상대 팀의 공격력이 워낙 출중하기 때문에 정면승부보다는 지원가를 집중적으로 견제해서 좀 더 유리한 조건의 '한타'를 만들어 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3, 4세트에서는 전세가 뒤집히는 상황이 나왔죠. 지금 생각해도 정말 어려운 상대였습니다.

정승민 : 어떻게 경기를 풀어가야 하는지는 알고 있었는데, 막상 전투가 벌어지면 상대방 템포에 말리거나 진입 타이밍을 잘못 잡거나 하는 장면이 여러 번 나왔어요. 그래서 이기고 나서도 조금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송지훈 : 남기훈 선수가 활약을 많이 해줘서 각자 역할에 집중할 수 있었어요. 2개 세트 연달아 뺏겼을 때는 압박을 많이 받았는데요, 마지막 세트가 진행된 할리우드는 평소 자신이 있던 전장이라 이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김태영 : 사실 그날 예상했던 것과 달리, 이유는 모르겠지만 LW 레드가 심리적으로 내몰려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첫 세트를 저희가 가져가면서 다소 긴장했던 탓도 있을 것이고요. LW 레드도 준비해온 전략이 있었을 텐데 자신들이 의도한대로 경기를 끌고 가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 마지막 세트가 진행된 할리우드는 아프리카 레드의 안방같은 곳


Q. 승강전 조지명식에서 약팀일 것이라 평가받던 런어웨이가 실제론 무실점 전승으로 승강전을 마쳤습니다. 리빌딩된 런어웨이의 강점은 무엇일까요?

김태영 : 새로 합류한 콕스 선수가 팀의 부족한 점을 잘 채워주고 있는 것 같아요. 사실 리빌딩된 팀은 전력을 가늠하기가 어려워 건드리면 안 됩니다. 승강전 조지명식에서 LW 레드가 첫 상대로 런어웨이를 지명했는데 위험한 도박을 했다고 봐요. 런어웨이는 리빌딩으로 전력이 보강된 것은 물론 팀 내 분위기도 좋아져서 게임이 잘 풀리기 시작하면 흐름을 쥐고 놓치질 않습니다. 앞으로 계속 상승세를 타지 않을까 싶어요.


Q. MVP 스페이스와의 승강전 경기에서는 아튠 선수가 '한조'를 꺼내들기도 했습니다. 당시 큰 소득은 없었지만 한조는 대회에서 생각보다 자주 등장하는 영웅 중 하납니다. 프로들이 한조를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남기훈 : 갈래 화살로 광역 공격을 할 수가 있고, 일단 탱커 잡기가 좋아요. 아군들이 전선 유지만 해준다면 충분히 좋은 영웅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상대방이 빠르게 대응할 경우엔 한조를 고집하지 않는 게 현명하죠.

김남진 : 전 한조와 위도우메이커 둘 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영웅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플레이어 본인이 해당 영웅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갖춘 상태여야겠죠.


▲ 추천에 앞서 항상 조심스러워지는 한조. 충분한 이해가 있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Q. 신규 영웅 솜브라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남기훈 : 팀워크가 정말 중요한 영웅이라 보통 상황에서는 쓰이기 어려울 것 같아요. 실제 대회에서도 몇 번 등장한 적이 있는데 큰 활약은 하지 못했죠. PTR에서 해킹 기술이 상향됐으니 좀 더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김남진 : 필수 영웅까지는 아니더라도, 활용할 여지는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다만 아직 선수와 유저들의 영웅 숙련도가 무르익지 않았고, 팀도 솜브라와 호흡을 맞추는 운영을 해야 하는데 이런 부분들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게 아닐까 싶어요.


▲ 딜과 서포터 사이의 애매한 위치라 더욱 쓰이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었다


Q. 한편 APEX 시즌2에는 첫 시즌 우승자인 EnVyUs와 유럽 강자 Misfits, 그리고 C9과 FNATIC이 출전합니다. 해외팀들을 상대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전략이 있다면?

김태영 : 전략이라기보다는 팀원들의 호흡 맞추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해외팀이 강력한 이유는 게임 내 유연성과 회복 능력이 월등히 앞서기 때문이에요. 실수를 했거나 수세에 밀린다고 해서 기세까지 죽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로그같은 팀이 대표적이죠.

오버워치는 템포가 정말 빠르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상대가 변칙적인 조합을 가져오거나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연출됐다고 해서 당황해버리고 말면 그대로 지는 거에요. 어떤 상황에서든 나름대로의 해법을 찾아 돌파하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한국은 아직 그런 점에서 미숙하지 않나 싶어요. 다만 국내 선수들과 해외 유명 선수들의 '피지컬' 차이는 의외로 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송지훈 : 팀원 간의 대화와 교감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유연한 대처라는 것도 결국 팀 내 소통의 수준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거든요.


