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콩두 컴퍼니 서경종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그가 걱정이 담긴 얘기를 꺼내더군요. "(서)진솔이가 너무 쿨해요. 그냥 자기 할 말만 딱딱하고 마는 스타일이에요. 질문을 하면 네, 아니오 정도의 대답만 해요. 그래도 할 말은 똑바로 해서 믿음이 가는데, 인터뷰가 걱정이네요."

직접 만나본 '쏠' 선수의 얼굴에는 나이다운 장난기가 배어 있었지만, 들었던 대로 쿨 했습니다. 정확히는 묵직함과 덤덤함이었습니다. 흔히 말하는 '남자'다운 모습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성격이 어려운 시간을 이겨내는 데 도움을 줬겠다 생각했습니다. 어려움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은 큰 장점이니까요.

아직도 신인급에 속하는 '쏠'은 강등과 승격을 모두 겪어봤습니다. 강등과 승격을 모두 경험해본 팀 자체가 콩두 몬스터밖에 없기도 하지만, 어쨌든 독특한 경험입니다. 독특한 이력은 승격에 성공한 이후에도 계속됐습니다. 케스파 컵과 IEM을 통해 어느새 2번의 준우승을 기록한 선수가 됐죠.

특이한 스토리가 이제는 특별한 스토리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시 모르죠. 지난 시즌 삼성 갤럭시가 그랬던 것처럼 파란을 일으킬지. 어쩌면 특별한 스토리를 만들어 낼지도 모르는 '쏠' 선수의 얘기를 만나보시죠.



Q. 인터뷰로는 처음 뵙는 것 같아요. 독자분들에게 인사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콩두 몬스터에서 원거리 딜러를 맡고 있는 '쏠' 서진솔입니다.


Q. 고양 IEM이 끝나고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요?

고향이 전라북도 정읍인데, 휴가 때 내려가서 친구들을 만났어요. 서울로 돌아와서는 다시 연습에 매진하고 있어요. 스크림은 기분 좋게 잘 되고 있고요. 평균 이상으로 성적이 나오는 것 같아요.


Q. 상경한지 몇 년이나 된 건가요? 학교는요?

나진 연습생 때부터니까 벌써 3년 정도 된 것 같아요. 학교는 자퇴했어요. 고등학교 1학년 때요. 부모님도 반대하시지 않았고, 저도 학업보다는 게임을 워낙 좋아해서 큰 고민 없이 선택했어요. 부모님은 오히려 밀어주셨어요. 큰 힘이 돼요.


Q. 역시 게임은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셨겠죠?

제가 엄청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가 게임을 좋아하셨어요. 아버지의 영향을 받고 자라다 보니 저도 게임을 하게 됐고요. 아버지가 스타크래프트1를 하는 걸 뒤에서 보고,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게 게임과 첫 인연이에요.

LoL은 한국 서버가 열리고 얼마 안 되고 바로 시작했어요. 당시에 스타크래프트1 유즈맵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었는데, 아는 사람들이 LoL을 추천해줬어요. 처음에는 골드로 시작했고, 천천히 올라갔어요. 시즌3로 기억하는데, 그때부터 챌린저를 왔다 갔다 했어요.



Q. 프로게이머는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거예요?

운이 좋았어요. '피넛' (한)왕호가 '모쿠자' 코치님에게 저를 추천해줬어요. 그래서 들어가게 됐어요. 왕호가 저를 좋게 봐줘서(웃음) 운 좋게 프로게이머를 할 수 있었어요. '피넛'이랑은 LoL을 통해 친해진 사이에요.


Q. 나진 연습생 때는 어땠나요? 그때부터 두각을 드러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솔로 랭크 점수도 많이 올려서 스스로 잘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프로에는 뛰어난 선수가 많아서 '아직은 멀었구나' 생각했죠. 팀에서 스크림은 한 번 정도 했던 것 같아요.

'꿍' 유병준, '와치' 조재걸 등 간판선수들이 다 있을 때에요. 콩두 몬스터 코치였던 '제파' (이)재민이 형도 당시에 활약하셨죠. 여담이지만, 코칭을 잘해주셔서 좋았어요.


Q. 2016년 봄, 콩두 몬스터 소속으로 처음 롤챔스에 출전했습니다. 하지만, 좋지 않은 경기력으로 팀뿐만 아니라 본인도 비판의 대상이 됐어요. 당시가 궁금합니다.

개막 3주 전인가... 팀이 그때가 돼서야 확실히 꾸려졌어요. 그래서 합을 맞춰볼 시간도 너무 부족했고, 서로 서먹서먹했어요. 연습하면서도 '좀 힘들지 않을까?'라고 생각을 하긴 했어요.