▲ 유연함의 차이를 메꿔야 해외팀과 상대할 수 있다


Q. APEX 시즌2에서 직접 만나보고 싶은 선수가 있나요?

김태영 : FNATIC의 Custa 선수가 젠야타로 구슬을 좀 친다던데.. 한 번 만나보고 싶습니다. (웃음) C9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슬럼프를 겪었던 팀이거든요. 힘든 시간을 거쳐 어떻게 성장했을지 궁금합니다. 경기력뿐만 아니라 어떤 유형의 사람들인지도 무척 궁금하고요.

남기훈 : 저는 C9의 Surefour 선수를 만나고 싶네요. 개인사는 잘 모르지만, 선수로서 배울 점이 참 많은 것 같아요. 저희가 잘해서 C9과 한 번 겨뤄볼 날이 오면 좋겠네요.


Q. APEX 시즌2의 다크호스를 꼽는다면?

김태영 : 이번 진출팀에는 리빌딩된 곳이 많아 불안합니다. 전부 다크호스같아요. 다만 리빌딩은 단점이 있어요. 팀원 호흡을 새로 맞춰야 하거든요. 최근에 리빌딩을 한 BK Stars도 리그를 진행하면서 플레이를 완성시켜야 해서 고통스러울 겁니다. 하지만 그만큼 경기에 맹렬히 임할 거라 경계해야 하는 팀이기도 하죠.


▲ 김태영 감독은 리빌딩된 팀들에 상당한 경계심을 보였다


Q. 프로 선수들이라고 해도 항상 이기기만 하는 건 아니잖아요. 졌을 때 팀 분위기는 어떤가요?

정승민 : 부끄럽죠. 모든 팀이 다 그럴 거에요. 대회 앞두고는 특히 연습량이 엄청 나거든요. 나름대로 신선한 전략도 준비를 하고요. 그런데 지고 나면 그런 게 다 소용없어요. 프로 경기는 결과가 모든 걸 말해주니까요.

김태영 : 졌을 때 가장 많이 일해야 하는 게 감독이 아닐까 싶어요. 선수들 다독이고 경기 분석하고, 후유증이 심해 보이는 선수가 있으면 집중 관리도 해야 하고요. 이기기만 하는 팀은 없거든요. 프로라면 '지는 방법'도 터득을 해놔야 해요.


▲ 프로 선수이기에 패배 후 찾아오는 부끄러움, 자괴감은 더욱 크다


Q. 최근엔 신규 전장 오아시스가 추가됐습니다. 점프팩을 이용해 고지 점령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는데요, 어떤 영웅이나 전략이 유리하다고 생각하나요?

송지훈 : 거점을 장악할 수 있는 절벽 형태의 지형이 있고, 점프 패드로 한 번에 올라갈 수 있어서 변수가 많은 전장이에요. 아무래도 저격형 영웅들을 활용하기 좋고, 반대로 저격수를 견제할 수 있는 돌진형 영웅들도 좋습니다. 고지 점령을 누가 했느냐에 따라 게임 내용이 시시각각 바뀌다 보니 상황에 따른 픽 변화가 중요한 것 같아요.

김효진 : 저희도 나름대로 이것저것 실험 많이 해봤어요. 의외로 바스티온같은 것도 괜찮았고, 점프 패드 이용해서 맥크리 궁극기도 써봤고요. 재밌는 전장인 거 같아요.


▲ 고지 점령을 위한 교전이 잦아 템포가 빠른 전장이다


Q. 현재 PTR에서는 아나, 디바, 솜브라, 로드호그 등, 주요 영웅들에 대한 밸런스 조정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PTR 내용이 본서버에 그대로 적용된다면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나요?

김태영 : 디바는 그야말로 'OP'에서 이제 적절한 수준으로 변했다고 봐요. 하향된 디바가 그대로 본서버에 넘어온다면 그동안 사장됐던 영웅들이 두루 활용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윈스턴이나 맥크리같은 영웅들이죠. 탱커의 역할은 상대방의 시간과 주의를 빼앗는 것이거든요. 기존 디바는 지금까지 그것에 너무 특화돼서 대체 영웅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다만 리퍼가 다시 주류픽이 될지는 모르겠어요. 디바가 매트릭스를 켜는 순간 묻히는 영웅이라.. 조합에 따라 다를 것 같습니다.

송지훈 : 아나도 PTR에서 생체 수류탄이 하향됐는데, 그래도 여전히 좋아요. 직접 해봤는데 큰 체감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또 한 번 하향이 진행되지 않는 이상, 본서버에 그대로 오더라도 주류 지원가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기존 디바가 너무 강했다는 것이 공통적인 의견이었다


Q. 오버워치의 패치는 리그 경기에도 즉시 적용이 되는데요, 이 때문에 선수들과 감독에게는 큰 부담이 되지 않을까요?

김태영 : 그렇죠. 저보다도 선수들이 정말 힘들죠. 하지만 변화하는 흐름에 잘 적응하는 것도 실력입니다. 그래서 프로 선수는 기본기가 정말 중요한 거 같아요.

정승민 : 저희만 힘든 게 아니라 다른 팀도 전부 새로운 밸런스에 적응해야 하니까 불만같은 건 없어요. 모든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평소부터 기본기를 충실히 닦고, 여러 영웅들도 해보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김태영 : 특정 메타를 위한 노력이 아니라, 게임 자체에 능숙해지려는 노력은 언젠가 반드시 빛을 봅니다. 평소에 내공을 쌓아뒀다가 적절한 순간에 비장의 카드를 꺼낼 줄 알아야 하죠.




Q. 형제팀인 아프리카 프릭스 블루에게 라이벌 의식을 느끼지는 않았나요?

송지훈 : 물론 그런 느낌이 있습니다. 특히 초반에 성적이 갈리면서 블루가 좀 더 유명세를 탔거든요. 저희는 챌린저스에서 때를 기다려야 했고요. 그래서 이번 APEX는 정말 잘 해내고 싶습니다.

김태영 : 블루와 형제팀인데다가 같은 숙소를 쓰기 때문에 아무래도 경쟁의식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겁니다. 사실 부러운 마음도 있을 거고요. 그만큼 칼을 갈아왔기 때문에 이번에 잘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Q. 일반적인 오버워치 유저가 아닌 '프로'라서 겪는 어려움도 있을 것 같아요.

정승민 : 저는 본래 선수 지망생이 아니었는데 코치님이 불러주셔서 갑작스럽게 선수 생활을 하게 됐어요. 아프리카 입단 이후 가장 먼저 느끼게 된 것은 프로에게 일종의 '잣대'가 적용된다는 거에요. 경쟁전을 하더라도 그 게임을 '캐리'하지 못하면 오만가지 욕을 먹게 되더라고요. 심한 경우엔 육성으로 그냥 욕설을 들은 적도 있었어요. 프로가 그거밖에 못 하냐, 라는 말은 일상 언어 수준이고요.

김태영 : 프로 선수라는 것이 마냥 좋지는 않아요. 해외에서는 그래도 선수들을 유머러스하게 비꼬는 방식으로 노는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경기 앞둔 선수들에게 너무 심한 욕설을 하거나 인신공격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물론 프로 선수로서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긴 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도가 지나친 경우도 있는 것 같아 염려가 됩니다.

정승민 : 저희도 경기를 하고 나면 유저분들 반응이 궁금해서 커뮤니티 게시판도 가보고 방송 채팅도 돌려보고 하거든요. 그런데 경기 중 실수를 했다고 정말 심한 욕설을 하거나 프로 그만두라는 식의 이야기가 나오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 욕설이 아닌 건전한 피드백을 해주세요!


김태영 : 물론 게임 내용이나 개인 기량에 대한 '비판'은 팬들의 권리고, 당연한 피드백이라고 봐요. 그런데 인격적인 모독이나 사실을 곡해하는 발언은 팀과 선수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래서 우리 선수들에게 커뮤니티를 끊도록 지시했는데요, 그 뒤론 선수들이 느끼는 압박이 많이 줄어들었어요.

정승민 : 물론 선수가 욕설을 하거나 누가 봐도 문제가 될만한 언행을 하는 것은 옳지 않죠. 그건 비난을 받아야 맞다고 생각합니다.

김태영 : 예. 선수 인성 문제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죠. 프로 선수는 팬들의 성원을 먹고 사는 직업입니다. 성인군자는 못 되더라도 수준 이하의 인성을 갖췄다면 프로 결심은 다시 한 번 생각을 해봐야 해요.

개인 인성 문제는 선수 기량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다른 팀원과의 교감, 감독이나 팬들의 피드백을 받아들일 그릇이 되지 못 하면 결국 성장 한계치가 낮을 수밖에 없거든요. 또한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거나 가해자가 돼서 팀과 피해자들에게 폐를 끼칠 수도 있고요. 프로는 끝없이 자기를 담금질해야 하는 직업입니다. 우리 팀원들뿐만 아니라 프로를 지망하거나 현재 프로 생활 중인 선수들에게도 꼭 해주고 싶은 말이에요.