개인적인 경기력을 얘기하자면, 그 당시에 제가 아마추어 같았어요. 여러 방면으로 생각하지 않았죠. 대충까지는 아니지만, 세심하지 않게 게임을 했어요. 그냥 딜 넣을 생각만 했어요.

커뮤니티 모니터링은 가끔 했어요. 처음으로 받아보는 쓴소리들이었지만,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비판이었어요. 제가 정말로 못했으니까요. 그래서 엄청 상처를 받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댓글을 많이 신경 쓰는 편도 아니고요.



Q. 아무리 합리적인 비판이라도 받아들이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텐데요. 어린 나이임에도 정신적으로 상당히 강력한가 봐요?

음... 게임 외적으로는 그럴지도 모르겠어요(웃음). 그런데, 게임 할 때는 멘탈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에요(웃음).


Q. 게임 멘탈이 안 좋은 건 승부욕과 연관되어 있으니, 오히려 긍정적이라고 생각해요. 혹시 '코르키 최후의 속삭임' 사건 기억해요?

당연히 생각나죠(웃음). 최후의 속삭임으로 관심을 많이 받기는 했었죠... 그냥 좋아 보였어요. 그런데 나중에 보니까 코르키가 마법 데미지가 많더라고요. 제가 게임을 자세하게 알고 하는 스타일은 아니었어요. 그때 많이 배웠어요. 프로니만큼 의식을 가지고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Q. 당시 콩두 몬스터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었을까요?

팀워크가 정말 안 좋았어요. 그러다 보니까 개인 기량도 펼치기가 힘들었고요. 특히, LoL에서 가장 중요한 한타를 정말 못했어요.


Q. 챌린저스에서 팀이 다듬어졌어요.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챌린저스로 내려갔을 때, 채우철 감독님이 기본기를 강조하셨어요. 기본기에 초점을 두고 노력하다 보니 팀워크도 맞기 시작하더라고요.

감독님이 많은 부분을 도와주셨어요. 지적받은 실수를 한 번에 고치기는 힘들잖아요. 그런데도 끊임없이 알려주셨어요. 개인적인 실수를 안 해야 계획한 대로 게임을 할 수 있으니까요. 제가 멘탈도 좋은 편은 아니어서 감독님이 많이 도와주셨죠.


Q. 정규 시즌은 2위를 했지만, 결승전에서는 스베누를 꺾고 우승을 거뒀어요. 예상했었나요?

저희가 무조건 더 잘한다고 생각했어요. 시즌 초반에 스베누에게 패배했을 때는 '질 수도 있지'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IGS라는 아마추어팀한테 지고 나서 '이건 아니다' 싶더라고요. 이때부터 완전히 분위기를 바꿔서 기본기에 집중했어요. 그러니 확실히 기량이 오르더라고요. 기세를 타고 나서는 질 수가 없었어요. 그 당시에는 승강전도 무조건 이기겠다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Q. 상대할 팀들이 만만치는 않았어요. 그런데도 자신이 있었나요?

만만치 않은 팀들이라는 생각은 있었지만, 그 팀들도 롤챔스에서 많이 활약을 못 했었잖아요. 그래서 큰 부담은 없었어요. 저희 기세가 워낙 좋아서 어렵지 않게 이길 수 있다고 예상했어요.


Q. 기세라는 게 정말 무섭네요. 팀 기세도 그랬지만, 캐리 라인이 눈부신 성장을 했어요.

그전부터 계속 열심히 했던 게 실력으로 나온 것 같아요. '엣지'(이)호성이 형도 엄청 잘해졌죠. '엣지' 형이 잔 실수가 엄청 많았어요. 예전에는 라인전에서 죽기도 하고 한타 포지셔닝도 안 좋았는데, 지금은 너무 잘해요.


Q. 승격에 성공하고 케스파 컵에서도 준우승을 거뒀습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강팀들이 두렵지 않던가요?

무섭기는 했어요. 많이 잘하는 팀들이었고, 이름값만큼 실력도 있었으니까요. 그래도 kt 롤스터나 락스 타이거즈 모두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은 있었어요. 우승할 수 있다고요. 기세가 워낙 좋았거든요. 하지만, 락스 타이거즈와의 대결에서 어느 정도의 벽이 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한 몸처럼 움직이더라고요. 팀 게임에 대한 이해도 차이가 있어요.