▲ 평소 많은 생각을 한 듯, 김태영 감독은 막힘없이 이야기를 풀어놨다


Q. 최근 핵 문제로 커뮤니티가 뜨겁습니다. 경쟁전 점수 관리가 중요한 프로 선수들 역시 핵 문제 때문에 고충이 많을 것 같아요.

정승민 : 물론이죠. 특히 오버워치 유저분들이 각 선수의 경쟁전 점수를 보고 실력을 많이 가늠하시기 때문에 저희 입장에서는 점수 관리를 해야 하는데, 핵 때문에 정말 힘들어요.

김남진 : 한 판 걸러 핵을 만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거 같아요.

김태영 : 핵은 게임을 통해 유저들이 얻는 즐거움의 질적인 저하를 초래합니다. 이러다 보면 결국 프로들만 남게 될 거고, 그럼 오버워치는 망하는 거죠. 유독 한국의 핵 유저 비율이 높다는 생각이 들어요. 일단 핵을 구하기가 쉽다는 문제가 있고, 그래서인지 일부 우리나라 유저들이 북미 서버로 넘어가서 핵을 쓰는 바람에 한국인은 '핵쟁이'라는 이미지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정승민 : 그래도 초창기에는 핵이 나타나면 다른 유저들이 합의해서 무승부를 만들고 핵을 비난하는 분위기였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꿀 빨지 않으면 바보'라는 인식이 조금씩 생겨나는 것 같아서 걱정됩니다.

김태영 : 핵 프로그램 사용의 만연은 프로 선수들의 기량 저하도 불러옵니다. 핵을 워낙 자주 만나다 보니 경쟁전 게임으로 얻는 연습의 양이라든지 질이 줄어들 수밖에 없거든요. 다른 팀들도 핵 때문에 경쟁전을 못 돌리는 것은 마찬가지죠. 그래서 저희가 프로팀 간의 스크림을 주도해서 꾸준히 연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볼 계획입니다. 핵 문제가 하루빨리 해결됐으면 하네요.


▲ 핵 때문에 고통을 겪는 건 프로 선수들도 마찬가지인 상황


Q. 타이롱 감독은 오버워치 월드컵 우승 경력까지 있는 유망한(?) 플레이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선수들에게 전략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세부적인 플레이 방식에 대해서 조언을 해주기도 하나요?

김태영 : 가끔 플레이에 대한 조언을 해주긴 합니다. 그러나 오버워치는 게임 흐름이 워낙 빠르고 단시간에 많은 일들이 벌어지기 때문에 실전에선 선수 개개인의 센스가 더 중요해요. 제가 해줄 수 있는 건 선수들이 유연한 사고를 할 수 있도록 평소에 조언과 피드백을 많이 해주는 것, 그리고 게이밍 장비라든지 연습 환경을 조금이라도 더 개선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게임 내에선 주로 이호찬 선수와 송지훈 선수가 팀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Q. 해외 유명팀 중 하나였던 REUNITED는 해체를 하고 말았어요. 무엇이 문제였다고 보시나요?

김태영 : 경기적인 면에서는 지원가 쪽의 기량이 상대적으로 부실했다고 봅니다. 아나의 70% 정도밖에 활용하지 못한다고 할까요. Morte 선수가 한계를 마주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아나를 더 잘 다루는 선수가 있었다면 팀의 커리어 자체가 좀 바뀌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중요한 순간에 슈퍼플레이가 잘 터져주는 팀이거든요. 이때 지원가가 보조를 잘 해줘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됐습니다.

REUNITED 측에서 밝힌 바로는 재정적인 문제가 상당했다고 하더라고요. 저 역시 프로팀 감독을 맡고 있는 입장에서 십분 공감 가는 대목입니다. 한국팀들도 대부분 재정적으로 열악해요. 그래서 REUNITED가 해체된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 REUNITED 소속이었던 선수들은 현재 새 스폰서를 찾고 있다


Q. 김태영 감독님은 팀을 이끌면서 힘든 점 없으신가요?

김태영 : 선수들이 고달플 때 뭔가 해줄 수 있는 게 한정적입니다. 물질적으로 위안을 줄 수 있을진 몰라도 멘탈적인 부분에서는 위로를 할 수가 없거든요. 결국 선수 본인이 이겨내야 하는 문제라 참으로 아쉽고 걱정이 됩니다.

슬럼프도 마찬가지에요. 아무리 주변에서 피드백을 주고 조언을 해도 본인이 스스로 의욕을 잃고 실력 저하에 빠져버리면 구제가 어렵습니다. 선수는 실력 유지를 위해서라도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경기에서 졌거나, 창피한 실수를 했다고 바로 기가 죽어버리고 하면 다음 경기에서도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게 됩니다.


Q. 일각에서는 오버워치에 전략성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태영 : 어쩌면 고정관념이 아닐까 싶어요. 상황이나 상대방 조합에 따라 실시간으로 영웅을 교체하고 포지션을 변경하는 것, 이 자체도 어찌보면 전략입니다. 다만 게임 흐름이 너무 빠르다 보니까 다 똑같은 플레이를 하는 것처럼 보이는 거죠. 빠른 경기 흐름 속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는 포인트를 찾고 그것을 실현시키는 것이 프로가 가져야 할 기본적인 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에 대처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적인 요소


Q. 아직 이른 주제라고도 볼 수 있지만, 올해 미주에서부터 점진적으로 개시 예정인 '오버워치 리그'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한국에서도 지역 연고제 기반의 e스포츠 리그가 정착될 수 있을까요?

김태영 : 아직까지 한국에는 아무런 접촉 시도가 없었고, 해외에서 먼저 시작한다곤 하는데 눈에 띄는 변화나 소식이 없는 상태라 섣불리 예측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국가나 지역별로 리그 정착 난이도가 하늘과 땅 차이일 것이기에 이건 블리자드가 해결해야 할 숙제가 아닐까 싶네요. 일단 리그 취지가 e스포츠에 튼튼한 생태계를 안겨주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잘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물론 핵부터 잡아야죠. 최근 대규모 밴이 있었는데, 계속해서 좋은 소식들이 있었으면 합니다.

김남진 : 선수 입장에서 지역을 대표한다는 것은 큰 의미를 가져요. 동기부여도 더욱 확실히 될 것 같고, 커리어에도 좋은 영향을 끼치니까요. 큰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오버워치 리그에 많은 기대를 갖고 있어요. 잘 정착돼서 실력과 비전을 가지고 있는 많은 선수들이 안정적으로 프로 생활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Q.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송지훈 : 정말로 저희는 팬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대회를 나가면 간혹 저희를 응원해주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많지는 않겠지만, 꾸준히 관심을 가져주고 응원해주는 분들에게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번 인터뷰를 통해서 많은 분들께 더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네요. 멋진 경기 보여드리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이호찬 : 경기 중계방 채팅창을 보면 제가 나올 때마다 아주머니 머리라고 하시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아주머니보다는 차라리 하이머딩거라고 불러주시면 조금 위로가 될 것 같습니다. (웃음) APEX 시즌2에서는 제 머리 스타일만큼이나 눈에 띄는 실력을 보여드릴 수 있었으면 합니다.


▲ 일명 하이머딩거로 불리는 이호찬 선수(가운데)


정승민 : 아직 저희가 어떤 팀인지, 어떤 선수들이 있는지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을 거에요. 그래서 더더욱 1부로 승격하고 싶어서 열심히 했던 것 같습니다. APEX 시즌2에서의 저희 활약을 기대해주세요! 그리고 절 항상 응원해주는 여자친구에게도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네요.

남기훈 : 승강전에서 LW 레드와 경기를 치르면서 제게 모자라는 부분이 많다는 걸 느꼈어요. 앞으로 더욱 열심히 연구하고 연습해서 계속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김남진 : 사실 프로 생활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당시 김효진 선수가 젠야타를 워낙 잘 했기 때문이에요. 어떻게 잘 묻어가보려고 했는데 갑자기 아나 메타가 돼서.. 효진이가 이제는 아나도 좀 잘 해줬으면 좋겠네요.

김효진 : 형은 자리야나 제대로 하고 저런 말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고요. 저희 그동안 정말 연습 많이 했으니까요, 오는 APEX에서 멋진 경기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화이팅!

김태영 : 저희가 지금까지는 인터뷰를 통해 뭔가 포부를 밝힌다거나 어떤 마음가짐으로 프로 생활을 하고 있는지, 이런 부분들을 이야기할 계기나 기회가 없었습니다. 형제팀인 블루에 비해 입상 경력도 많이 모자란 편이고요. 하지만 지난 챌린저스 경기들을 통해서 선수들뿐만 아니라 감독으로서 제 자신도 많이 성장을 한 것 같아요. 이제는 저희의 포부를 알릴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어렵게 올라온 만큼 화끈한 경기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많이 응원해주세요!


▲ 마무리 포즈를 부탁했더니 정승민, 남기훈 선수가 하트를 만들어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