Q. 락스 타이거즈와의 대결에서는 '피넛'의 활약이 대단했었는데, 위축이 되던가요?

그렇게 상대 정글러가 커버리면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압박이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저희 정글러가 더 잘해져서 강팀과의 경기도 충분히 해볼 만할 것 같아요. 물론 저도 더 노력하고 있고요.



Q. 고양 IEM결승에서도 삼성 갤럭시에게 무릎을 꿇었어요. 부족한 점이 있었다면?

삼성 갤럭시가 잘하기는 했지만, 저희 팀이 부족했어요. 운영 면에서 차이가 났어요. 노력해야죠.


Q. 케스파 컵부터 장민철 감독이 지휘했어요. 어떤 분인가요?

감독님이 프로게이머를 하셨던 분이라 경험이 많으세요. 우승, 준우승 가릴 것 없이 다 해보셨잖아요. 많은 이야기를 해주셔서 도움이 돼요. 게임을 보는 눈도 엄청 좋으세요. 밴픽은 물론 여러 방면으로 지도를 해주십니다.


Q. '쏠'의 1년을 되돌아보면 정말 굴곡이 심했던 것 같아요. 그 때문인지 제법 프로 같은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요.

철없이 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틀이 많이 잡혔고, 실수를 해도 바로 인지하고 고치려 해요. 처음에는 아무것도 몰랐어요. 실수를 지적해주면 그제야 '아 그랬구나'라고 생각했어요.


Q. 실수를 진심으로 인정하면 분명 발전하게 되잖아요. 실수를 잘 인정하는 편인가 봐요?

예전에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제가 실수를 해도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리기도 했어요. 지금은 제가 잘못하면 확실히 제가 잘못한 거에요. 그래도 다른 사람이 잘못한 건 그 사람 잘못이긴 해요(웃음).


Q. 새로운 시즌 얘기를 해볼게요. 10밴 시스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10밴은 머리싸움을 많이 유도하는 것 같아요. 밴픽이 더 복잡하고 치열해졌어요. 쉽지 않아요. 챔피언 폭이 좁은 선수는 많이 불리할 것 같습니다.


Q. 케스파 컵을 보면 '쏠' 선수가 챔피언 폭이 넓은 것 같지는 않았어요. 지금은 어때요?

그때는 저희가 일부러 이즈리얼과 진을 중점으로 정해놓고 대회를 진행했어요. 이제는 다 할 수 있어요. 다 해야죠. 그래야 프로게이머죠.



Q. 새로운 시즌 메타도 궁금하네요. 현재 원거리 딜러로 직스, 바루스, 드레이븐 같은 챔피언이 뜨고 있다던데요.

직스는 조합만 갖추면 나쁘지 않아요. 물론, OP 느낌은 아니에요. 그렇게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프로 경기에서도 충분히 나올만해요. 사용하기 조금 까다로운 게 직스를 사용하려면 갖춰야 할 점이 많아요. 다른 라인에서 AD를 해줘야 하고, 상대 탱커를 견제해야 하고요. 직스로 탱커를 잡기에는 어려우니까요.

이제는 밴이 많아져서 드레이븐도 충분히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요. OP 챔피언들을 밴하고 하면 쓸만해요. 저는 아직 드레이븐이 익숙하지 않네요. 요새는 바루스 티어가 아주 높아요. 예전에는 포킹 위주였다면 이제는 평타 위주로 아이템 트리가 바뀌었어요.


Q. 듣고 있으니 이제 곧 개막인데 기대가 되네요. 어쩌면 '쏠'의 프로 인생은 이제부터가 진짜일지도 모르겠어요. 목표가 있다면?

승격하고 처음 밟는 롤챔스 무대니 4, 5위 정도로 목표를 잡고 있어요. 더 잘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웃음).


Q. 4, 5위면 플레이오프가 목표군요. 슈퍼 팀이 부담스럽지는 않아요?

슈퍼 팀도 할 만하다고 생각해요. 이길 수 있어요. 합이 맞으면 무서울 것 같지만, 맞춰본 지 얼마 안 돼서 분명 단점이 있을 거예요. 하지만, SKT T1은 얼마나 잘할지 궁금해요. 기대하고 있어요.


Q. 새로운 시즌에 좋은 모습 기대할게요. 끝으로 한 말씀 부탁드려요.

저희 콩두 몬스터 기세가 좋습니다. 상위권까지 기대하고 있으니까 많은 응원 부탁드리겠습니다.